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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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존재하는 방식은...

이 특이한 제목의 작품은 표지도 특이하다. 사람이 책 속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책은 또 무대위에 세워져 있다. 이 특이한 제목과 책의 표지를 책을 다 읽은 후에 바라보면, 처음 책을 접할때 "특이한 표지도 있구나..."라고 막연히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 소설 책은 책안에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기 보다는, 독자들에게 책이란 것이 도데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즉 이야기로서의 소설이 아니라, 소설의 존재 형식을 탐구하는 소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기에 무대위에 책이 올려져 있는 표지가 책의 내용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소설책에서 걸어나오는 사람의 역활은 무엇일까. 이 특이한 이름과 내용과 표지의 책에 사람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인 소설이 결국은 사람들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소설의 존재양식에 관한 상징을 담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집단적인 바램을 통해 가공의 소설책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내용을 알지 못하는 한 책에 대한 막연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소설속의 인물이 바로 그 소설을 쓰기도 한다. 소설이란 결국은 사람들에 의해서 쓰여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고, 소설은 소설이기 전에 사람과 다른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말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이 특이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작가가 바로 그런 점을 세상을 향하여, 세상의 사람들에 대하여, 그리고 그의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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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시티 4 - 노란 녀석
프랭크 밀러 지음,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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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존재를 던져라

또 하나의 대항인물이 등장한다. 정의로운 경찰이다. 정년을 앞두고 음모에 휩싸여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경찰이다. 헐리우드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스토리이다. 그러나 같은 이야기라도 그 이야기가 놓여진 배경인 사회가 다르면, 같은 이야기가 전혀 다른 힘을 가진 이야기로 변하고 만다. 그것이 바로 이 씬 시티가 다른 폭력물이나, 사회정의를 다루는 만화들과 차별화가 되는 점이다.

강렬한 화면, 극명한 흑백의 대비. 인물에 대한 매우 뚜렷한 표현. 시각적으로 매우 효율적인 장치들이고 아주 훌륭한 점들이지만 이것만으로 이 작품이 칭찬을 받을수는 없다. 이 작품을 그 명성에 걸맞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제의식이다.  훌륭한 모든 작품들이 그렇듯이 씬 시티는 그 제목에서 느껴지듯. 씬 시티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존재의 조건을 탐구한다.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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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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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를 보는 비주류의 시각

레볼류션이란 '혁명'이다. 그런데 무슨 혁명이란 것이 이렇게 시시한 건지 모르겠다. 삼류고등학교 학생들이 일류 고등학교 학생들의 오만함이 대를 이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류고등학교 여학생들을 유혹해보는 것이라니... 바로 이 엉뚱한 발상에 이 책의 재미와 이 책의 깊이가 있다.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페이지가 쑥쑥 넘어간다. 쉬운 문장으로 삼류 악동들의 시시한 이야기를 아주 명랑하게 끌어나가기 때문이다. '더 좀비스'라니 서양의 이상한 귀신 영화에 나오는 좀비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채용한 것이 아닌가. 여기에 이 책의 엉뚱함이 잘 축약되어 있다.

일류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 대한 이상한 집착과 불온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약간의 분노. 그런 것이 바로 사회의 비주류가 겪는 고통일 것이다. 바로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나오는 것일수도 있다. 해학적으로 그려진 재미있는 줄거리의 이 책을 읽고나면 왠지 모르는 느낌이 남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음지에서 항상 양지를 꿈꾸며 커가는 아이들. 사회의 그늘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 그런 마음의 아픔이. 그런 아픔 속에서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이. 그리고 헛된 희망의 몸짓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꿈이 바로 혁명이란 이름의 이 책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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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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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좋은 친구

30년.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이다. 그 긴 세월을 한마리의 개와 함께 살아간 기록을 남긴 책이다. 처음 조그만 개를 들여왔지만, 그 개는 금방 커다란 개가 되고, 온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존재가 된다. 조용하던 집이 어수선해지고, 그 한마리의 개로 인해 삶은 바뀌어버린다.

오죽하면 "행동과다, 주의력결핍"이란 이상한 병명까지 같다붙였겠는가. 그러나 그렇게 소란스럽게 살아가는 개도 자신을 아껴주는 주인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있다. 그 어수선한 개를 참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개에 대해서 무언가 모르는 사랑을 느끼게 된다.

예쁜짓은 하나도 하지 않고, 온통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귀찮기만 한 존재. 그 이상한 존재에 대한 이상한 사랑. 그것이 바로 진짜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예뻐서 하는 사랑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닐수도 있다. 사랑스러운 점이 하나도 없는 개를 인정하고, 내 가족으로 받아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 늙고 관절염으로 절뚝거리는 늙은 개가 되어서도 개는 가족을 떠나지 않는다. 조건없이 주는 사랑에 개는 그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것이다. 한 평생을 인간들과 가족을 이루며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나간 개에 관한 이야기. 그 개와 가족을 이룬 사람에 대한 가슴 저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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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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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적인 인간상의 재발견

사고만 치던 사고뭉치 부모를 둔 가족은 멀리 남쪽으로 이사를 간다. 그곳에서 새로이 벌어지는 일들이 이 책을 가득히 메우고 있다. 그러나 1권에서의 온갖 헤프닝과 사건들이 그냥 일어난 것은 아니다. 1권은 2권을 위한 준비였고, 기초를 다지는 일이었다.

사사건건 시대와 역행하여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부모의 모습이 이제는 서서히 이해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한 아이의 지성이 성숙해가기 위해서는 그 모든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필요하기도 했을 것이다.

가슴으로 느끼는 가족애와 이성으로 깨달아가는 삶의 진리가 합쳐지는 순간, 부모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각은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게 된다. 그토록 문제만 일으키던 부모가 거대한 회사라는 조직과 맞서서 싸우는 불굴의 의지를 보고 새로운 아이로 주인공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사회와 개인의 부조화가 단순한 파열음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그런 갈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열정과 새로운 사랑,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심한 시대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빛어내는 아름다운 무늬를 감상하는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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