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주고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사면 된다. 물건은 넘치고 살 사람은 모자라는 세상이다. 굳이 매장을 찾지 않고 인터넷으로도 얼마든지 구입을 할 수가 있다. 돈만 있으면 편리하게 소비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돈을 가진 사람은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쇼핑을 할 수가 있는 세상이 되었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것일까. 그들이 조직적으로 우리들의 돈을 털어가는 것일까. 내가 어떤 물건을 살때 그것은 내가 그 물건이 필요해서 그 물건을 사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 물건을 꼭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닌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물건을 사도록 만든 함정에 빠진 탓일까. 시장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야바위꾼들의 존재는 우리가 잘 안다. 그들이 우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그런다는 것도 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때로는 그 물건들을 사기도 하고, 떄로는 그런 물건을 사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도 있다. 야바위꾼의 영향을 받긴 하지만 내가 결정을 하는 것이다. 오늘날 눈에 보이지 않는 야바위꾼들이 여기저기에 수없이 많이 놓여있다.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곳에, 저것이 나의 지갑을 노리는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모습으로 도사리고 있다. 우리의 생활 거의 모든 곳에 나의 지갑을 털기 위한 계략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궁금하지 않은가. 누가 어떻게 내 지갑을 노리고 있는지를.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영리하다. 나처럼 이런 책을 읽기도 한다. 섯불리 광고를 하다가는 역효과가 나기 쉽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게된다. 어떤 광고가 좋은 광고이고 어떤 광고가 나쁜 광고인지. 마케팅에 관한 수많은 이론들을 한번에 뒤집어 버릴 파워를 가진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우리 인간의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정교한 과학적 방법으로 접근하는 책이기 떄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뇌과학이 드디어 쇼핑의 분야에 대한 결과물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사람은 개체로서 존재하는 독립된 인격이지만 분명히 세포로 구성된 유기체이다. 세포의 논리와 생물의 구성원리에 따라서 존재할 수 밖에 없기도 한 것이 사람이다. 그래서 영리한 사람들은 쇼핑을 할떄 뇌가 움직이는 원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우리의 지갑을 노리기 위한 예리한 방법을 찾으려는 사람들과, 나의 지갑을 털어가려는 새로운 야바위꾼들이 어떤 방식으로 변장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모두 유용한 책이다. 물론 전자에게 훨씬 더 유리하겠지만. 또 지적인 흥미를 위해서 읽기에도 더할나위 없이 쉽고 흥미로운 문장으로 만들어져 있다.
세상에 노력의 끝은 없는 듯하다. 이 치열한 무한경쟁의 세상은 잠시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직장에서 살아남고 승진을 이루기 위해 누구나가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을 요구하는 세상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누구나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상황에서는, 남이 잠시 쉬면서 방심하는 동안에 더 노력해 추월을 하거나, 꼭 같은 시간동안 하는 일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 책은 삼성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이 삼성맨들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적은 책이다. 삼성의 조직문화를 엿볼수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저자가 얼마나 저돌적인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엿볼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어떤 집단에서든 앞서가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우수한 사람들만 모아놓은 집단이라도 꼭 쳐지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의 삶은 평생 노력을 하지 않을수 없는 것이 그 속성이다. 단지 요즘의 세태에서는 '무한경쟁' 이라는 것이 더욱 표면적으로 드러났을 뿐이지, 그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던 시절에도 왜 경쟁이 없었겠는가. 항상 남보다 덜 노력하는 사람과, 남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들로 나뉘어지는 것이 세상살이의 원리일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 엘리트의 아이콘인 삼성의 기업문화. 삼성맨들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컨셉을 이용해서 오늘날의 무한경재의 세상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은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인가를 잘 가르쳐주는 보기드문 실용서이다. 더 노력하고 싶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척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 같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역시 거장의 손에서 쓰여진 책은 무언가 다른 느낌을 준다. '자연에 대한 사랑' 이라는 주제의 책을 많이 읽어본 거은 아니지만, 아마도 이 책보다 더 멋지게 그 주제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학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문학작품이 아니라, 생물학자의 완숙한 감수성으로 풀어쓴 책이기에 더욱 대단한 책이다. 글은 손끝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쓰는 것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장식적인 문구하나 없이, 과학적인 지식을 쉽게 풀어서 쓴 이 책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이 책을 읽은 후 자연을 바라볼 때마다 갖게 되는 애정 어린 시선을 자각하면서 위대한 한 사람이 이루어 낼 수 있는 변화의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철저한 과학자의 시각으로 쓰여졌다. 감상어린 자연에 대한 찬가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주변을 세밀하게 돌아보는 시선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복잡한 과학용어로 가득한 책도 아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쓰여졌지만, 누구도 생각해보지 못한 멋진 풍경들을 가득히 담고 있는 멋진 책이다. 자칫 감상적인 내용으로 채워질 수 있을만한 주제들을 무척 담백하게 쓴 거부감없이 읽을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특히 타임머신이라는 제목을 가진 챕터는 대단히 매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생명체의 자연사를 느린 시간으로 재생하는 것 같이 정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빠른 속도로 낮과 밤이 교차하면서 시간이 명멸할때 그 생명체에 비치는 세상의 모습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거대한 생명체와 그 주변을 둘러싸는 자연의 교감을 보여주다가, 생명의 세부구성을 형성하는 세포내부의 생화학적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기도 한다. 이런 거장의 솜씨를 빌어서 바라보는 자연은 위대한 교향곡의 연주를 듣는 것 같은 감동을 경험하게 해주고, 어지간한 반발감을 가진사람들도 순순히 저자의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을수 없도록 만들어버리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바이로필리아를 읽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아마도 윌슨필리아가 되고 말 것 같은 느낌이다.
압구정동에도 사람들이 산다. 고급식당과 성형외과만 들어선 상가만 있는 곳이 아니다. 압구정동에도 학교가 있고,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있고, 그 학생들이 사는 집이 있다. 한때 오렌지족이라 불리며 경원의 대상이 된 사람들. 그러나 그곳 출신들 중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명문대학이 진학했고, 당연히 우리나라의 정계, 관계, 기업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어릴적부터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우리나라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된 것이다. 오렌지족이란 단어가 나온지 20여년. 그때 오렌지족이라 불리던 사람들이 마흔줄에 접어드는 나이가 되었다. 요즘 내각에 입문하는 장차관마저 강부자 내각이라 불리듯이, 그들의 부모 선배들이 우리나라의 기성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이다. 이 책은 압구정 키드였던 저자가 자신의 성장기를 배경으로 윤색을 가미하여 실화풍으로 만든 논픽션이다. 저자 자신이 이 책은 압구정이라는 한 특수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집단의 세대사를 묘사했다고 말하듯이 그들에 속하지 못한 나로서는 무척 신선한 책이다. 압구정 소년들이라고 하지만 사실 '말죽거리잔혹사' 의 내용과 그리 다른 것은 없어보인다. 당연한 말인지도 모르지만 사는 장소와 부유함의 수준은 다르더라도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과 인생의 아픔은 다들 비슷한 것인가보다. 이 책은 강남 출신 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창시절과 그 후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삶을 예리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제공한다. 평범하면서도 특이한 소재와 누구나 겪을것 같은 경험이면서, 누구나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독특한 경험을 잘 엮고 그것에 인생이라는 주제를 엮어서 만들어진 잘 만들어진 소설이다. 작가는 이 책을 절반의 스릴러라고 표현했는데, 스릴러라고 부르긴 뭣하지만, 풋풋한 청춘의 아픔과 중년에 접어드는 사람들의 인생이야기가 맞물리는 것을 범죄의 냄새가 나는 흥미로운 스토리로 장식한 것은 무척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 책은 인생이라는 것을 탐구하면서도 지루하지가 않다. 책의 문체도 맛깔나서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책을 내려놓을때까지 강한 집중도를 유지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책이다. 나로서는 뒤늦게 괞찮은 작가를 발견한 즐거움이 따르는 책이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사람이 죽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사고사로 보였던 그 사망이 살인사건임이 밝혀진다. 사고사를 위장한 살인사건. 누가 죽였을까. 사고사가 아니라 살인사건일 것이라는 의심은 가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다. 단지 이런저런 심증만 있을뿐. 모든 사람들의 미움을 받았던 사람. 그러나 정치권에선 신망을 받았던 사람. 새로운 개발계획을 이끌어가는 놀라운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나쁜 일을 많이 한 인물. 마치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든다.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늙수그레한 평범한 시골 경관의 시선을 따라서 전개되는 내용은 오리무중인듯하다. 사람은 죽었으나 슬프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범인이 밝혀지긴 하지만, 명쾌한 수사와 논리적 추론의 결과로 인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이 붙은 책이긴 하지만 단순한 장르소설로 구분을 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이다. 이번해 개봉한 영화 '이끼'와 많이 닮은 듯한 이 영화는 긴박감은 덜하지만,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통찰하게 하는 깊이는 더한 듯한 느낌이다.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던 사망자의 아들이라는 입장보다는 모든 사람이 싫어하던 사람의 자연사를 담당한 시골경찰의 지극히 인간적인 행보가 인상적이다. 그의 사유를 통해서 바라보아지는 그 포도재배 농가들의 삶은 평범하지만 삶의 희노애락과 적나라한 일상의 온갖 모습들이 다 나타나는 보통사람들의 삶이다. 보통사람들도 아파하고, 보통사람들도 즐거워하고, 보통사람들도 원한을 갖고, 보통사람들도 싫어하는 사람의 장래식에 참석을 한다. 그런 보통사람들 속에서 보통경찰이 보통의 일과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나지 않은 머리를 가지고 애를 쓰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인간의 삶'이라는 무대를 찬찬히 관찰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평범한 삶속에 존재하는 평범하지 않은 아픔들에 관한 이야기를 마침내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