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의 이유 - 지구를 탐하고 뜨거운 사람들에 중독된 150일간의 중남미 여행
조은희 지음 / 에코포인트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휴가때 잠시 다녀오는 급하고 짧은, 휴가라는 이름이 무색한 여행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약간 막연하고, 또 그만큼 약간 궁금하고, 조금은 불안하기도 하고, 또 그만큼 기대가 되기도 하는 어떤 떠남. 바로 그런 떠남과 돌아옴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무정형적이고, 임기응변적이며, 따라서 불안하고, 위험스러운만큼 소름돋는 스릴이 존재하는 떠남과 돌아옴 사이의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에 묻어서 여행이라는 것을 떠나기로 작정하고 나선 사람에게 느껴지는 일련의 경험들. 그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하는 평범하지 않은 단어가 가지고 있는 진짜 뜻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제, 그리고 어제의 어제, 어제의 어제의 어제... 그렇게 발걸음처럼 이어지는 비슷한 날들의 행진. 그 끊임없는 날들의 행군들 어딘가에 방점을 찍고. - 이젠 그만, 이제 여기서 스톱 ! - 을 외치면서 손을 휘휘 젖으면서, 멈추어 서고, 다시 뒤로 돌아서서 어디론가 다른 곳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 같은 여행. 그런 무대책한 여행이야 말로 얼마나 대단한 것이겠는가. "지금부터 세번쨰 오는 버스를 타고 10번쨰 정거장에서 내리고, 그곳에서 3번쨰 오는 버스를 타고 또 10번째 정거장에서 내리고, 그곳에서 3번째 만나는 사람에게 걸어가는 방향으로 지구를 한바퀴 돌아보자..." 이 정도 되는 것이 진짜 여행일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떠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여행에 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여행을 여행답게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책의 이름도 여행의 이유가 된 것 같다. 여행의 이유.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머물러 있던 곳에 더 이상 머물러 있기가 싫증이 나는 것이 여행의 이유이다. 왜 그곳을 떠나고 싶은지는사람마다 다르다. 떠나는 이유가 다르기 떄문에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것도 다를 것이다. 세상에 똑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똑 같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같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도 서로 다른 이유로 그곳을 찾아온 것일게다. 숱하게 많은 남미 여행기를 읽어보지만 그곳에서 저자들이 만나고 느끼고 본 것들은 모두 서로 달랐다. 그들이 찍은 사진의 풍경들은 비슷하지만, 그 풍경들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다르지 않은가. 나는 내 마음에 드는 여행의 이유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의 어떤 점이 좋아서.... 나도 콕 집어서 말하기는 힘들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할 때 그 이유를 꼭 언어적으로 표현할수 있는 것은 아닌것과 같다.
아마도 '여행의 이유'라는 멋진 이름의 책을 생각해 낼 수 있는 작가와 내가 여행을 동경하고, 여행을 그리워하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약간은 서로 비슷해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글과 그림이 정겹고 가슴에 와 닿는다. 같은 곳에 서서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는 느낌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곳에 있지만 같은 것을 바라보는 느낌을 느낄수 있는 책이라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