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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주인
로버트 휴 벤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메이븐 / 2020년 4월
평점 :
오래된 구도다. 박해받는 그리스도교{로만 카톨릭}과 비신자(적 그리스도)의 대결. 마지막 남은 주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대한 압도적인 물량의 마지막 공격. 아마게돈이 펼쳐지는 현장으로 독가를 인도하는 소설이다.
그렇다. 아마게돈은 기독교적 (카톨릭적) 시각에서 존재하는 중요한 미래적 사건이다. 그리스도인과 그들의 적과의 거대한 대결. 물론 대부분의 비그리스도 사회에는 그런 관념은 존재하지 않늖다. 물론 소수의 그리스도 적대세력에겐 그런 관념이 있을수도 있다.
이 책은 결국 그리스도교{로만 카톨릭)적인 시각에서의 바라본 디스토피아의 한 모습이다. 아마게돈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진행되어 종말의 파국에 이르게 되는가를 멋지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흥미롭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내면도 비교적 잘 설명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마지막 부분에 가까워질때 교황의 고뇌하는 모습에 있는것 같다. 아마게돈은 앞둔 교황의 깊은 고뇌 장면이다. ' 믿음이란 무엇인가.' 그 본질적인 질문에 깊으 다가서는 내면의 표현이다. 물론 교황(성하)이 신앙으로 번민한다는 것이 아니고, 어마어마한 시련을 마주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신과 교감을 하면서 느끼는 내면의 울림이 펼쳐지는 장면에서 이다.
내가 이 부분이 읽는이의 내면에 복잡한 울림을 주는 이 장면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느낀 이유는 그리스도 세계와 비그리스도 세계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극적인 전개를 위해서 세계정부, 인본주의를 평면적으로 그리기는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세계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 표면적으로는 인본주의와 세계적 질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통일정부의 실제적 등장과, 인본주의의 거대한 승리는 실현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눈 앞의 자잘한 이해관계에 몰두하는 인류의 모습이 하나로 합쳐지리라고는, 실리가 아니라 인본주의라는 대의를 중심으로 개개집단의 뜻과 실천이 모아지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인권과, 자유, 인본주의라는 흐름이 근대이래 꾸준히 이어져 오는 흐름이긴 하지만, 그것이 역사를 움직여온 동력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오히려 역사의 갈등의 국면에서 분출되는 에너지를 한데 묶을수 있었던 ' 프로파간다' 로 작용해 왔을 뿐이고, 그러기에 갈등국면이 진정되면 어김없이 말의 성찬만으로 끝나는 경험의 반복이 인류의 근현대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그리스도교 종교의 힘이(로만 카톨릭, 기타 카톨릭, 개신교...)의 힘과 교세가 줄어드는 것은 왜일까. 왜 이슬림은 일부지역에서 여전히 강세일까. 그 이유는 이슬람이 핍박받는 지역의 종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종교는 언제나 고난을 겪는 사람들 곁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기 떄문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유복하고 평화로움을 구가하는 국가, 지역, 문화권에서는 인본주의가 흥하고 있을까. 내 생각에 그렇지는 않은것 같다. 그저 말만의 성찬일 뿐이고, 유복함 속의 상대적인 고난을 당하는 집단들 속에서만 인본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고난받는 지역에서의 종교의 역활처럼...
하나의 멋진 이야기를 펼쳐가는 거대한 허구적 세상을 경험하도록 하는 이 멋진 책은 좋은 선물이다. 발표된 후 무려 100년의 세월을 넘어서 이제야 우리에게 전달된 이 책이 아직도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우리에게 종교와 인본중의에 대한 갈증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우리는 무언가에 목말라 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더 그렇건. 덜 그렇건...
세계화 시대라고 인본주의가 세계화 한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교황의 입장(종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종교에 흥미를 잃어가는 세상에 대한 위기감이라고 생각된다. 인본주의와 종교가 대립하는 구도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종교인의 입장에서는 다를수 있겠지만).
삶이란 것을 관조하고, 음미하고, 신아이라는 것을 묻고, 세상에 대해 질문하고, 또 묵묵히 하루의 삶을 살아가면서.... 세상에 대한 거대한 질문에(세상의 주인이라는 이름의 책에) 마주쳐 멋진 독서를 한 후 내면에서 일어나는 파문에 휩쓸려.... 단지 개인적인 생각들을 리뷰라는 이름으로로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