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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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한 로마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참 긴 세월이었다. 로마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 처음 몇권이 한꺼번에 출간된 이후, 해마다 한권씩 나오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가 드디어 이번해 마지막에 완간이 되었다. 기나긴 세월을 유지해온 광대한 로마제국만큼이나 오래 걸린 시리즈였다. 시오노나나미 여사도 이 책과 함께 늙어갔고, 로마인 시리즈를 읽어온 독자들도 그 세월과 함께 늙어간 시간들이었다.

해마다 새로이 나오는 로마인 시리즈를 맞이하며, 반가운 과거의 독서를 연장해 가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내 인생에 이렇게 책을 기다려가면서 읽는 것은 처음있는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대단한 것은 단지 그렇게 오래 걸렸다는 시간때문만은 아닐것이다. 오히려 로마인이야기라는 책이 가진 힘이 그토록 오랜 기간을 기다려가며 책을 읽는 수많은 독자층을 만들어 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 여사의 이 책은 한 나라의 역사를 서술하고 읽는 방식에 대해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었다. 역사가가 아닌 소설가인 그녀가 역사를 서술해나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유지하는 것도 처음 겪는 경험이었지만, 먼 나라의 역사를 그토록 길게 연재하는 책을 꾸준히 읽어나게 된 힘도 바로 그녀만의 특수한 시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로마인 이야기의 첫 책인 1권은 사실 전체의 구성에서 볼때 아주 흥미롭지는 않다. 그러나 이 첫번째 책에는 로마를 대하는 시오노 나나미의 시각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바로 로마의 탄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첫권은 처음 로마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웅대한 대제국으로 성장하기 전의 로마의 건국까지를 다루고 있다. 로마의 성격은 이 무렵에 결정지워진다. 고대세계로서는 드물게 공화제를 채택하는 과정과 신생 로마가 커져가는 과정에 대한 해석이 무척 흥미롭다.

로마는 당시의 세계에서 정당성을 가졌던 정치체계와 자유로운 시민들을 가지고 있었고, 로마는.자신의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영토를 넓힌 것이 아니라, 도전에 대한 응전의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영역이 넓어지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이고, 로마인들의 의식에는 자유인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는 그녀의 시각. 그리고 그 자유의 정신이 로마를 대 제국으로 만들게 된 원초적인 힘이라는 의식이 매우 특이하고도 매혹적으로 소개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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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G 핑 - 열망하고, 움켜잡고, 유영하라!
스튜어트 에이버리 골드 지음, 유영만 옮김 / 웅진윙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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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다. 바로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존재냐 소유냐" 내가 학창시절에 즐겨읽었던, 지금은 서점에서 찾아보기도 힘든 책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노 철학자의 그 가르침이 머리에 생생하다. 그 책에 깃들어 있던 지혜로운 말들의 글귀들이 살아있는듯, 먼 시간을 지나서 살아난다. 그러나 그것은 이 글을 쓰는 것같은 한가로운 때의 이야기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또 하나의 삶이 나를 찾아왔다' 가 아니라, '또 하루의 노동이 시작되었다.'라고 느끼기 시작한지가 오래되었다. 그런 삶의 와중에서 그 노철학자의 가르침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깊은 밤. 오랜만에 책상에 앉았을때거나, 오랜만에 옛 친구들과 만나 그 친구들만큼 낡은 이야기를 줏어먹을 때에나 떠오르는 이야기이다.

난 이 책을 대하면서 금새 '존재냐 소유냐'란 책이 떠올랐다. 참 많이 닮은 책이다. 물론 꼭 같은 내용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책의 형식이나 화법뿐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다르다. '존재냐...'가 소유의 삶보다는 하루하루의 실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해된다면, 이 책은 하루하루의 삶을 견디고 이겨낼 용기를 가져라는 말로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왠지 그 두가지 말이 아주 비슷한 말로 들린다. 꼭같은 이야기도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들리는 법이고, 나에게 그 두 책은 꼭같은 의미로 들린다. 나에겐 바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기 때문인가 보다. 무엇을 소유하기 위해 힘들게 살아야 하는 삶. 그래서 내 아이디인 푸른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힘들어지는 삶. 그런 삶을 견디고 이겨내는데 이 책 '핑'에 담긴 글들은 큰 도움이 된다.

하나의 좋은 친구가 있으면 삶은 그만큼 풍요로워진다. 말을 못하는 책이고, 언제보아도 꼭같은 글밖에 담고 있지 못한 책이지만, 언제나 한결같기에 때로는 사람친구보다 더 좋은 친구일수도 있다. 토라지거나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옛 친구 '존재냐 소유나"만큼이나 오래된 훈훈한 느낌을 주면서, 새로운 시대의 감각에 맞게 아기자기하게 위로와 격려를 주는 이 책 덕분에 한동안은 내인생이 덜 적막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차가운 겨울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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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 신경림의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시
신경림 엮음 / 다산책방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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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가 내게로 찾아왔다.

네루다는 그의 유명한 시에서 "어느날 시가 내게로 찾아왔다." 고 말했다. 난 네루다를 알고 그의 시를 좋아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시들중 몇편을 좋아한다. 내가 읽은 단 하나의 그의 시집에 스물 한편의 시 중에서도 내 마음에 썩 좋은 것은 몇 편 뿐이었다.

난 시를 좋아한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린 시들은 달달 외우기도 하고, 남몰래 시를 써보려고 노트에 글을 적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시가 나를 찾아왔다."고 외칠만큼 좋은 시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아니 그럴만한 정성이 부족했다. 나에게는.

내 영혼은 산문적인 것이어선지, 시를 좋아하고 책을 즐겨 읽긴 하지만 내가 시집을 사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내 까마득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도 몇권 뿐. 그 뿐이다. 그래도 한때는 나도 시를 끄적여 보았는데, 그렇게 박약한 노력으로 무엇을 하겠느냐고 스스로에게 자책도 해본다.

그러나 솔직해야 하는것 아닌가. 오랜만에 맘먹고 산 시집을 끝까지 읽은 적이 별로 없었다. 서가에서 시집을 빼들고 이리저리 페이지를 넘겨봐도 맘에 와닿는 시들은 한 시집에 한 두편... 그 때문에 시집을 살순 없었다. 변명같지만... 난 그랬다... 그렇게 살아왔었다.

시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시가 담겨 있는 책속으로 푹 담겨버릴만한 시집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미칠만큼 좋아하는 시들고 가득한 시집을 찾기보단, 도서관에서 시집들 속에서 찾아낸 시들을 내 노트에다 옮겨놓는 것이 훨씬 나은 편이었다. 나에게는.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 책. '처음처럼'은 내가 좋아하는 술처럼 진한 향기로 다가오는 책이었다. 시는 좋아하지만 좋은 시만 가려서 읽을수는 없었던 나에게, 그리고 이제는 시노트를 간수하는 것조차도 귀찮아진 무력한 생활인에게, 그러나 시적인 그리움에 대한 갈망이 전혀 없어진 것은 아닌 평범한 인간에게... 이 책은 톡 쏘는 술처럼 다가왔다.

"어느날 그게, 그게... 나를 찾아왔다..." 나는 이 책을 되풀이 읽으면서 그런 말을 되풀이 할것 같다. 게슴츠레 취한 눈으로 책의 페이지를 뒤져 오늘은 이 시를, 내일은 저 시를... 그렇게 내 고달픈 영혼에 안식과 위안을 주기에 알맞은 책을... 난 어느날 만났다... 그게 어느날 나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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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위대한 책벌레들 1 - 위인들의 숨겨진 독서 비법을 공개한다 세상을 바꾼 벌레들 3
김문태 지음, 이량덕 그림, 고정욱 기획 / 뜨인돌어린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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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학.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

갈수록 논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외워서 치는 시험보다는 논술이 아이들의 변별력을 가리는데 더 좋은 수다이라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100%동의 합니다. 논술을 준비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학원보다는 그저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란 주장에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내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네요.

이제 겨울방학이 되어 바쁜 아이들에게 독서를 시키기에 모처럼 좋은 시기를 맞았습니다. 아이들에게 항상 책읽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을 했지만, 내 어린 시절보다 아이들이 책을 더 열심히 읽지는 않는 것 같아서 좀 서운하기도하고, 사실 솔직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아이들에게 독서는 그저 좋은 지식을 얻는다는 것을 떠나서, 생존경쟁(대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것 같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독서를 강조하자니 독서는 또 하나의 공부가 되어 아이들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로 전락하고 말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 책이 재미있을 것 같아..." 라고 꾀어도 보고, 함께 서점에 데리고가서 자신들이 읽고 싶은 책을 고르게 해보기도 합니다. 열심히 읽는것 같아도 하룻밤만 지나고 나면 책은 던져놓고 다른 일에 더 매달리는 것이 속상합니다. "내 어릴적에는 책이 귀해서 빌려다 읽곤 했는데..."라고 푸념을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지요.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들이 책속의 1인칭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아이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책을요.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독서에 관한 책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만들어서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동안 흥미를 잃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속의 화자가 말을 거는 형식이지만, 여러사람들이 꼭같은 이야기를 하면 지루해지지 않도록, 다양한 구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위인전에서 읽었던 세종대왕이나 링컨, 나폴레옹같은 사람들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그 책들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왜 독서가 중요한 것인지를 이 책을 통해 체득할수 있습니다. 늘 잔소리를 늘어놓기 마련인 부모나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책 속에서 만나는 유명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우칠 수 있도록 고안된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얻은 독서에 대한 열의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수 없지만, 늘 듣던 잔소리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각인될 것을 기대해 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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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독재 - 강제와 동의의 사이에서
책세상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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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새로이 해석하기

'고독한 군중'은 오늘날의 사회에서 대중의 존재양식을 규정하는 상징으로 나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 책 '대중독제'는 무척 신날한 어조로 '고독한 군중'류의 대중에 대한 접근을 비판한다. 사람은 고독한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낭만적인 수사로만 그려지기에는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정히나 스탈린, 히틀러가 독재자라면, 그 독재자를 용인하고 지지한 사람들은 바로 대중이라는 주장이다. "그들이 총칼을 앞세운 무력으로 대중들을 강압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이 인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들에 대한 암묵적 지지를 정당화하기 위한 기억의 조작이다!" 저자는 그렇게 말하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을 정당화한다. 그런 심리기제가 있어야 삶이 고단하지가 않고 또 하루의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 그러나 편안한 삶과 올바른 삶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적인 성찰의 결과이다. 더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대중들의 요구가 바로 독재권력을 불러들인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독재자로 불리는 그들을 키워주고 그들에게 권력을 안겨준 사람들, 그 권력을 유지하게 암묵적인 지지를 보낸 사람들이 바로 대중들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박정히나 히틀러는 다 선거를 통해 정권을 차지한 사람들이다. 박정히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학했지만, 선거에 의해 그 쿠테타를 정당화하고 장기집권을 할 수가 있었다. 다른 독재자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거친다. 결국 대중들이 그들에게 권력을 준 것이다. 대중들은 그들을 싫어하고 도재자라고 부르지만, 선거때마다 그들에게 표를 몰아주는 것 역시 바로 그 대중들이라는 역설이 존재한다.

대중들은 자신도 모르게 안정을 찾는다. 그 안정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독재권력이다. 독재권력은 대중들의 의사에 반대하여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그 독재권력에 힘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대중들이다. 그래서 대중독재라는 단어가 성립되는 것이다. 저자는 얼마전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관 사업에 대한 공청회에서 수많은 연자들이 한결같이 반대의견을 밝혔지만 시민단체들은 반대운동을 벌이지 않았던 점을 지적한다.

대중들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를 이룩한 것에 대해 자축을 하지만, 그들의 내면 한편으로는 그 시절의 독재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중은 독재를 원한다는 명제를 아무곳에나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중은 다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치현실을 분석할때 대중독재라는 개념으로 볼때 비로소 이해되는 것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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