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이원재 지음 / 원앤원북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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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간지를 읽으면 온통 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뿐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그래 한국 경제는 문제가 정말 많구나..." 그런데 이 책은 반대로 말한다. "한국경제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하는 나에게 저자는 또 말한다. "나는 한국인들이 왜 그렇게 한국경제에 대해서 불안해 하는지 궁금하다는 외국인들의 질문에 답하느라고 바쁘다!" 이쯤되면 한국의 모든 사람이 걱정하는 한국경제에 대한 걱정이 세계의 모든 사람이 하는 걱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살며시 깃들이 시작한다.

"혹시 한국 경제에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제목처럼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정말 희망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왜 없어?" 저자는 미국에서 MBA과정을 밟으면서 한국경제가 무척 견실하고 성장괘도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인들이 한결같이 궁금해 하는 것이, 그 문제없는 한국경제를 왜 유독 한국인들만 걱정을 하는지를 알수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설명을 따르면 한국경제는 자잘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의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근본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경제에 대한 한국인들 스스로의 불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한다.

특히 이 책에서 내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한국인의 떼거리 근성, 혹은 얼리 어댑트로서의 속성이 좁은 내수시장을 극복하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출수 있는 근거가 된다'라는 뜻의 주장이다. 사실 세계무대에서 한국인의 인구는 큰 편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은 한가지 품목에 열광적으로 수요를 폭팔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적은 인구에 비해 많은 수요가 발생하고, 그곳에서 얻어지는 규모의 경재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우려는 한국사회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산층이 갈수록 줄어든다면... 그러면 바로 그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소비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잠재적인 한국경제의 진짜 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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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낙타와 성자
엘리아스 카네티 지음, 조원규 옮김 / 민음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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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인 산문이다. 영혼에 그윽한 울림을 주는 문장이다. 글을 읽으면서 산문이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수가 있을까. 그의 영혼이 어쩜 그렇게 세상이 가져다 주는 모습들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책을 천천히, 천천히 아끼면서 읽었었다.

무심코 스쳐 지나갈 수 있는 풍경, 아무렇지도 않은 흔한 풍경이 그의 논을 통해 그의 섬세한 영혼을 거치고그의 손으로 쓰여져 나오면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부드럽고도 아름다운 글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문인의 힘이 아닐까 한다. 우리와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는 힘을 가진 사람들...

문학책을 읽는데 별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내가 정말 오랜만에 읽은 아름다운 산문이었다. 모로코에 체류한 그 짧은 기간동안 그가 모로코의 풍경들에서 얻은 마음을 울림을 담은 글이다. 그의 글은 극히 짧은 시간동안 그의 곁은 스쳐간 체험에 대해. 혹은 그가 그냥 시장통을 걸어가면서 ?어본 풍경에 대해 아주 세밀한 묘사와 감정이입으로 그 풍경을 아주 극적인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모로코의 타큐멘타리를 보거나, 실제로 우리가 모로코를 여행한다고 해도 결코 느끼지 못했을수도 있는 그 미묘하고 섬세한 느낌을 느낄수 있도록 해준다. 풍경이 내면을 만나고, 그중 몇가지 측면들이 걸러지고, 그 걸러진 요소들이 내면에서 정련되고 증폭되고 이 책의 아름다운 글로 뽑아져 나오는 것이다.

이 책에 딴지를 걸수는 없지만, 책의 말미에서 나의 감탄에 약간의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사실 책의 처음부터 그런 느낌이 조금 있긴 했지만, 이 책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유미적인 취향의 책이라는 것이다. 즉 모로코를 철저히 타자화하고, 자신의 우월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맛을 떨어뜨린다. 자신의 도덕적 잣대로 음식점 주인을 비하시키면서, 자신은 남의 아내에게 욕심을 내는 모순도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어디까지나 문학일뿐이고, 한 이방인이 이방에서 느끼는 감성만으로 읽는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보기드물게 아름다운 산문이기도 하다. 특히 그가 '모로코의 언어를 배우면, 거리를 가득매운 낮선 이국의 소리들이 더 이상 소리가 아닌 언어로 들릴까봐' 모로코의 언어를 일부러 배우지 않았다는 대목은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나도 그처럼 오후내내 시장통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귀를 귀울이며, 그 낮선 뜻모를 소리들을 큰 소리로 따라 외쳐볼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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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비타민
한순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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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흥미로운 책이다. 세상의 현상들을 경제적인 시각으로 분석을 하니 말이다. 작년에 우리나라의 독서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쉬운 경제학 책인 괴짜경제학, 경제학콘서트의 중간쯤에 서 있는 책인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괴짜경제학과 비슷하게 현실문제를 경제학적인 입장에서 분석하면서, 괴짜경제학보다는 경제원리를 설명하는데 더 중점을 두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세상의 모든 현상은 경제적인 원칙이 적용된다. 경제적인 원칙이란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르게 적용될 수가 있을 것이다. 사람은 교환가치에 의해 의사를 결정하고, 그런 사람들의 의사결정이 결국인 사회적 현상이라는 트랜드로 현실화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교환가치는 각 사람에 따라서, 또 각 나라에 따라서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그런 결과로 스타벅스의 커피값이 우리나라에선 더 비싸지게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강남의 아파트값과 학군사이의 관계나, 먼 중앙아시아 국가의 운동화 정책에 관한 사례등 여러가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례들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 책은 우리의 당면과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풀어가는 것보다는, 사회의 여러가지 현상이 움직여가는 원리인 경제학적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도와주는 책이다.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니 참 많은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이렇게 하나씩 새로운 것을 깨달아 가는 것이 독서의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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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의학 - 의학 상식의 치명적 오류와 맹점을 고발한다
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 박은영 옮김, 허정 감수 / 열대림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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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과학은 불완전하다. 과학은 사물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 있는 것을 인간이 이해한 최전선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학은 그 자체가 부정확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기에 과학이 과학인 것이다. 과학은 자신을 딛고 전진해가는 그 과정에서 더 완벽함을 추구하고, 불완전함을 보완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욱 완벽한 과학이 되어가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뉴튼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듯이, 새로운 이론이 아인슈타인을 매장시키지 않는다. 과학은 거인의 어께위에서 더 나은 지평선을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자연과학을 이렇게 이해한다. 오늘날 우리는 정밀한 제어장치를 통해서 우주선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화성에 착률시키고 탐사로봇을 작동시키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놀라운 과학의 정밀함이 과학은 오류가 없는 것이라는 일종의 환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과학은 수많은 오류속에서 더 나은 완벽함을 추구해가는 과정이란 것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우리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과학의 업적속에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숨어 있다.

원자가 물질의 기본단위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원자가 그보다 더 적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그 작은 입자들은 또 더 작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병? 우리가 알아가는 것은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그 불완전함을 이식하는 과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는 더욱 정확한 학문을 이루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과학적 진리는 '잠정적'인 진리이다. 더 나은 결과가 증명되기 전까지는, 그때까지 밝혀진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잠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과학이다.

진화론에는 많은 허점들이 있다. 빅뱅이론에도 풀리지 않은 허점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진화의 과정을 재해석하고, 인플레이션이론을 빅뱅에 첨가하는 방식으로 단점들을 보완해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현재까지의 최선일 뿐이다. 조만간 더 나은 이론이 나올것이고, 조만간 인류는 더 큰 발전을 이룩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과학에 대한 신뢰이다. 과학에 대한 신뢰는 절대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더 나아질 것이라는 발전의 미래에 대한 신뢰인 것이다.

응용과학의 한분야인 의학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우리는 히포크라테스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안다. 오늘날의 의학은 어려운 수술을 이루어내는등 놀라운 외형적(외과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생명의 신비나, 의식이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 암이란 것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러나 그 분야에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생명의 근보을 모르지만, 인공수정이나 세포복제를 할 수 있다. 의식의 근본 원리는 모르지만, 인공지능을 만들어가고 있다. 암의 원리는 모르지만 경험적인(원시적인) 치료법으로 많은 경우에 암을  효과적으로 퇴치하기도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의학의 진보가 있을 것이고, 앞으로 더 나은 의료지식이 보급될 것이다. 어쩌면 오늘날 인구에 회자되는 절대적으로 맞다고 생각되는 의학적 지식이 완전히 바뀌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새로운 과학적 발전이 있을때까지는 현대의 의학이 이루어낸 발전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면서 더 나은 근거를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보다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오늘날의 의학이 미처 이루어내지 못한 문제때문에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이미 밝혀져 있는 의학적 지식이 충분히 제대로 전해지지 못해서 건강을 잃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런 전달 과정에서의 과학적 힘의 상실은 의사들 집단 내부에서 이루어질수도 있고, 의사와 환자들 사이의 전달과정에서 개인적인 혹은 의료체계적인 문제점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 오늘날 의료정보를 공급하는 주요한 루트중 하나인 메스미디어에 의해 잘못 전해질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 전해진 의학이라는 학문이 이루어낸  지식의 최선선이, 다른 지식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는 경우이다. 내일의 일기예보를 기상대가 정학히 예보하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러나 기상대의 예보가 정확하지 않다고, 점짐에서 내일의 기상을 묻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다. 그러나 의학에 관해서는 이와같은 일들이 수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신의 건강이라는 큰 문제가 달린 사안에 의학이 명학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혼란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이루어 낸 과학의 최선선에 충실하는 것이, 내일 더 나은 과학적 결과가 나타나기 이전까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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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시대, 영화와 역사를 중매하다 - 역사 이야기 지식전람회 8
김기봉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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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역사다." 이 말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우리는 역사책을 통해서 역사를 배운다. 역사책에 쓰여있는 역사를 배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의 조선시대가 어땟는지를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 조선시대가 남긴 기록들과 유물들을 통해서 그 시대를 추측하고 재구성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역사이다.

역사에 기록이 없는 부분. 기록과 기록사이의 공백. 그것은 유추에 의해서. 그렇듯한 상상력에 의해서 메꾸어 갈 수 밖에 없다. 더 나은 유추가 나타나기 까지,  유추를 뒤집어 엎을 새로운 역사적인 증거가 나타날 때 까지... 그래서 과거는 과거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고 인식하는가에 따라서 다른 모양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매트릭스란 개념이 다소 거친 표현인것 같으면서도 받아들일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무리 잘 정리된 어제의 신문도 어제가 실제로 존재했던 모습을 재구성하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의 재해석에는 항상 일정부분의 허구가 들어간다. 때로는 그 허구가 과거를 더 생생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허구에 의해 과거가 왜곡되기도 한다.

사극. 역사적 실재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영화는 바로 역사를 재해석하는 영화이다. "역사와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모든 역사는 팩션이다."라고 하는 명제가 성립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는 바로 허구이다. 그리고 허구는 일정부분 사실이다. 영화를 통해 과거를 재해석하고 재해석된 과거는 그 영화를 통해 새로운 과거로 자리를 잡는다. 다모와 왕의남자가 있기전의 역사와 그 이후의 역사는 느낌이 다를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영화를 본다. 영화는 단순한 오락의 대상이라는 일반적인 관념속에 숨어있는 역사로서의 영화를 발견해 내는 것이 이 책의 훌륭함이다. 그래서 우리가 영화를 대할때. 영화에 대한 담론을 대할때 영화는 과거를 빌려오지만, 영화를 통해서 과거가 재창조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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