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바꾼 여행
안동수 지음 / 북스(VOOXS)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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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PD인 저자가 촬영팀들과 함께 남미를 누빈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맛깔스러운 글들과 함께 멋진 사진들을 만날수 있다. 이제 남미는 더 이상 먼 나라는 아니지만, 아직도 남미에 관한 정보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남미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하던 여러가지 장소들에 관한 이야기와 다른 책들에서 만나기 어려운 체험에 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다큐방송 제작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기에, 한 개인의 여행기에서 만나기 어려운 풍광들을 많이 만날수 있다.

리오데자네이로에서는 도시의 경관을 내려다 보는 높은 언덕에 대한 이야기가 멋있다.007영화등을 통해 잘 알려진 팔을 벌린 거대한 예수상이 있는 언덕 말이다. 다른 기행문들에서는 그곳을 올려다 보았는데, 이 책은 그곳에서 내려다 보는 브라질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최남단에서는 빙하를 만나는 이야기와 마젤란 팽귄과 조우하는 모습을 만날 수도 있다.

다큐멘터리 촬영에 어울리게 그 나라의 음식들을 먹는 장면, 영화 미션을 통해 잘 알려진 이과수 폭포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바라본 멋진 풍경도 다양한 구도의 사진으로 접할수 있다. 짧게 다루어 졌지만 이 책에 실린 파라과이에 대한 이야기도 좋다. 우리 교민이 많이 사는 나라임에도 파라과이에 관한 이야기는 아마 우리나라에 아마도 처음 소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미의 사막에서 샌드보드(모래위에서 스노우 보드를 타는 것)에 도전하는 모험담도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고, 이미 여러번 소개되었지만 페루의 고산지대의 티티카카 호수에서 물위에 떠 있는 짚으로 만든 섬을 방문하는 것도 재미있다. 남미의 여러나라의 재미있는 풍경들을 한 권의 책에서 갈라 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더 나은 책이 나올때까지 남미를 책으로 체험하기에 좋은 정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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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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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몸속을 스치는 곳이다. 머리를 차갑게 하는 한기가, 영혼마저 얼려버릴듯이 맹렬하게 불어댈것 같은 곳. 그런데 그곳에서 아르다움을 건져 올리는 사내가 있었다. 일본사람이다. 10대때부터 차가운 바람과 얼음의 땅을 동경해오던 그는 40대에 이 세상을 떠났다. 바람같이 왔다가 그렇게 떠나가버린 사람이다.

뒤에 남은 우리는 그가 남긴 글과 그가 남긴 사진을 본다. 떠나간 사람의 영혼을 스쳐간 바람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의 눈동자에 무엇을 담았는지, 차가운 바람속에서 그는 무엇을 호흡했는지, 그가 남긴 체온의 온기는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읽을 수 있다. 그가 남긴 얼음의 땅 알래스카는 바람이 불어가는 곳이긴 하나 차가운 곳은 아니었다.

먼 곳. 아득한 곳. 미지의 땅. 그런곳으로 남아있던 그 전설같은 땅을 그는 우리에게 가까이 당겨주었다. 자신이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삶. 자신을 스쳐간 바람같은 사람들의 바람같은 이야기를 통해서. 그리고 자신이 그 속에서 알래스카의 한 부분이 되어서 살아가던 그리운 그곳의 풍경들을 담은 사진을 통해서.

사진은 사진을 찍는 사람을 담는다고 한다.  사방 눈에 보이는 수많은 것들 중에서 사진에 담기는 것은 작가의 마음에 가장 잘 와 닿는 모습일 것이다.  눈길위를 작가 자신이 걸어오면서 남긴 발자국이기도 할 것이고, 그가 들여마셨다가 토해낸 이산화탄소가 함유된 공기이기도 할 것이다. 그를 살갑게 반겨준 한 아주머니의 포근한 미소일 수도 있다.

그는 아름다움만을 본 것은 아니었다.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아르다운 곳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사는 여느곳처럼 그곳에도 가슴 아픈 사연들이 있었고, 아무리 아름다움에 동화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의 마음속에도 순간적으로 타오르는 정염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그에게 스쳐간 것들을 담았고, 그렇게 그는 그곳을 스쳐가는 바람처럼, 스치고... 그리고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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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한 동아시아 공동체 만들기
김기봉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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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좋은 책을 만나 그 책에 푹빠져서 새로운 사유의 세계를 즐길수 있다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지적 즐거움을 주는 일이다. 이 책 '동아시아공동체만들기'는 그런 즐거움을 준 책이다.

이 책은 동아시아가 서로를 인정하고, 동아시아 담론을 통해 새로운 아시아주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위해 미국의 역활을 강조하는 기존의 시각은 필연적으로 중국과 일본,미국연합과의 긴장을 만들어 내기에 불필요한 파열음만을 만들어 낼 뿐이라는 것이 이 책이 가진 기본적인 시각이다.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생각의 변화는 탈민족주의이다. 오늘날 동북아에는 점점 민족주의의 물결이 높아져 가고 있다. 우리들 자신도 일본에 대한 민족주의적 감정의 분출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동아시아의 미래를 생각할 때 민족주의라는 것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수가 없게 된다.

민족주의를 고양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정말 어려운 일은 조그만 불씨에도 쉽게 타오를 수 있는 민족주의라는 인화성이 강한 이슈를 이성적인 노력으로 피해가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서는 우리들의 민족감정에 불을 지피는 것이 애국애족의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민족주의는 결국 일본이나 중국내부의 민족주의에도 불을 지피는 것이기에 실리를 취할수 있는 방법이 아니란 것을 금새 느낄수가 있다.

이제는 감성적인 유혹에 빠지기 보다는 보다 이성적으로 싫든 좋은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웃들과의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이 더 냉철한 판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양세력인 미국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수 있겠지만, 점점 아시아의 힘이 더욱 강해지는 오늘날의 세력에서 아시아 역내에서의 공동의 번영을 강구해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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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안데르센 걸작그림책 1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지음, 키릴 첼루슈킨 그림, 김서정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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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이라는 드라마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안드레센의 동화라는데 난 눈의 여왕이라는 이름 자체를 들은 기억이 없다. 나름대로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는 오만이 가져온 결과인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력이 줄어들어서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책 하나쯤은 아껴두고 있다가 뒤늦게 천천히 음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읽은 책을 다시 대하면서 마치 처음 읽는 듯한 긴장감을 느끼는 것도 ‚I찮을 것같다.

아이들에게 읽힐 요령으로 산 책을 내가 재미있어서 쭉 읽어버렸다. 아이들에게 읽히기 전에 내용을 파악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림이 많은 책이라 금새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천천히 읽게 되었다. 신비로운 그림이 주는 매력이 글들을 하나하나 새겨가며 읽게 만들었기 때문인가 보다. 책의 스토리는 별반 새로운 것은 없다. 좋은 책들에서 늘 반복되기 마련인 '헌신과 그에 따른 구속의 해제'라는 이야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그 소재의 특이성이다. 북유럽 특유의 이미지인 차가운 눈과 얼음이 이 차가운 겨울에 읽는 이 책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책에 가득한 이국적인 아름다움에 넘치는 그림들을 대하면서, 책의 색다른 소재를 읽다보면 독자들은 어디론가 먼 환상의 나라로 가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나는 내 아이에게 그런 매력적인 느낌을 선사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면서 아이들에게 이 책을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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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굴레를 벗고 자주의 새 역사를 여는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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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인물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차베스이다. 악의 축에 끼지는 않았지만, 그가 세상을 어지럽히는 정도는 악의 축에 포함된 국가들 보다 덜 한것 같지는 않다. 다만 그가 우리에게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북한이나 중동이 아니라, 우리와는 별 관계가 없는 라틴 아메리카의 대통령이라는 것 때문에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을 뿐이다.
 
차베스가 하고 있는 일은 실로 엄청나다.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국가인 쿠바의 카스트로를 공공연히 찬양하고, 쿠바에 싼 가력으로 석유를 제공한다. 뿐만아니라 각종 국제 회의에서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과감함을 보인다. 심지어 부시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회의에서도 그의 발언은 거침이 없다고 한다. 그는 미국의 비정부기구를 통해서 미국의 빈민들에도 싼 가격으로 석유를 공급한다. 미국의 자손심을 건드리는 행동이 아닐수 없다. 게다가 미국을 포함한 다국적 기업의 석유시설을 국유화하고, 세금을 인상하고, 석유생산에 관한 로열티를 인상했다.
 
그런데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처럼 베네수엘라를 공격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군사적인 부담때문이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군가력은 이라크에 비할바가 못된다. 이 책에 그 규모가 정확하게 나오진 않지만, 행간의 의미로 추정해보면 병력이 수만을 넘지 못하는 것 같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튀는 행보를 참아내는 것은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그는 군인출신이다. 군인의 신분으로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감옥에 구금되었던 인물이다. 사면으로 풀려난 그는 정치활동을 벌인다. 그리고 대통령선거에서 앞도적인 표차로 당선된다. 물론 그가 얻은 압도적인 표는 반대 진영의 선거보이콧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에는 그를 지지하고 응호하는 수많은 빈민층의 지지자들이 있는 반면에, 그의 노선을 반대하고 아예 선거자체를 보이콧 하는 절반에 가까운 반대자들이 있다. 이 책에서 기득권자라고 표현되는 그들의 힘은 예상외로 강하다.
 
국영석유회사를 국유화하는 가운데 수개월간 계속된 총파업과 거리를 가득메운 거대한 인파의 모습을 우리는 국내에도 방영된 뉴스를 통해서 접한 적이 있다. 그 거대한 인파는 친 차베스 시위대뿐 아니라, 반 차베스 시위대의 숫자가 엄청난 것을 보여준다. 통상적으로 보수파의 시위에 강제적으로 동원하지 않고서는 많은 인원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베네수엘라 내에는 그에 대한 반대파들의 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실제로 쿠데타 세력에 의해 권력을 찬탈당하고 살해당할 위기에 처했었다. 그를 지지하는 시위대와, 군부내에 그를 지지하는 세력의 노력에 의해 극적으로 다시 권좌에 복귀한 그는 군대를 그가 시도하는 볼리바리안 개혁의 중추적인 세력으로 놓고 있는 것 같다. 그 자신이 군인 출신으로 쿠데타를 시도한바가 있으며, 그가 권력을 잡는데 가장 큰 역활을 한 것도 '의식화된' 군인들이었다. 그가 군생활을 하면서 군부내에 광범위한 친 차베스 개혁파를 심어놓은 때문이다.
 
군인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 그가 추진하는 볼리바리안 혁명은 신자유주의 개혁에 의해 늘어난 빈민들을 구제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석유회사를 국유화하고, OPEC와 함께 석유가를 높이는데 성공한 그는 그곳에서 나오는 막대한 재원을 빈민들을 구제하는데 사용한다. 학교와 병원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빈민들을 위해 생필품을 반값에 파는 가게들을 만들었다. 이러한 그의 정책은 강력한 친 차베스 세력을 만드는 한편, 그의 반대파들로 부터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이 책은 차베스를 보는 그러한 양면의 시각중에서 철저하게 친 차베스적인 관점에서 쓰여졌다. 그래서 약간의 논리적 비약이 보인다. 선거를 보이콧하던 그가 대선에 참여하게 된 과정과 선거에 당선되도록 선거운동을 한 과정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그가 빈민을 구제하는 볼리바리안 개혁을 추진하면서, 베네수엘라의 경제전반에 관해서는 어떤 정책을 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다. 그저 차베스가 가져온 변화의 긍정적인 면만으로 책을 가득채우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무척 반가웠고, 또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든다. 라틴아메리카는 그 면적과 나라의 수 뿐만이 아니라, 21 세기의 중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너무나 적어 불만스러웠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연구한 결과물이 책을 한권만들 정도가 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수가 없다. 이 책을 바탕으로 더 나은 연구물들이 나올것을 기대한다. 무척이나 고무적이고 흥미로운 독서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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