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합본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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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고 싶다고요?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보세요. 물론 손에 수건을 들고 있어야 합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와있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무슨 책이냐고요? 이 책에 나오는 책이랍니다.

왠 은하수 여행? 이렇게 묻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답해야 합니다. 빨리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세요. 빨리요. 잠시라도 늦어면 큰일 납니다. 왜? 은하수 외곽순환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 지구가 철저당할 위험에 처해있걸랑요. 벌써 3년전에 이웃 태양계의 지하실에 계시를 해놓았는데 아직도 못보셨나요? 지금쯤 도곤족의 철거 우주선이 태양계로 들어오고 있을지도 모르니 서두르세요...

기발한 아이디어. 끊임없는 상상력. 그런것들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가를 시험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책을 보아야 한다. 우울증에 걸린 로봇, 사람을 웃기는 것이 소임인 우주 대통령. 수수께끼로 사람을 골탕먹이는 컴퓨터... 이런 것들이 우리를 즐겁게 할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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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5 -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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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정복과 지배, 영토의 확장. 로마사에서 이토록 영광스러운 부분은 없었다. 긴 세월동안 긴 영토를 지배해 온 제국. 로마의 영광의 시기를 구현한 사람이 바로 율리우스 카이사르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 두번째 책은 그가 이룬 승리의 기록에 대한 찬가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이책에서 그려지는 카이사르의 모습은 매력적이다. 1권에서 보여지는 방탕한 카이사르는 간곳이 없고, 영민함과 영웅적인 기질로 가득찬 영웅 카이사르의 모습이 보인다. 전술의 대가, 카리스만의 소유자, 적의 마음을 정복하는자. 로마의 미래를 내다보는자. 그리고 스스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는 자. 그것이 바로 멋인 영웅 카이사르의 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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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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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가 가장 훌륭한 로마인이라고 할수는 없다. 특히 이례적으로 두권으로 이루어진 로마인이야기중 카이사르에 대한 이야기의 첫권은 카이사르의 방탕했던 젊은 시절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비록 천재적인 잠재력을 가졌던 외로운 낭인이라고 할수는 있어도, 결고 성실하거나 영웅적인 면모를 가졌다고 볼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기회가 왔을때 그 기회를 잡았고, 그 기회를 통해 자신의 속에 잠재되어 있던 능력을 폭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결국 가장 유명한 로마인이 되었다. 가장 착한 로마인은 아닐지라도, 어쩌면 가장 멋지고, 가장 현명한 로마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성실하고 착한 사람을 칭찬한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카이사르 같은 사람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동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성실한 사람들보다는 방탕하고 제멋대로였던 카이사르에게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고 있는지도, 그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을 반영한 거울같은 것인지도. 오늘날 카이사르가 영웅의 모습으로 있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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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1
제라르 모르디야 지음, 정혜용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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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람이 죽었다. 세사람 모두 고용인이었다. 한 사람은 국가에 고용된 사람. 나머지는 망한 기업에 고용된 사람. 아무도 그들의 죽음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죽음에 눈을 감았다. 그들이 죽음을 향한 그 길고 긴 계단을 한걸음씩 걸어가는 동안,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았다.

아니다. 어쩌면 그들의 죽음은 대단치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나타난 고통. 그들이 부닥쳐야 했던 아픔. 그들을 마침내 죽음으로까지 내 몰았던 그 모든 일들은 그저 하찮은 것들이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그런 일들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기에. 그들의 죽음은 그저 일상적인 것일 뿐이기에...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1.2권을 합쳐 무려 10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그럼 그런 쓸데없는 내용들을 담았을 뿐이란 말인가. 그저 흔하디 흔한 일상을 담았을 뿐이란 말인가? 아니다. 이 책은 바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부딪히는 아픔에 대해서 표현하고 있다. 지극히 덤덤하고 무뚝뚝한 필치로. 그러나 그 속에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삶이 과장되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강한 책이다.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경제원리는 보편적이다. 마치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신자유주의적인 경제가 강요하는 것에 더 잘 순응하는 것만이 우리가 택해야할 가장 탁월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그것에 적응할 생각을 하지 않고 반발하는 사람은 대체가능한, 더 정확히 말하자면 쓸모가 없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그들이 아프다면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아픔을 선택한 게으른 사람으로 여겨진다.

이 책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사람들이다. 성장하고 사랑하고, 일하고, 휴식하고... 조그만 지방마을에서 대를 이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공장이 있기에 그들이 삶을 살고, 그들이 있기에 마을이 번창하고 경제가 움직인다. 책은 바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소소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그저 평범하고,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그 사람들.

그들에게 닥쳐오는 재앙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의해 경쟁력이 없어진 공장의 폐쇄이다. 공장 자체가 경쟁력을 잃은 것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적 시각에서 볼때 경쟁력이 없어진 것이다. 브랜드가 팔리고, 공장의 특허권이 팔리고, 이제 남은 것은 구식기계와 가격이 없는 공장부지 그리고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공장이 그렇게 이사람 저사람의 손으로 넘거가는 과정에서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해고를 당한다. 그들 귀중한 사람의 아버지와 어머니, 귀중한 사람의 아들과 딸들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때 가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경제원리는 사람의 삶을 보지 않는다. 그 사람이  베트남의 노동자와 비교해서 얼마나 낮은 임금에 동일한 가치를 생산해내는가만 본다.

공장이 옮겨가면서 사람들의 가치는 더욱 줄어들고, 마침내 공장은 아무도 소유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결국 노동자들은 빈공장만을 지키는 내팽겨쳐지는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들의 절규, 내 팽겨진 자들의 절규는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들은 대체가능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극단적인 존재의 외침은 폭력적인 대응을 맞게 된다. 아픔을 겪는 사라들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효율적인 진압뿐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더 많은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해서 노동의 유연성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결국 우리가 오늘날 흔히 부딛치는 바로 그 일들이다. 늘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일들. 그러나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일. 그러나 그들 한사람 한사람은 아름다운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결코 대체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대체가능한 존재로 만든 사회에 던지는 하나의 가슴 아픈 도전장. 혹은 시퍼렇게 날이 선 생에 대한 아름답지만 허무한 연가. 아름답지만 지독하게 가슴 아픈 서사시.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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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충돌
새뮤얼 헌팅턴 지음, 이희재 옮김 / 김영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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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출간된지 10년도 더 된 책에서 오늘을 설명하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슬람에 대해. 세계화에 대해. 미국의 위치에 대해 수많은 책들이 œR아져 나왔다. 그러나 나는 뒤늦게 읽은 이 책에서 이미 10년도 전에 지금의 현실을 놀랄만하게 정확하게 예언한 책을 발견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놀라움. 그럴것이다. 바로 그 단어가 이 책에 대한 설명에 적합한 단어일 것이다. 10년이나 전에 쓰여졌기에 사소한 디테일에선 오늘날의 현실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 책이 말한 거의 모든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일상을 설명한 것이다. 9.11이 생기기도 전에, 2차 걸프전이 벌어지기도 전에, 프랑스의 이주민 폭동이 발생하기도 전에... 이 책은 그런 일들의 원인에 대해 이미 다 설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헌팅턴이 후꾸야마에게 가려져 있었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뛰어난 혜안의 소지자가, 역사의 종언이라는 꿈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휘광에 밀렸는지... 우리는 너무 낙관적인 것에만 몰두한 것은 아닌지. 소위 민주진영의 승리에 너무 도취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대가의 책을 접하는 기분은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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