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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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이 책의 서문이다. 이 책의 서문은 다른 모든 책들의 서문들보다 더 강력하고 효율적이다. 이 책의 서문은 이 책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요약하거나, 이 책에 대해서 이해를 돕도록 설명하는 글이 아니다. 이 책의 서문은 바로 이 책에서 가장 웃기는 부분이다.

나는 솔직히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폭소를 서너번은 터트렸다. 나같이 무뚝뚝한 사람들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아동의 장난스러움을 어쩌면 그렇게 잘 찾아내는지, 근엄한 표정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 내가 아이들이 만화를 보며 키득거리듯이 그렇게 키득거리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서문에 나오는 내용처럼 당시 영국의 라디오 방송에서 엄청나게 폭팔적인 인기를 얻었는가보다. 그래서 라디오 방송용 대본으로 기획된 이 책의 내용은 방대한 은하수 만큼이나 불어나게 되었고, 차원을 달리하려 책으로 또 영화로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 서문의 내용이다.

그러나 그 서문을 서술하는 문장의 특이성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만나본 책들중 가장 특이하다. 바로 그 파격과 끊임없이 œR아져 나오는 기발한 발상의 연속은 책을 읽는 사람을 꼼짝없이 묶어두는 마력을 가졌다. 읽고나면 남는 것이 없는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태초에 빅뱅이 있었다면. 이 넓고 광할한 우주에는 적막과 고요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잠자고 있는 위트와 웃음과 허무맹랑한 인생의 추억이 가득하다는 것을 웃음으로 보여주는 책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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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행복한 오기사의 스페인 체류기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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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은 새로운 시도를 한 책들이 많이 나온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 문화계에도 소위 포스트모던 바람이 부는 것이다. 글로 내면을 표현하던 출판계가 글의 한계에서 글과 그림, 글과 사진의 결함을 시도한 책들이 유난히 많았었다. 많은 사진과 적은 글. 오늘날의 세태와 감수성을 반영하듯, 그런 책이 많았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유난히 좋은 책들도 많았다.

나는 세권을 꼽고 싶다.

1. 그림보여주는 손까락

2.비정규아티스트의 홀로그림

3. 바로 이책.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위에 적은 각각의 책들은 각각의 감수성과 미학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시도들이다. 굳이 특징을 정하라면 그림이 등장하거나 글로 표현하기 힘든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들이 보였다고 할 수 있겠다. 마치 20세기 미술계에서 추상표현주의가 했던 것과 같은 정도의 일 말이다. 책의 형태가 아닌 정도는 아니어서, 책을 부정하진 않지만, 책이란 유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표현의 새로움과 강렬함을 추구한 책들... 나는 그렇게 정의해보고 싶다.

오기사. 독특한 캐릭터의 이 주인공은 외롭다. 쓸쓸하고, 약간 고독해 보인다. 반면 경제적으로 상당히 여유로워보인다. 그리고 시간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에 ?기는 삶을 살아가는 오늘. 나는 외롭다... 나는 고독하다... 고 중얼거리면서 생활을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복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게다가 멋진 그림(일러스터)을 그릴줄 아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다. 아마도 그 재주가 그를 여유롭게 할 것이다.

이 책은 한 감수성이 스페인이라는 한 대상을 만나서 교감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책이다. 스토리는 있되 없고, 교훈도 있되 없다. 즉 이 책은 순수하게 이미지와 감성만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림이라고 하기엔 책같고, 책이라고 하기엔 그림같은 책이다. 무용공연이 그 비언어적인 공연을 설명하기 위해 팜플렛에 가득히 언어를 채우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선 그림과 글이 서로 반복하지 않고 상호침투한다. 그래서 그림으로 보여지는 글이기도 하고, 글로 읽혀지는 그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성공적이다. 다 읽고 나면 무엇을 읽었는지 잘 모르지만, 가슴속에는 무엇이 남는다. 바로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감성의 체험이다. 이 책은 그래서 좋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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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무사도 - 개정판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8
니토베 이나조 지음, 양경미.권만규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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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영화를 보았다. 한중일 합작인 그 영화는 중국의 유명감독이 지휘를 맡았다. 명색은 한중일 합작이지만, 영화의 대상과 내용, 그리고 정신은 중국의 것이다. 그래서 그 영화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배우와 자본을 빌려왔을뿐, 철저히 중국적인 중국영화이다.

그 영화를 보면서 예술적인 완성도와 깊은 철학적 내용에 감동을 했다. 또 할리우드에 못지 않은 거대한 스펙트클과 정교한 화면묘사에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예전의 전쟁은 정말 저런 식으로 치뤄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몇가지 말로 형언할 수 없지만 가슴에 남는 무엇이 있었다.

몇주가 지나고 나자 그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달을 수가 있었다. 내 가슴속에 강한 충격을 주었지만, 이것이 무엇인지 잘 알수 없었던 그것음 바로 '과거의 재창조'였다. 영화는 허구이다. 그 영화는 일정정도 사실에 기반을 둔 영화이다. 그리고 일정정도 허구로 재가공을 한 영화이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내가 느꼇던 것처럼, 과거에는 정말 저랬겠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 실제로 과거에 그러지 않았을 것을 그랬다고 믿도록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대장금이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대장금이다. 그러나 타국의 비판적 지식인의 눈에는 대장금이 한국의 음식문화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장금에 나오는 배우들이 입는 복식도 실제로 그 당시의 궁중나인들이 그런 비단옷을 입었을까하는 의문을 나게 한다. 그러나 드라마는 아름답고,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대장금은 우리의 과거를 그렇게 아름답게 만든다. 내가 처음에 소개한 중국영화가 중국을 더 긴 역사와, 깊은 사상을 가진 멋진 나라로 만들어 가듯이...

모든 문화는 자신의 과거를 개선시킨다. 과거는 역사이기도 하지만 또한 현재의 반영이기도 하다. 일본인에게는 자신들의 경제적 자부심을 정당화하고, 경제적 능력에 맞는 미학적 우수성을 나타내는 표상이 필요하다. 전쟁으로 점철되었던 그네들의 역사에서 오늘날의 세계에 긍정적인 모습을 이끌어내어야 한다. 그래서 채택된 것이 무사도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소외되었던 무사계급. 그러나 이제 그들은 근대화를 달성한 일본의 역사적 자긍심을 위해 다시 역사의 전면에 나서야 할 소명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아름답고 멋지고 우아하게 만들어진 무사도라는 작품이다. 실제했던 사무라이 세계를 각색하여 아름답게 만든, 그래서 큰 감동을 주지만, 동시에 그 감동에 묻은 독도 같이 삼키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현대일본이 생산해 낸 가장 큰 문화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이 책의 성격을 알았으니, 이 책의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떠할까. 일본인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고 싶어하는지를 역탐색 해볼수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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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흑백사진을 잘 만드는 비결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그래피 필드 가이드 6
리처드 올세니우스 글.사진, 강병기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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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가지 내용의 합작이다. 우선은 흑백사진에 관한 것이고, 하나는 디지털 암실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작가이다. 그래서 엄청난 기기들을 사는 것이 결국은 경제적인 이득이 된다고 설파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장비들의 가격은 적어도 수백만원대이다. 수천만원대의 장비들도 많다. 그러한 투자가 결국은 이익이 될 것이다. 물론 그와 같은 유명세를 가진 전문작가들에게만.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대다수의 독자들의 관심은 전반부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후반부는 그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러나 작가가 소개하는 전반부의 흑백사진의 세계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이 세상에는 두가지 시각이 있다. 흑백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컬러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흑백은 컬러가 가지는 복잡함 때문에 분산될 수 있는 우리의 시각을 단순함으로 집중시키기에 보다 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인간은 컬러보다는 흑백으로 세상을 보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사물을 바라볼때 그 사물을 인지하는 방법은 그 촛점에만 집중하기 ‹š문이다. 바로 그 촛점을 강조하는 화면구성 방법이 흑백의 세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형태는 다르지만 정신적으로는 인간의 시각을 보다 충실하게 구현하는 것이 흑백인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책의 여기저기에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아주 매력적인 흑백사진들을 소개한다. 빛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러한 다양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방법과, 무엇보다도 사진을 대하는 장인정신과 노력, 피사체와의 깊은 교감을 강조하는 글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사진의 기술만 강조하던 책을 보다가, 오랜만에 사진의 정신을 이야기하는 책을 만난 기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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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통화전쟁
하마다 가즈유키 지음, 곽해선 옮김 / 작가정신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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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우리는 그것에 목숨을 걸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도 경험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한 나라에서 환율이 가지는 의미는 엄청난 것이다. IMF사태이후 우리가 급격히 경제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구조조정으로 인해 강해진 기업체질보다는 환율의 덕택이 크다. 그리고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원고에 따른 위기는 우리가 아직도 강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웅변한다. 살인적일 정도로 급격한 원고라고 하지만, 지금의 달러화 대 원화의 환율은 아직도 IMF사태 전보다 낮은 편이다.

우리는 많은 달러를 갖고 있다고 외환보유고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것이 큰 안전막이 될수는 없다. 우선의 단기적인 핫머니의 공세를 피하기 위한 방어막은 되겠지만, 결국 과다한 달러보유는 우리 경제의 짐이될 수 있다. 그동안 국민의 피와땀을 모아서 수출해 벌은 달러는, 달러화의 가치변동에 따라 금새 반토막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달러화를 유로나 다른 화폐로 바꿀 필요를 느끼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달러의 덫에 걸려 있기 ‹š문이다. 우리는 달러화의 가치하락에 따른 자산평가 가치감소를 막기 위해 달러를 팔아야 할 필요가 있지만, 달러를 팔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바로 그 순간 달러화가 폭락하면서 우리가 가진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책은 환율이 결정되는 과정이 경제적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이 플라자 합의에 의해 살인적이라 할만한 급격한 엔고를 겪어야 했던 것은 결국 일본의 정치적 힘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한나라의 경제능력은 그 나라의 국력을 좌우하는 것이지만, 일본같이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보유한 나라도, 1등국의 의도에 의해 순식간에 경제상황이 좌지우지 되는 것을 보면, 한나라의 힘은 순전한 경제력만은 아니다. 정치력, 군사력, 경제력, 그리고 그것을 운영하는 소프트 파워의 합이 바로 환율이라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그러나 잘 공론화되지 않는, 신문 지면에 등장하지 않지만, 그러나 매우 중요한 문제. 우리가 봉착한 당면과제이면서, 우리가 주요변인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문제인 환율에 관한 매우 깊은 탐색을 담은 책이다. 우리의 통화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소극적 대응을 하며 막대한 국부를 소비하고 있는 동안, 우리의 주변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통해 우리의 국부를 빼내가는 노력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 이 책은 그래서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크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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