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믿음의 글들 240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강유나 옮김 / 홍성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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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연대기를 읽으면서 느꼈던 것이다. 이 책은 성경의 메타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구나... 사자의 대속과 부활. 새로운 천지의 창조. 얼음마녀에게 부여된 권한. 그리고 어린이들이 세상을 구원하는 것. 사자와 동물과 만물이 어울리는 세상. 마지막 장면에서의 넓디 넓은 벌판과 에덴동산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낙원.

이 책을 보면서 나니아 연대기를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사유를 가진 작가라는 것을 절감한다. 단순히 신에 대한 맹종과 추종이라는 단선적인 플롯이 아니라, 운명에 대한 도전과 신에 대한 날카로운 힐난과 질문. 그리고 그에 대한 반성과 내면에서 일어나는 울림의 미세한 변화들. 그런것들이 아주 과감하고 또한 섬세하게 다루어진 명작이다.

대부분의 기독교 문학의 특징은 참을수 없는 단순함에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실존적 아픔에 몸부림치며 반항하고 항거하며 저항하는 인간의 질문속에서 신이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는데서 그 독창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울림이 매우 강하고 깊다... 깊다... 그래서 세상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신에 대해서... 깊이... 깊이... 사색하게 하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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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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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니 의미를 무겁고 가벼움을 따지기에 앞서 존재라는 것이 의미가 있기는 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존재라는 것, 아니면 삶이라고 불리우는 것의 질감은 어떤 것일까. 옷감을 만져보듯이 삶의 결에 얼굴을 맞대고 부벼보면 어떤 느낌이 느껴지는 것일까. 삶이란 거친것일까, 투박한 것일까, 보드라운 것일까. 콕콕 찌르는 가시들 사이로 부드러운 살결이 숨어있는 그런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바람에 쉽게 날려가는 비닐처럼 가벼운 것이 존재라고? 그러면 존재는 가벼운 것일까. 아니면 그렇게 가볍게 취급되는 존재이지만, 모든 존재에게는 이 세상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버틸만한 권리와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러면 그렇게 가볍게 취급당하는 존재들의 존재방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할 것인가. 도데체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리고 그 존재를 담고 있는 이 세상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그 세상과 그안에 잉태되어 있는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시리도록 아픈 존재의  통증은 어떻게 어루만져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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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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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라는 것은 말 그대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뜻인가보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리뷰의 어원을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책을 리뷰하는 책이고,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선을 달리 생각해 보는 책이다. 결국 이 책은 책을 리뷰하되, 책을 리뷰하는 과정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 하는 책인 것이다.

이 책은 신선하다. 무척 독특한 시도이다. 하긴 이 책의 저자인 고추장이 '추장'노릇을 하는 '수유..."라는 특이하지만, 독특한 느낌의 연구공동체 자체가  그 이름만큼이나 신선하고 독특한 시도이다. 그러니 저자는 자신을 스스로 추장이라고 부를만큼 자유로운 사유의 지평을 펼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추장은 우리들에게 세상을 이렇게 볼 수도 있지 않는가라며 세상을 달리 보는 시각을 제공한다.

그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세상에 대해 그의 방식으로 사유하고, 같은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험은 무척  즐겁다. 무척 대담한 지적인 도전인 동시에, 세상과 삶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기도 하다. 과문한 탓인지 나는 인문학의 본질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란 것에 대한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인식과 새로운 삶에 대한 모색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올바르게 살아가고, 세상이 세상으로서 바로 설수 있는 것을 모색하는 모든 행위가 인문학적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을 보는 시각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같은 느낌이 문득들었다. 나만 그런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대한 궁금증으로 대하는 책들에도 동어반복적인 비슷한 말들이 제각기 어법과 톤과 무늬를 달리한 채, 이 책 그리고 저 책에 겹치기 출현을 하는 것을 보는 것이 막 지루해지기 시작한 참이었다. 그럴때 마주친 이 책은 역시 독서란 것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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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고병권이 쓴 '민주주의'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5-25 14:58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묻는 책들이 태풍처럼 출판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에, 뒤를 이어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다시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병권이 몰고 올 바람은 일시적으로 불고 지나갈 바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되돌아올 바람이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사상 지형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열을 내는 이...
 
 
 
어린이의 미래를 여는 역사 1 - 근대화의 물결 만화로 보는 한중일 공동 역사 교과서 1
김한조 글.그림,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감수 / 한겨레아이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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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려운 일이 이루어졌다. 한중일 3국의 역사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가장 민감한 부분인 근현대에 대한 한중일 공동의 역사책이 편찬되게 된 것이다. 서로 역사상의 문제로 인간 감정적 대립을 가지고 있고, 현실적으로 영토분쟁등으로 알력을 빗고 있는 한중일 3국의 첨예한 이해관계 때문에 공동의 역사서술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끈질기게 그 문제를 가지고 노력한 역사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이 결국 그 어려운 일들을 해내고 만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 노력의 산물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노력의 산물로 이렇게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역사. 즉 미래를 위한 역사책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동북아 3개국간의 긴밀한 협조가 더욱 필요하고 중요해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녀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사실 한중일 3개국의 정부간 입장은 경직될 수 밖에 없다. 군사력을 키워가야 한다는 내부적 목표, 3국간에 아직도 남아있는 영토분쟁의 불씨. 그리고 아직도 과거의 역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실권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내부의 역학관계들이 그렇다. 서로 변하고 있는 경제관계가 한중일 3개국 사이의 질서 또한 변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기에 한동안은 불편한 관계가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순수한 학문으로 역사를 대하는 학자들과, 양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려 노력하는 시민단체들의 열정과 노력이 이번 쾌거를 이룬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이 책은 단지 책일 뿐이지만, 밀접한 상호관계를 가지고 있는 동북아의 삼국이 서로 협력하며 공동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일깨워준 쾌거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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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존스 1
헨리 필딩 지음, 류경희 옮김 / 삼우반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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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권. 합쳐서 총 1400페이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소설이다. 무려 200여년 전에 쓰여 졌기에 고어식으로 쓰여진 문체는 예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솔직히 책을 읽는데 적지 않은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했었다. 이 책은 최초의 근대적 소설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가 읽는 맛깔스러운 문체와는 거리가 멀다. 200여년의 세월. 이런 느낌은 바로 그 길고 긴 시간의 길이가 말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긴 분량과, 읽기에 거슬리는 문장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이 이 책을 그토록 격찬하는 것일 것이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문체 때문에 약간의 고생을 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책의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그러한 문체는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이윽고 그런 문체가 오히려 이 책을 다른 책들과 구별되게 만드는 맛깔스러운 요소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 책은 근본적으로 사랑에 관한 책이다. 운명적인 사랑. 그러니까 이 책은 사랑과 운명에 대한 책이다. 태어날 때부터 아픔을 지니고 태어난 주인공은 그 지역 대지주의 도움으로 비극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그러나 운명이 그렇게 행복으로만 그를 감싼다면 이 책은 밋밋한 책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한 여인을 둘러싼 신분이 다른 두 남자 사이의 갈등은 결국은 파국으로 치닫고 만다.


이 책은 처음 시작은 느린 템포로 시작된다. 장황하게 상황설명을 하는 고어체의 문장으로 느릿하게 진해되는 전반부는 결국은 매력적인 후반부를 위한 상황의 설정이다. 그리고 후반부도 다가가면,  책의 목차에서 볼 수 있듯이 1년, 몇 개월 단위의 사건이, 몇 주, 몇 일 단위로, 그리고 몇 시간 단위로 숨가쁘게 이어져간다. 아예 목차가 순전히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을 나타내는 문장으로만 이어져 있다.


후반부에 압축적으로 이어지는 숨 막히는 극적 진행의 마지막 순간에 여러 가지 사건들이 생기고, 또 여러 가지 진실들이 밝혀진다. 다소 지루한 전반부의 서론이 깔아놓았던 복선들이 하나씩 형태를 드러내며 그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서사적 드라마의 결말로 이어진다.


결코 만만치 않은 분량. 쉽게 읽히지 않는 문장. 그러나 그런 초반부의 선입견을 극복하고 나면, 이 책은 오늘날의 책들과는 사뭇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책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느린 호흡으로 한번쯤 읽어볼 만한 좋은 책이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이렇게 기대하지 않은 매력을 발견하는 것에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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