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일 경제 어떻게 구할 수 있는가
한스 베르너 진 지음, 이헌대.조윤수.최경인 옮김 / 까치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독일 경제를 철저하게 경제적인 분석에 의해서 쓰여진 것이다. 경제에 관한 분석이니까 경제학적 시각으로 쓰여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경제문제란 순수한 경제적 논리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경제란 그 사회의 인구와 문화, 우선순위, 자원과 재화의 배분, 국민적 뜻의 경집등의 총체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독일은 세계의 추세를 흥미있게 관찰하는 사람들에게 무척 관심있는 나라이다. 독일은 세계에서 최초로 사회주의 정당이 선거로 집권한 나라이고, 최근까지도 사회주의 정당들이 우위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은 자본주의 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나라이면서도 미국과는 다른 사회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공산권 국가들이 무너진 후 공산주의는 이제 종언을 고했다. 그러나 공산권의 붕괴가 바로 사회주의적인 이념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구소련으로 대변되는 공산주의 실험은 사회주의적 전통의 일부의 실험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와는 전혀 다른 유로사회주의의 이상은 여전히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때 제 3의 길이라는 것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영국은 토니 블레어 총리의 집권 동안 그에 걸었던 기대를 허망하게 만들었다. 이제 기대를 걸 사회주의적 이상의 실험대상은 독일이었다. 독일은 자본주의 국가이지만, 오랜 사회주의 정당의 집권 경험을 가지고 있는 복지 국가이기 때문이다. 스웨덴등 비슷한 경로를 겪는 국가들은 국가의 규모가 적기에 좋은 사회적 실험의 대상으로 여길 수가 없기에 독일에 거는 기대는 더 컸었다.
그래서 그런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오던 독일의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현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에서 더 이상 사회주의적 요소의 경제가 굳건히 버티기가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특히 이 책은 지금 독일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동독을 흡수한 후유증 때문이 아니라, 독일 경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오히려 구동독지역마저 어려움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하기에 더욱 암울하다.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독일식 경제제도의 내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주장이 다 맞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들이 상당히 근거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에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복지와 안정을 추구하며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모댈보다는, 효율과 경쟁력을 앞세우는 경제 패러다임이 지배적 rule 을 형성하는 오늘날에 더 이상 안전한 구석은 없다는 뜻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대하는 내 가슴이 이렇게 아픈 것인가 보다. 이 책의 주장이 옳다면 이제는 새로운 경제적 대안모델을 구축하기를 모색하기 보다는 신자유주의적 모델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에, 마지막 남아 있던 희망이 사라지는 아픔을 느끼게 되기 때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