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운명 - 사이버펑크에서 철학으로
이정우 지음 / 한길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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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영화들이 있다. 이 책의 표지에 나오는 사진인 바이센테니얼 맨 같은 영화들 말이다. 공각기동대를 처음보았을때 느꼈던 그 충격. 만화. 로봇. 그리고 그들이 처절하게 묻는 의문. 생명이란 은 도대체 무엇이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책은 영화속에 등장하는 그런 철학적인 것을 묻는 책이다. 비주얼 시대. 독서인구는 줄고, 영화관람객의 수는 폭팔적으로 늘어간다. 이 시대에는 담론도 영화같은 비주얼 매체를 통해서 형성될 수 있다. 블레이드 러너가 던진 그 강하고 독한 질문. 도대체 인간이란 것은 무엇인가. 인간성은 무엇이고 기계성은 무엇인가... A.I,아이로봇을 통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가장 극적인 것은 바로 매트릭스이다. 철학자뿐 아니라 신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일어지기도 했던 매트릭스. 그 영화를 여러번 다시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 선택. 의지. 그리고 운명... 그런 것들에 대한 질문을 찬찬히 ?어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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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 자연의 재발명 동문선 문예신서 199
다나 J. 해러웨이 지음, 민경숙 옮김 / 동문선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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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쿤/포퍼 논쟁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제목처럼 쿤과 포퍼 사이의 논쟁과, 그 논점의 차이를 둘러싼 과학진보의 이론에 대한 학계의 서로 다른 의견을 정리하는 책이었다. 저자는 중립을 지키기 보다는, 살짝 포퍼의 손을 들어준것 같은 책이었다. 나는 쿤의 이론이 더 마음에 들었다. 쿤은 과학은 철저한 실증적인 검증에 의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인 패러다임의 기초위에 축적되고, 그 패러다임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축적될때 다음 패러다임으로 넘어간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접하면서 바로 그 책이 생각이 났다. 이 책은 우리가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는 과학이 사실은 그 사회의 문화적 가치를 내재화하여 일종의 이데올로기적인 기능을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면역체계에 대한 개념도 실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보다는, 현실사회에서 일어나는 인간과 인간과의 투쟁을 정당화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등의 설명들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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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에버 - 만만해서 즐거운 뮤지컬 이야기
이보연 지음 / 루비박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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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성숙해서일까. 아니면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중에도 쓸데는 과감하게 돈을 사용하는 문화적 풍조 때문일까. 요즘 뮤지컬이 엄청난 붐을 이루고 있다. 상당히 비싼 입장료를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I찮은 뮤지컬이 상영된다고 하면 시작도 되기 전에 표가 반 이상 파려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더 많은 뮤지컬들이 만들어지고, 그 많은 뮤지컬을 상영할 공연장이 없어서 뮤지컬 대관경쟁이 벌어진단다. 그래서 대관료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덩달아서 뮤지컬 표값이 더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 정도면 정말 뮤지컬 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뮤지컬이 소개된 지는 20년도 넘었다. 내가 처음 ‘아가씨와 건달들’이라는 뮤지컬을 본 것이 이미 20년도 더 된 일이다. 그때도 난 좌석이 없어서 입석으로 서서 보아야 했었다. 그토록 장기 공연된 작품이건만 공연시작시간이 다되어 찾아간 나를 서서 보도록 만든 고약한 뮤지컬. 그러나 워낙 재미있었기에 서서보는 것이 피곤하지 않았다. 단순히 젊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공연은 참 재미있었고 나름대로 매우 감격적이었다. 그때 그 공연의 티켓을 나는 지금도 내 파일에 간직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내가 본 공연 중 마음에 드는 것의 티켓을 파일에 담아서 보관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중요한 공연들의 티켓이 주로 그 속에 들어간다.


좋은 공연은 팍팍한 삶을 견디고 살아갈 이유를 준다. 한번씩 마음이 울적할 때 그 파일을 펴놓으면 내 가슴을 울리고 지나간 감동들이 하나씩 고물고물 되살아난다. 그래서 나는 그 작품들과 교감하고, 그 작품들이 준 열정과 흥분 감동들은 내 삶에도 다시 열정과 흥분과 감동을 주어 또 하루를 살아갈 원동력이 되곤 한다.


사랑하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은 더 많이 알고 싶어진다. 나는 작년에도 4-5개의 뮤지컬을 보았었다. 유명세를 날리는 뮤지컬과 좀 덜 유명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흥미롭게 본 뮤지컬 작품들이 있다. 사람이 와인에 맛을 들이면 그 와인에 대해 궁금해진다. 품종과 그 품종과 원산지, 빈티지의 특성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든다. 뮤지컬을 좋아하게 되면 뮤지컬이란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진다. 그래서 국내에 뮤지컬에 대한 책들이 가끔 출간된다. 나처럼 책 좋아하고 뮤지컬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그 중에서도 이 책 ‘뮤지컬 포에버’는 단연 으뜸으로 꼽을만한 뮤지컬 안내서이다. 우선 책이 앙증맞다. 부피는 만만치가 않는데, 책의 판형은 작다. 그러니 우선 부담이 없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부담스러우면 읽는 맛이 줄어든다. 그런데 이 책은 만만치 않은 부피의 내용을 책의 크기를 작게 하고, 구성을 아기자기 하게 해서 부담을 줄였다. 다양하게 들어있는 화려한 뮤지컬 공연실황과 배우들의 사진으로 책을 읽는 매력을 더 했다.


이 책은 뮤지컬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을 담고 있다. 다른 책들처럼 뮤지컬의 역사나 유명뮤지컬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설적인 뮤지컬에 대한 간단한 소개에서 시작해서, 실제로 뮤지컬을 제작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바로 넘어간다. 읽는 사람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다음은 국내 뮤지컬 스타들에 대한 프로필들을 소개한다. 열연하는 장면을 크로즈업 한 멋진 포트레이트와 함께 뮤지컬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세계의 유명뮤지컬 작품들에 대한 상세한 작품소개와 해설이 들어있다. 뮤지컬을 더 잘 이해하고 가까이 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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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백개사전 영어백과사전 - 아인슈타인 성공노하우에 따른
이미도 지음 / 물고기도서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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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방학 때 ‘웃지마. 나 영어책이야’가 아동용 영어책 중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어휘를 늘릴 수 있게 한 것이 인기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바로 나 자신도 그 때문에 그 책 1.2권을 모두 아이들에게 사주었고, 아이들도 내 기대 이상으로 그 책을 재미있게, 그리고 여러번 읽는 것을 보았었다.


쉽고 재미있게 공부하는 것. 어른들을 위해서도 그런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해보았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책이 있었다! 바로 이 책. ‘영어 백개 사전, 영어 백과 사전’이 바로 그런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바로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면서, 그 사이사이에 어휘며 문장들을 집어넣어 부담감없이 영어를 익히도록 구성한 책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익힐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난 저자는 영어와 우리말을 기막히게 잘 구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영화번역가로 유명세를 날리고 있는가보다. 최근에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들 중 상당수가 그의 번역을 거친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야 알았다. 그러고 보니 최근 영화들의 자막이 눈에 띄게 의역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난다. 때로는 그때그때 유행하는 유행어까지 자막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사전적 영어가 아니라, 생활에서 사용하는 어감을 잘 잡아냄으로써 자막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감각을 최대한 잘 살리는 방편인 것이다.


그런 감각은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래서 이 책은 영화에 나오는 단어들을 단순하게 한글과 병치시켜 영어에 익숙하게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말을 한국말로 번역하면 이렇게 되는 줄은 미쳐 몰랐죠?”라는 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서는 이 책의 문장들은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은 그래서 읽는 맛이 좋고 꼭꼭 씹어먹는 재미가 있다. 그냥 쓱 읽어보고 마는 책이 아니라, 때로는 키득거리면서, 때로는 깊이 음미를 하면서 읽는다. 그런데도 페이지가 쑥쑥 넘어간다. 한번 손에 잡으면 내려놓기가 힘들다. 정말 공부란 생각이 들지 않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된 책이다. 무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툼한 책이 부담감으로 보다는 즐거움으로 느껴지는 이유이다.


저자는 이 세상의 좋고 유익하고 재미있는 영화들 중에서 딱 100개의 영화만을 골랐다. 그리고 100개의 영화에 나름대로 한가지씩의 키워드를 부여했다. 그리고 그 영화를 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영화 번역이 아니라 영화감상에 대해서야 이 책의 저자보다 고수인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 영화번역 전문가는 그런 일반적인 영화감상자들의 감정이 개입할 틈을 주지 않는다. 보통사람들이 잘 모르고 넘어가는 부분을 잡아서 통쾌한 느낌과 함께 영어단어, 영어문장을 안겨준다. 그래서 이 책 2권은 언제쯤 나오나?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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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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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님의 글은 따스하다. 외국에서 오래 공부하고 돌아온 사랍답지 않게 우리말 구사가 아주 뛰어나다. 전혀 기교를 부리지 않는 문장에서 학자의 인자한 따스함과 함께 학자의 올곧은 정신이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안다. 이런 글이 정말 잘 적는 글이다. 그런데 그 부드럽고 온화한 글에 실려 있는 책의 내용은 무척 깊다.


이 책은 TV방영 원고를 토대로 책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TV방영원고는 평소의 대학 강의 내용을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그가 대학에서 강의 하는 내용을 알 수가 있는 셈이다. 동물행동학 개론에 대한 강의인 셈이다. 우리에게 이름이 생소한 동물행동학은 사실은 외국에선 많이 발달해 있는 학문이란다. 여러 학문이 융합하는 현 세계의 조류에 맞게 진화한 학문인 셈이다.


우리는 동물행동을 연구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 동물들은 인간보다 이 세상에 먼저 출현하여 더 오랫동안 진화를 거듭한 인간의 진화적 스승이기 때문이다. 동물행동학의 연구를 통해서 동물들은 환경과 조화롭게 지내기 위해 어떠한 진화적 방법들을 터득했는지를 알아서 우리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삼을 수 있다. 실제로 인류가 이룩한 과학적 성취의 많은 부분은 동물들의 생태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많다. 최근에는 휴대폰 회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동물행동학을 전공하는 사람들과의 브래인스토밍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최재천 님은 얼마 전에 유명한 책 ‘통섭’을 번역하기도 했다. 통섭은 그의 스승인 윌슨의 저서이다. 사회생물학을 주창하면서 인간이 이룩한 모든 학문은 결국은 생물학으로 귀결된다는 놀라운 주장을 했다. 인간은 틀림없이 하나의 생물종이다. 그런 생물로서의 인간이 이룩한 모든 것. 학문, 문화, 기술... 은 결국은 인간이라는 생물이 행하는 행동의 결과와 축적으로 생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은 모든 자연과학이 생물학적으로 재통합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영향을 받은 이 책은 생물학을 말하면서도 인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고, 인간의 생물적인 것을 이야기 하면서도 인간의 삶의 모든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동물과 세상과 인간을 보는 시선이 무척이나 신선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스한 느낌이 느껴진다. 자칫 딱딱하기 쉬운 진화니, 유전자니, 생물실험 같은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가슴에 훈훈한 느낌이 일어나게 만드는 책이다.


그는 바이오필리아라는 말을 사용한다.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라는 뜻이다. 그는 이 책에서 반복해서 말한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생물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그리고 생물을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시선과 감정이 나에게도 전염되어 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동물행동학이란 병에 전염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동안 심한 열병을 앓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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