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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에버 - 만만해서 즐거운 뮤지컬 이야기
이보연 지음 / 루비박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사회가 성숙해서일까. 아니면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중에도 쓸데는 과감하게 돈을 사용하는 문화적 풍조 때문일까. 요즘 뮤지컬이 엄청난 붐을 이루고 있다. 상당히 비싼 입장료를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I찮은 뮤지컬이 상영된다고 하면 시작도 되기 전에 표가 반 이상 파려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더 많은 뮤지컬들이 만들어지고, 그 많은 뮤지컬을 상영할 공연장이 없어서 뮤지컬 대관경쟁이 벌어진단다. 그래서 대관료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덩달아서 뮤지컬 표값이 더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 정도면 정말 뮤지컬 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뮤지컬이 소개된 지는 20년도 넘었다. 내가 처음 ‘아가씨와 건달들’이라는 뮤지컬을 본 것이 이미 20년도 더 된 일이다. 그때도 난 좌석이 없어서 입석으로 서서 보아야 했었다. 그토록 장기 공연된 작품이건만 공연시작시간이 다되어 찾아간 나를 서서 보도록 만든 고약한 뮤지컬. 그러나 워낙 재미있었기에 서서보는 것이 피곤하지 않았다. 단순히 젊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공연은 참 재미있었고 나름대로 매우 감격적이었다. 그때 그 공연의 티켓을 나는 지금도 내 파일에 간직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내가 본 공연 중 마음에 드는 것의 티켓을 파일에 담아서 보관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중요한 공연들의 티켓이 주로 그 속에 들어간다.
좋은 공연은 팍팍한 삶을 견디고 살아갈 이유를 준다. 한번씩 마음이 울적할 때 그 파일을 펴놓으면 내 가슴을 울리고 지나간 감동들이 하나씩 고물고물 되살아난다. 그래서 나는 그 작품들과 교감하고, 그 작품들이 준 열정과 흥분 감동들은 내 삶에도 다시 열정과 흥분과 감동을 주어 또 하루를 살아갈 원동력이 되곤 한다.
사랑하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은 더 많이 알고 싶어진다. 나는 작년에도 4-5개의 뮤지컬을 보았었다. 유명세를 날리는 뮤지컬과 좀 덜 유명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흥미롭게 본 뮤지컬 작품들이 있다. 사람이 와인에 맛을 들이면 그 와인에 대해 궁금해진다. 품종과 그 품종과 원산지, 빈티지의 특성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든다. 뮤지컬을 좋아하게 되면 뮤지컬이란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진다. 그래서 국내에 뮤지컬에 대한 책들이 가끔 출간된다. 나처럼 책 좋아하고 뮤지컬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그 중에서도 이 책 ‘뮤지컬 포에버’는 단연 으뜸으로 꼽을만한 뮤지컬 안내서이다. 우선 책이 앙증맞다. 부피는 만만치가 않는데, 책의 판형은 작다. 그러니 우선 부담이 없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부담스러우면 읽는 맛이 줄어든다. 그런데 이 책은 만만치 않은 부피의 내용을 책의 크기를 작게 하고, 구성을 아기자기 하게 해서 부담을 줄였다. 다양하게 들어있는 화려한 뮤지컬 공연실황과 배우들의 사진으로 책을 읽는 매력을 더 했다.
이 책은 뮤지컬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을 담고 있다. 다른 책들처럼 뮤지컬의 역사나 유명뮤지컬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설적인 뮤지컬에 대한 간단한 소개에서 시작해서, 실제로 뮤지컬을 제작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바로 넘어간다. 읽는 사람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다음은 국내 뮤지컬 스타들에 대한 프로필들을 소개한다. 열연하는 장면을 크로즈업 한 멋진 포트레이트와 함께 뮤지컬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세계의 유명뮤지컬 작품들에 대한 상세한 작품소개와 해설이 들어있다. 뮤지컬을 더 잘 이해하고 가까이 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