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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s 런던놀이
배두나 지음 / 테이스트팩토리(Yellowmedia(옐로우미디어))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영화배우 배두나가 책을 냈다. 연예인이 펴낸 책. 그것도 사진에 관한 책. 그럴 때 머리에 떠오르는 어떤 고정관념이 있다면 버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책은 그런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영화배우가 아니라 자유롭고 싶은 인간, 그리고 진정으로 사진과 삶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사진놀이 만이 있기 때문이다.
두나는 자신이 말하는 ‘런던놀이’를 이렇게 정의한다. “런던놀이란 런던을 놀이터로 삼아 즐겁게 노는 것을 의미한다. 런던의 유명한 명소를 찾아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처음 가보는 도시지만 마치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것처럼, 그저 런던을 즐기고 소비하는 것, 그리고 런던의 사람처럼 한동안 살아보는 것”이란다. 책에서 문장을 베낀 것이 아니라 내용이 틀릴 수 있겠지만, 내가 이해한 배두나의 ‘놀이개념’은 그런 것이었다.
한 도시를 대상으로 놀이를 한다는 것은 참 신선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톡톡 튀는 억눌리지 않은 젊음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은 책의 여기저기에서 가득히 만날 수 있다. 아직은 젊은 청춘들이 그러하듯이 그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화배우로서의 예쁜 모습이 아니다. 자신의 자아를 확인하고 싶은 초상화로서의 모습이다. 그래서 책의 여기저기에는 다양한 셀프카메라가 등장한다.
그녀는 런던을 떠나기 전에 한 나무 밑에 자신을 찍은 셀프카메라 필름을 뭍고 왔다. 아무도 보지 않겠지만 자신의 모습을 런던에 영원히 남기겠다는 것이다. 소녀다운 감성이다. 그런 감성은 이 책 속에 가득하다. 런던을 대하는 이방인의 시선은 또한 소녀의 시선이기도 하다. 그런 때 묻지 않은 시선이 이끄는 사진들과 글들을 통해, 책을 읽는 우리도 런던을 다른 모습으로 볼 수가 있다.
그녀가 런던을 보는 시각으로 나도 런던을 보고, 그녀가 런던을 걷는 느낌으로 나도 런던을 걸어본다. 그리고 그녀의 젊음이 런던과 만나며 속삭이는 그 속삭임대로 나도 그렇게 속삭여 본다. 참으로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다.
사족이지만 배두나씨는 사진을 참 잘 찍는다. 책의 말미에 담긴 그녀가 소장한 케메라들을 보면 입어 벌어진다. 각 카메라의 특성과 성능에 대한 평도 재미있다. 그녀가 찍은 사진들의 많은 것들은 어떤 카메라로 찍었는지가 작은 글씨로 붙어 있다. 각 카메라의 특성을 이해하기에 좋다. 그리고 도시의 사진을 이런 식으로도 찍을 수 있구나... 하는 느낌도 많은 배움이 되었다. 나같은 카메라 초보에겐 큰 도움이 되는 사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