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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여름 -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ㅣ 아무튼 시리즈 30
김신회 지음 / 제철소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김신회 작가의 [아무튼, 여름 -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를 읽었다. 아무튼 시리즈 30번째 책이다. 이전 작품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읽고 보노보노 만화책도 몇 권 봤던 기억이 난다. 보노보노가 해달이라는 동물이고 해달은 평소에 조개를 품고 다니는데, 만일 낯선 대상을 만나게 되면 조개를 내어주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소중한 것을 주니 자신을 해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내용이 기억난다. 왠지 모르게 해달의 습성이 보노보노라는 만화의 캐릭터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아무튼’은 무작정 여름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저자의 강렬한 애정이 물씬 풍겨 나온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읽는 동안 몇 번이 큭큭 웃음이 터져 눈을 들어 남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마스크를 썼으니 망정이지, 중년의 남자가 작은 문고본을 들고 혼자 킥킥거리는 모습은 조금 괴상히 보이지 않았을까? 방송작가를 10년 동안 해서 그런지 저자는 뭔가 빵 터지는 포인트를 잘 아는 것 같고, 그걸 글로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내용을 옮기고 싶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에서 갑자기 터지는 내용인지라 부분적으로 보여줄 수 가 없는게 아쉽다.
나에게 있어서 예전에 여름은 그냥 좀 부담스러운 계절이었다. 아무래도 덥다보니 옷차림은 간소해질 수 밖에 없기에 빈약한 나의 몸을 받쳐 줄 옷을 고르는게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름만 아니면 긴옷과 자켓 등으로 대충 커버칠 수 있을텐데, 여름엔 그럴 수 없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니 왜 그렇게 말랐어? 아니 남자가 팔뚝이 그렇게 얇아서야 어쩌나? 팔과 손을 감춰버릴 수 도 없고. 하도 많이 듣다보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경지에 이르긴 했지만 어릴때는 좀 많이 듣기 싫었다. 그래서 여러 번 나도 muscolso 한 삶을 살고 싶다고 푸념하곤 했었는데 ㅋㅋ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까 계절의 이름이 사람 이름으로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도 주인공의 이름이 ‘한여름’이었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장겨울’이 나온다. 그래서 겨울과 정원 커플을 응원하며 겨울의 별명은 ‘윈터가든’이 되어버리고.
“슬픔은 대출금 같은 것이다. 애써 모른 척, 괜찮은 척해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꾸 외면하거나 도망치기만 하면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저 실컷 슬퍼하는 것으로 착실히 상환해나갈수밖에 없다.(85)”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 그게 사람을 살게 하는 것 같아.> 며칠 전에 친언니가 이런 말을 했다.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 같다고. 타인과 주고받는 애정도, 직업적인 성취도, 누군가를 도와주며 느끼는 만족감도 결국 다 ‘나는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실감을 위한 것 같다는 언니의 말을 한동안 곱씹게 됐다.(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