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과 열심 - 나를 지키는 글쓰기
김신회 지음 / 민음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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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작가의 [심심과 열심]을 읽었다. 최근에 [아무튼 여름]을 잼나게 읽었는데, 이렇게 빨리 또 다른 책에서 만나게 되니 작가의 성실함이 느껴진다. 부제가 ‘나를 지키는 글쓰기’라고 붙인 것으로 보아, 그리고 본문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김신회 작가는 정말로 글쓰기를 사랑하는 것 같다. 특히나 마지막 부분에서 글쓰기를 통해서 누군가를 위로하고 그의 눈물을 닦아주고 또 작가의 글을 읽은 독자들이 작가의 눈물을 보듬어 준다는 내용이 담긴 ‘우리는 서로 때문에 운다’는 무척 감동적이었다. 13년동안 에세이스트로서 부단히 노력해온 혼자만의 투쟁과도 같은 시간들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는 듯하다. 10년 이상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해 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그 열매로 세상에 나온 책을 통해 나 또한 이렇게 하루를 마감하게 되니 그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본문에 나오는 것처럼 글쓰기는 좀처럼 쉽지가 않다. 

나 또한 오랜시간 글을 써왔기에 그 고충은 충분히 공감된다. 특히나 전업작가로서 마감을 지키는 일은 곧 생계와도 직결된다고 생각하니,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아왔을 것임에도 작가 홀로 지켜낸 시간들 덕분에 나와 같은 독자들은 오늘도 기쁘고 만족스럽게 하루를 마감할 수 있다. 김신회 작가는 초등학교 6학년 때에 제출한 작문 숙제에 담임 선생님이 ‘넌 작가가 될 거야.’라는 코멘트를 달아주신 것을 보고 뛸듯이 기뻤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 대학마다 본고사를 따로 보는 전형이 생겨 본수업 외에 따로 특별반이 운영되었다. 본고사는 주로 국영수 위주였고 특히 국어 과목은 문학작품에 대한 독후감을 쓰는 게 중요했다. 당시 매주 선생님이 내주는 단편문학을 읽고 한 장짜리 독후감을 써야 했다. 독후감을 쓰는 것은 귀찮은 일이었지만, 단편문학을 읽는 것은 입시에 찌든 고등학생에게 샘물과도 같은 기쁨을 주었다. 당시 그 특별반에 나보다 공부 잘하는 녀석들이 상당히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써온 독후감을 한 번씩 발표하자고 하면 대부분 독후감을 써오지 못해서 나 혼자 발표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얼마 후 국어과목을 맡았던 담임 선생님은 나를 부르시던니, 나중에 글쓰는 사람을 해보는게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다. 김신회 작가는 어릴 때 그 말을 들어서인지 지금 전업작가가 되었고 베스트셀러도 출판했지만, 나는 이렇게 지금도 독후감을 쓰고 있다. 

전업작가가 되지 못한 대신에 거의 매일 독자들과의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매일 준비한 강론을 신자들에게 언제나 생방으로 들려주는 몫을 맡게 되었으니 어쩌면 그때 선생님의 말씀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나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 일을 해나가기 위해 김신회 작가의 조언들을 귀담아 들어야겠다. 

“글 쓰는 데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체력이다. 체력이 끈기고 곧 재능이다. 글 잘 쓰는 사람은 원래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래 버티고 많이 쓰는 사람이 곧 잘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해가 갈수록 실감한다. 글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쓰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들이 그렇게 운동을 하는 걸까.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는데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다 쓰고 나면 달린다는 그의 생활은 이미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어서 ‘달리기=하루키’라는 비공식적인 공식이 있을 정도다. 소설가 김연수 역시 매일 달리기를 하고 있다고 하고, 내가 사랑하는 소설가 기쿠다 미쓰요도 몇 년 전부터 마라톤에 빠져 오직 달리기 위해 해외 원정까지 떠난다고 한다. 작가들만의 체력 관리법을 접할 때마다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잘 쓰는 사람들도 이 정돈데 나는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어?’ 하고 주먹을 쥐지만 그렇게 쥔 주먹은 매번 금세 풀린다.(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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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클래식 수업 4 - 헨델, 멈출 수 없는 노래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4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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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기 교수의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4]를 읽었다. 이번 호는 ‘헨델, 멈출 수 없는 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흔히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별칭한다면,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라 불러왔다. 이렇게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칭한데에는 당연히 위대한 음악적 과업을 남겼기에 가능하겠지만, 바흐와 헨델은 둘 다 지금의 독일 지역에서 같은 해에 태어났고 심지어 고향도 그리 멀지 않았다. 하지만 바흐가 고향 주위의 곳에만 한 평생 머물며 활동하고 수많은 자식들을 낳고 후학 양성에 힘썼다면, 헨델은 고향을 떠나 이탈리아, 영국, 아일랜드에 머물며 생전에 이미 유명한 작곡가였다. 헨델은 바흐와 반대로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었으며 제자 양성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흐와 헨델은 노년에 똑같이 안과 질환으로 앞을 보지 못하게 되는데, 둘 다 똑같은 돌팔이 의사에게 치료를 받다가 실명하게 된다. 

헨델의 수많은 오페라 곡 중에 그래도 많이 들어본 것은 ‘리날도’였다. 1995년 개봉한 영화 ‘파리넬리’를 통해서 처음 듣게 된 ‘리날도’의 삽입곡 ‘울게하소서’는 소프라노와는 다른 소년 시절 거세한 후 성인으로 자란 카스트라토만의 특징을 그려내고 있다. “카스트라토는 일단 남성의 몸이라 폐활량 자체가 좋아요. 길게 음을 낼 수 있는데다 성량도 큰데, 음역대는 여성이에요. 게다가 완전히 여성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는 묘한 소년의 음색은 소프라노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에 있었죠.(123)” 영화 ‘파리넬리’를 본 날은 추석 연휴를 마치고 학교로 다시 등원하는 날이었다. 짧은 휴가를 마치고 들어가는 날 선배들과 함께 서울까지 가서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뭔가 맘에 들지 않았는데, 듣보잡 영화라니 심드렁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에 대한 그리고 당시 카스트라토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노래 잘하는 어린이들이 울음을 터트리며 거세당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최고가 되기 위해 자연적인 생식과정조차 포기해버린 파리넬리는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게 되지만, 사랑하는 여인과 하나가 될 수 없는 인간적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못내 안타깝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헨델의 아버지는 63살에 헨델을 낳은 외과의사이자 이발사였다고 한다. “과거 유럽에서 이발사는 보통 외과 의사 역할까지 했거든요.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이발소 앞에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흰색 띠가 돌아가는 삼색 등이 꼭 달려 있었죠. 이발소를 상징하는 이 삼색등은 이발사가 외과의사를 겸했던 역사의 흔적이에요. 빨간색이 동맥을, 파란색이 정맥을, 흰색은 붕대를 의미한대요. 흰색의 경우, 신경을 상징한다는 주장도 있지만요. 이발사와 의사가 모드 흰 가운을 입는 것도 이들이 같은 직업에서 갈라졌기 때문입니다.(65)”

말년의 헨델은 오라토리오에 집중하며 어쩌면 헨델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메시아’를 작곡한다. 할렐루야가 수없이 반복되는 합창곡이 들어간 ‘메시아’는 아마도 전세계 사람들을 모두 헨델이 팬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곡이 아닐까 싶다. 
“다시 만나요, 꿈에서도 그리고 꿈보다 행복한 현실에도 
예술가라면 궁핍한 생활과 무너지는 마음을 견디며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고 여기는 편견이 간과하는 것은 
예술 그 자체가 얼마나 현실을 꿈보다 아름답게 만들어주는지가 아닐까. 
몇백 년 동안 뭇사람들의 입을 타고 계속 불리는 헨델의 노래는 
단단히 뻗은 뿌리를 타고 올라 믿음을 지탱해주는 기둥을 키우고
햇살을 머금는 가지와 잎을 피우게끔 모두를 응원한다.(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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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4분 33초 - 제6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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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4분 33초 - 제6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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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수 작가의 [당신의 4분 33초]를 읽었다. 제목에 왜 ‘4분 33초’가 붙었을까 궁금했다. 어떤 노래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무엇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일까? 아니면 인간의 신체기관 중 작동하는 중요한 시간을 나타내는 것일까? 이야기의 서두에 ‘존 케이지’라는 실존 인물의 짤막한 묘사가 나온다. 쇤베르크의 제자로 20세기 전위예술 분야의 뛰어난 인물로 우리나라의 유명한 전위예술가 백남준 님도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작품 중에 ‘4분 33초’라는 곡이 있는데, 실제로 무대에서 피아니스트는 악보가 있음에도 4분 33초 동안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왜 연주를 시작하지 않느냐고, 이게 무슨 공연이냐고 따졌지만 존 케이지는 피아노 치지만 않았을 뿐 이미 다른 소리들이 다 연주되고 있었다고 말한다. 연주자가 팔을 걷어붙이며 악보를 넘기는 소리, 청중들이 궁금해하며 한 숨을 내쉬는 소리, 누군가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말하는 소리 등 우리의 일상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들이 음악이며 연주라고 존 케이지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무튼 저자는 존 케이지에 빗대어 이기동이라는 주인공을 만들어 낸다. 이기동은 아주 평범한 학생이다. 아버지는 오래전 집을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집을 나간다. 어머니는 아들 이기동이 나중에 의사가 될 것이라 믿고 뒷바라지를 해 준다. 하지만 이기동은 공부를 잘 하지 못한다. 김밥을 마는 엄마의 도움으로 이기동은 반 일등과 짝이 되고 친구가 된다. 둘은 나란히 재수 학원에 등록하고 그 곳에서 최장기수 5수생 김수미를 만난다. 시간이 흘러 일등과 이기동은 대학에 붙지만 김수미는 여전히 노량진 재수학원에 남는다. 일등은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계속 낙방하게 되고 군대에 다녀온 이기동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김수미를 다시 만나게 된다. 수미와 결혼하게 된 이기동은 아버지가 남긴 습작 소설을 바탕으로 단편 소설을 써 등단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 원고 청탁도 들어오지 않고 제대로 된 소설도 쓰지 못한다. 이렇게 무능력한 남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이기동은 엄마의 김밥집 주방에서 일하며 나름의 노력을 해 보지만 소설에 대한 희망을 놓을 수 없다. 누군가 내놓은 지하 독립서점을 인수한 이기동은 자신의 책도 팔리지 않고 손님도 없는 암울한 상황에서 일동의 조언으로 등단하지 못한 이들의 작품을 수소문하여 진열하기 시작한다. 작가로서 주목받지 못한 이들은 하나둘씩 모여들고 서로의 작품을 읽고 나서 조심스럽게 코멘트를 달아준다. 수미는 이기동의 허황된 모습에 실망하여 이혼하게 되지만, 이기동은 낙선자들의 서점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기동과 존 케이지는 어떤 면에서 많이 닮았다. 남들이 인정하는 경지에 이르러야만 예술과 문학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4분 33초 동안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손님이 없는 낙선자들의 서점을 지키는 것 또한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회적 성공과 부와 명성을 얻는 길만이 최고로 여겨지는 배금주의 사상에 물든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당신의 4분 33초’가 자신에게 얼마나 가치있는 시간인지 알려주기 위해서 이기동과 존 케이지는 무용한 것들에 더욱 몰입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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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안전거리
박현주 지음 / Lik-it(라이킷)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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