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클래식 수업 4 - 헨델, 멈출 수 없는 노래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4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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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기 교수의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4]를 읽었다. 이번 호는 ‘헨델, 멈출 수 없는 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흔히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별칭한다면,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라 불러왔다. 이렇게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칭한데에는 당연히 위대한 음악적 과업을 남겼기에 가능하겠지만, 바흐와 헨델은 둘 다 지금의 독일 지역에서 같은 해에 태어났고 심지어 고향도 그리 멀지 않았다. 하지만 바흐가 고향 주위의 곳에만 한 평생 머물며 활동하고 수많은 자식들을 낳고 후학 양성에 힘썼다면, 헨델은 고향을 떠나 이탈리아, 영국, 아일랜드에 머물며 생전에 이미 유명한 작곡가였다. 헨델은 바흐와 반대로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었으며 제자 양성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흐와 헨델은 노년에 똑같이 안과 질환으로 앞을 보지 못하게 되는데, 둘 다 똑같은 돌팔이 의사에게 치료를 받다가 실명하게 된다. 

헨델의 수많은 오페라 곡 중에 그래도 많이 들어본 것은 ‘리날도’였다. 1995년 개봉한 영화 ‘파리넬리’를 통해서 처음 듣게 된 ‘리날도’의 삽입곡 ‘울게하소서’는 소프라노와는 다른 소년 시절 거세한 후 성인으로 자란 카스트라토만의 특징을 그려내고 있다. “카스트라토는 일단 남성의 몸이라 폐활량 자체가 좋아요. 길게 음을 낼 수 있는데다 성량도 큰데, 음역대는 여성이에요. 게다가 완전히 여성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는 묘한 소년의 음색은 소프라노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에 있었죠.(123)” 영화 ‘파리넬리’를 본 날은 추석 연휴를 마치고 학교로 다시 등원하는 날이었다. 짧은 휴가를 마치고 들어가는 날 선배들과 함께 서울까지 가서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뭔가 맘에 들지 않았는데, 듣보잡 영화라니 심드렁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에 대한 그리고 당시 카스트라토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노래 잘하는 어린이들이 울음을 터트리며 거세당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최고가 되기 위해 자연적인 생식과정조차 포기해버린 파리넬리는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게 되지만, 사랑하는 여인과 하나가 될 수 없는 인간적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못내 안타깝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헨델의 아버지는 63살에 헨델을 낳은 외과의사이자 이발사였다고 한다. “과거 유럽에서 이발사는 보통 외과 의사 역할까지 했거든요.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이발소 앞에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흰색 띠가 돌아가는 삼색 등이 꼭 달려 있었죠. 이발소를 상징하는 이 삼색등은 이발사가 외과의사를 겸했던 역사의 흔적이에요. 빨간색이 동맥을, 파란색이 정맥을, 흰색은 붕대를 의미한대요. 흰색의 경우, 신경을 상징한다는 주장도 있지만요. 이발사와 의사가 모드 흰 가운을 입는 것도 이들이 같은 직업에서 갈라졌기 때문입니다.(65)”

말년의 헨델은 오라토리오에 집중하며 어쩌면 헨델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메시아’를 작곡한다. 할렐루야가 수없이 반복되는 합창곡이 들어간 ‘메시아’는 아마도 전세계 사람들을 모두 헨델이 팬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곡이 아닐까 싶다. 
“다시 만나요, 꿈에서도 그리고 꿈보다 행복한 현실에도 
예술가라면 궁핍한 생활과 무너지는 마음을 견디며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고 여기는 편견이 간과하는 것은 
예술 그 자체가 얼마나 현실을 꿈보다 아름답게 만들어주는지가 아닐까. 
몇백 년 동안 뭇사람들의 입을 타고 계속 불리는 헨델의 노래는 
단단히 뻗은 뿌리를 타고 올라 믿음을 지탱해주는 기둥을 키우고
햇살을 머금는 가지와 잎을 피우게끔 모두를 응원한다.(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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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4분 33초 - 제6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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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4분 33초 - 제6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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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수 작가의 [당신의 4분 33초]를 읽었다. 제목에 왜 ‘4분 33초’가 붙었을까 궁금했다. 어떤 노래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무엇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일까? 아니면 인간의 신체기관 중 작동하는 중요한 시간을 나타내는 것일까? 이야기의 서두에 ‘존 케이지’라는 실존 인물의 짤막한 묘사가 나온다. 쇤베르크의 제자로 20세기 전위예술 분야의 뛰어난 인물로 우리나라의 유명한 전위예술가 백남준 님도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작품 중에 ‘4분 33초’라는 곡이 있는데, 실제로 무대에서 피아니스트는 악보가 있음에도 4분 33초 동안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왜 연주를 시작하지 않느냐고, 이게 무슨 공연이냐고 따졌지만 존 케이지는 피아노 치지만 않았을 뿐 이미 다른 소리들이 다 연주되고 있었다고 말한다. 연주자가 팔을 걷어붙이며 악보를 넘기는 소리, 청중들이 궁금해하며 한 숨을 내쉬는 소리, 누군가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말하는 소리 등 우리의 일상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들이 음악이며 연주라고 존 케이지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무튼 저자는 존 케이지에 빗대어 이기동이라는 주인공을 만들어 낸다. 이기동은 아주 평범한 학생이다. 아버지는 오래전 집을 나갔다가 들어와서 다시 집을 나간다. 어머니는 아들 이기동이 나중에 의사가 될 것이라 믿고 뒷바라지를 해 준다. 하지만 이기동은 공부를 잘 하지 못한다. 김밥을 마는 엄마의 도움으로 이기동은 반 일등과 짝이 되고 친구가 된다. 둘은 나란히 재수 학원에 등록하고 그 곳에서 최장기수 5수생 김수미를 만난다. 시간이 흘러 일등과 이기동은 대학에 붙지만 김수미는 여전히 노량진 재수학원에 남는다. 일등은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계속 낙방하게 되고 군대에 다녀온 이기동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김수미를 다시 만나게 된다. 수미와 결혼하게 된 이기동은 아버지가 남긴 습작 소설을 바탕으로 단편 소설을 써 등단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 원고 청탁도 들어오지 않고 제대로 된 소설도 쓰지 못한다. 이렇게 무능력한 남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이기동은 엄마의 김밥집 주방에서 일하며 나름의 노력을 해 보지만 소설에 대한 희망을 놓을 수 없다. 누군가 내놓은 지하 독립서점을 인수한 이기동은 자신의 책도 팔리지 않고 손님도 없는 암울한 상황에서 일동의 조언으로 등단하지 못한 이들의 작품을 수소문하여 진열하기 시작한다. 작가로서 주목받지 못한 이들은 하나둘씩 모여들고 서로의 작품을 읽고 나서 조심스럽게 코멘트를 달아준다. 수미는 이기동의 허황된 모습에 실망하여 이혼하게 되지만, 이기동은 낙선자들의 서점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기동과 존 케이지는 어떤 면에서 많이 닮았다. 남들이 인정하는 경지에 이르러야만 예술과 문학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4분 33초 동안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손님이 없는 낙선자들의 서점을 지키는 것 또한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회적 성공과 부와 명성을 얻는 길만이 최고로 여겨지는 배금주의 사상에 물든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당신의 4분 33초’가 자신에게 얼마나 가치있는 시간인지 알려주기 위해서 이기동과 존 케이지는 무용한 것들에 더욱 몰입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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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안전거리
박현주 지음 / Lik-it(라이킷)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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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픽션 -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테마 소설집
조남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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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픽션,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를 읽었다. 7명의 작가가 거주지에 대한 소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남주 작가의 ‘봄날아빠를 아세요?’, 정용준 작가의 ‘스노우’, 이주란 작가의 ‘별일은 없고요?’, 조수경 작가의 ‘오후 5시, 한강은 불꽃놀이 중’, 임현 작가의 ‘고요한 미래’, 정지돈 작가의 ‘무한의 섬’, 김초엽 작가의 ‘캐빈 방정식’이다. 이 중에 ‘스노우’, ‘별일은 없고요?’, ‘오후 5시, 한강은 불꽃놀이 중’이 특히 좋았다. 

‘스노우’는 1995년 서울에서 고베와 같은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을 가상으로 하여 재난 중에 종묘가 불타며 그곳에서 해설사로 일해온 이도의 이야기이다. 이도는 지진이 난지 1년이 지났음에도 종묘를 재건할 낌새가 보이지 않자 분통해하며 해설사로서의 역할에 무력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야간 경비원 서유성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도를 위로하며 지금은 흔적도 없이 불타버린 종묘이지만 언젠가 다시금 예전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라 믿는다. 서유성의 위로를 받은 이도는 깊은 밤 서유성과 함께 순찰을 나가게 되고 그곳에서 불타버린 종묘 한 가운데 있는 흰 고양이를 보게 된다. 이미 서유성이 먹이를 주며 지켜봐 왔기에 이름도 스노우라고 지었다. 서유성은 순찰 후 종묘에 대한 글을 매일매일 남긴다며 깊은 새벽 관리식 책상에서 홀로 앉아 있으면 그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꼭 장소인 것 같다고 말한다. “감정이 장소다. 그곳엔 여전히 어둠이 있고 고요가 있고 스노우도 있고 서유성도 있고 미안함도 있고 분노도 있고 그리움도 있다.(89)” 

‘별일은 없고요?’는 사직서를 낸 수연이 엄마가 머물고 있는 단칸방에서 지내는 이야기이다. 아주 특별한 일도, 고난도 고통도 없지만 시냇가의 물이 흐르듯 내면의 상처를 고요한 치유해 나가는 듯한 엄마와 딸의 삶은 그저 흘러가는 데로 나두는 것이 오히려 우리 삶에 있어서 더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엄마가 일하는 공장에 16명의 외국인이 있고 엄마는 그들의 밥을 해주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수연은 하릴없이 엄마가 일하는 공장에 들렀다 외국인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 주게 되고 엄마의 심부름으로 철물점에 들렀다 재섭이라는 남자도 알게 된다. 엄마가 새들어 사는 방의 방바닥에 칼자국이 많아 철수세미로 문질러서 생긴 자국인지 의심을 해보게 되고 여기서 누가 죽은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엄마에게 묻자,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어느 방이든 다 누군가 죽은 후의 방일텐데. 새집이어도 아무튼 언젠가 그 방에서 누군가는 죽는다.(112)”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잊고 싶지 않지만 잊히는, 그런 것들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게 누군가의 죽음이 되어도 되는 건지.... 나는 그건 좀 싫었다.(113)”

‘오후 5시, 한강은 불꽃놀이 중’은 의진이 서울의 작은 집 한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야근이 많던 직장에서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조금은 여유가 있는 곳으로 이직한 후 부동산 투자 모임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의진은 관광버스를 타고 지방의 투자할 곳을 찾아 함께 카페 회원들과 여행을 가기도 한다. 사장은 내연녀의 엄마의 환갑을 위해 하얏트 식사권을 구해놓으라는 지시를 내리고, 의진은 중고나라에서 식사권을 구입하기 위해 검색을 하다 양승미라는 여자와 연락을 주고 받게 된다. 원주에 산다는 양승미는 이천에서 만나 직거래를 해도 되고 등기로 보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의진은 어쩔 수 없이 양승미의 상황을 고려하여 먼저 송금을 하고 등기로 식사권을 받기로 한다. 양승미는 동생이 실수로 일반등기로 보내 하루 늦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의진은 뭔가 수상쩍은 느낌에 우체국을 방문해 직접 수령을 하게 된다. 수령한 봉투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것을 발겨하게 되고 의진은 경찰에 신고하기에 앞서 양승미와 통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보낸 봉투의 주소는 원주가 아니라. 서울의 한 곳이고 그곳은 문패 같은 것도 없는 버려진 동네라는 것을 알게 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작가들이 공통된 주거지에 대한 질문의 답도 나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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