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클라우드 - Charlie St.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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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의 사랑이라는 대전제 앞에 펼쳐지는 연인들의 서사는 책이나 드라마나 영화의 오래된 소재이자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다. 비록 그게 뻔하게 흐르더라도 사람은 어차피 사랑을 받고 주고 사는 보편적 인식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로맨스에 판타지가 가미되면서 이들 사랑을 더욱더 돋보이게 만드는 장치로 쓰이고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드라마나 영화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즉 이들 사랑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등 그런 식으로 눈길을 끄는 것이다. 여자가 죽든 남자가 죽든 아니면 가족이 누가 죽든, 그들은 판타지라는 마법을 부려 다시 살아난다.

2011년 첫 포문을 연 판타지 로맨스 <세인트 클라우드>, 확실해요?

여기 그런 영화가 새롭게 아니, 기존 영화들처럼 답습하며 나왔으니 바로 <세인트 클라우드>다. 제목만 봐서는 어떤 뜻을 가진 단어보다는 지명이나 이름같은 느낌이 있다. 그래서 제목 '세인트 클라우드'는 한 가문의 이름으로 클라우드가에 두 형제인 샘과 찰리 두 형제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소재다. 즉 형제애를 그리면서 이 속에는 로맨스가 들어가 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전단지 홍보만 봐도 솔깃한 문구들로 소위 도배되어 있다.

"시간의 경계를 넘어선, 신비한 사랑의 시작..."
"2011년 1월, 가장 처음 만나는 마법처럼 매력적인 로맨스"
"당신에게도 찾아올 기적같은 사랑!", "전세계를 사로잡은 판타지 로맨스 베스트셀러 원작"
"죽음의 경계를 초월한 사랑, 신비롭고 매력적이며 감동적이다"
"세상을 떠난 후에도 사랑하는 이의 켵을 지키는 한 영혼에 대한 로맨틱 판타지!"
"헐리우드 핫 스파 잭 에프론의 첫번째 로맨스,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화"



이렇듯 이 영화 홍보만봐도 판타지 로맨스에 이미 가슴이 따뜻해지게 가열한 평가들이 많다. 그런데 정작 영화도 그랬을까..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유망한 요트선수인 찰리(잭 에프런)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동생 샘을 잃게 된다. 이날 이후부터 동생의 영혼을 볼 수 있게 된 찰리는 매일 밤 석양이 지기 전에 동생을 만나러 가겠다는 약속만을 지키며 살아간다. 세상에 마음의 문을 닫고 미래를 포기한 채 살아가던 그의 앞에 활달하고 매력적인 여인 테스가 나타나고 찰리는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이렇게 영화는 한 가문의 두 형제가 있고, 두 형제는 나이차가 다소 나지만 어린 동생을 누구보다 사랑하며 전도유망한 잘 나가던 형은 어느 날 동생과 함께 차를 몰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어린 동생을 잃고, 자신마저 죽을 위기에 갑자기 살아나 운명이 엇갈리게 된다. 동생을 잃은 슬픔도 잠시 장례를 치른 순간, 동생의 환영을 쫓아 어느 깊숙한 숲속으로 들어가 동생을 만나게 된다. 바로 영혼을 볼 수 있는 염력을 가지게 된 것인데, 그로부터 5년이 지나는 동안 찰리는 그렇게 동생이 묻힌 묘지를 지키며 수많은 영혼들의 파수꾼으로 산다. 물론 가끔 보트도 타면서 유유자적의 안빈낙도한 삶을 사는데..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 '테스'(아만도 크류)라는 다소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젊은 처자가 찰리에게 접근한다. (위 사진)


(강호처럼 레드삭스 광팬인 어린 동생 샘, 이들은 매일 숲속에서 야구 토스를 하며 보낸다.)

죽은 동생과 함께 일몰 직전에 축포가 울리는 그 숲속으로 찾아가 야구 놀이를 하는 일상을 빼면 그에게 테스라는 여자는 새로운 청량제였다. 그렇게 사랑이 싹트나 싶었는데, 동네에서 한 사람이 바다에 나가 조난을 당해 생사가 불분명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사람은 바로 '테스', 아니 그렇다면 자신이 지금껏 사귄 그 여자는 누구였단 말인가.. 하며 깜놀하는 찰리는 곧바로 비바람을 뚫고 조난당한 그 현장으로 달려가 테스를 구하려 하는데.. 과연 테스를 구하며 사랑의 방점을 찍었을 것인가.. 아니면 그 여자는 환영에 지나지 않았을까.. 판타지 로맨스의 정석답게 본다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지만, 다분히 해피엔딩식 그림이 보인다.


(미국 10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남자 배우 '잭 에프론', 눈매가 참 아름답구나야..)

이렇게 이 영화는 꽤나 정석대로 그려낸 판타지 로맨스다. 어린 동생과 형의 형제애를 기본 베이스로 여기에 남녀간의 사랑이 들어간 로맨스, 그러면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며 어느 순간 영혼을 볼 수 있는 심령안을 갖게 된 한 남자. 그 남자가 선택해야 할 형제애와 연인과의 사랑이 이 영화의 기본적인 플롯이다. 이런 소재와 함께 비주얼하게 스크린에 펼쳐지는 화려한 요트가 물결치는 눈부신 바다, 아름다운 노을빛 석양 등 이런 환상적인 풍경과 감미로운 음악까지.. 이 영화는 어찌보면 잔잔한 한 편의 수채화 같은 영화다. 더군다나 찰리 역을 한 배우 '잭 에프론'은 지금 미국에서 10대들한테 가장 인기 있는 남자 배우 중 뜨는 스타로 -(나머지 한 사람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히로인이자 벨라의 남자 '로버트 패틴슨')- 귀공자같은 뛰어난 외모에다 매력적인 분위기로 이 영화를 한층 뷰티풀하게 그리는데 일조했다. 

잔잔하지만 맹맹한 전개로 때꾼한 판타지 로맨스, <세인트 클라우드>

하지만 영화는 전체적인 구도의 전개를 보면 다소 상충되는 면이 없지 않다. 초반에는 어린 동생과 형의 우애를 다루며 가족영화 같은 분위기로 흐르다가 중반 이후로는 '테스'라는 한 여자를 만나면서 '하이틴 로맨스'같은 분위기로 펼쳐진다. 그런데 찰리가 테스를 사귀면서 그들의 관계가 단순한 애정 문제뿐만 아니라, 무언가 모호한 어떤 미스터리를 내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 지점에서 최근에 유행하는 판타지 로맨스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 <러블리 본즈>처럼 '판타지'라는 측면을 과도하게 복선으로 깔아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즉 영혼을 보게 된 이 남자의 사랑 앞에 죽은 동생을 계속 만나고,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된 그림들이 복선의 의도처럼 긴장감 대신에 잔잔하게 때로는 생기없는 때꾼함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아쉬운 영화가 아닌가 싶다. 풍광은 아릅답고 멋졌지만 대사 또한 인상적이었지만, 전체적인 전개는 극적 요소인 판타지를 가미하면서 그려낸 동생과의 우애 또 다른 사랑과의 로맨스 등, 이런 요소에도 불구하고 각본이나 연출의 역량의 문제인지 영화는 꽤 맹맹하면서 심심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전체적인 느낌은 때꾼하게 탐미만 했지, 이들 판타지 로맨스의 감동적인 감흥을 전달하기에는 약했던 영화 <세인트 클라우드>.. 그래도 나름의 그림들은 꽤 예쁜 영화라 볼 수 있어 위안이 되는 게, 그 중심에는 여자 보다 더 눈길이 가는 '잭 에프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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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오브 더 위치 : 마녀호송단 - Season of the Witch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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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년 새해를 여는 첫 판타지 액션 대작이라고 거침없이 홍보를 하고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소위 '케서방'이라 불리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으며 눈길을 끌었던 영화 <시즌 오브 더 위치 : 마녀 호송단>, 마치 가족용 판타지 블록버스터 시리즈인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해리포터>와는 다를 것 같은 분위기에 마치 성인들을? 위한 중세시대 역사 판타지가 아닐까 은근히 기대가 되면서 보게 된 영화다. 그런데 정작 강호가 봤던 극장 안에는 왜이리 아이들이 많은지, 이걸 '해리포터'급으로 착각을 하고 온 것인지, 정작 몇몇 아이들은 극장 안의 따뜻한 온기에 영화는 뒷전인 채 잠들고, 다 끝나고 나서 '엄마 재미없다'로 이 영화를 가열하게 평을 내린 그 아이의 순수함?에 '풋'했던 영화 <시즌 오브 더 위치 : 마녀 호송단>

중세시대 흑역사의 '마녀'를 소재로 한 영화, <시즌 오브 더 위치>

정말로 이 영화는 재미가 없었을까? 하지만 강호가 봤을 때 그렇지는 않다. 물론 재미로 충만된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홍보대로 판타지 액션대작이라 표명했듯이 판타지적 요소도 있고, 액션도 있다. 다만 블록버스터급의 대작이 아닐 뿐, 그외는 사실 볼만한 요소들이 많다. 후반부 결말의 오컬트적이면서 다분히 B급 정서로 무장하며 다소 허방하게 끝난 것을 빼면 중반까지는 꽤나 정극처럼 14세기 유럽 중세시대의 흑역사를 풀어내듯 마녀와 십자군 원정이라는 그림으로 포팅했다. 유럽의 중세시대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디스커버리' 다큐 버전의 드라마라 할 수 있었으니,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마녀의 저주로부터 세상을 구하라! 흑사병으로 폐허가 되버린 14세기 중세 유럽, 십자군 전쟁의 용맹스런 기사 베이맨(니콜라스 케이지)은 마녀로 추정되는 소녀를 수도원으로 호송하라는 임무를 맡게 된다. 대재앙에 맞설 6인의 기사단이 온다! 베이맨은 용맹한 전사 펠슨(론 펠먼), 흑사병으로 가족을 잃은 냉소적인 기사, 길 눈 밝은 허풍쟁이, 기사를 꿈꾸는 소년, 그리고 순진한 사제까지 6명의 ‘마녀호송단’을 꾸려 길을 떠난다. 과연, 그들은 대재앙으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이렇게 영화의 줄거리나 플롯은 사실 간단하다. 중세 유럽의 암흑시대에 마녀의 저주로 세상은 어지러워졌고, 그 저주로 인해 흑사병이 창궐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그 음울한 시대를 정극과 판타지를 혼합해서 그려내며 그 중심에 '마녀'라는 소재를 집어넣어 그린 영화다. 즉 중세시대 실제로 집행되고 수많은 이들을 '마녀사냥' 식으로 마녀로 몰아 죽음으로 몰았던 그 광기의 현장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 시작부터 한 동네에서 마녀로 지목된 여자들 셋이 교수형에 처해져 죽고, 그 중 하나의 시체를 밤중에 끄집어내던 수도원의 사제가 무슨 책으로 주문을 외우며 깨어난 악마같은 마녀, 이 영화의 느낌을 바로 전달하는 그림이다. 그러면서 14세기 한창이던 십자군 원정의 주요 전투들을 빠른 시퀀스로 전달하며 주인공 베이맨(니콜라스 케이지)의 혁혁한 공을 보여준다.

마녀라고 지목된 소녀를 수도원으로 호송하는 이야기, 볼만하다.

그렇다. 여기 주인공 베이맨과 그와 함께 전장을 누빈 펠슨은 십자군의 살아있는 용맹한 전사였다. 하지만 이슬람이 아닌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현장에서 회의감에 빠진 베이맨은 절친 펠슨과 군무를 이탈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중 잡히고 만다. 그러면서 그는 그 지역의 추기경으로부터 우리가 마녀를 하나 잡아두고 있는데, 이 마녀를 저 멀리있는 수도원까지 호송해서 심판을 받게 해주면 죄값을 감해주는 것은 물론 당신에게 빼앗은 검까지 주겠다는 제안에 베이맨은 수락하고, 그 지역의 기사와 사제가 가세해 총 6명이 그 마녀라고 지목한 여자를 호송하게 된다. 그런데 그 마녀라고 불리는 여자는 다 큰 어른이 아닌, 10대의 아리따운 소녀(클레어 포이)였다. 무언가 비밀을 간직한 듯한 외모에 초췌해 보이지만 예쁘게 치장하면 마치 젊었을 때 '데미 무어'를 보는 듯한 청초한 외모, 강호는 그 소녀에게서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했다.

아무튼 이때부터 이 6인의 마녀호송단의 여정이 시작돼 바로 '로드 무비'식으로 전개가 된다. 길 떠나는 여정의 미션 속에서 갖가지 위험천만한 일을 겪는 그림들, 여기서도 그렇게 제대로 보여준다. 첫 번째는 마녀라 불리는 그 소녀가 야밤에 갑자기 도망가서 그녀를 찾느라 6인이 고생하다가 한 명이 동지의 칼에 맞아 죽고, 두 번째는 천길 낭떠러지 앞에 놓인 아슬아슬한 다리를 마차와 함께 지나가야 하는 호송단의 위험천만한 서커스 곡예, 그리고 어렵게 통과하고 나서 다다른 숲속에서 마주친 괴기스런 늑대들, 이들을 처치하지만 또 한명이 죽어나가는 등, 이들의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리고 결국 목적지인 수도원에 도착한 이들, 그런데 그곳은 이미 황폐해지고 여러 사제들이 흑사병에 걸린 듯 심하게 부폐된 모습으로 처참하게 죽어 있었던 거.

하지만 호송단의 사제는 자신이 직접 그 마법의 책을 찾아내 마녀라고 데리고 온 소녀 앞에서 주문을 외우며 그녀를 심판하려 한다. 그러는 순간, 그 마녀는 열병에 시달리듯 활화산같이 타오르며 괴기스런 모습으로 변해 저멀리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그 수도원은 알 수 없는 어두운 기운으로 휩싸이며 죽어 있었던 사제들이 악마처럼 깨어나 베이맨을 비롯한 4명의 호송단을 공격하게 되는데, 과연 우리의 케이지 형님은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것이며, 마녀에서 순간 악마로 변한 그녀를 어떻게 저지하며 이 임무를 마칠 것인지, 마지막 이런 액션의 그림들은 지극히 판타지적이면서 오컬트적으로 마무리 돼 어느 정도 그림을 예상케 한다.



이렇게 영화는 지금도 고도화된 산업문명 시대에 '마녀사냥'이 존재하듯이 그 마녀로 몰리고 희생되었던 수많은 영혼을 달래주려는 듯, 중세시대의 암울했던 역사를 배경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반까지는 지극히 정극스럽게 중세시대 흑사병이나 십자군 원정의 전투 기록을 보여주듯 전개를 하고, 십자군의 살아있는 전사 '베이맨'을 통해서 죄없는 사람들이 치른 수많은 희생을 그리며 그 시대의 광기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마녀라고 지목된 한 10대 소녀를 수도원까지 호송하게 되면서 겪는 여정의 그림은 다분히 영화적 연출로 재미를 충족시키에는 충분했다. 소녀가 도망치다가 다시 잡히고, 위험천만한 다리를 건너고, 숲속에서 괴기스런 늑대들을 만나고 하는 등 말이다. 그러면서 마녀로 분한 소녀 '클레어 포이'의 연기나 모습 또한 극에 제대로 녹아들어 한층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일조했다.

마지막 B급 정서의 오컬트적 분위기만 빼면, 볼만한 중세 판타지물

하지만 영화는 마지막 결말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게 사투를 벌이며 수도원으로 데리고 와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마녀에 대한 처벌은 사실 정극이 아닌 영화 홍보대로 판타지로 흐르며 앞에서 그려낸 정극같은 분위기와 상충돼 다소 망친 기분이 들게 했다. 더군다나 그것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적·초자연적인 현상이라 일컫는 오컬트적으로 묘사하며 마녀에서 '악마'로 변질돼 보는 이들에게 꼬약꼬약한 기분을 괴어오르게 했다. 물론 홍보대로 판타지라 알고는 봤지만, 마녀에 대한 그림이 판타지가 아니라 그 처단을 판타지에 오컬트적으로 그것도 B급 정서가 다분하게 그려내며, 이 영화는 감히 액션대작이라 말할 수 없는 자체 오류에 빠진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온 영화라서 눈길을 끌었던 이 영화는 그의 팬들에게 다소 아쉬움을 남기게 했다. 더군다나 이제 케이지는 주류급보다는 전작들 <마법사의 제자>나 <킥 애스>에서 클레이 모레츠의 아빠 역이나, 오토바이를 타며 불사신으로 변한 <고스트 라이더>처럼 그는 판타지물의 단골 배우처럼 또 다작의 경향이 짙은 배우로 인식이 돼 A급 보다는 B급에 이제는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이다. 그 예전에 <콘 에어>서 아우라를 뒤로 한 채 말이다. 아무튼 <시즌 오브 더 위치 : 마녀 호송단>은 마지막 결말을 너무나 판타지하게 오컬트적으로 그려내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유럽 중세시대의 흑역사 속에서 존재하고 희생되었던 '마녀'에 대한 그림을 나름 의미있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볼만한 영화이긴 하다. 특히 마녀 역으로 분한 그 소녀의 모습은 정말 제격이었다.

이 영화에서 히로인 '클레어 포이', 기대가 되는 여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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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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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결'이라는 흔하면서도 영화적인 제목을 놔두고, 좀더 각인된 활동적 표현의 제목으로 바꿔쓰게 된 영화가 바로 <심장이 뛴다>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제목 때문에 이 영화는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심각한 오류를 범한 게 아닌가 싶다. 왜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심장'이 주는 그 어떤 활동성으로 인해 영화가 그리고자 했던 절박함과 긴박함의 묘사가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오며 결국에는 신파성 드라마로 마무리를 지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많은 기대를 안고 보기에는 사실 무리가 있다. 제목 '심장이 뛴다'처럼 심장이 뛸 만큼 임팩트한 영화도 아니요, 그렇다고 생사의 끝자락에 놓인 인간의 절박과 긴박의 앙상블 대신 불균질한 상충을 일으키며 이야기 대신에 그들의 연기에 주목하게 됐으니, 영화 <심장이 뛴다>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심장은 하나, 살려야 할 사람은 둘.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어?

한 중년 여성이 뇌사상태로 병원에 실려오고, 심장병 딸에게 이식할 심장을 애타게 찾던 연희(김윤진)는 양아치 아들 휘도(박해일)에게 거액을 주며 매달린다. 그러나 엄마가 쓰러진 진짜 이유가 하나 둘 밝혀지면서 휘도는 뒤늦게 사력을 다해 엄마를 살리려 하고, 절박해진 연희는 급기야 위험한 사람들과 손을 잡는데...

이렇게 영화의 구도는 사실 단순하다. 심장병을 심하게 앓고 있는 한 여자 아이의 엄마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한 중년 여자의 아들, 즉 이들에게는 하나씩 위험 인물을 안고 있다. 그 위험이란 바로 생의 끝자락에 놓여 내일이고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가녀린 어린 여자 아이는 심장병을 앓아 허위허위대고 있고, 뇌사 상태에 빠진 중년의 여성은 세상을 등진 채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누워만 있는 식물인간이다. 그런데 이들을 대하는 여자와 남자의 느낌은 매우 다르다. 심장병을 앓는 딸 아이를 어떻게든 살리려는 연희(김윤진)라는 미모의 청담동 유치원장은 딸을 살리는데 모든 것을 내걸 정도로 절박한 인물이다.



그런데 뇌사상태에 빠진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 휘도(박해일)는 환자의 면전 앞에서 "인생 참 허무하다. 혼자 잘 먹고 잘 살더니 꼴 좋으네 니미."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엄마를 막 대하고 싫어하는 감정의 골이 깊은 남자다. 자식 놈 버리고 연놈과 눈이 마추져 도망친 그 과거로 아들은 소위 삐닥선을 탔고, 이렇게 커서는 지 어미한테 돈이나 뜯어내며 살아온 정말로 패륜적인 양야치같은 놈이다. 매 트레이닝 복장에 껄렁대며 차 렌트일에 살아왔던 그에게 있어 사실 엄마라는 존재는 있으나 마나였다. 그러니 그런 엄마가 뇌사상태에 빠져도 그는 큰 반응이 없다. 저 대사처럼 그것이 휘도의 캐릭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막 살아온 한 남자의 엄마 지키기 VS 딸 아이의 심장을 구하려는 한 여자

하지만 그런 엄마를 지켜보는 이 양아치 아들에게 서서히 감정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바로 심장병을 앓고 있는 여자 아이 예은이의 엄마 연희가 다가와 '당신의 엄마 심장을 우리 아이에게 이식하게 해달라,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젊고 어린 생명에게 바치라'는 것인데, 이에 휘도는 말도 안 된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돈이 항상 궁했던 그는 이 조건을 수락하게 되고, 그런데 그 돈의 뒷거래를 엄마의 재혼남이 가로채면서 휘도는 폭발한다. 이 거래를 없애고 재혼남을 찾아가 심하게 뭇매질을 한다. 그러면서 이때부터 휘도는 엄마를 지키려 한다. 즉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그에게 있어 엄마는 자신이 지켜야 하는 마지막 보루가 된 것이다. 그러니 심장이식이 필요했던 연희로써는 이 상황이 미칠 정도로 위기로 다가오게 된다.

결국 그녀는 장기밀매 조직의 두 남자까지 끌어들여 뇌사상태에 빠진 그 중년 여자의 수술을 위해서 환자를 빼돌리는 무리수를 둔다. 그런데 이것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게, 너무 영화적이라 일견 와 닿지가 않는다. 쉽게 가족이라 말하는데 이에 속는 병원의 처사도 그렇고, 그런 장기 불법거래를 하는 남자들이 가담하는 그림도 그렇고 꽤 영화적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의료 시스템을 너무 허술하게 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리얼리티에 문제가 있다. 한편, 자신의 엄마를 볼모로 잡은 것을 알게 된 휘도는 급기야 연희의 딸 예은이까지 납치하고 만다. 물론 납치라고 보는 것은 아니고, 서로가 생명의 끈을 가지고 있듯 반대편의 보물을 안고 있는 셈인데, 즉 연희는 어떻게든 딸을 살리려는 염원 때문에 자신의 의지를 넘어선 짓을 해버렸고, 휘도 또한 엄마를 지키는 수단으로 그 여자 아이를 납치까지 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과연 이들이 파국으로 치닫게 된 포기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대결은 어떻게 마무리 될까? 휘도는 여자 아이를 순순히 돌려주고, 또 연희는 휘도의 엄마를 되돌려 주며 그렇게 그들은 한 편의 파국이 될 뻔한 상황을 잘 마무리 지을 것인가? 감동의 신파성 드라마로 마무리가 된다면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영화는 '심장은 하나요, 살려야 할 사람은 둘'이라는 묘한 소재적 쾌감을 불러 일으키며 그 어떤 스릴러적 장르로서 드라마적 이야기를 펼친다. 그런데 이게 잘 혼합이 안돼 상충된 느낌의 널뛰는 상황으로 전개되며 잦바듬한 기분이 괴어오르게 한다. 즉 하나의 심장이 절박하게 필요했던 한 여자와 그 심장을 어떻게든 주지 않고 엄마를 지키겠다는 한 남자의 대결 구도는, 어찌보면 절박과 긴박이라는 자연스런 상황이 생기는 그림들을 영화적 연출로 담아내려다 역량의 부족으로 더욱더 망쳐버린 느낌이 다분하다.

하나의 '심장'으로 벌이는 대결, 절박과 긴박이 부정맥하다.

그래서 작위적인 설정 때문에 극의 리얼리티를 제대로 못 살린 것인데, 그러기에 이 영화는 꽤나 관조적으로 흐른다. 그냥 지켜만 보게 하는 것이지, 그 어떤 극의 몰입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그것은 부실한 이야기의 구도 속에서 작위적인 설정으로 인해 절박감과 긴박감이 상충되거나 부정맥처럼 불규칙적으로 호흡하며 어느 것 하나 시너지를 폭발시키지 못한다. 한 여자의 미친 절규와 한 남자의 미친 악다구니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대결적 이야기는 아쉬워도 이 절박으로 몰린 두 연기자 박해일과 김윤진의 연기 만큼은 볼만했다. 껄렁한 양아치로 변신해 결국에 엄마를 지키기 위해서 처음으로 모든 것을 건 이 남자의 극한의 모습은 볼만했고, 영화 <세븐데이즈>와 <하모니>를 통해서 이제는 '모성애'를 전문으로 하는 배우처럼 인식이 드는 김윤진도 이번에도 그 미친 모성애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영화는 두 배우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연출로 이야기의 힘을 빼버렸다. '대결'이라는 제목으로 쓸뻔했던 만큼 두 배우의 절박함이 묻어나야 할 이야기의 힘은 그들 모습에만 치중했지, 자연스레 극에 녹아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꽤 아쉬움을 남겼고, 결국에는 감동의 신파로 모든 걸 묻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생기를 잃어버린 때꾼한 기분마저 안기는 것인데, 결국 영화는 분명 스릴러가 아닌 드라마 장르였지만 하나의 '심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그 절박함과 긴박감을 잘 버무리지 못한 이야기의 힘이 꽤나 부족했다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배우의 연기는 볼만했던 게 다였던 영화 <심장이 뛴다>, 바로 절박한 이유로 만난 그들의 대결은 그렇게 시너지를 못 내고 부정맥으로 흘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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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 The Ameri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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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영화상에서 멋진 직업군 중 하나인 '킬러'가 나오는 암살요원을 다루는 영화들은 액션과 그 어떤 스릴감으로 무장하며 이목을 집중시키는 게 다반사다. 그래서 대다수의 영화팬들은 그런 킬러가 나오는 영화라면 의례 그렇게 생각하고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시리즈>가 그렇고, '리암 니슨' 주연의 납치된 딸 구하기 첩보액션물 <테이큰>, '톰 크루즈'가 007처럼 분하며 인기를 끌었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이 그러한데, 하지만 여기 '아메리칸'은 전혀 그런 유의 영화와는 분위기나 느낌이 180도 완전 다르다 할 수 있다.

"<본>보다 치밀하고 <아저씨>보다 거침없는 그가 당신의 마음을 빼앗는다!"
" 전미 박스오피스 1위에 빛나는 올 겨울 최고의 액션!"
" 최고의 암살요원으로 완벽변신, 조지 클루니의 거침없는 액션 본능!"
"<테이큰> <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나잇 & 데이>의 계보를 잇는 이국적인 명품 액션!"

홍보만 봐서는 최고의 첩보액션물 '아메리칸', 실제는 그렇지 않다.

위와 같이 박혀있는 전단지 홍보의 문구를 믿고서 봤다가는 완전 낭패를 보기 쉬운 영화가 바로 '아메리칸'이라 말할 수 있다. 아니 도대체 왜 우리쪽 배급사들은 이렇게 거짓? 홍보에 열을 올려 관객들을 속이는지 참 안타까울 정도다. 왜 저번에 <스카이라인>도 '아바타와 2012 제작진'이 만들었다며 그렇게 눈길을 끌어 문제를 일으키더니만 이번에도 제대로 관객들을 낚인 셈이다. 그래도 문구에 속는 셈 치더라도,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미중년의 포스를 아직도 간직한 남자 '조지 클루니'가 나오기에 사실 끌리는 요인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스타에 끊임없이 오르며 여심을 흔든 남자"

이렇게 전단지에 캐릭터 홍보 또한 가열하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빈틈없고 차가운 암살요원에서 뜨거운 감성을 폭발시키는 '잭'역으로 지금까지 왜 액션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는 열렬한 호평과 함께, 개봉과 동시에 전미 박미오피스 1위 등극이라는 흥행까지 거두며 완벽 변신에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홍보하는 이 영화 '아메리칸'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최고의 암살요원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기를 직접 제작해 타겟을 제거하는 노련한 암살요원 잭(조지 클루니)은 스웨덴에서 임무를 마치고 사진작가로 신분을 위장한 채 이탈리아로 향하고 그곳에서 미스터리한 의뢰인, 마틸다에게 새로운 무기를 제작해주라는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누군가 감시 중인 시선을 느끼고, 자신이 타겟이 되었음을 직감한 잭은 점점 더 거대한 위협에 빠져드는데.… 마지막 순간, 본능대로! 이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이렇게 이 영화는 킬러가 등장하는 암살요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기대가 많이 들어가는 게 사실이다. 그것도 조지 클루니가 맡은 '잭'이라는 킬러는 자신이 무기를 직접 제작해 타겟을 제거하는 능력의 소유자다. 그의 품새만 봐도 일견 와 닿는 그림인데, 그러면서 영화는 한시도 이 '잭'이라는 인물에서 벗어나지 않고 오로지 그의 동선만은 처음부터 끝까지 좇는다. 온통 설원으로 뒤덮힌 산장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지내고 난 뒤 그녀를 뒤에서 쏴 죽였던 이 냉혈한은 지령을 받고 어느 한적한 이탈리아로 마지막 임무를 띄러 가게 된다. 그러면서 그의 일상을 좇는다. 마치 지리한 예술가의 삶을 조망하듯이 말이다.

한 인간의 동선만 좇는 킬러영화 '아메리칸', 때꾼한 탐미만 남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지만 그만큼 체력 유지를 위해서 수시로 운동을 하며 몸매를 가꾸고, 무기를 조작해 조립하는 걸 보여주고, 혼자서 동네를 돌아다니고 여행하고, 창녀를 만나 하룻밤 정사를 보내는 등, 그가 정말 킬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평범한 일상을 좇는다. 그러면서 한 여자 킬러를 만나 무기 제작 후 테스트 사격을 하며 점차 임무에 다가간다. 그러는 사이 어느 매혹적인 직업여성을 만나 그녀의 일방적인 사랑의 대쉬에 빠져드는 순간 그는 마지막 임무에서 큰 실수를 하고 마는데.. 이렇게 영화는 한시도 이 '잭'이라는 킬러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다른 킬러류 영화들과 사뭇 다르다.

주인공 킬러가 있다면 그 적과의 액션을 펼치는 사투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그렇지가 않다. 사투는 고사하고, 킬러의 일상을 좇듯 아니, 평범한 남자의 일상처럼 그의 행적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그의 행적은 한적한 이탈리아 시골의 풍광과 함께 어울려져 이국적이고 탐미적인 시선을 이끄는데 그 어떤 시너지를 나름 발휘한다. 킬러의 고민과 고뇌, 왜 그가 그렇게 살아와야 했는지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는 아니어도 꽤 지루할 정도로 그 '잭'이라는 인물에 대해 탐미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킬러류 영화와는 색다른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무기를 직접 제작해 마지막 타겟 제거라는 임무의 중점보다는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춘 동선들, 그 속에서 헤어누드를 감행한 한 여자와의 러브와 정사씬, 거침없는 액션 본능이 아닌 인간 본연의 본능에 충실한 것인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아무튼 '조지 클루니'라는 위명 앞에 여러 액션 첩보물을 능가한다는 홍보 속에서 이 영화는 어느 것 하나 뛰어난 것을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기존 첩보물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지루할 정도의 이야기 구도 속에서 이국적인 풍광과 한 인물의 동선만을 좇는 드라마적인 전개, 그리고 그 킬러가 갖는 고뇌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이 아닌, 다소 때꾼하게 생기를 잃은 듯 물 흐르듯 한 인간에 탐미하는 모습에만 역점을 둔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유명 배우를 캐스팅 했음에도 상업영화를 배제하고 한 편의 예술영화로 승화시키려는 느낌이 다분해 보였던 이 영화 '아메리칸'.. 결국 아쉬움이 많이 남는 '킬러영화'이면서도 다소 독특하고 색다른 맛의 탐미적 경향을 띈 한 편의 드라마라 보면 편한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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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갓파더 - The Last God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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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강호가 본 극장에서는 그랬다. 간만에 우리 동네에 이렇게 사람이 꽉 찬 것도 오랜만이었는데, 내심 반갑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본 것이라, 그래서 영화 시작 전부터 기대를 했다. 아니 왜 그런 거 있지 않는가.. 웃음도 전염이 된다고.. 즉 옆에서나 어디서 누가 크게 웃거나 그 웃음소리가 괴이하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되는, 그래서 이런 유의 코미디 영화는 그 영화 자체에서 보여주는 웃음의 코드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의 웃음 전파도 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내내 이 전파력은 크지 않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가득했을 뿐, 어디서도 어른들의 웃음소리는 많이 터지는 않았다. 간간히 거하게 웃는 분들도 있었지만, 강호는 그렇게 소위 빵 터지지 않았다. 

웃음의 전파력이 약했던 슬랩스틱 코미디 <라스트 갓파더>

왜 그랬을까? 곰곰히 생각해봐도 아마도 영구표 코미디, 즉 슬랩스틱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 반복적인 무리한 웃음 코드가 클리셰적으로 다가와서 그럴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미 영화가 뜨기 전부터 스틸컷과 트레일러 영상이 나오면서 그 영상을 많이 봐서 그런지,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나올 때는 웃기보다는 확인된 코드로 지나쳤을 뿐, 그 어떤 리얼 웃음을 자아내지 못했다. 적어도 강호에게 말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마냥 웃음만 전달하려 노력했을까? 물론 이 영화에도 스토리는 있다. 그런데 이 스토리가 그렇게 무람없이 마구방발식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느 정도 기본 룰을 지키면서 전개가 되었지만, 이게 분명 치밀하지 못하고 한 컷씩 전개되는 장면들로 이음새는 많이 부족했으니 영화 <라스트 갓파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덜 생긴 외모, 덜 떨어진 행동, 누가 봐도 남다른 ‘영구(심형래)’는 마피아 대부인 아버지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를 찾아 뉴욕에 왔다 조직의 후계자로 지목되어 마피아 수업을 받게 된다. 영구 때문에 당연히 믿고 있었던 후계자의 꿈을 접게 된 조직의 2인자 ‘토니V(마이크 리스폴리)’ 는 설상가상, 마피아로서 영 가망 없어 보이는 영구의 교육을 맡게 되면서 좌절을 맛보게 된다. 영구 역시 좌충우돌 후계자 수업에 지쳐 있던 중 우연히, 뜻하지 않게, 정말 운 좋게, 위험에 처해있던 라이벌 조직 본판테의 외동딸 ‘낸시(조슬린 도나휴)’를 구해주면서 친구가 된다. 게다가 아버지를 기쁘게 하려고 상납금을 걷으러 나서 상가주인들을 괴롭히지만 그런 영구의 횡포가 오히려 빅 히트 상품을 탄생시켜 도시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한편, 이런 영구를 못마땅하게 여긴 본판테 조직의 2인자 비니가 낸시를 납치한 후 이를 영구의 짓으로 꾸며 돈 카리니와 본판테 조직의 전쟁을 일으키고, 음모에 빠진 영구의 뜻하지 않은 활약이 엉뚱한 결과를 예고하는데…



이렇게 이야기 구조도 얼핏보면 꽤 와 닿는 구석이 있다. 마피아 대부의 숨겨둔 아들 영구, 그 영구가 조직에 한 자리를 꿰차게 되니, 다른 조직원들은 기가 찰 노릇이다. 더군다나 바보처럼 덜 떨어진 이 놈을 반길리가 없다. 그래도 대부가 후계자로 키울 요량으로 교육을 시키라니 이때부터 영구의 활약상이 펼쳐진다. 그만의 전매특허인 슬랩스틱 코미디들, 맞고 치고 부딪히고 넘어지고 하는 등 가관이 아니다. 제대로 구사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웃기지는 않는다. 강호가 순수하지 못해서일까..

영구의 좌충우돌 슬랩스틱 코미디, 크게 웃기진 않는다.

그래도 딱 한번 크게 빵 터졌다. 트레일러 영상에서 못봤던 것 중에 하나인데, 영구가 처음 이 조직에 와서 저녁에 다같이 식사를 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스파게피를 먹던 영구가 그게 고무줄처럼 너무 질겨서 안 끊어지자 끓으려고 갖은 애를 쓰는 장면이 있었는데, 난 여기서 터졌다. 그리고 그 터진 웃음 소리는 극장에서 나 혼자였다. 이런.. 뻘쭘해라.. ㅎ 그래도 이 영화를 본 분들은 강호처럼 터진 분도 있을 것이다. 이거 정말 은근히 웃긴 코드기에.. 아무튼 이후 영구는 후계자 수업을 받으면서 사고만 치고 재목으로 보이지 않자 대부마저 그를 이를 놓아주려 하는데, 영구는 이때부터 그럼 나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며 강하게 나간다.

그들 조직이 비호하는 가게들을 찾아가 해당 가게의 아이템을 망가뜨리며 으름장을 놓는데, 이게 가게마다 히트를 치는 상품으로 바뀌면서 영구는 그 도시에서 스타가 된다. 이에 다시 조직의 일원으로 인정받게 된 영구, 그 사이 맞수인 본판테 조직의 여자 '낸시'와 러브도 솔솔 생기고, 하지만 그 조직에서 이를 시기한 2인자가 낸시를 납치해 영구 짓으로 꾸미는 등 이들 조직은 대결을 앞두게 된다. 이때 영구가 또 다시 활약해서 화해를 하며 사이좋게 지냈고, 이에 우리네 영구는 이제는 다시 길을 떠나게 됐다는 이야기.. 그런데 사실 강호는 마지막에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끝에 뭐라고 하면서 떠났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낸시가 와서 같이 차타고 떠난 그림은 봤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영화는 나름 줄거리도 갖고 있지만, 그 줄거리는 분명 헐겁고 코미디를 주로 한 장르처럼 스토리는 사실 그런 코미디 연출을 위한 일종의 과정으로 성마르게 집어넣은 듯한 느낌이 많다. 또한 슬랩스틱이 주로 있는 이 영화에서 웃음코드는 오로지 심형래 감독의 개인기에만 의존해야 하는 영화로, 무척이나 과중한 무게감으로 다가와 일종의 부담스런 코미디로 느껴질 정도다. 그러니 연속적인 웃음의 향연은 기대하기도 어렵거니와, 또 이것이 진정한 코미디 영화라고 감히 말하기도 사실 부끄럽다. 대신에 아무 생각없이 본다면 웃음의 코드로는 분명 볼 계제는 있으나, 영구표 코미디에 익숙했던 강호같은 영구세대 어른들에게 있어서 이제는 그 웃음의 마력이 세월앞에 장사 없다는 듯 힘에 부쳐 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른 것 같다. 그들은 우리들처럼 영구세대도 아니요, 또 즉각적으로 피드백이 오는 신세대답게 또 아직 떼가 묻지 않는 이른바 '초딩'들, 물론 요즈음 초딩들이 그렇게 순수?하다고는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연이어 터지는 것을 보니, 그들도 소위 말개그에 익숙해진 말장난을 주로 보고 자라다가 이렇게 몸개그를 직접 보니 자연스럽게 웃긴 것일지도 모르겠다. 야구 방망이로 치고 맞고 하는데도 웃고, 길 가다가 넘어져도 웃고, 청소기가 입을 빨아들여도 웃고, 총을 잘못 쏴도 웃는 등 적어도 강호가 있던 극장에서 아이들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강호는 전혀 그렇지 못한 게 아쉽게 됐지만서도, 극장을 나오면서 한 초딩 남자 아이가 아빠한테 말한다. "아빠.. 이거 재밌네.. 정말 웃기더라..".. 아빠 왈.. "그래.. 난 그저 그렇다.."

가족이 볼만한 코미디 '라스트 갓파더', 아이들에겐 제격

이게 바로 정답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라스트 갓파더>는 온 가족이 볼수 있는 그런 영화다. 부모님 세대를 모시고 가 보는 이들에게는 적잖은 옛적 코미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기대감에 갔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자리라면 본전은 뽑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은 그래도 어른보다 순수하니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년과 학창시절 영구세대였던 이들이 이제는 다 큰 어른들이 돼서 본 지금의 영구는 다소 안쓰럽기도 하고, 정말로 '영구 없다'가 아닌 영구가 제대로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부담스런 영구를 본 기분은 씁쓸하기만 하다. 그래도 심형래 감독의 분투에 박수를 보내지만, 사실 영화는 냉정하게 따져서 좋게 봐 줄순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총평을 하자면, 예전 강호가 이 영화가 나오기 전부터 말들이 많아 이 영화를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들'이라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다섯 가지 예시 가운데, 이제 강호도 봤으니 꼽으라면 이렇다. 딱 잘라 말하기도 뭐한 1번의 느낌이면서 3번의 느낌이 다분한 영화였음을 감히 평하고 싶다.

http://mlkangho.egloos.com/10624113

1. 웃기면 땡 평작이다.
2. 코미디가 기이한 괴작이다.
3. 성의가 없어 보이는 졸작이다.
4. 삼류 쓰레기급의 망작이다.
5. 이것이 진정 코미디 영화로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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