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강의
이중텐 지음, 강주형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중국의 유구하고 장대한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순 없는 시대가 바로 '한(漢)제국'이다. 그 이전의 진시황의 '진'(秦)나라는 지속 기간이 짧았으나, 한나라는 무려 전한과 후한시대를 걸쳐 400여년이나 강력한 제국을 이어 나간 오리지널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왕조 시대에는 수많은 인물과 역사서들로 점철돼 후대에게 수많은 이야기꺼리를 남기며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건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들 수 있지만, 대중적으론 그 시대 역사를 담아낸 고전소설 '삼국지' '초한지'가 있다. 이중에서 '초한지'야말로 한제국 시대를 연 개막작으로 인기 고전담론 중 하나다. 이 속에는 알다시피 한고조 '유방'과 서초패왕 '항우', 두 주인공이 패웅을 다투는 이야기를 펼쳐내며 역사적 픽션의 재미를 추구한다.



하지만 이런 고전소설로 접근 이전에 역사적 인물로 '초한지'를 바라볼 때는 조금 달라진다. 유방과 항우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초한지 매니아라면 아니, 덕후가 아니어도 워낙 유명한 인물만해도 한신과 장량, 소하와 조참, 범증과 항량, 우희와 여치, 번쾌와 팽월, 변화무쌍한 처세의 달인 '진평'까지.. 사실 삼국지 인물론 보다는 적지만 다들 임팩트하게 한제국을 열었던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 여기 이 한 권의 책 '초한지 강의'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의 저명한 인문학 교수이자, '고전 대중화'의 길을 개척한 학술가 '이중텐'이 써내려간 인문서로 '한나라 풍운 인물 읽기'의 부제목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이 속에는 한나라 시대를 열었던 인물에 대한 소개와 분석이 들어가 있다.

항우는 어째서 일개 평민인 유방에게 패배했을까? 그리고 후에 한나라 건국에 최고의 공을 세웠던 한신은 왜 한나라 수립과 동시에 살해되었을까? 이전에 <삼국지 강의>로 잘 알려진 이중톈은 한나라의 개국 황제 유방을 중심으로 양한 인물들이 피었다가 사라진 '초한지'의 수수께끼를 실제 역사와 비추어 파헤치며 매니아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그것이 이 책의 주요 포인트다. 단순히 초한지를 고전소설로 접근이 아닌, 바로 인물 중심의 이야기를 펼쳐내며 '초한지' 그 이면에 숨겨진 풍운아들을 재조명한다. 그래서 은근히 끌리면서도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닐 수 없는데.. 그 목차만 봐도 느낌은 단박에 온다.



머리말

제1강 한신의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
제2강 한신의 불운했던 전반생
제3강 한신의 공적과 과실
제4강 한신의 성공과 실패
제5강 유방의 도약
제6강 유방의 승리
제7강 유방의 성공 비결
제8강 유방의 맞수 항우
제9강 건국의 일등공신 소하
제10강 자기를 잘 알았던 2등 조참
제11강 제왕의 스승 장량
제12강 변화무쌍한 처세의 달인 진평
제13강 지혜로우면서도 잔혹했던 여인 여치
제14강 억울하게 죽은 조조(상)
제15강 억울하게 죽은 조조(하)
제16강 원앙과 선비
제17강 두영과 외척

삼국지 강의를 마치며
역자 후기



한(漢)제국을 연 '초한지' 인물론 강의, '한신'부터 풍운아의 모든 걸 파헤친다.

아무튼 요즈음 SBS '샐러리맨 초한지' 드라마가 그 제목처럼 인물들을 패러디하듯 재밌게 나오면서, 개인적으로 그 '초한지'를 다시 꺼내들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다시 답습하는 고전소설로 보다는 저번에 언급한 '상왕 여불위'를 읽고 있는 것처럼.. 여기 이중텐이 쓴 '초한지 강의'를 통해서 초한지의 전체적 얼개와 그 풍운아들 면면을 통해서 한나라 건국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흔하면서 일반적으로 아는 유방과 항우가 아닌, 이들에게 숨겨진 야사스런 이야기적 재미와 그들의 유명했던 가신들의 이야기.. '초한지 강의'는 바로 그런 인물론으로 천착하며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벌써 첫장부터 눈에 띄는 게, '한신의 죽음에 얽힌 수수께기'편을 통해서 '토사구팽'의 주인공 '한신'의 이야기로 70여 페이지를 내달린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장으로 손색이 없었던 '한신', 그의 공적과 과실 그리고 성공과 실패까지 담아내며 인물론의 서막은 그렇게 열린다. 뭐.. 역시나 여러 말이 필요없이, 이 한 권의 책으로 예전 '초한지'의 향수를 다시 떠올리며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한나라 풍운아들을 생생하게 만나보자. 누구나 아는 역사적 인물이라지만.. 사실 깨알같이 알기란 드물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재미와 혜안까지 제시해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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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 여불위 1부 1
이재운 지음 / 현문미디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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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기서 말하는 상왕은 아들 충녕대군 세종에게 보위를 물려주고 4년간 상왕으로 눌러앉은 태종 이방원의 그 '상왕'(上王)이 아니다. 즉 왕 위에 군림하는 또 다른 왕권.. 그것을 말하고자 함은 아닌 거. 한자 '商王', 말 그대로 '상업의 왕'이라는 뜻.. 그것이 바로 대상인이자 거상(巨商) '여불위'를 부를 때 붙이는 닉네임 같은 것이다. 왜 여불위는 거상이 되었을까? 무엇이 그를 거상으로 만들었던 것인가? 여러 의문이 날 수 있겠지만, 실제 그는 거상 같은 포부와 전략으로 춘추시대 이후 전국시대를 풍미하며 진(秦)나라를 쥐락펴락했던 인물이다. 어쨌든 여불위는 상왕으로 불려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엄청 치밀했다. 그것은 외견상 장사꾼이라는 그 이면에 숨겨진 바로 '사람 장사'가 근저에 깔려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 그가 상왕 이전에 '정상(政商)'으로도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상'(政商)은 또 무엇인가? 반문하겠지만, 한자 뜻대로 여기서 '정상'은 바로 왕이나 국(國)을 거래하거나 제조하여 파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마디로 정치적 거래가 도가 튼 고단수의 협상가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의미로 본다면.. 그렇다. 여불위를 칭하는 상왕(商王)은 제후나 왕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정상(政商)으로써 활동하며 전국시대를 풍미했던 그의 이력을 소개할 때 쓰는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조나라 인질로 있던 영이인 '자초'를 자신이 데리로 있던 불덩이? 조희로 꼬셔서 포섭해 진나라 왕위에 앉히고, 그들이 낳은 자식 정(政)을 앉혔으니 그가 바로 알다시피 '진시황'이다. 물론 진왕 정이 여불위와 조희 사이의 씨라는 얘기도 있지만서도.. 어쨌든 조나라 수도 한단에 인질로 잡혀온 자초를 '기화가거(奇貨可居)'로 포착, 일생일대의 도박을 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만화 황역 著 '심진기'도 유명.. 고천락 주연의 동명의 중드 '심진기'에서 나온 여불위 역..)

그렇다면 여불위는 도대체 어떤 태생의 인물이었을까? 그것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먼저, 여불위의 여(呂)는 태공망 강여상(姜呂尙)을 기원하고 있다. 즉 태고적에 세월을 하염없이 낚고 있었다는 '강태공'이라 불리는 인물의 유구한 씨족이었던 거. 하지만 낚시만 하던 인물은 아니었던 게, 강태공이 주나라 창업자 문왕인 희(姬)씨를 도와 제후국에서 활약하며 여씨 일족을 번창시키며 왔고, 여불위 또한 그 여씨 일족의 후예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 여씨도?!.. 여불위가 태어난 곳은 옛날 위(韋, 여불위의 이름이 여기서 비롯된다는 설도 있다)나라의 땅이었던 복양(濮陽, 지금의 하남성 복양현), 거기서도 양책(陽翟, 지금의 하남성 우현)이란 곳이었다. 이곳을 근거지로 여불위 형제들은 각지를 떠돌며 장사를 해 큰 돈을 벌었다.

그런데 여불위가 태어날 때 하남 일대는 한(韓)나라에 속해 있었던 시기로 여불위의 국적은 한나라다. 보통 우리는 조나라나 위나라로 알고 있는데, 한나라가 맞다. 여기서 한나라는 바로 춘추시대 강대국 진(晉)나라가 결국 말기에는 세 가문 즉, 조가(趙家)위가(魏家), 그리고 한가(韓家)로 찢기며 전국시대 초반 그 세 나라 중 그 한(韓)나라인 것이다. 이렇게 여불위가 태어나서 자란 한나라는 망해가는 당시 대제국 주나라 바로 밑에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주나라 수도 낙양은 전국의 모든 장사꾼들이 몰려들고 정치인과 학자들이 자주 들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넘쳐나는 등, 북방의 연나라에 담비 가죽이 많이 난다는 말에서부터 초나라 수도 영성에 가면 값싼 미인이 많다는 등 온갖 정보가 모인 곳이었다. 그곳에서 여불위는 천하를 보게 되고 거상으로써 포부를 키우게 된다.



세월은 흘러 때는 기원전 262년.. 전국시대 말로 치닫는 시기다.

왕인지 허수아비인지 모를 주나라 난왕이 53년째 낡고 쓰러져가는 왕위를 가까스로 지키고 있던 해, 저 동쪽은 '고구려·백제·신라'가 생기기 한참 전 고조선 시대요, 서쪽 오랑캐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부국강병 중인 진(秦)나라는 소양왕이 45년째 집권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이때 여불위 나이 35살.. 제대로 한창 시절에 전국을 누비며 일할 나이였던 것이다. 바로 그 유명한 진나라가 대승을 거두며 조나라 수십만 명이 땅에 수장당하는 '장평대전'이 일어나기 2년 전이다. 아무튼 이때, 여불위는 대상(大商)으로 불릴 만큼 성공한 장사꾼으로 입지를 굳히며 조(趙)나라를 향해 장사를 떠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상왕 여불위' 제1부 1권의 서막인 것이다.



정치적 장사로 진시황을 만든 상왕(商王) 여불위, 정상(政商)의 전국시대 이야기 

그렇다. 강호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바로 '상왕 여불위'다. 사실 본론은 이것인데.. 이것을 얘기하기 위해서 앞에서 괜한? 썰을 풀었다. 그래도 책과 관련된 것이기에.. 아무튼 이 낯선? 책이 무엇인고 하니.. 한때 중국 역사물과 열국지에 빠져서 살 때, 이 듣보잡?의 책을 컬렉했다가 여차저차해서 못 읽었던 책이다. 제목도 좀 재밌고, 나름 XX에 보기엔 괜찮을까 싶어서 샀던 책. 이제서야 꺼내들고 읽는 중이다. 최근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때문에 항우와 유방 등의 이름을 친근하게 듣다보니, '초한지'를 다시 읽어 볼려다가, 우선 이 책을 꺼내들은 것이다.

뭐..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 이야기는 '상왕 여불위'에 대한 일종의 역사 드라마다. 물론 중국 역사적 기록의 토대하에 쓴 것이지만, 느낌은 야사에 가깝게 한마디로 풀어쓰며, 사람과 재물을 수도 없이 끌어모아 재투자한 경제가인 여불위를 다룬 역사 경제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전국시대 상황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원래 본 책은 이미 2004년에 '스포츠서울'에 연재된 내용으로, 어떻게 투자해야 되는지, 돈은 쓰는 방법과 모으는 방법에 대해 엿볼 수 있는 등, 묘한 매력까지 품고 있다. 여기에 주된 것은 상왕 아니 '정상'(政商)으로써 여불위가 어떻게 '사람 장사'를 하는지 그것에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이미 조나라로 가는 동안에도 불덩이 애첩 조희를 신병기로 무장시켜 만반의 준비를 하는 등, 화씨벽 등 보물과 미인들을 다루는 솜씨가 소상히 나온다. 그러면서 그는 조나라에 인질로 잡혀온 진나라 왕실의 왕자 자초(영이인, 장양왕)를 포섭해 싼값에 사둠으로써 권력에 다가갈 최초의 베팅을 준비하는데.. 바로 불덩이 애첩 조희가 투입되는 것으로 그전에 안국군과 화양부인을 만나 엄청난 뇌물을 먹이는 등, 이때부터 여불위의 사람장사 '기화가거'는 빛을 내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상왕 여불위' 이야기의 시작이자 중국 최초의 중앙집권 체제의 통일제국 진(秦)나라 역사의 끝이 되는 시작점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에 덧붙여 중간에 현실비판적? 시각까지 견지하며 세태를 반영한다. 이와 함께 번외로 이사와 한비자의 스승인 순자의 법치주의 설파와 당시 왕의 가열한 동침조건과 규칙 등 재미난 에피소드 등이 자세히 담겨져 있다.

이렇듯 이 책은 비록 역사소설의 양태를 띄지만, 이야기는 오롯이 전국시대의 여불위만을 다루진 않는다. 그가 상왕으로써 또 '정상'(政商)으로써 나가는 '사람 장사'에 초점을 맞추며, 전국시대를 재미나게 펼쳐내고 있다는 점에서 꽤 의미깊은 소설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돈이면 천하도 살 수 있다'는 '상왕 여불위'의 부제목처럼, 그 여불위의 정치적 수완과 함께 전국시대 한복판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역시나 여러 말이 필요없이, 맹상군과 평원군 등 전국시대 4군자의 활약상에 필받아 <여씨춘추>를 편찬한 사상가자이자 정치가, 그리고 전국시대를 누빈 뼈속까지 장사꾼, 상왕 이전에 '정상'(政商) 여불위의 이야기를 만나보길 바라면서.. 상왕 여불위의 맛배기?는 여기서 이만 줄인다.

대신에 여건이 닿는대로, 매 권은 어려워도 주요하고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 때마다 올리도록 합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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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2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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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이른바 '뿌요일'을 책임지던 사극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인기는 대단했었다. 역사 속 '세종 이도'를 색다르면서도 디테일하게 보여준 주인공격인 '석규세종'의 활약 속에 집현전 학사들의 연이은 살인사건, 글자 반포에 맞선 밀본의 정기준 세력 등, 한글창제라는 팩트와 픽션인 밀본을 잘 조합해 그려내며 그 중심에서 내달렸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얼마 전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역사 속 세종 이도만 쓸쓸히 남긴 채, 가공의 인물들은 모두 새드하게 각자의 책무를 마치고 갈무리됐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끝난 게 아니라, 원작 소설로 천착돼 우리의 이야기적 상상력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 바로 이정명 작가의 동명의 원작소설 '뿌리깊은 나무'가 그것이다. 그렇다. 이미 개인적으로 1편을 읽고서 저번에 정리한 적이 있었다. 1권의 내용 보다는 원작이 드라마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에 대해서 5가지로 간단히 정리 모드.. '책은 온리 강채윤이 주인공이다', '밀본의 정기준 같은 건 없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묘사가 좋다', '전형적인 범인을 쫓는 추리소설의 양상을 띈다', '세종 이도 보다는 세종시대의 치세가 자주 언급된다'로 적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기는 2권에서 방점을 찍으며 갈무리 됐으니, 2권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사실, 2권도 1권과 대동소이하게 전개가 된다. 이미 집현적 학사들 '장성수-윤필-허담-정초' 순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1권이 이들 사건을 중심으로 주인공인 겸사복 강채윤이 수사를 해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 강채윤이 역사 속 인물들인 성삼문과 이순지, 강희안, 대제학 최만리까지 만나면서 증언을 듣고 사건을 파헤쳐 나가며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기법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실어증 궁녀 '소이' 또한 나온다. 그런데 그녀가 무슨 비밀을 간직한 미스터리한 인물로 나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도 드라마처럼 그녀는 세종 이도가 만든 글자를 지키는 아니, 수혜를?를 본 여자였던 거.

아무튼 1권이 그렇게 추리적 양상을 띄며 강채윤이 활약을 펼쳐지만, 일개 말단 하급관리에게 가면 갈수록 수사는 높은 산이요, 저 너머의 큰 권력이 있음을 알고, 그는 큰 문제에 봉착한다. 그것이 2권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들이다. 그러면서 그 살인사건에 숨겨진 비밀들이 하나 둘 밝혀진다. 오행설에 입각한 '마방진'의 미스터리와 이들 집현전 학사들의 비밀모임이었던 '작약시계' 계원들, 그리고 그들 팔뚝에 새겨진 문신들.. 갈수록 사건과 관련된 증거와 자료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특히 이들 자료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비서고에 숨겨져 20년간 비밀스럽게 전해져 내려온 '고군통서'라는 책이 전면에 나서며, 사건 해결의 핵으로 떠오른다. 한마디로 이것을 누구든 득템하는 것이 모든 열쇠이자 통로가 되는 셈..

그러면서 그 '고군통서'의 행방과 관련된 과거지사가 여러 루트로 나오고 '석규세종' 아니, 이도 또한 이야기의 중심으로 나온다. 그의 역사 속 치세의 언급은 물론 아픈 과거까지도 말이다. 사실 1권에서는 거의 이도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는데, 여기 2권에선 중반 이후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강채윤이 수사의 한계에 부딪치고, 그 과정에서 명나라 사신관에게 덜미를 잡혀 문초를 받는 등, 그는 막바지로 몰린다. 여기서 실어증 궁녀 소이가 모든 사건의 뿌리가 된 비밀을 털어놓으며 강채윤을 돕기에 이른다.-(그러면서 둘은 애정모드?!)- 바로 '고군통서'가 전면에 나서게 되고, 이것을 득템하려는 자들은 바로 경학파의 수장인 최만리와 그의 부하격인 직제학 심종수.. 



그렇다면 이들이 집현전 학사들을 죽였을까? 도대체 이 오래된 서책이 그것과 무슨 관련이 있길래.. 이야기는 마무리로 갈수록 그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풀어내며 갈무리가 된다. 세종 이도의 하교와 함께.. 이렇게 2권은 사건 해결의 중심으로 떠오른 서책 '고군통서'의 비밀을 밝히고 그와 관련된 내막을 디테일하게 그리며 마무리 짓는다. 여기서 아직 원작소설을 못 읽은 분들을 위해서 결말에 대해서 스포일러를 적진 않았다. 하지만 간추린 내용을 보듯이, 이 사건의 범인은 얼추 잡아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범인이 아닐지 모른다. 집현전 학사들을 연이어 살해한 그 배후 세력을 밝히는 게 중요한 과제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묻어나는 세종 이도의 고뇌와 번민 등이 2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석규세종'처럼 말이다.

원작소설 '뿌나'는 드라마와 색다른 맛, '뿌나' 팬들에게 나름 일독을 권한다.

글자창제를 비밀리에 진행해 왔고, 그 와중에 자신이 아끼던 학사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군주 이도.. 바로 2권은 그런 이도를 중심으로 끄집어 내고, '고군통서'라는 비밀스런 고서를 픽션으로 치밀하게 구성해, 이른바 '세종의 비밀코드'라는 전제를 깔고 그려냈다. 그래서 1권 보다 진행도 빠르고, 이런 이야기를 쫓게 만드는 힘이 느껴질 정로도 읽는 이의 시선을 끈다. 물론 초중반까지는 강채윤이 계속 성삼문 등 학사들을 만나면서 수사를 벌이지만, 사건 해결의 열쇠는 결국 안 보이는 학사로 지명된 2명의 인물에게 집중되며 해결의 수순을 밟는다. 그것은 누구였을까? 바로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이지 아니었을까..

아무튼 본 원작소설 '뿌나'의 2권은 1권과는 또 색다르게, 특히 중반 이후 상당히 몰입감을 주며 내달리게 만든다. 마치 추리소설에서 그 마지막 내막을 모두 풀어내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역사 속 팩트인 한글창제와 그 속에서 미스터리를 가미해 복선과 생생한 캐릭터로 구현시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중심이 되었던 수찬 성삼문과 서운관 이순지의 이야기,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보수적 인물 대제학 최만리까지 익숙하게 낯설지 않다. 여기에다 세종시대 천문학과 수학, 역학, 철학 등 다양한 지식들이 나열돼 소설책 그 이상의 깊이를 더한다.

그래서 이번 원작소설 '뿌나'는 이런 지적 유희는 물론, 한글 창제라는 팩트 속에서 '세종의 비밀코드'라는 픽션과 조합시켜 읽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책 본연의 흥미를 더했다. 이것은 비주얼한 드라마가 줄 수 없는 색다른 맛이자, 바로 지금도 한창 열기가 있는 '팩션소설'의 가장 근원적인 맛일 것이다. 그렇기에 원작 '뿌나'는 그 중심에서 토종 팩션으로, 분명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단언한다. 여러 말이 필요없이, 뿌요일의 드라마는 이젠 끝났지만 그 아쉬움을 여기 원작으로 달래보시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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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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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부터 장안의 화제로 떠오르며 수목의 '뿌요일'을 책임지는 사극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제대로 캐릭터화한 이른바 '석규세종' 대 밀본의 '정기준'과의 대결 양상으로 압축되는 가운데 이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많이들 알려지고 궁금해 하는 원작 소설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소위 '뿌나' 팬이라면 당연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책이 드라마화 되고 인기 드라마가 책으로 나오거나 혹은 영화로 만들어지는 등, 인기있는 작품들은 여러 방식으로 우리네 이야기의 살을 찌우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정명 작가의 동명의 원작소설 '뿌리깊은 나무'는 드라마와는 일견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개인적으로 드라마에 맞춰서 이번에 원작의 1권에 이어서 2권 초반까지 읽게 됐는데, 그래서 나름 정리해봤다. 원작소설과 드라마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책의 내용은 어떻게 전개되는지 등 그것을 간단히 추스려서 5가지로 정리하면 이렇다. 물론 아래의 내용은 드라마 '뿌나'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가정하에 쓴 것이고, 여기에 원작까지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많이 공감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




1. 책은 온리 '강채윤'이 주인공이다.

그렇다. 원작소설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바로 겸사복 강채윤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드라마는 그렇지 않다. 한석규가 분한 세종 이도가 극의 중심을 잡고 이른바 '석규세종'에 의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책에서 이야기의 중심이자 전개되는 과정에는 항상 강채윤이 있다. 하급말단 관리지만, 그는 고군분투하며 여러 난관에 부딪히는 등 궐내에 일어난 집현전 학자들 살인사건을 조사해 나간다. 드라마가 '허담-윤필-장성수' 순으로 죽어나갔다면 책에선 역순이다. '장성수-윤필-허담' 그리고 '정초'라는 판서까지 죽음을 당하면서 전개된다. 이 모든 것이 며칠 사이에 벌어진다. 그러면서 이들 죽음에 마방진 숫자놀음의 의문과 음양오행설과 같은 것이 관련돼 있어 주목을 끄는 방식이다. 즉 살인이 예견된다고 해야되나.. 어쨌든 책에선 강채윤이 8할을 맡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다. 드라마와는 다르게..

2. 밀본의 정기준 같은 건, 책에서는 아예 나오질 않는다.

이것이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원작을 따와서 만든 드라마에서 극화시킨 인물 바로 밀본의 수장 '정기준'.. 드라마는 역사 속 임팩트했던 실존 인물 '삼봉 정도전' 선생의 유지였던 '재상총재제'를 받든 사대부의 비밀 결사조직 '밀본'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그 밀본이 세종 이도와 대립각을 세우며 집현적 학사들을 죽이고 심지어는 글자 반포에 생사를 걸어 반대하는 등, 드라마를 이끄는 중심 축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은 그런 밀본이라든지 정기준 같은 인물의 언급은 전혀 없다. 연이은 학자들 죽음이 이야기의 기본 축으로 전개되면서 그 배후 세력을 밝혀 나가지만, 정기준 같은 허구적 인물은 없다. 과거 이야기로 돌아가 정도전 선생의 언급은 간혹 있어도 '밀본'같은 건 없다는 거. 드라마 '뿌나'가 만든 최대의 픽션인 셈이다.

3. 역사적 인물에 대한 묘사가 좋다. 이순지, 최만리 등..

이 부분은 책만이 가지는 묘한 매력이다. 드라마는 다소 평면적으로 캐릭터화 하면서 그 인물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만, 책 속에서 나오는 인물은 그 사람들의 모습은 물론 학식과 스타일을 제대로 소개한다. 그래서 꽤 끌리는 인물 이야기로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집현전 학자들 중에서 많이 나오는 인물은 바로 산학과 역학에 도가 튼 서운관 '이순지'다. 집안도 좋았고 출세가도를 달렸지만, 그는 산학과 천문 등에 빠져 사는 등 인간과 우주 만물에 대해선 공자 저리가라다. 그래서 강채윤에게 이번 살인사건의 연결고리가 되는 지점을 언질해 주기도 한다.

한편 집현전 초기 학사를 지내며 말년에 대제학까지 오른 '최만리'.. 두말하면 잔소리요, 그는 역사의 기록처럼 세종 이도에게 글자 반포에 대해서 상소문까지 올려 극구 반대했던 인물이다. 여기 책에서도 그는 보수적인 정통 경학파의 수장으로 동료이기도 한 부제작 정인지의 실용경세파와 맞서는 인물로 나온다. 그러면서 같은 라인의 직제학 '심종수'도 엮어서 그려내며, 문종의 세자시절 스승으로써 10여 년을 가르친 내막까지 최만리 이야기 등이 소상하다. 대신에 드라마에서 최만리는 간혹 비추긴 했어도, 책에서는 그 살인사건의 배후처럼 알게 모르게 묘사되는 등, 아주 임팩트하게 나온다.



4. 전형적인 범인을 쫓는 추리소설 양상을 뛴다.

드라마 '뿌나'도 그랬다. 초기에 집현전 학사들 '허담-윤필-장성수'가 연이어 죽어 나가면서 겸사복 강채윤이 그 사건을 파혜쳐 나가는 양상.. 하지만 중반부터는 밀본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급기야 3대 본원 정기준이 실체를 드러내며 석규세종과 대립구도 양상으로 치닫는 게 현재 드라마의 구도다. 그런데 여기 책에서는 밀본 자체가 없다보니, 온리 강채윤이 살인사건의 주범과 배후를 쫓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추리소설 기법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역사 속 이야기다 보니, 현세와는 다른 색다른 증거 자료, 특히 비서고에 얽힌 책 이야기와 관련된 배경 묘사 등이 눈에 띄게 묘한 매력을 준다. 다만 이것을 탐문 과정에서 전해들은 채윤의 시각과 생각에서만 펼쳐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주인공 강채윤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잘 펼쳐내고 있다.

5. 세종 이도 보다는 세종시대의 치세가 언급된다.

이건 드라마의 '승'이라고 봐야할까.. 지금 드라마 '뿌나'에서 '석규세종'은 완벽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겸사복 강채윤이 아니라.. 그가 그려내는 감정선은 분노와 절제, 그리고 고뇌와 번민 등이 복합적으로 상충돼며 다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한석규'의 힘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자신이 만든 글자를 가지고 연이은 반대에 부딪치며 궁지에 몰리는 등, 세종 이도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극의 중심으로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거. 하지만 책은 이런 이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1권 중반 이후 잠깐 나오는 등, 이도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는 없다. 대신에 이도가 이끌었던 그 세종시대에 대한 치세가 언급된다. 이른바 문치력 이전에 여러가지 책이 나오고 이른바 산학, 역학, 천문, 농사, 화폐, 그리고 상업 얘기까지.. 당시 세종시대에 관련된 역사적 기록들을 책 하단에 각주 식으로 담아 지식의 보고처럼 전달해준다. 이 부분은 드라마와 다르게 꽤 유용한 정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원작소설과 드라마의 차이점을 5가지로 추스려 봤다. 물론 이게 정확한 답이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드라마를 봤다면 또 원작소설까지 읽어봤다면 이런 차이점은 어느 정도 공감은 갈 것이다. 사실 이것 이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긴 하지만, 큰 틀은 이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책은 분명 드라마와는 다르게 전개된다. 연이은 집현전 학사들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그와 관련된 범인과 배후 세력을 밝히는 데 주인공 강채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게 주요 골자다. 그래서 지금 '석규세종'의 활약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드라마와는 꽤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책이 주는 색다른 묘미는 바로 그 글속에서 펼쳐내는 또 다른 상상적 이야기의 세계다. 그렇기에 이번 원작소설 '뿌나'는 드라마와 다른 재미를 선사함이 명료해진다.

과연 범인은 누구였을까.. 2권 초반 이후를 틈틈히 달려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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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뇌 백동수 7
이재헌 지음, 홍기우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출발은 좋았으나 용두사미 격으로 마무리돼 나름 아쉬움을 남긴 SBS 무협사극 드라마 '무사 백동수'.. 이젠 끝난지 좀 됐어도, 원작은 그렇지 않다. 바로 만화로 그려진 '야뇌 백동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아직도 진행중이다. 개인적으로 드라마에 맞춰서 당시 총 6권을 컬렉했다가.. 이래저래 일상의 바쁨으로 잊고 지내면서 아름아름 읽다가 이제서야 다 보게 됐다. 최근에 나온 7권까지.. 우선, 이 만화의 느낌은 드라마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다. 캐릭터도 많이 다르고 내용 또한 새로운 포맷이다. 드라마가 이 원작만화를 모티브로 하면서 새롭게 각색해서 그렸지만, 만화와는 다른 느낌.. 하지만 드라마도 챙겨 본 입장에서, 원작만화 '야뇌 백동수'가 더 사실적이고 재밌다는 점은 인정해야겠다.



단순히 무협을 넘어선 이 속에는 영조시대의 정치투쟁이 들어가 있고, 각종 실존 인물들을 내세우며 역사무협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러면서 이들이 판타지하게 싸우는 그 현장에는 조선무예의 용법과 병기들을 내세우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매 권마다 뒷편에 소개된 병기들로 낭선, 쌍검, 쌍수도, 당파, 곤방, 환도, 등패 등 그 이력을 밝히며 만화의 무게감을 준다. 한마디로 그냥 후줄근하게 대충 그린 만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할 수 있다. 실제 작가가 '무예도보통지'를 접하면서 그려낸 그 디테일은 사실적이다. 하지만 스토리적으로 본다면, 내용은 어찌보면 간단한 구도다. 주인공 무사 백동수 청년의 활약상을 담아낸 것인데, 그러면서 뒤주 속에 갇혀서 죽은 사도세자의 죽음을 빌미로 펼쳐지는 세력 간의 권력싸움을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그것은 백동수가 훈련도감의 훈련생으로 있으면서 시작된다. 훈련도감 교관 임수웅의 애제자로 또 이한주 선배를 필두로 이들의 상황이 전개된다. 하지만 사도세자가 노론들에게 역적으로 몰리면서 급기야 뒤주 속에 갇혀서 죽을 운명의 이 사람을, 바꿔치기하면서 일은 꼬이게 된다. 그 와중에 조정의 실세이자 훈련대장 구선복의 마수가 펼쳐지며 임수웅과 이한주가 죽고, 사도세자마저 위기의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이야기는 백동수의 활약상으로 펼쳐진다. 스승님의 죽음과 사도세자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백동수와 그의 친구 홍국영은 이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의기투합한다. 그러면서 보통의 무협의 공식대로 길을 나선 이들에게 다가오는 고수들이 속속 등장하며 눈길을 끈다.



나그네 타입의 절대 고수 김홍연, 정체모를 고수 김원일, 설렁대지만 한 포스하는 조재호 대감과 그의 측근 황진기.. 특히 황진기의 포스가 아주 제대로다. 드라마 상에서 '성지루'가 맡았던 그런 이미지와는 완전 딴판이다. 쌍수도의 달인이자 실제 역사의 기록처럼 그는 선전관 출신의 제대로 된 무인이었다. 하지만 대역적으로 몰리며 쫓기는 신세가 되었는데, 여기서 모습은 이른바 카리스마 황이다. 모습 자체도 마치 예전의 인기만화 '북두신권'에 나오는 그런 캐릭터를 보는 듯 크고 우람하다. 재밌는 건 드라마에서 그의 딸내미로 나온 황진주가 여기선 딸이 아닌 독립된 캐릭터 '유진주'로 나오는 것도 이채롭다. 그러면서 백동수와 유진주의 관계 또한 만화스럽게 재밌게 그려지는데, 연인 관계로 발전이 아직은 아닌 상태다.

드라마보다 더 사실적이고 재밌는 역사무협 '야뇌 백동수',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외에도 젊은 김홍도 화가 선생이 재미난 캐릭터로 나오고, 기생 차림으로 절대고수를 자처한 '쌍검무'의 극치에 다다른 여인 '운심'까지 나오면서 이목을 끈다. 참 섹시하게 그렸다는.. ㅎ 그러면서 당시 평안감사로 있던 정휘량(영·정조 시대의 문신이자, 사도세자의 여동생 화완옹주의 시아버지인 정우량의 동생으로 사도세자와는 사돈지간), 그의 직속부하인 병마절도사 이윤성까지 가세하며 극은 재밌게 흘러간다. 즉 사도세자의 유지를 받들어 백동수가 평안도로 흘러 들어와 이들을 만나면서 위기에 처하고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 거. 그러면서 크나큰 상처를 입고, 결국 구대감 일행에게 잡히는 신세가 되고 마는데.. 과연 백동수는 이 위기를 잘 벗어나며 자신의 임무를 잘 완수했을까.. 그것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 더욱 모를 일이다.

여기까지가 현재 7권까지 그려진 '야뇌 백동수'의 대략적인 이야기다. 사실 드라마를 본 분이라면 보시다시피 원작만화는 많이 다르다. 어찌보면 원작이기에 각색한 것은 드라마고, 이것이 실제 무사 백동수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비교해 보더라도, 만화가 좀더 스토리적으로 와닿는 이야기가 많다. 많은 고수들이 다소 엉켜 있어서 헷갈리기도 하지만, 그 대립구도는 선명하게 보인다는 점에서 직관적이다. 김종수와 구선복 실세의 대립각과 그 뒤에 거두 홍봉한.. 그러면서 각종 고수들 살수의 향연을 보는 김홍연, 김원일, 황진기, 운심, 이윤성, 그리고 검선 김광택까지.. 물론 주인공 백동수와 그의 친구 홍국영, 박제가와 이덕무 그리고 유진주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이다.

아무튼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금방 읽어 볼려던 원작만화였는데.. 백동수가 이제는 잊혀가는 즘에 이렇게라도 다 읽게 돼서 다행이다. 사실 4권까지 더디게 보다가 잊고 지내면서 아름아름 읽었었다. 그러다 지난 주말동안 4권부터 7권까지를 한달음에 달려서 봤다. 역시 만화는 한번에 몰아서 그것도 침대에서 뒹굴며 보는 게 제맛이라는 건 다시 확인했고, 그 중반 이후에 이야기는 몰입감 좋게 잘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백동수의 캐릭터가 어린 청춘에 머무르며 조금은 학원물스럽게 전개된다는 게 아쉽긴해도, 드라마도 그랬고 여기 원작만화도 무협 판타지의 팩션으로 본다면 크게 손해볼 건 없다. 우선 재밌으니까.. ㅎ



그나저나 이 만화를 읽고 나니, 강호가 예전에 드라마와 만화로도 접했던 항소룡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무협 판타지 '심진기'가 생각난다. 이 내용은 중국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웅들의 이야기였는데, 4군자는 물론 각종 명장들에다 섹시한 여걸들까지, 한마디로 재밌게 볼만했던 역사무협 판타지 만화였다. 지금 '야뇌 백동수'도 그런 느낌이 드는 게, 그림체도 좀 비슷하고.. 아무튼 백동수의 활약은 물론 조선 무예의 무게감은 유지한 채 이들의 이야기를 계속 기대해 본다.

그나저나 작가님.. 8권은 언제 나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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