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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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단편들이 인상적인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저자는 리처드 브라우티건으로 '미국의 송어낚시'로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작품을 아직까지 읽은 적이 없지만 62편의 짧은 단편이 가진 이야기가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다.


 첫 단편이며 이 책의 원제인 '잔디밭의 복수'부터 예사롭지 않다. 화자와 너무나 빼어 닮은 친할아버지는 정신병원에 계시고 오래시간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이탈리아인 의붓할아버지 잭... 차는 차고에 있어야 한다는 강한 생각을 갖고 있는 친할아버지가 정성껏 가꾸던 잔디밭에 관심도 없고 오히려 그는 배나무에 몰려든 벌에 쏘인 일로 결국에는 나무에 불을 지른 이야기지만 친할아버지와 의붓할아버지 두 인물이 가진 캐릭터가 한 곳도 합쳐지는 곳이 없이 너무나 다른 이야기가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 헤밍웨이의 타이피스트를 다룬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타이피스트'는 엄청나게 비싼 액수를 주고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타이피스트로부터 최상의 타이핑 서비스를 받는 친구를 두고 있는 화자... 그녀는 친구의 일을 도와주고 있지만 그녀의 손에 의해 나오는 글들을 보면 그녀가 헤밍웨이가 곁에 둘 수밖에 없는 최고의 타이피스트이고 그녀에게서 헤밍웨이의 존재를 느낀다.


의학이 발전하여 겉모습만을 보고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다. '낡은 버스'는 화자가 탄 버스에 노인분들이 탑승하면서 겪는 심리적 불안감을 그린 작품이다. 자신으로 인해 잃어버린 젊음을 떠올리게 하는 자신이 한 없이 미안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화자... 자신이 내릴 곳도 아닌 곳에서 내리고 그의 시야에서 버스가 사라진 후에야 버스 안 노인 분들과 화자는 비로소 안도의 시간을 갖는다. 학창시절에는 시간이 정말 느리게 흐른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나이를 먹어가며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이해하게 된다. 예전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시간의 속도... 젊음에 대한 생각이 재밌게 느껴진 이야기다.


제목과도 같은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펼쳐지는 해변에서 잠수복을 입은 여인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움에 매료된 이야기로 1960대의 시대 모습 안에 자유를 느끼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담겨진 단편이다.


저자가 쓴 '미국의 송어낚시'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간 '용서받은 '자' 역시 흥미로우며 이외에도 여러 단편들이 서정적 언어의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책이다. 62편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상징적인 의미들로 구성되어 있어 짧은 글 속에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나 자꾸만 되묻게 된다. 다소 까다롭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단편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언어의 유희를 즐기는 재미를 안겨준다.


살면서 자신에게 가장 완벽한 하루가 얼마나 있을까? 나의 완벽한 하루는 언제였는지 떠올려 보며 내 하루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돌아보게 된다. 나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고 제목처럼 따스하고 포근한 힐링을 주는 소설로 저자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가고 책에 소개된 ''미국의 송어낚시'는 조만간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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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음모
존 그리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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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릴러의 대가로 불리는 존 그리샴의 신작 '잿빛 음모'가 나왔다. 이미 저자의 책을 서너 권 읽었기에 잿빛 음모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읽은 책이다.


금융위기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만다.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며 나름 인정받고 있던 변호사 서맨사 코퍼 역시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갑작스런 해고통지에 그녀는 커다란 상처를 받고 하루라도 빨리 뉴욕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서맨사는 이혼한 아버지 마셜의 제의도 거절하지만 정작 무급 인턴사원이라도 일하고 싶은 그녀를 원하는 곳은 없다. 다행히 버지니아 주 브래디의 마운틴 법률 구조 클리닉에서 겨우 일자리를 얻은 그녀는 자신이 일할 곳을 찾아가는 첫날부터 예사롭지 않은 일을 경험하게 된다.


서맨사에게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는 치아관이란 시각장애를 가진 황당한 남자를 만나지만 알고 보니 그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인물이다. 함께 일하게 될 도너번을 비롯한 사람들을 통해 자그마한 이 마을의 주민들과 대기업 석탄회사과의 껄끄러운 사연을 듣게 된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며 일을 하는 서맨사에게 자신이 작성한 유언장을 바꾸고 싶다는 의뢰인이 나타난다. 자식들에게 땅을 물러주고 싶지 않은 의뢰인의 요구대로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자식들이 서맨사를 찾아와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다. 대기업 석탄회사의 비리를 잘 알고 있는 도너번은 열성적으로 그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 뛰어든다. 항상 그렇듯 돈을 가진 사람들은 뛰어난 변호사들을 고용해 브래디 마을 사람들의 요구를 차단한다. 헌데 도너번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며 서맨사를 비롯한 사람들은 충격을 받는다. 도너번의 동생이며 서맨사에게 관심을 보인 제프는 형의 사건에 더욱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여기에 서맨사는 흑폐증을 앓고 있으며 석탄회사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의뢰인을 돕고 싶다. 헌데 이 의뢰인이...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 세상이 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자본주의 사회가 가진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대기업의 거대 자본과 그들에게 고용된 사람들은 물론이고 행정적으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해야 하는 사람들까지도 대기업의 자본과 결탁해 있다. 이런 일이 미국만 있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역시 탄광촌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폐암 등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었다. 그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었는지 잿빛 음모를 읽으며 새삼 돌아보게 된다.


FBI까지 수사에 끼어들며 진실은 과연 밝혀질 수 있을지 긴장감이 돌며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스토리지만 역시나 법정 스릴러 소설의 대가답게 대기업과 그들의 편애선 사람들, 이들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서맨사 일행의 모습이 그동안 보아 온 여러 법정 영화를 연상하며 나름 재밌게 읽었다. 그중에서도 줄리아 로버츠가 나온 '에린 브로코비치'가 자꾸만 생각이 났다.


자본주의 사회가 가진 어두운 일면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성실하고 열심히 생활하며 미래를 설계했던 사람들도 금융위기와 같이 생각지도 못한 위기로 인해 길거리를 쫓겨나는 현실이 형태는 다르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인가 뉴스를 통해 로스쿨출신의 법조인과 사법응시 출신의 법조인이  서로 다른 사법시험에 대한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법에 대해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의견이 다른 그들의 모습이 씁쓸함을 느끼게 되는데 옛날처럼 개천에서 용나는 세상은 아니지만 로스쿨에 가려면 기본적으로 부모님의 재력이 상당히 있어야 하기에 힘이 들더라도 돈에 의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노력으로 법조인이 되려고 노력하기에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법정 소설과 존 그리샴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반가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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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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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믿지 않는다. 허나 한 번씩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보면서 지구상에 누군가는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독일작가 한스 라트의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는 신이란 존재를 다루고 있지만 결코 먼 존재가 아닌 바로 옆에 있는 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루하거나 딱딱하게 느껴지면 어쩌나 싶은 생각을 안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저자만이 가진 유머와 유쾌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라 즐겁게 읽은 책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전처를 두고 있는 심리치료사 야곱은 갑자기 들이닥힌 그녀의 방문을 막을 수 없다. 갑작스런 전처의 방문과 곧 이어 그를 찾아온 그녀의 새 남편으로 인해 그는 별이 보이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복서인 전처의 새남편에게 맞은 야곱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광대 옷을 입은 남자 아벨 바우만을 만나게 된다. 아벨은 자신을 신이라 말하며 너무나 황당한 이야기를 꺼내지만 야곱은 위험에 처한 그를 도와준다. 사기꾼의 모습을 더 많이 가진 어설프기만 한 신.... 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나 행동은 이런 신이 우리 주변에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게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아벨의 말을 믿기는 힘들다. 그가 준 명함을 토대로 찾아간 아벨의 집은 불법 쓰레기장 속 트레일러다. 신을 만나 고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 얽힌 진실을 말하는 신의 이야기는 엉뚱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하면서도 그가 진짜 신이 맞나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야곱은 전처의 황당한 처사로 인해 집을 잃게 되자 신과 함께 그의 가족을 만나러 떠난다.


자신을 신이라고 밝혔지만 그는 어느 인간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야곱은 야벨을 통해 보게 된 자신의 가족,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는다.


원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인간의 몸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게 된 신... 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이 가진 현실 속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을 갖는다. 그 길에서 가족의 의미, 나란 존재에 대해 다시 들여다본다. 신이란 존재에 대한 믿음을 떠나 야곱이 가진 엉뚱하지만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은 남다르다. 신은 점점 이기적이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인간들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 노력을 힘을 잃어간다.


신이 정말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인간들이 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고 점점 더 이기적이고 악의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본다면 신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자신이 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국에는 책에서 나온 신처럼도 신도 어쩌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또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신을 보며 신은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는구나 싶어 미소 짓게 된다. 지루함 없이 유쾌하게 느끼며 재밌게 읽었지만 생각도 이끌어내는 이야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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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고 주말여행 - 누구나 쉽게 따라하는 셀프 여행법
안혜연 지음 / 시공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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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을 별로 한 적이 없다. 천성적으로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옆지기를 둔 탓에 여름휴가도 방콕하며 지내는 편이다. 동생이나 친구들이 여행을 다녀 온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지만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버스 타고 주말 여행'은 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 자동차를 끌고 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나 뚜벅이족에게 안성맞춤 여행 책이란 생각이 든다.


'버스 타고 주말 여행'은 버스를 타고 우리나라 어디든 가고 싶은 여행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알차게 담겨진 책이다. 나같이 길치에 허둥대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주말에 여행을 떠나도 되지만 책에 담겨진 버스 정보를 토대로 한가한 평일에 여행지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국내여행을 거의 못한 탓에 가고 싶은 여행지가 정말 많다. 완도, 청산도는 몇 년 전에 우연히 친한 친구랑 함께 떠났던 곳인데 그때는 제대로 여행을 못한 탓에 항상 다시 떠나고 싶다는 아쉬움이 있던 장소다. 슬로시티를 맘껏 느끼며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라 될 수 있으면 빨리 떠나고 싶은 곳으로 메모해 둔다. 안동, 청송 여행 코스도 매력적이고, 대중교통 난이도가 '하'일 정도로 좋은 통영, 진주, 지금 한창 장미꽃이 예쁘게 피었을 곡성,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서 본 기억이 있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 있는 군산, 전주 여행 역시 조만간 시간을 내어 떠나고 싶은 여행지다.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여행지가 나의 여행 욕구를 자극시킨다.


기차여행에는 내일로, 버스 여행에는 고속버스 프리패스, EBL(Express Bus Lines PASS)패스가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무엇보다 이 패쓰의 장점은 주중에 이용을 할 수 있기에 내가 생각하고 있는 주중여행을 이용할 때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모든 고속버스에 전부 이용이 가능한 패스로 무조건 당일 청구에서 예매하는 것과 같은 구간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진에 대처하는 방법에서 꼼수를 알려주고 있는데 솔직히 유용한 팁이란 것은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살짝 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싸게 구입한 패쓰를 많이 쓰려는 것을 목표로 삼기 쉬운데 여행을 떠나는 목적을 생각하여 즐거운 여행을 하는데 패쓰를 이용할 필요성을 알려준다. 조만간 주중 4일짜리 EBL 패쓰를 구매해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 볼 생각이다.


여행을 떠나면 기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짐 싸는 것부터 숙박업소, 먹을거리, 볼거리 등에 대한 정보도 꼼꼼하게 담겨져 있어 버스를 타고 여행지에 가는 동안 읽어도 된다. 나처럼 버스 여행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도 부담감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란 생각이 든다.


아직은 힘이 있을 때 멀리 떠나는 여행을 주로 생각한 나에게 우리나라에도 여행할 곳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버스 타고 주말 여행' 책을 국내여행이 주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끼게 된다. 저자가 직접 버스를 이용해서 여행을 하였기에 책에 대한 신뢰감이 생긴다. 운전에 대한 부담감을 갖지 않고 버스를 이용해 여행을 준비할 수 있는 알찬 정보들이 담겨진 책을 바탕으로 친구, 가족, 혼자서의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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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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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근는 한국계 미국 작가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원한 이방인'은 이창래 작가의 데뷔작이다. 미국 땅에서 이민자, 이민자의 자식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포함한 여러 인물들을 통해 기회의 땅이라는 미국의 삶이 결코 쉽지 않으며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갖는 주인공 헨리 파크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헨리의 아내가 떠난다. 남편을 누구보다 사랑했고 그의 곁에서 행복을 꿈꾸었던 여자 릴리아... 공립학교에서 언어치료사로 일하는 아내는 아이들의 위해 헌신적이었다. 그녀가 아이들에게 쏟는 정성에는 그의 아트 미트의 안타까운 죽음이 한몫 하지 않았나 싶다.


아내 릴리아는 남편에 대해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그가 하는 일에 대해 알지 못한다. 헨리는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모으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해 철저하게 아내에게 비밀에 붙인다. 부부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남편이 하는 일에 대해 깊은 관여하지 않는 우리나라 문화와 달리 미국은 부부관계가 우리와 다르다고 알고 있다. 서로에게 솔직해야 하는 미국사회에서 이런 헨리의 모습에는 그의 아버지의 영향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과 달리 미국인들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기를 바랐던 그의 아버지는 같은 민족끼리의 결혼이 아닌 외국인 릴리아의 결혼에 기쁨을 가지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헨리를 임신한 아내와 미국에 이민 와서 채소가게를 운영한다. 채소가게에 대한 어떠한 일도 거론되지 않는 집안 분위기에 익숙한 헨리... 어머니의 죽음 이후 낯선 가정부의 출현과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살림을 하는 가정부에 대해 잠시나마 품었던 의심... 아버지에 대한 헌신적인 희생?은 헨리 부부에게 큰 도움이 된다.


헨리의 새 일은 시의원 존 강과 관련된 일이다. 존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헨리는 한국계 이민자로 살고 있는 그의 삶이 예사롭지 않다. 존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 생각지도 못한 폭파사건이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되고 그의 정치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교통사고까지 겹치면서 감추어졌던 이야기들이 쏟아지는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늘 생각하는 헨리는 심리치료를 받던 중 하지 말아야 할 비밀까지 털어놓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인물은 헨리에게 조심하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솔직히 쉽지 않은 책이다. 헨리는 끊임없이 자신이 누구인가 반문한다. 이민자의 자식으로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자연스럽지만 미국인의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지 못하고 여전히 이방인처럼 살아가야 하는 헨리의 모습에서 더 나은 나라에서 잘 살고 싶어 떠난 이민자들과 그들의 자손이 겪는 어려움이 느껴진다.


저자가 느낀 미국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모습이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남다른 직업을 가진 주인공의 일과 아들을 잃고 겨우 이어가던 아내와의 관계 등이 잔잔하지만 서정적으로 담겨져 있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돌아보며 질문하게 되는 이야기라 흥미롭게 느끼며 읽게 된다. 이민자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된 책이다.


미국인들은 이름을 부르며 산다.        -p113-

어머니는 늘 '처'나 '아내'나 '어머니'일 뿐이었다. 아버지는 '남편'이나 '아버지'나 '헨리 아버지'였다.     -p114-


나는 단지 인물만 알면 된다. 정체만. 이것이 전부다. 나는 굶주린 개처럼 모든 개인적 정서의 내장을 쫓아다녀야 한다. 나는 공작 대상이 좋아하는 마음과 싫어하는 마음을 드러내게 해야 하고 자극해야 한다. 마음의 매너리즘. 그의 삶의 상습적 경련. 그의 의견, 편견, 불안, 허영심. 그의 입맛을 자극하는 것까지 - 만일 그것이 뭔가를 말해 준다면. 내가 돈을 받고 하는 일은 그의 엄격한 현재 시제로 관찰하는 것이다. 역동적으로 한 장면을 차지하는 대상으로서, 연구 할 현상으로서.                                         -p306-


나는 멈칫한다. 내 한국 이름을 들으면 언제나 순간적으로 얼어 붙는다.     -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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