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김용택의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 감성치유 라이팅북
김용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는 읽다보면 마음이 어느새 차분해지고 편안해짐을 느끼게 된다. 어머님에 대한 깊은 효심을 담고 있는 섬진강 시인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김용택 시인이 국내외 작가들의 시를 담아 낸 책이다. 시를 읽는 것에서 벗어나 시 한 편 옆 페이지에 직접 시를 따라 써 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있어 시를 쓰고 싶다는 욕구는 있지만 자신이 시를 짓는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나 같은 사람도 유명인의 시, 메시지를 따라 써보며 '시'가 좀 더 친숙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시를 좋아하고 한 편의 시가 주는 감동을 알고 있지만 예전만큼 시집을 찾지는 않는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시를 읽는 시간이 거의 없는데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를 읽으며 예전의 나의 모습을 살짝 떠올려 보게 된다. 아무래도 시 한 편 옆에 필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시를 읽는 것에서 끝나면 금세 잊히지만 한 음절씩 따라 써보며 예전의 소녀적 감상이 살짝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휜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퍼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에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하여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많은 독자들은 시인이 시집을 한 권 내면 얼마의 돈을 받는지 모른다. 함민복 시인은 긍정적인 밥에 시 한 편에 삼만 원의 돈을 받고 시 한 권이 팔리면 삼백 원이 들어온다고 썼다. 지금과 달리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쌀이 두 말 살 수 있고 그로인해 마음에 따뜻한 밥이 된다는 글에 내 마음도 따뜻해지고 미소가 지어진다. 시인으로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는 구절이지만 따뜻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함민복 시인이 시와 밥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로 만들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시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를 읽고 필사를 하며 내 마음에 잠들어 있던 시에 대한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을 갖게 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런던 이야기 - 천 가지 역사를 품은 살아 있는 도시
미셸 리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 영국의 수도 런던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 잡은 도시로 해마다 엄청난 수의 관광객이 런던을 찾아 푹 빠지게 된다. 나 역시도 가을쯤에 계획하고 있는 서유럽 여행 중 가장 기대되는 도시가 런던이다. 책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나름 런던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셸 리의 '런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잊었거나 이런 이야기가 있는 줄 모른 이야기도 담겨져 있어 다양한 런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 즐거운 책이다.


책에 담겨진 이야기는 방대하다. 런던의 탄생과 유년기부터 시작해서 성장기, 전성기, 성년기, 노년기 현재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같은 2,000년의 역사가 하나같이 흥미진진하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탄생은 너무나 미약했다. 로마시대의 식민지 영국(브리타니아)... 런던을 만든 사람들은 로마인이었다. 로마인들의 발전된 문명과 지역적 우수성을 통해 발전한다. 흥미롭게 읽은 이야기로 상업의 요충지로 발전하던 론디니움에 닥힌 재앙이다. 로마에 의해 지배를 받던 부족 중 하나인 이세니 부족의 왕이 죽자 로마인들이 쳐들어와 부디카 왕비는 피멍이 들고 딸들은 강간당하자 왕비는 복수심에 눈이 멀어 브리타니아의 중요 도시 세 개를 파괴한다. 허나 네로 황제에 의해 부다카의 군대가 패배하자 딸들과 함께 자살한다. 영국 여성 지도자 계보의 시조인 부다카는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빅토리아 여왕,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수상이 그녀와 같은 스타일을 가진 후손이다. 부다카 이야기는 대영제국의 상징이 되며 다큐멘타리로 많이 만들어졌다. 웨스트민스터 브리지에 부다카 동상이 있다고 하니 가을에 여행을 가면 꼭 볼 생각이다.


세계의 연극사상 중요한 인물이라면 단연코 셰익스피어를 둘 수 있다. 16세기 영국인들이 극장가는 것을 즐기고 좋아했다. 극장 입장료가 당시 물건의 돈의 가치를 따져볼 때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영국인들은 극장 가는 것을 좋아했고 그 중심에 셰익스피어의 공연이 있었다. 셰익스피어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으며 그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는 비슷한 듯 다르게 보이는데 실제 어느 것이 셰익스피어인지 알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통해 자신들을 투영하며 셰익스피어의 공연으로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했다.


대영제국 영국의 아성은 끝이 났지만 세계 곳곳에 대영제국의 영향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양한 물건들이 영국으로 들어왔고 2차 세계대전에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민자들이 영국으로 몰렸다. 언어, 종교, 문화, 관습이 다른 이민자들이 영국에 뿌리를 내리고 다국적 문화를 보여주는 곳이 만들어진다. 대영제국 영국은 세계에 도로와 철도를 놓고 각종 산업을 발전시키는 등 세계무역의 항로로 세계화를 시작했다. 많은 나라들이 대영제국의 영향권에서 발전해 나갔지만 정작 영국의 경제, 근대화에는 아쉬움을 갖는 목소리가 많았다. 우리 모두는 대영제국이 만든 무대에서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라면 단연코 튜더왕조다. 다양한 분야에서 튜더 시대, 왕조에 대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져 접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여기는 왕조다. 앞에서 말한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헨리 8세의 종교개혁과 그의 많은 부인들 이야기는 누구나 들어 본 이야기지만 읽을 때마다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다.


런던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 더욱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마음에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궁금하게 생각했던 영국... 런던이야기는 흥미를 넘어 역사적으로 커다란 사건은 물론이고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도 담겨져 있어 흥미롭게 느끼며 읽게 된다. 특히나 책의 뒷부분에 런던의 명소 8곳은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들이라 여행을 떠나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읽어 보고 제대로 볼 생각이다. 런던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도시란 걸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고 기회가 되면 영국의 다른 도시들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 시리즈로 계속해서 나왔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런던을 깊이 있게 알게 된 유익한 이야기에 빠져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 - 유럽 근대의 뿌리가 된 공자와 동양사상
황태연.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는 공자의 사상이 서양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는 제목부터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이 공자의 사상에 매료되어 심취하고 나아가 18세기 유럽의 계몽주의를 이끌어 냈을 정도로 공자의 사상이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준다.


우리나라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중국.. 동양철학을 공부했거나 철학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이 아니면 공자의 사상에 대해 깊이 있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공자, 맹자, 순자, 한비자 등 중국의 철학자들의 사상을 담은 책을 본 적이 있다. 나의 경우는 동양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인지 어느 인물의 사상도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만큼 힘들게 읽게 되고 읽고 나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큰 가닥 몇 개를 제외하고는 기억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동양철학에 무지하다.


세계 4대 성인에 공자와 예수가 들어 있다. 처음 시작부터 독일 계몽주의 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볼프는 공자와 예수를 동급으로 보았다. 동양인... 중국인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기독교 사상이 뿌리 깊은 서양인이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보면 지식인들 중에는 공자와 그의 사상을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공자철학이 훨씬 더 우월하다고 말한 볼프의 발언을 놓고 랑게란 인물이 집요하게 이용한다. 추방을 당한 볼프는 학문의 깊이에서 랑게와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에 결국 프리드리히 1세 사망 후 자신이 있어야 할 학교로 돌아온다.


동양에 느끼는 신비주의와는 다르게 17세기 중, 후반부터 서양에 알려진 공자의 사상이 여러 인물들에 의해 인정 받지 못한다. 중세 기독교철학이 중심에 홉스, 로크 등의 인물이 공자의 사상에 대해 비판적인데 반해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계몽주의 운동의 선구자였던 볼테르는 공자를 숭배했다. 모든 것이 기독교의 판단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시대에 반기독교적인 공자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목숨을 건 사생투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중국내 선교활동에 관한 이야기다. 중국은 종교에 대한 기본적인 탄압이 없었던 나라다. 오히려 유일신을 믿으라며 기독교만을 내세우는 서양종교와는 달리 기독교를 전파하러 온 인물들에 대한 제제가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선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선교 활동으로 인해 중국에서 쫓겨나는 상황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천주교를 믿는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것과는 달리 중국황제는 선교사들이 중국의 고유한 미풍양속, 사상, 종교, 학문 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인해 반란이 생기고 나라가 위기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선교사들에게 남다른 호의를 베풀며 그들을 돌려보낸다. 또 다른 인물 루소는 처음에 중국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없어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정치경제론을 통해 중국 정치와 황제를 찬양한다. 항상 백성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정치를 펼치는 황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지나칠 수도 있지만 도통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생각할 때 몇 백 년 전의 황제도 이런 정치를 펼쳤는데 문명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의식이 깨어있는 현대에서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우리의 대통령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퐁파두르 부인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케네는 중국을 통해 깨달은 것을 토대로 자신만의 사상을 갖는다. 라이프니츠, 볼테르, 케네 등은 공자의 사상이나 중국의 앞선 여러 정책이나 기술에 매료된 인물들이다. 단락마다 다 흥미로운 요소가 담겨져 있는데 공자의 사상과 그에 따른 서양의 철학자, 역사가, 문학자 등의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 무척이나 흥미롭다.


당신들은 중국인을 기독교도로 만들기를 바라오. 당신들의 법이 그것을 당신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아오. 그러나 당신들이 성공하는 경우 우리는 무엇이 되겠소? 당신네 왕들의 신하가 될 것이오. 당신네 기독교도들은 자신 외에 아무도 믿지 않소. 혼란의 시기가 오면 당신들 자신의 소리 외에는 누구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오.   -p133-


가장 위대한 임금은 아랫사람들이 그가 있다는 것만 알고, 그다음 임금은 아랫사람들이 친근히 하며 칭송하고, 그다음 임금은 아랫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고, 그다음 임금은 아랫사람들이 그를 깔본다.      -p206-


공자와 공자의 사상, 중국철학이 흥미롭게 담겨져 있어 재밌게 읽게 된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자와 공자철학이 유럽의 계몽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너무 강조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으며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상세한 설명이 더 들어갔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서양철학에 더 많이 익숙해 있고 서양인이 바라보는 시각으로 동양을 바라보았던 면이 적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동양철학이 서양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흥미롭고 재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책이나 영화에서 만나는 미래의 지구는 유토피아는 거의 없고 디스토피아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짜 맞추어진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올더스 헉슬리의 흥미진진한 공상과학소설 '멋진 신세계'... 왜 이 책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인간성이 사라진 세상에 살면서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미래 사회의 암울한 모습이 섬뜩하면서 과학의 발전이 인간을 위한 것이 맞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다.


더 이상 남녀가 사랑을 해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 잘 갖추어진 최신 설비에서 아이들이 태어난다. 하나의 난자를 가지고 보카노프스키 처리 과정을 걸쳐 총 96개나 되는 개체로 증식하며 그 수만큼의 인간을 만들어내는 미래 사회가 여기 있다. 하나의 난자에서 분리된 같은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에 따라 알파, 베타, 감마 등의 각기 다른 신분을 가지고 만들어지고 길러진다. 부화-습성 훈련 런던 총본부의 국장은 자부심을 가지고 어린 학생들에게 아이들이 증식하고 그들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제반 여건에 대해 설명을 한다. 통제가 가능한 숫자만큼의 인간들만이 혜택을 누리길 바라는 정책... 세상에나 인간을 고양이나 개처럼 아니 고양이나 개도 이런 방법을 취하지는 않는다. 인간들을 통제하고 싶기에 기분을 업시켜주는 '소마'라는 약품을 수시로 먹고 수면요법을 통해 인간들의 머릿속에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을 주입시킨다.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소심한 남자 버나드...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소마를 먹지 않고 오히려 소마를 사용하는 인간들을 경멸한다. 그의 유일한 친구인 왓슨... 두 사람은 철저하게 혼자란 인식을 바탕으로 서로를 친구라고 여기며 좋아하지만 그 속에는 미움도 함께 들어 있다. 버나드는 아름다운 여인 레니나에게 끌리고 그녀와의 만남을 기다린다. 레니나는 오래된 남자친구가 있지만 다른 사람들로부터 대접받지 못하는 버나드에게 이상하게 끌린다. 사랑하면 한 사람과의 성실한 관계를 중요시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한 명과의 관계가 아닌 동시다발적인 남녀관계를 지향한다.  


레니나와 함께 찾은 곳에서 추악하고 지저분한 인간과 만나게 된다. 이런 인간들을 가르쳐 야만인이라 부르며 버나드가 위험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만난 인물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그녀와 그녀의 아들 존이 포드 세상에 오면서 캐릭터들이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갖게 된다.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면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의학의 힘을 빌려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시술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실제로 젊음을 좀 더 오래도록 잡고 있고 싶은 인간들의 욕망이 미래에는 알약으로 충분히 가능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복제양 둘리처럼 복제되어 살아가는 디스토피아의 세상...  대다수의 인간들은 그 생활이 좋다. 오히려 더 자극적이고 더 기분을 업시켜줄 것에 대한 욕구도 크다. 존이 자신이 믿고 원했던 세상을 들어내고 퍼트리고 싶지만 워낙에 단단하게 형성된 포드 사회에서 그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 되고 오히려 그 자신이 처참하게 깨지고 만다.


"안정이다."........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최초의 그리고 최후의 필요성이기 때문이다. 안정. 이 모두가 다 그것 때문에 필요하다."                    -p86-


"일하거나, 놀거나 -- 나이 예수에도 우리들의 힘과 취향은 열일곱 살 때나 마찬가지다. 고생스러웠던 옛날에는 노인들이 자포자기를 하고, 은퇴하고, 종교에 의지하고, 독서를 하거나 사색하면서, 그렇다. 사색이란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p104-


'멋진 신세계'를 읽으며 난 어떤 미래가 왔으면 좋을 지 잠시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된 고도의 과학문명이 자리한 미래사회... 인간을 위해 발전한 과학이 발전하여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기존의 틀 안에서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누린 인간들은 지금의 여건을 포기하기 어렵다. 내 의지대로 삶을 결정한다는 자체부터 차단되어 있는 사회... 개인보다는 만들어진 세상이 더 중요한 사회... 통제 속에 살고 있는 서로 다른 고민과 행동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과학이 발전이 인간의 행복을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 미래 사회의 모습을 미리 본 듯한 느낌을 주는 뛰어난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1
드니 디드로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운명이란 개척하는 것인가 아님 운명이 이끄는 대로 인생이 흘러가는 것인가? 내 인생을 내가 결정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이 모든 것 또한 운명으로 이미 정해져 있는 순서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은 '백과사전' 편차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끼친 디드로의 작품으로 모든 것은 이미 정해진 운명대로 흘러간다고 믿는 자크란 인물과 그의 주인이며 특별한 개성을 갖고 있지 못한 인물의 여행이야기다.


자크와 그의 주인의 여행은 특별한 목적은 없다. 여행을 하는 와중에 수다쟁이 자크는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던 어린 시절이 있어 자신이 수다쟁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털어놓으며 그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처럼 쉴 새 없이 이야기한다.


스토리는 커다랗게 세 인물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에 있다. 쉼 없이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하는 자크와 여행 중 들어간 여인숙에서 주인여자가 들려주는 어느 여인의 사랑이야기, 마지막으로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감기에 걸려 말을 하기 힘든 자크 대신에 주인이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며 세 명의 인물의 사랑은 그 모습이나 형식은 달라도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어디선가 익숙하게 본 스토리라고 볼 수 있다.


자크의 사랑이야기보다 여인숙 여주인이 들려주는 포므레 부인과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후작이 갑자기 마음의 변화가 생겨 포므레 부인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다. 이에 복수를 결심하고 치밀하게 실행에 옮기는 포므레 부인의 이야기는 당시의 여성들은 이런가 싶은 의문이 생기며 그녀의 복수 방식이 예사롭지 않지만 그럼에도 포므레 부인의 복수가 성공적이지 못한 결과는 결국 후작의 결정 때문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후작이 나쁜 남자란 생각을 했지만 마지막 결정에 이 책에서 유일하게 예상과 다른 결과를 이끌어낸 인물이라 흥미롭게 여겨진다. 주인의 사랑이야기도 예사롭지 않다. 친한 친구와 연관이 있는 사건... 본의 아니게 타인의 자식을 자신의 자식이 된 어처구니없는 상황과 그가 끝내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해 한 행동으로 그와 자크가 곤경에 빠지지만 이 모든 것이 다행히..


무엇보다 작가가 이 책을 쓴 의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스토리만으로는 나쁘지 않은데 작가의 이야기가 너무 많이 삽입되어 있어 오히려 스토리와 캐릭터들에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작품에 대한 해설 부분에서 작가의 의도에 대해 도움을 받고자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아 중도에 포기했다.


고전을 읽는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지만 드니 디도로의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은 재미 면에서는 나쁘지 않은데 쉽지 않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