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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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하면서도 자신만의 유머 코드를 추리소설 안에 잘 담아내고 있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신작 '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 어릴 때 TV 만화 영화에서 보았을 법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은 표지부터 유쾌함이 느껴지는 책이지만 솔직히 마법사와 형사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형사 데스야의 집에서 가정부로 생활하게 된 마법소녀 아니 1017 살이나 먹은 할머니? 로 소녀라는 말이 무색한 나이의 소녀다. 사실 결정적인 사건 해결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마리란 마법소녀를 통해서다. 책에는 총 4개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대놓고 범인에 대해 다 들어내고 있어 추리를 한다거나 어떤 식으로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살인범의 모습을 찾지 못한다. 다만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는 과정에서 데스야와 마리와의 미묘한 신경전 아니 살짝 흐르는 팽팽한 남녀사이의 미묘한 전류가 더 흥미롭다. 경찰로서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기 보다는 순간적으로 번쩍이는 감이 범인에 대한 심증을 갖게 되고 마리가 결정적으로 마법사로서의 능력을 살짝 보여주며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아낸다.


마법사와 뒤바뀐 사진... 자신의 소속사 연예인을 보호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찾은 여성이 파파라치 전문 카메라맨 집을 찾았다가 사건이 발생한다. 헌데 이 남자의 사진에서 생각지도 못한 다른 여자 아이돌의 사진을 발견하면서 이를 이용해 자신은 빠져 나가려는 여자는 마리의 퐁듀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마법사와 죽은 자의 메신지... 훌륭한 일본식 주택의 주인이 살해당한다. 범인은 잊고 나온 물건 때문에 다시 살인 현장을 찾았다가 피해자가 남긴 다잉메시지를 본다. 자신을 가르치는 다잉메시지... 범인은 교묘히 다잉메시지를 조작하는데... 이 사건의 결정적 힌트는 마법사와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마주친 데스야의 번쩍이는 감이 한몫한다.


세상에나 아내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라니... 힘들게 살고 있는 아내를 위해서 살인을 행사한 남자... 허나 마리가 데스야의 아버지와 함께 벌이는 유력한 여성 정치인의 선거운동에서 마주친 인물이 범인이다. 너무나 확실한 알리바이의 틈을 찾아야 하는 '마법사와 아내에게 바치는 범죄', 마지막으로 한 남자와 여자가 우산을 쓰고 간다. 그들을 보는 남자는 살해 동기를 강하게 느낀다. 찢어진 우산이 결정적 증거로 범인을 잡는 '마법사와 우산의 문제'


네 번의 단편은 나름의 재미있는 요소가 숨어 있다. 다만 박장대소를 할 정도의 유머를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함이 있다는 느낌을 주지만 데스야와 엉뚱한 매력을 가진 천 살을 넘긴 마리의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의외로 재밌다. 마리의 나이는 네 번째 단편에서 밝혀지는데 데스야가 마리에게 가진 호감이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발전할 가능성이 보인다. 보토의 살인사건은 섬뜩하고 끔찍하게 다가오는데 '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에서는 살인사건의 가볍지 않으면서도 스토리를 흥미롭게 이끌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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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민음사 모던 클래식 30
존 맥그리거 지음, 이수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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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맥그리거의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은 그가 스물일곱 살에 낸 첫 장편소설이다. 삶과 기억에 대해 이처럼 흥미로운 소설을 쓴 나이가 고작 스물여섯이란 것을 믿기 힘들 정도로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이야기라 저자의 나이를 알고 많이 놀란 작품이다.


귀를 기울이면, 들린다. 도시가, 노래를 한다. 정원 끝에서, 길 가운데서, 지붕 위에서 가만히 들어 보면 말이다. 밤엔 아주 분명하게, 사물의 표면을 스치는 소리가 더 날카로워지고, 노래는 우리 내면을 파고든다. 노랫말은 없다고 해도, 버젓한 노래고, 다들 듣지 못한다고 해서 도시가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음 하나하나를 알아듣게 되면 노랫소리는 아주 크게 들린다.          -p11-


위의 글처럼 처음 초반부에 시작하는 글들부터 상당히 아름답고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장면 하나하나를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어 처음에 읽을 때는 무심히 지나치던 장면들을 다시 돌이켜 앞으로 돌아가게 할 정도로 일상의 모습들이 자꾸만 만지고 싶고 기억하고 싶게 하는 오래된 골동품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슬로우무비처럼 흘러가는 스토리 전개방식이 독특하면서도 읽을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다.


소설은 여주인공의 현재의 이야기와 어린시절 과거 속 사건의 시간 속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여기서는 한 가족을 지칭할 때 누구네 집 아들이나 딸이, 부부가 아니라 18호, 19호, 20호 등과 같은 호수를 통해 가족들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여주인공은 가족에게 알려야 할 중요한 일이 생긴다. 가장 먼저 어머니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작 어머니는 딸의 말에 부담을 느낀 것인지 제대로 된 말씀 없이 전화를 끊는다. 이런 그녀에게 호감을 가진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자신의 쌍둥이 형이 예전에 그녀를 좋아했다고 말한다. 헌데 여자는 그의 형에 대한 큰 틀에서 기억되는 부분은 있지만 정작 자신을 좋아한 소년의 이름은 모른다. 그녀가 이름조차 모른다는 것에 남자는 실망한다.


우리는 얼마나 타인을 잘 알고 있을까? 솔직히 나는 나 자신을 모를 때도 있어 타인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책 속에 그들 역시 이웃으로 살고 있지만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 이웃은 고사하고 부부조차도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20호의 노부부의 경우 남자는 전쟁이야기나 암에 걸린 사연을 아내에게조차 말하기를 꺼린다. 이런 남편의 모습에 아내 역시 자신이 남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문을 갖는다. 이렇듯 살을 맞대고 살고 있는 부부, 자식조차 잘 모르는데 타인이 그 사람을 안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네 인생.. 삶이 멋지고 대단한 일은 별로 생기지 않지만 느리고 평범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리는 진정 소중한 것들을 흘려보내는 것은 아닌지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을 읽으며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솔직히 이 책에 뛰어난 재미가 막 느껴진다는 말은 못하겠다. 어찌 보면 조금 느슨하고 지루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이 책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을 거부하기는 힘들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내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저자의 처녀작이 흥미롭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에 저자의 다음 작품은 어떠했을까 하는 궁금증까지 들게 한다.


이상한 시절이었다. 어린아이들이 인파 속에서 길을 잃듯이, 사람들이 돌연 도시에서 미끄러져 빠져나가며, 임시 주소와 연락하겠다는 약속만을 남기곤 떠났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시간이 빠져 달아나는 느낌, 여유를 잃어버리고, 기회를 놓쳐 버리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길고 뜨거운 여름, 아름다운 여름이었다. 하루하루가 세상을 활짝 들어내며 터져 나왔지만, 즐기기는 어려웠던 것이, 막다른 시절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p53-


오늘, 그는 생각한다. 그녀에게 가서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저기 혹시 얘기 좀 해도 될까, 너 저번 날 밤, 그 파티 기억하니? 혹은 저기 말이야, 실은 나 정말 너를 너무 사랑하게 됐어. 그는 이 불가능한 장면을 생각하며 미소 짓고, 눈을 깜박거리고, 손등을 긁는다.                    -p77-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이 제목에 딱 부합되는 이야기를 주인공의 아버지가 한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내 딸아, 언제나 네 두 눈으로 보고 네 두 귀로 들어야 해. 세상은 아주 넓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쳐 버리는 것들이 아주아주 많단다. 늘 놀라운 것들이. 바로 우리 앞에 있지만, 우리 눈에 태양을 가리는 구름 같은 게 있어서 그것들을 보지 못하면 삶이 초라하고 지루해진다. 만일 아무도 놀라운 것들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놀라운 것들이 존재할 수 있겠니?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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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선생님과 함께하는 EBS 쿠킹클래스 : 건강한 맛! 간식 & 디저트 편 니콜 선생님과 함께하는 EBS 쿠킹클래스
니콜 지음 / PUB.365(삼육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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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세우는 계획 중 하나가 영어를 좀 잘하고 싶다는 것이다. 원어민과 대화정도는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영어정복을 꿈꾸고 있지만 늘 초반부의 열정적인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사라지고 어느새 예전과 같이 영어에 대한 부담감으로 끝나곤 한다.


음식을 통해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EBS 영어 교재가 나왔다. EBS 쿠킹클래스란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의 장점은 음식과 관련된 영어다 보니 요리를 다루는데 필요한 구성들을 영어로 알려주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면서 영어를 배운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동영상을 담은 CD까지 있어 CD를 보면서 간단한 간식을 만들면서 영어를 알아간다는 것이 재밌게 느껴진다.


이미 방송을 통해 다양한 요리들이 간단하지만 따라하기 쉽게 알려주고 있어 영어에 재미를 붙이도록 저학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면도 있고 고학년의 경우 교재를 가지고 영어공부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총 스무 가지의 간식을 배울 수 있는데 하나하나의 간식이 가진 재밌는 이야기와 재료, 만드는 과정, 영양정보 등이 재밌게 느껴진다. 눈으로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직접 만들어 보는 재미가 있어 아이들이 영어공부를 한다는 느낌을 덜 받고서도 재밌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평소에 달달한 후식이 한 번씩 급 당길 때가 있는데 칼로리가 높은 크림치즈 대신에 두부로 만든 '컵 티라미수'는 꼭 만들어 먹어보고 싶은 간식이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셰프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요즘 대세는 먹방이다. 나 역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는 한식은 물론이고 십오 분이란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내는 일류 레스토랑의 음식들을 비롯해 여러 방송에서 나오는 요리들은 하나같이 다 따라하고 싶을 정도로 맛있어 보인다. 여기에 내가 평소에 즐기는 달콤하고 맛있는 간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를 느끼며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EBS 쿠킹클래스... 한 동안 이 책과 동영상 CD를 보며 간식 만드는 재미에 빠질 거 같다. 부담스럽지 않게 영어를 배우면서 맛있는 간식까지 만들 수 있는 EBS 쿠킹클래스 (건강한 맛! 간식 & 디저트 편)...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교재로 전혀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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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의 연인 외전
유오디아 지음 / 시간여행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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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웹소설로 인기가 높았던 유오디아 작가의 '광해의 연인'을 읽었는데 남녀주인공 광해와 경민의 시공간을 초월한 애틋한 사랑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로맨스 소설이란 느낌을 받았다.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내심 궁금했던 차에 '광해의 연인 외전'이 나와 반가웠다.


외전에서는 우리가 역사를 통해 알고 있는 광해군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다. 사실 개인적으로 광해군이란 인물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는 요즘이라 그가 더 오래 왕의 자리에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후손들이 알고 있는 폭군 광해군이 아닌 현명한 한 나라의 군주, 의지하고 싶은 한 여인의 지아비, 자식들에게 존경을 받는 아버지로 삶을 살았다면 하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외전에 나온 이현궁의 봄은 그런 의미에서 사실이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마음에 드는 끝맺음이다.


경민과 광해군의 아이지만 모르고 살다가 죽은 명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섣달 그믐날의 서글픔', 경민에게 마음을 갖고 있던 정원군이 아내 구연지와 냉랭한 사이로 지내게 된 사연을 담은 '가라고 가랑비, 있으라고 이슬비'... 사실 이 이야기에서 정원군이 굳이 아내를 멀리해야 하는 이유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정원군은 의도하지 않게 구연지가 신성군으로 자신을 착각하는 바람에 정원 군을 마음에 담게 된다. 부부로 이어진 두 사람이 그럭저럭 살아가다 신성군이 죽으면서 부른 말 한마디로 인해 정원군의 마음에 벽이 생긴다. 그렇다면 광해군의 이야기를 들고 경민에 대해 알게 되고 그로인해 경민을 좋아하게 되는 것 또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서로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정원군이 제일 잘 알기에... 


명문가로 손꼽히던 정여립의 여식 정운지...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살아야 했던 여인이다. 죽지 못해 살아가던 그녀는 자살하려던 것을 오해한 남자를 만나 그와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하늘이 허락하지 않았는지 남자는 죽는다. 기생으로 몸을 담으며 자식을 키우던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주는 이는 정원군... 정원군의 도움이 있어 궁에서 살게 된 운지 아니 운영은 경민과의 만나게 되는 '운지 이야기', 숨죽이며 사는 소녀 지희... 자신을 낳다가 엄마는 돌아가셨다. 엄마의 여동생이 궁에 살고 있는 김귀인을 만나며 자신의 사촌인 정원군과도 만나게 된다. 본가에서는 미움 받던 그녀가 궁에서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시간이 흘러 광해군, 경민과 만나게 되고 세자의 후궁이 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는 '지희 이야기' 광해의 연인 외전의 마지막 이야기인 '가을꿈'은 경민의 부모님이 나오는 현대의 시간을 담고 있다. 타국에서 살고 있는 여동생이 쌍둥이를 낳았다. 헌데 쌍둥이의 이름을 듣는 순간 과거의 시간이 떠오른다. 다음 세대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좋았던 것은 평소 예쁜 그림이 들어간 만화책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맞게 책 앞부분에 광해군과 경민의 모습을 담은 예쁜 일러스트가 있어 기분이 좋았으며 외전으로 나온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조금 내용이 짧은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시공간을 넘어 서로를 향한 애틋한 사랑을 품은 광해군과 경민의 이야기는 로맨스소설이 주는 재미를 나름 잘 표현한 작품인데 본편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인물들의 뒷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외전이라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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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이반 레필라 지음, 정창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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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읽는 잔혹동화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솔직히 에스파냐 문학을 별로 접하지 않았기에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책에 대한 관심도 많고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제목이 붙여졌나 내심 궁금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들 중에는 실제와 달리 각색되어 읽힌 부분들이 꽤 된다고 알고 있다. 예전과 달리 원작을 그대로 번역하여 만나는 동화들은 생각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의외로 잔혹하고 어두운 당시 시대의 현실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있어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읽은 동화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어른들에게 적합한 것이 요즘 나온 잔혹동화란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읽은 그림형제 동화전집도 그렇고 우리나라 전래동화도 새롭게 각색되어 만들어지는 잔혹동화를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다. 잔혹동화들이 주는 재미를 조금은 알고 있기에 이반 레필라의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는 그동안 만나기 힘든 스페인의 잔혹동화라는 것이 흥미롭고 나름 좋았던 작품이다.


우물에 형제가 빠져 있다. 어떻게 해서든 우물 밖으로 탈출하려는 형제는 생각처럼 쉽지 않기에 형은 동생을 우선 밖으로 내보내기로 한다. 동생을 들어 올려 우물 밖으로 던지지만 오히려 동생에게 커다란 육체적 고통만을 남기고 만다. 동생의 이가 서너 개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상처만 남은 모습에 형은 너무나 미안하여 자신을 자책한다. 서서히 굶주림에 시달리는 형제지만 형은 절대로 어머니에게 줄 자루 속 음식들은 어떻게든 지키고 싶다. 배고파 먹자는 동생을 얼래고 달래며 어머니에게 꼭 가져다주어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솔직히 마지막에 들어난 진실에서 많이 놀랐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나 이런 일이에나 있을 법한 일이 두 형제를 우물 안에 가둔 것이다.


목마름과 굶주림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동생은 서서히 아프기 시작한다. 동생이 사경을 헤매는 아픈 와중에 이 책의 제목에 담긴 이야기가 들어나기 시작한다. 동생이 말하는 아틸라 왕은 누구인지 호기심이 생기며 소년은 자신이 아틸라 왕의 말을 훔쳐 신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한다. 아틸라 왕의 병사인 훈족과 함께... 이렇듯 심하게 아프면서 잔혹한 아틸라 왕 이야기를 하는 동생의 모습과 아픈 동생을 곁에 두고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운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형의 모습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며 동생의 이야기와 형의 행동 안에 그들이 가진 비밀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난 분노하고 있어." 동생이 말한다. "아냐, 너한테는 아직 분노란 게 없어." 동생은 우애 없는 눈길로 형을 쳐다본다. "그렇다면 내 마음속에 일고 있는 이 분노는 뭐지?" "그건 네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야."


나의 싸움은 이 세상을 이전의 세상으로 되돌리는 거야. 과연 이 세상이 전부일까? 인간은 창도 없고 문도 없는 벽에 갇혀 살아야 돼? 삶은 지속되는데.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잔혹동화가 가진 재미를 잘 나타난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 나름 재밌게 읽은 책이다. 솔직히 처음에 우물 밖으로 탈출하려는 형제들의 모습을 보면서 왜 이들이 우물에 빠졌을까? 이들을 느끼는 극도의 공포와 굶주림, 우물 밖으로 나가 어머니를 만나고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은유와 비유, 상징으로 풀어 놓은 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되는 책으로 잔혹동화가 가진 재미를 알고 싶은 독자나 제목을 보며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가진 독자라면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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