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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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이란 이름만 보고 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도 그 중의 한 명이다. 그 만큼 저자의 책에 대한 믿음은 높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독자가 재밌게 느낄 책을 써내는 스티븐 킹의 신작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2013년 일어난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쓰게 된 스티븐 킹의 최초의 탐정소설로 초반부터 확실히 독자를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이 좋은 책이다.


수사반장으로 많은 사건을 해결하며 정년퇴직한 형사 빌 호지스는 유달리 두툼한 편지를 받는다. 친해하는 '지스 형사에게'란 말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는 호지스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자신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업자들이 몰려 있는 시티 센터에 돌진한 메르세데스로 인해 엄마와 함께 있던 어린아이까지 죽음을 맞은 이 사건의 범인으로 차주인 부유한 여성이 지목되고 결국 그녀는 자살하고 사건이 끝났지만 여전히 찝찝함이 남은 사건이다.


호지스는 이 사건을 다시 생각하고 조사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절대 편지 속 인물이 원하는 방식(이 방법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범인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가 어떤 종류의 인물인지 추리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사건을 추적한다. 호지스에게 도움을 주는 흑인 소년, 결코 언니가 메르세데스 차를 몰고 실업자들을 죽이지 않았다고 믿는 여동생을 만난다.


범인에 대해서는 금세 알 수 있다. 스토리가 호지스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범인의 이야기가 교대로 전개되어 그가 어떤 인물이며 왜 이런 식으로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호지스가 조금만 다른 사람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은 막을 수 있었는데... 그는 깊은 후회를 한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 범인 역시 마찬가지다. 범인은 좀 더 큰 목표를 정하고 이를 막아야 하는 호지스와 그에게 힘이 되는 인물들... 여기에는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예민한 한 사람이 끼어 있고 커다란 활약을 한다.


탐정 하드보일러 소설의 재미를 잘 살린 무척이나 속도감이 좋은 책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꿈의 차인 '메르세데스'를 통해 살인을 계획하는 범인의 모습은 악마적이 천재성은 분명 있다. 이를 범인을 잡기 위해 애쓰는 호지스와 그의 동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책을 읽다보면 빌 호지스의 모습에서 케이블 TV에서 한 번씩 보게 되는 형사 콜롬보의 모습을 연상된다. 시리즈로 나와도 괜찮은 캐릭터란 생각이 들며 호지스의 다음 활약을 기대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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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한 생각 밥상 - 박규호의 울림이 있는 생각 에세이
박규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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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생각의 폭을 좀 더 넓히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내 안의 틀에 박혀 바라보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많다.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나 자신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지 못한데 '소담한 생각 밥상'은 36년을 한국전력공사 주로 국제협력부장, 도쿄지사장, 중국지사장 등을 거친 해외통으로 근무한 경력을 가진 박규호 부사장의 산문집으로 세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오랜 경험이 통해 생각한 것들을 담아낸 책으로 제목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던 것과는 달리 책 속에 담겨진 이야기는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키우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담고 있다.


총 7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각 파트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 중에서 몇 개를 소개하면 한국요리 부분에서 나온 '삶의 질' 우리나라가 가진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지는 고령화에 대한 이야기다. 예전처럼 자신의 능력으로 빛을 내기는 어려운 시대다. 부모의 아니 조부모의 경제력이 받쳐주어야 공부, 좋은 직장, 배우자까지 얻을 수 있다는 말을 한다.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지났고 자식을 키우면 노후는 보장되었던 예전과 달리 자식을 오히려 보듬고 살아야 하는 시대다. 예전과 너무나 달라진 시대상황으로 100세 시대에 맞춘 생활양식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가격이 워낙에 비싸 먹을 기회가 적은 '복어' 복어를 너무나 좋아하는 중국인들과 300년 동안 복어요리를 먹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 부산의 유명한 복요리집 이야기와 사무라이 이야기까지 복어요리를 읽다보니 오늘이 마침 복날이라 부모님을 모시고 보양음식으로 복어를 먹을까 생각 중이다.


'닭치고'란 글을 보면 한 글자가 다르지만 한 동안 인기를 끌었던 팟캐스트가 떠오르는데 여기서는 개그콘서트의 마지막 코너인 닭치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인맥 쏠림 현상, 책임지지 않고 물러나는 것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공기업, 재벌 경영자들의 씁쓸한 모습과는 달리 일본은 품의제도란 것을 통해 합리적인 업무 처리를 한다. 총리의 권한이 중앙부처 국장만도 못하다는 일본이나 미국의 의사결정은 시스템이 95%이고, 사람이 5%를 차지한다는 미국과는 달리 권력의 정상에서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려는 지도자는 잘못된 정책과 지도자의 과욕이 엄청난 희생과 손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에 현재 우리나라에 커다란 일이 생기면 모르쇠로 일괄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떠올랐다.


소담한 생각 밥상이지만 결코 소담하지 않다. 현대 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세상사는 이야기가 저자만의 통찰을 통해 알차게 담겨져 있다. 생각의 깊이를 넓힐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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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상처이며 자존심 - 그래도 사랑해야 할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법
이나미 지음 / 예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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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어떨 때는 남보다 못한 것이 가족이 아닐까 싶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자신도 모르게 상처 주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무조건 이해해줄 거란 믿음이 있어서 일수도 있고, 가족이니 남과 달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조금은 아니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란 생각도 든다.


세상에 존재하는 고통 중 가장 큰 고통은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이다. 내 손에 박힌 가시 하나가 큰 병을 걸린 다른 사람의 아픔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듯이 나를 먼저 생각하고 내 입장에서 보게 되는 것은 타인뿐만 아니라 가족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나의 상처이며 자존심'에 담겨진 이야기는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내 입장에서 생각한 고통, 슬픔, 상실감 등을 이야기 하고 이것을 본 상대방이 자신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하며 서로가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가족이란 이름 뒤에 숨겨진 아픔을 알게 해준다. 남편 가족들끼리 어울리며 느끼는 아내이며 며느리의 마음, 며느리의 서운함, 속상함을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이야기하며 좀 더 잘 지내자고 말하는 시어머니, 교양이 넘치는 친정 식구들과는 다른 막말을 하며 함부로 대하는 시어머니에 느끼는 아내의 이야기, 이런 아내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함께 살고 싶은 남편이 느끼는 감정, 엄마를 보고 자랐기에 아내에게는 친정과 가깝게 지내게 해주고 싶어 했던 남편의 마음과 남편의 마음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점도 있고 친정 식구들과 가깝게 지내라고 조금은 편하게 남편의 흉을 본 이야기를 털어놓는 아내, 항상 잘난 언니만을 생각하는 엄마로 인해 서운한 동생 이야기, 자신과 달리 엄마의 관심 없이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살고 있는 동생이 부러운 언니, 아이부터 갖고 싶어 하는 아내와 형제가 많았던 자신의 경험상 둘 만도 충분히 괜찮다는 남편 등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민들을 갖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몰입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털어놓으면 상대방이 이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되어 있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토대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가족으로 현명하게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저자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어 명쾌한 정답은 아니더라도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결점은 느끼게 해준다.


사연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보면서 나 역시 나의 기준으로 가족을 바라보는 면이 많았다는 생각을 했다. 주제별로 나누어 고민하고 있는 이야기가 충분히 공감하게 만들기에 내가 가진 편협한 생각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조건 사랑하고 힘이 되어야 한다는 가족... 정작 가족에게 나 역시 이런 마음을 가지고 대했는지 돌아보며 마음을 울리는 따뜻한 이야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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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원의 그리스신화 2 - 신에 맞선 영웅들 유재원의 그리스신화 2
유재원 지음 / 북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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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평소에 좋아하고 관심이 있던 그리스 신화를 다룬 신간이 나왔는데 어릴 때도 재밌게 읽었고 아이를 키우면서 만화영화까지 챙겨볼 정도로 그리스 신화를 좋아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와 달리 왜곡되어 알려진 것을 바로 잡는 책들을 접하면 감탄하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재미에 빠져 즐겁게 읽게 되는데 유재원의 그리스 신화는 신화를 왜곡하고 오염시킨 요소들을 제거한 진짜 '그리스신화'란 표현을 썼다. 내가 선택한 책은 2권인 신에 맞선 영웅들로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에 맞선 영웅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그리스 신화에 실렸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신에 맞선 영웅들 중에는 신처럼 사람들에게 숭배의 대상이 된 인물들이 있지만 지금과 같이 한 나라를 통틀어 지칭하는 그리스 전체에서 숭배되는 인물은 극히 드물고 지방에 속한 영웅들이 존재했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이런 사실이 있는 것조차 거의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흥미롭게 여겨지는 이야기에 빠질 수밖에 없던 책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감추어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주며 문명 생활을 할 수 있게 이끌어준 그는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이고 회복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끔찍한 고통을 받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신화는 그리스 신화이고 신화의 고향 아르골리스에는 제우스가 최초의 인간 포로네우스에게 불을 가져다주고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설화를 갖고 있다고 알려준다. 포로네우스의 후손 이야기는 이집트로 이어지며 아들, 딸만 낳은 형제의 유산 상속 다툼으로 이어진다. 아테나 여신의 충고로 두려움을 느낀 딸들을 데리고 도망친 다나오스는 아르고스에 도착하고 그는 정통성을 주장하며 늑대와 황소의 싸움을 통해 왕의 자리에 오른다. 사이 나쁜 형제의 아들 50명이 딸들이 있는 아르고스에 와 결혼을 요청하고 이를 이용하여 첫날밤에 남편을 죽이라고 아버지는 말한다. 한 명의 딸이 아버지의 말에 순응하지 않아 위험에 놓이지만 아프로디테의 중재로 두 사람은 결혼하여 왕위를 물러 받는다. 형제들을 죽인 아내의 자매들을 전부 죽이거나 달리기 경주를 통해 상품으로 주고, 콩쥐팥쥐에 이야기에서 본 적이 있는 밑 빠진 독 이야기가 나오듯 자매들이 지하세계에서 밑 빠진 독에 물을 긷는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알려준다.


제우스가 사랑해 그의 부인 헤라에게 미움을 산 이오의 딸이 포세이돈의 사랑을 받아 자식을 낳는다. 자식 중 너무나 아름다운 에우로페는 제우스가 첫 눈에 반한 정도의 미모를 가졌다. 황금 뿔을 가진 황소로 변신한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자식을 낳았으며 그녀를 크레타의 왕과 결혼을 시킨다. 솔직히 신들의 애정관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자신이 품었던 여인을 인간의 왕에게 준 제우스의 모습은 뭐라고 해야 할지... 크레타 왕과 에우로페 사이에서 자식을 얻지 못하자 아내의 아들들을 양자로 맞아들이고 그녀가 죽자 신으로 모시고 이름을 지었는데 그 대륙이 지금의 유럽이라고 한다. 전혀 몰랐던 신화라서 사실 놀랍고 흥미로웠던 이야기다. 에우로페에 둘러싼 이야기에서 황소는 물의 신을 상징하며 물의 신 아니 바다의 신이라고 알고 있는 포세이돈의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에 대한 혼란이 생기는데 이것은 크레타 지방의 옛 종교와 올림포스 신앙이 토착화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한다. 여기에 제우스를 지하세계의 왕으로 묘사하고 에우로페를 납치 한 것은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한 설화의 변형이라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가 오르페우스의 아내 에우리디케가 아폴론의 아들을 피해 도망가던 중 뱀에게 발을 물려 죽고 아내를 잊지 못해그가 지하세계로 내려가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의 유무를 궁금해 한 것이 원인이 되어 함께 지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이 이야기가 일본 신화 중 창조신과 관련된 '이자나미와 이자나기'와도 닮아 있으며 살짝 닮은 듯 다른 일본 신화 이야기 역시 흥미롭고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오르페우스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오르페우스 신앙의 초창기에 만들어진 이야기다. 그가 자하세계의 신 하데스를 설득하는 죽은 사람을 지상으로 데리고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그가 영웅이자 샤먼이기에 가능했다.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샤먼이지만 그는 결코 신이 아니다. 이외에도 지하세계로의 여행은 다양한 영웅 실화를 만들어 냈으며 어느 신화에서도 영웅으로 대접받는 헤라클레스 역시 지하세계를 다녀 온 인물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영웅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신화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털어서 말한다. 헌데 지방으로 나누어진 신화 속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신화의 재미에 푹 빠진 시간이 되었다.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리스 신화에 다시 빠져들게 되며 1권 올림포스의 신들은 어떤 이야기일지 호기심이 생긴다.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시는 독자라면 누구나 만족할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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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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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읽었다. 남북전쟁이 끝났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담겨져 있어 재밌게 읽은 책인데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와는 다른 느낌의 책으로 설령 이 책을 읽지 않았다고해도 파수꾼을 읽는데 무리가 없다.


주인공은  '앵무새 죽이기'의 소녀 진 루이즈가 성장하여 뉴욕에서 생활하다 고향으로 돌아오며 시작한다. 그녀를 마중 나온 사람은 죽은 오빠의 죽마고우이며 아버지와 도와 함께 일하는 헨리 클린턴... 그의 뜨거운 입맞춤과 구애에도 불구하고 진 루이즈는 그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스토리는 특별하게 사건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지만 루이즈가 마을에 돌아오며 느끼는 감정들을 보는 것이 재미다. 자신의 집에서 머물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리는 진 루이즈... 그녀는 아빠, 삼촌, 고모, 오빠, 자신에게 남다른 느낌을 주던 남학생, 오래도록 일한 흑인 가정부 등을 만나고 시간을 돌아보며 마을을 덮고 있는 배타적이고 선별적인 백인우월에 대한 생각에 불만을 표한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느낀 감동을 이 책을 통해서는 받지는 못했지만 인간이 가진 양심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지역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흑인 청년을 변호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던 애티커스 핀치의 용감한 모습이 퇴색되는 면이 느껴져 살짝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역시 오래도록 가족처럼 여기며 살던 마을에서 동떨어져 혼자 독단적인 생각과 행동을 주장하기는 어렵다. 이런 분위기를 이해하고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딸, 조카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아빠, 삼촌에게 격분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가족이기에... 자신의 터전을 버릴 수 없고 그들이 살아야 할 곳이기에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진 루이즈 핀치는 알고 있다. 마무리가 살짝 급하게 마무리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지만 이것 역시 저자의 의도가 있어서란 생각이 준다. 마을을 덮고 있는 분위기 그 속에서 잃지 말아야 할 파수꾼... 양심을 들여다보게 되는 이야기가 인상 깊은 책이다.


아주 옛날부터 있던 돌고 도는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그날 있었던 일들을 바라봄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와 관련된 중요 사건은 2백 년 전에 시작되어 현대 역사상 가장 피를 많이 흘린 전쟁과 가장 가혹한 평화도 파괴시키지 못한 당당한 사회에서 펼쳐졌고, 이제는 어떤 전쟁도 평화도 구할 수 없는 문명의 황혼기로 되돌아와 개인의 장에서 다시 펼쳐질 참이었다.                        -p173-


"진 루이즈" 핀치 박사가 냉담하게 말했다. "남부 사람들 5퍼센트만이 노예를 본 적이 있단다. 노예를 소유했던 사람은 그보다 훨씬 더 적지. 자, 그러니까 분명히 무언가 나머지 95퍼센트를 자극했던 거야."         -p275-


"나는 네가 강박 관념 때문에 우쭐대면서 저지르는 그 성가신 잘못 좀 그만했으면 해. 네가 계속 그러면 우리는 따분해 죽을 지경이 될 거야. 그러니 그건 좀 멀리하자. 진 루이즈, 각자의 섬은 말이다. 각자의 파수꾼은 각자의 양심이야. 집단의 양심이란 것은 없어."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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