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블루 워터파이어 연대기 1
제니퍼 도넬리 지음, 이은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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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무수히 많이 만났던 공주 중에서 유달리 좋아했던 공주가 있었다. 인어공주... 물속에 산다는 것부터가 다른 공주들과는 다른 요소들을 가지고 있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이야기인데 시대가 변하고 원작을 살짝 바꾸어 만들어지는 이야기들이 재밌다고 느끼고 좋아한다. '딥 블루'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제니퍼 도넬리의 작품이다. 딥 블루를 만나기 전에는 저자에 대해 몰랐는데 책을 읽으며 판타지 소설을 이끌어 갈 겨울왕국의 신화를 잇는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인어공주를 만들어냈다는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딥 블루의 주인공 인어공주 세라피나가 사는 나라는 베네치아 부근 아드리아 해에 있는 인어왕국 미로마라다. 열여섯 살의 세라피나는 불길한 꿈을 꾸던 중 어머니 이사벨라 여왕이 깨워 일어난다. 곧 있을 세라피나의 왕위 계승식 도키미를 해야 한다. 순수 혈통의 후계자란 공표를 받거나 죽음을 맞는 중요한 의식으로 도키미 행사 중 마탈리 왕실의 황태자 마흐디와의 약혼 행사도 있다.


메로우의 딸이여, 희망을 잃지 않고 용감하게 맞설 다섯을 찾아라. 가슴속에 빛을 지니고 있는 이. 예언자의 눈을 갖고 있는 이. 아직은 믿지 못하기에 스스로를 기만할 수밖에 없는 이. 확고하고 강인한 정신을 가진 이. 모든 생물의 노래를 할 수 있는 이. 다 함께 힘을 모아 빛과 어둠의 결전 후에 위험한 물속 아래 숨겨진 여섯 통치자의 부적을 찾아라.                  -p10-


도키미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노래 연습을 하던 세라피나는 자신의 예비약혼자 마흐디 왕자에 대해 듣자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세라피나는 심한 절망감에 빠지지만 다행히 스승님의 도움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황자의 사랑에 대해 불신감을 가진 세라피나지만 도키미 행사에 참여한다. 혈통 검증에 이어 세라피나의 노래주문과 마법이 진행되는 도중 이사벨라 여왕의 옆구리에 박힌 화살... 미로마라 왕국이 혼란에 빠지고 아버지의 죽음과 생명이 위태로운 어머니를 남겨두고 마흐디의 사촌 닐라와 함께 몸을 피하지만 잡히고 만다. 감옥에 갇힌 두 사람을 구해주는 인물이 있다. 블루... 그를 믿고 따라 갔지만 그가 안내 한 곳은 절대 가지 말아야 할 인간들 곁이다. 배신감에 울부짖지만 늦었다. 헌데 세라피나는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통해 어머니의 음성을 듣게 된다.


기존의 알고 있던 인어공주를 연상하면 안 된다. 물론 아름다운 왕국과 인어와 물고기들이 무수히 많이 나오지만 딥 블루에는 드래곤을 비롯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존재들도 등장한다. 인어가 바라보는 인간 세상의 모습도 흥미롭다.


도망 중 도움을 받게 된 모든 종류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링'을 비롯 세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던 다른 인물들은 모두 지금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말하는 신비의 도시 아틀란티스를 통치한 위대한 여섯 명의 마법사들의 직계후손들이다. 여섯 명이 가진 각기 다른 능력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들어날지 궁금하다. 자신이 결코 아틀란티스를 통치한 후손이 아니라며 믿지를 거부하는 한 인물이 세라피나 일행과 함께 혼란 속에 빠진 바다왕국을 다시 평온하게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해지며 읽을수록 세라피나를 비롯한 다섯 인어들 매력이 느껴진다. 물론 이 중에는 개인적으로 끌리는 인어가 있다. 이름을 통해 중국인 인 것을 알려주는 링... 모든 언어를 알아드는 것도 놀랍지만 당차고 거침없는 행동이 여장부를 연상시킨다.


인어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노래 속에 숨겨진 비밀의 부적 찾아 엄청난 힘을 가진 적을 물리쳐야 한다. 아직은 어린 여섯 인어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혼자는 약하지만 여섯이 모이면 그 누구보다 강한 존재인 인어들의 모험이 어떤 모습을 가질지... 사라진 아틀란티스의 모습도 등장할지 너무 궁금하다.


대놓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것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 워터파이어연대기의 첫 번째 이야기 딥 블루...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개성 강한 여섯 인어들의 모험이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머리 속으로 연상이 되어 흥미로운데 앞으로 이들의 모험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기대가 된다. 다음편 '로그 웨이브'도 조만간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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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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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최고의 스릴러 작가 요 네스뵈란 이름에 더 이상의 무슨 말이 필요할까? 저자의 신작 '아들'을 읽으며 역시나 요쌤은 다르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그곳으로부터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첫 장을 열면 만나게 되는 문장부터 임팩트가 상당하다.


교도소 안의 죄수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안겨주는 치유능력을 가진 소년이 있다. 한 남자가 소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고 하나의 물건을 주고 떠난다. 또 다른 남자는 소년을 보고 그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폐암 말기에 자신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소년을 찾은 남자가 스스로에게 벌을 주며 지낼 수밖에 없었던 일을 털어 놓는다. 그 이야기는 소년의 아버지와 관련이 있다. 한때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자살 허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아버지의 정보원이었던 남자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소년... 아니 이제는 서른 살의 청년인 소니... 엄마와 자신이 외출한 사이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유서에 남기고 자살한 아버지로 인해 인생을 포기한 소니는 이제는 목표가 생겼다. 당장 교도소를 나가야 한다. 아버지를 자살로 위장한 죽음 뒤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야 하기에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쉼터에 목사가 머무르고 있다. 어느 날 목사를 찾는 사람이 나타나고 곧이어 목사가 시체로 발견이 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쉼터를 방문한 두 형사.. 살인 전담반에서 일하는 이들 중 60대의 남자 경찰은 그 옛날 소니의 아버지와 친하게 지낸 한때 도박에 빠졌던 동료 경찰이었던 시몬 케파스 경감이다. 시몬은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아내에 깊은? 사랑을 가진 남자다.


교도소를 탈옥한 소니가 찾아들어간 마약중독자들의 쉼터... 이곳에서 일하는 여인은 소니가 가진 위험요소를 감지하지만 이를 묵인하고 그를 도와주고 싶어 한다. 시몬 케파스 형사와 콤비를 이루는 여형사 카리는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소니를 찾는데...


가장의 죽음은 남은 가족들에게는 커다란 상처와 고통, 슬픔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소니의 경우는 유달리 경찰인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좋아했기에 부패를 저지르고 자살한 아버지의 죽음은 그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남은 어머니마저도 죽음을 맞았고... 그런 그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다시피 다른 사람들이 저지른 죄를 대신 뒤집어쓰며 약물에 중독되어 가는 과정은 말이 십이 년이지 그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다시 살아갈 목표가 생겼기에 아버지의 죽음 뒤에 존재하는 쌍둥이의 존재를 알아야 한다. 쌍둥이의 쫓아가는 과정에서 연속해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경찰 시몬의 추적이 그의 가까이까지 와 있다.


사람이란 실수를 한다. 그것이 돌이킬 수 있는 실수냐 아니냐는 커다란 차이를 갖고 있다. 자신이 살기 위해 누군가는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설령...


엄청난 분량의 책이지만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떼어 놓지 못할 정도로 흡입력이 최고다. 시몬이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만나는 인물들과의 숨 막히는 추격전도 흥미롭지만 시몬 케파스와 여형사 카리가 보여주는 콤비도 매력적이다. 시몬의 모습은 해리 홀레을 연상시키는 면이 많다. 해리처럼 알코올중독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지독하리 만큼 한 여인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간직하고 성격이나 기질 면에서 해리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 내심 해리 홀레가 그리웠기에 시몬을 통해서 해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시동을 걸었어야 했다. 눈을 감고 그 소리를 들었어야 했다. 삶의 즐거움을 실컷 누렸어야 했다. 걸음은 멈추고 꽃향기를 맡았어야 했다. 너무나도 자명하여 상투적으로 느껴질 정도지만 죽음의 문턱에 서기 전에는 절대 깨달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순간에서야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우리 삶에서 확실한 것은 죽음뿐이라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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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 풍자 편 - 사기술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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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코드가 달라서인지 미국식, 유럽식 유머를 보며 박장대소하며 웃었던 기억이 없다. 미국인들이 아주 재밌다는 미드, 영화, 책의 내용 속 유머가 솔직히 와 닿아 제대로 즐기지 못해 아쉬움을 느낄 때가 더 많았다. 어릴 때 읽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다시 읽는 것만으로 즐거웠던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편은 '풍자'인데 풍자가 유쾌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둡다는 느낌을 주는 이야기도 있다.


풍자 편에서도 무려 이십 편이 넘는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그중에서 그나마 나름 유쾌하게 느껴진 일주일에 세 번 있는 일요일은 큰할아버지의 도움을 받고 있는 화자는 마음속으로는 고집스럽고 완고하며 신경질적인 나쁜 의미를 많이 가진 큰할아버지라고 생각하지만 겉으로는 큰할아버지의 뜻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몸을 바짝 엎드려 있는 남자다. 그는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큰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아야하는데 쉽지가 않다. 오늘이 마침 일요일이라며 일요일에 일요일이 세 번 있을 때 결혼하라고 말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건 큰할아버지의 이야기에 화자는 황당할 뿐이다. 화자의 약혼녀가 알고 있는 친구인 두 명의 해군 신사와 함께 큰할아버지 댁을 찾았을 때 생각지도 못한 큰할아버지의 결혼 조건이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곤경'은 감각에 이끌려 다니는 화자... 나란 인물 시뇨라 프시케 제노비란 인물과 그의 곁에는 70-80년 살의 흑인 하인 폼페이, 귀여운 강아지 다이애나가 늘 함께 한다. 쥐를 쫓던 행동을 그만두고 종탑에 오른 그들... 멋진 애든버리의 전망을 감상하는 나를 받치고 있는 하인 폼페이의 요청을 무시한 말과 행동을 한 뒤 생각지도 못한 끔찍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무리 전망이 좋다고해도 왜 움직이는 시계를 이용했는지... 이 광경이 연상이 되어 서늘하게 느껴진 이야기다.


조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그 나름의 재미가 느껴져 좋았고 어둡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풍자가 가진 유머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제대로 느끼지 못한 편이지만 나름 재밌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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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다는 거짓말 - 내 마음을 위한 응급처치
가이 윈치 지음, 임지원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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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몸에 작은 상처라도 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생각을 한다. 헌데 몸보다 더 신경써야 할 내 마음이 힘들고 아플 때는 그냥 나를 다독이며 곧 괜찮아질거란 생각을 하며 외면하는 일이 많다. 크고 작은 상처로 인해 마음은 갈수록 멍들고 아플기만 한데 이를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 큰 일을 치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로 상처받은 나의 마음을 감추고 들여다 보게 하는 책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은 총 7개의 단락으로 되어 있다. 각 단락마다 주제에 담겨진 이야기는 자신은 아니라도 말하지만 속은 아프고 상처입고 곪아 가고 있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위태로운 상태의 마음들을 차분한 목소리로 다독이며 당신이 가진 아픔을 들여다 보고 심리 치료를 통해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가 회사의 구조 조정으로 부부 사이에 말다툼이 시작되고 결국에는 부부치료 프로그램을 찾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역시 구조조정으로 점차 집에서 생활하는 남자들이 늘어가고 있어 그냥 지나칠 이야기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살을 맞대고 살고 있기에 남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친밀한 사이지만 사이가 틀어지면 남보다 못한 추한 싸움으로 헤어지는 부부들이 많기에 나이를 먹을수록 부부 문제는 더 큰 비중으로 다가온다. 부부만의 문제, 친구, 가족간의 문제 역시 비슷하기에 거부 경험을 혼자만의 문제로 간직하지 말고 아프고 힘들다면 즉시 정서적 응급처지를 받을 수 이쓴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는 것이 옳다.


아내의 외도를 알게되자 어긋나기 시작하는 부부관계, 뚱뚱한 외모 때문에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여인의 낮은 자존감, 일에 빠진 남편으로 인해 힘든 아내 등등 어느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느껴진 이야기 중 하나는 낮은 자존감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로 남자는 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것에 쿨하게 행동하지만 정작 그는 마음 속으로 상처를 받고 있다. 돈을 빌려도 갚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친구들... 그런 친구들과의 관계는 끊거나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라는 글에 공감한다. 친구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 인연을 이어간다면 결국 자신만 상처받는다. 치료사의 조언대로 자신의 말에 공감한 친구와는 인연을 이어가고 아닌 친구는 인연을 끊고 새로운 사람과 인연을 맺어가며 서서히 자존감을 회복되어 가는 남자의 모습이 상상이 되어 다행이다 싶다. 이처럼 우리는 아는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고 신경쓰며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살다보면 상처를 입는 일이 생긴다. 이럴때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처를 빨리 치료할 수 있는 응급상자가 필요하다. 책에서 나온 정서적 응급처치법을 보며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여 마음을 다독이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람들 관계가 어렵다.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 지인들과의 관계가 늘 편안한 것은 아니기에 때로는 작은 말에도 상처를 받지만 내 마음을 다독이고 맞는 치료법을 찾아 응급처치를 할 생각이며 평소에 마음이 여린 동생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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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방명록 - 니체, 헤세, 바그너, 그리고...
노시내 지음 / 마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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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여행하고 싶어 할 정도로 여행자들의 로망인 곳이다. 나 역시도 아직까지 스위스 여행을 한 적이 없어 가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나라로 친하게 지내는 지인 분들이 가장 좋았던 여행지로 스위스를 꼽는 분들이 많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조용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 스위스지만 지금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스위스 방명록'은 내가 미처 몰랐던 스위스의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예술인들 중에 스위스를 사랑한 분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헤르만 헤세 역시 그 중 한 사람이다. 곰을 상징하는 '베른'에서 18년을 살았던 헤세는 외할머니의 영향으로 스위스와 인연을 갖게 된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가족들의 영향으로 남다른 성장기를 경험한 헤세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두 번째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를 발표하고 이것이 성공을 거두지만 결혼생활은 금이 간다.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서 긴 여행을 다닌 헤세는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1912년에 베른에 정착한다. 전쟁이 터지고 복무 중 오랜 시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든든한 힘이 돼 주는 토마스 만을 만나게 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데미안'의 주인공 이름으로 출간을 하지만 헤세를 힘들게 한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아내와 이혼하고 세 아이도 남에게 맡기고 홀로 생활하는 헤세의 이런 모습이 그의 정신을 압박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 절박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여기에 공감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헤세가 그린 그림들과 세계적인 작품을 남긴 헤세에게는 스위스가 궁합이 잘 맞는 나라라고 한다. 사실 다른 책을 읽으며 헤세가 살았던 베른이나 티치노 주 몬테뇰라에 대해 알고 있었다. 헤세가 살았던 집이나 그가 좋아한 장소, 헤세 탄생 100주년 기념비, 묘, 헤세 박물관이 있는 몬테뇰라는 스위슬 여행을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이곳에 가면 헤세를 조금은 가깝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여행을 한다면 꼭 가 볼 곳으로 찜해 둔다.

 

미국 영화사 파라마운트의 로고를 종종 볼 때가 있는데 이 로고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헌데 이 로고를 처음 냅킨에 그린 그림과는 다르게 지금의 모습은 스위스의 마테호른을 연상시킨 이야기는 물론이고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인심 좋은 할머니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곳으로 유명한 체르마트... 체르마트에서 보좌신부로 인한 형제의 영향으로 터를 잡고 호텔업에 뛰어든 가족의 이야기, 마테호른에 오른 사람들 중 일부가 그만 죽음을 맞은 이야기는 지금도 많은 등반가가 목숨을 내놓고 오르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마테호른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이를 정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스위스로 향하게 한다.

 

스위스는 유럽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늦게 여성참정권이 생겼다는 것에 놀랍다. 남성에게 귀속되어 있는 여성의 모습을 시대보다 앞선 대학 교육의 문을 연 것과 대비된다. 최초의 여성 법학자인 에밀리 켐핀의 이야기는 뛰어난 여성의 힘으로 시대를 앞서 나가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같은 이름의 에밀리 리버헤어는 소비자보호운동과 여성운동을 활발히 하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 놓는 최초의 취리히 시 정부 각료에 선임되는 영광을 얻는다. 여성 대통령까지 나왔지만 아직도 스위스의 평등과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릴 때 재밌게 본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를 쓴 요한나 슈피리... 앞선 에밀리 켐핀의 큰어머니인 그녀지만 에밀리가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것에 "여자가 품위 있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은 가정뿐"이란 말을 할 정도로 남성중심의 사회분위기에 적혀 있던 여인이다. 부모님의 골라준 남자와 결혼 했지만 다행히 남편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글을 쓴다. 헤리포터 시리즈 말고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독일에서 출판할 수밖에 없었고 다시 스위스로 역출간된 이야기는 당시 스위스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하여 같은 여성으로 씁쓸하다.

 

평소에 단맛을 즐기지는 않지만 한 번씩 진한 단맛이 그리울 때 초콜릿을 먹는다. 벨기에 초콜릿이 워낙에 유명해서 잘 알고 있지만 스위스 밀크초콜릿의 탄생 과정도 흥미로웠고 나중에 스위스 여행을 하면 꼭 먹어 볼 생각이다. 이외에도 스위스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진 스위스 방명록은 현재의 스위스만 알고 있던 나에게 스위스와 좀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무엇이든 아는 것 만큼 더 잘 보인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스위스 방명록'.... 스위스의 다양한 모습이 오래도록 머리를 남는 책이다.

 

스위스는 일반인들의 흔적, 내국인과 외국인의 문화교류 흔적이 곳곳에 켜켜 쌓여 있는 곳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또 하나의 사례....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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