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 시리즈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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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피터 래빗 만화영화를 즐겨 본 적이 있다. 피터 래빗의 원작동화를 만날 수 있는 '피터 래빗 시리즈 전집'은 나에게는 머리 아픈 복잡한 생각들을 잠시 접어둘 수 있는 힐링을 주는 말 그대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다. 물론 아이들도 좋아하던 만화영화로 팬시용품을 비롯해 피터 래빗과 관련된 소품들이 집안에 서너 개는 있을 정도로 애착이 가는 캐릭터다.


'피터 래빗 시리즈 전집'은 이야기에 그림이 같이 있어 읽으면서 자꾸 영상으로 이미지를 떠올리며 상상하게 만든다. 물론 개구장이인 귀여운 아기 토끼 피터 래빗의 모습이 사랑스러운 것은 물론이고 피터 래빗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해 나름의 이야기와 귀여움을 보여주고 있어 읽는 내내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아직은 어리고 모르는 것이 많기에 위험을 미리 알려주고 안전에 곳에서만 있게 하고 싶다. 허나 사람이나 동물이나 호기심이 왕성하고 제대로 사리판단이 부족한 어린 아이일 때는 이런 이야기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게 되기 쉽다. 이런 이유로 인해 위험에 놓이게 된다. 어린이에게 교육용으로 충분히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들며

어른들 역시 즐겁게 읽을 수 있는데 정식으로 출간되지 않은 작품까지 실려 있어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도 안겨준다.


피터 래빗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저자 베아트릭스 포터에 대해서는 몰랐는데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영국이 경제적으로  절정기에 해당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아가씨다. 동생에게 주로 동물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그녀는 학교는 가지 않고 집안에서 생활하다니 자연스럽게 어려서부터 동물들과 세밀히 관찰한다. 자신의 그림 6점을 카드로 만들 것이 성공하자 피터 래빗을 책으로 출판할 생각을 했는데 무수히 많은 출판사는 거절을 당하다가 컬러 출간을 조건으로 세상에 피터 래빗이 나오고 커다란 인기를 얻으며 서른여섯 살에 동화작가이자 삽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저자의 삶을 영화로 만들어졌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르네 젤위거가 주연을 했다니 기회가 되면 찾아서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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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연인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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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에서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나 잊지 못하고 지내다 몇 년이 흐른 후에 재회하지만 상대에 대한 감정이 여전함을 알려주었던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를 무척이나 재밌게 본 사람으로 일본의 대표작가 요시다 슈이치가 만들어내는 사랑이야기는 항상 잔잔하지만 울림이 있어 좋았는데 이번에 나온 신작 '타이베이 연인들'은 읽을수록 비포 선라이즈를 자꾸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낭만적인 일처럼 다가온다. 타이완에 고속철도를 놓는 일에 일본과 프랑스와 독일이 경쟁을 한다. 일본은 자신들의 기술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기에 설마 유럽에 밀려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헌데 생각지도 못하게 프랑스와 독일에 패배를 맛보게 된 일본의 고속철도... 다행히 확정적으로 최종 결정은 이년 여 뒤로 미룬다. 일본은 이때를 위해 정재계를 총동원해 엄청난 홍보 활동을 펼쳐낸 2000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타이완에 고속철도 신칸센 프로젝트에 투입된 여주인공 다다 하루카는 대학시절 여행에 나름 자신 있어 떠난 타이완 여행을 떠났다가 한 남자를 만난다. 그와의 짧지만 인상 깊은 만남을 그녀는 잊지 않고 있다. 어쩌면 그녀가 타이완 신칸센 프로젝트로 오게 된 것은 운명이 그녀를 타이완으로 이끌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다 하루카에게 잊지 못할 타이완의 남자 에릭... 료렌하오는 하루카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일본에 대지진이 발생하여 연락이 끊긴 것으로 생각한 남자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고 유학시절 건축대전에서 받은 상과 교수의 도움으로 일본 대기업 건축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일본 여자는 타이완에... 타이완 남자는 일본에서 우연이라도 만나기를 바라는 작은 바람으로 상대의 나라에서 일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 사람의 모습이 인상 깊다.


하루카와 료렌하오의 만남이 언제 이루어지고 그들은 어떤 방향으로 인연을 만들어갈지 로맨스 요소가 분명 많이 들어 있지만 이 소설은 분명 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해 타이베이의 고속철도 공사에 현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어 기업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두 사람 주변에는 여러 인물들이 있다. 하루카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든 에릭이란 남자를 다시 만나게 해주고 싶어 하는 회사 동료와 친구들, 남성스런 매력을 풍기던 동창생의 유학과 귀국... 그녀에게 일어난 일들을 따뜻하게 감싸는 친구, 한 집안의 가장이지만 아내에게 대접받지 못하고 타국에서 회사를 다니는 남자와 그를 좋아하는 여자를 비롯해 일본 고속도로의 근간을 만든 가쓰이치로 할아버지가 있다. 할아버지는 아내가 죽자 혼자 외로이 지내고 있다가 우연히 그 옛날 하지 말아야 할 말실수?를 하며 인연이 끊어진 절친의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고 싶어 한다. 어쩌면 할아버지도 절친과 같은 마음을 갖고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친구와 통화를 하며 나누는 대화는 진한 감동을 안겨주고 로렌하오와 함께 자신이 태어난 친구를 만나러 타이베이에 가고 시대를 넘어선 두 어르신의 대화는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다.


스토리는 내가 상상하던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하루카의 애인과의 관계는 사실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살다보면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니까... 료렌하오와 하루카 역시 ing로 끝나지만 그것이 두 사람의 인연을 어떤 방향으로 이어갈지 독자들의 선택에 맡겨 놓았기에 나 나름대로 상상하게 되는 재미가 있다.


타이베이 연인들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편안하고 잔잔한 사람들의 인연이 참 예쁘다는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이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내용으로 되어 있어 공감하게 된다. 여기에 요즘 TV이를 틀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 먹방이다. 타이베이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는 자꾸만 군침을 돌게 하며 나도 언젠가 타이완으로 여행을 가면 꼭 다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맛깔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떠날 타이완의 여행을 생각하며 그곳에 가면 하루카와 료렌하오를 만날 거 같은 설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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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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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시간여행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책이나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종종 보았는데 내가 이제껏 본 작품들은 전부 착한 사람이 시간여행을 먼저 한다는 것이다. 착한 사람이 하는 시간여행을 알게 된 악인이 따라서 시간여행을 하는 경우는 봤지만 처음부터 살인을 위해 시간여행을 즐기는 살인마를 다룬 책은 '샤이닝 걸스'가 처음이고 시간 여행을 하며 살인을 하는 살인마와 살인마의 손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소녀... 여기에 살인마가 어떤 식으로 잡힐 것인지 내심 호기심을 갖게 된 책이다.


스토리는 살인마 하퍼 커티스와 그의 손에서 유일하게 살아난 소녀 커비 마즈라치... 이외에도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하퍼가 얼마나 끔찍한 살인마인지 알려주며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교차되어 흘러가는 방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시간의 넘나듦이 크다. 첫 장면은 하퍼와 커비가 만나는 장면부터다. 과거의 시간에서 하퍼는 매일을 벌어야 먹고사는 남자로 한 남자를 죽이고 빼앗은 외투에 주머니에 열쇠를 발견하고 그는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폐허 '더 하우스'를 향해 간다. 더 하우스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폐허로 보이지만  하퍼에게는 집이란 아늑함을 안겨주는 곳이다. 하퍼 자신이 운명의 방이란 부른 벽에 쓰여진 낯선 여자들의 이름은 분명 그의 필체로 쓰인 이름들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소녀들의 얼굴을 보고 그는 어떻게 소녀들을 죽여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초반부터 섬뜩함이 예사롭지 않은 전개다. 물론 이 소녀들과 살인마 하퍼와 어떤 인연이 있기에 그들의 이름이 더 하우스에 써졌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벽에 쓰여진 이름의 빛나는 소녀들이 죽는다니... 여기에 하퍼를 괴롭히는 무엇인가 있다. 이 정체는 알 수 없지만 '타오르는 소녀'란 이름을 지어 놓는다.


벽에 쓰여진 소녀들은 죽는다. 허나 어디에서든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기는 쉽지 않다. 죽은 소녀들의 곁에 암호와 같은 살인마 하퍼가 남긴 단서가 있지만 이것들은 쉽게 연결성을 찾기 어렵다. 다만 유일하게 하퍼의 손에서 살아남아 신문사 인턴사원이 된 커비가 자신을 취재한 신문기자 댄을 만나며 예전 미처 보지 못했던 수수께끼 같은 살인마의 본모습을 조금씩 알아채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분명 매력적인 스릴러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살인자의 시선에서 보여주는 빛나는 소녀들과 그녀들을 살해할 수밖에 없는 독기를 품어내는 더 하우스란 섬뜩한 저택이 가진 힘이 긴장감을 결코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은 있다. 아름답게 빛나는 소녀들만을 죽이고 싶어 하는 하퍼의 심리는 더 하우스의 울부짖음을 듣는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그냥 살인을 즐기는 살인마라는 생각이 든다. 왜 하나같이 하퍼와 같이 문제를 가진 인물들이 더 하우스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열쇠를 얻게 되는 것인지... 착하고 남을 배려할 수 있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 시간여행의 열쇠를 더 하우스에서는 얻을 수는 없는 것인지 내심 궁금했다.


시간여행이란 매력적인 소재를 가지고 살인마와 살인마를 쫓는 소녀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진 '샤이닝 걸스'... 이 작품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사랑하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작 미국 TV 드라마 방영이 확정된 작품이라고 한다. 읽는 내내 충분히 사람들의 매력을 사로잡을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미드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살인마 하퍼와 빛나는 소녀 커비, 댄 등의 인물들을 표현해 냈을지 궁금해진다.


그는 빛나는 소녀들의 얼굴을 보았고, 그들이 어떻게 죽어야만 하는지 알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녀를 죽여. 그녀를 막아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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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다이어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캐롤 쉴즈 지음, 한기찬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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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문학·음악상으로 이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면 우선 믿음이 간다. 캐럴 실즈의 대표작인 '스톤 다이어리'가 바로  퓰리처상 수상작품으로 여인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출생부터 남다르다. '데이지 굿윌'의 부모님부터 소개하자면 이렇다.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난 어머니 머시 스톤... 스톤이란 이름을 통해 그녀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알려주며 남들보다 조금 과하게 풍만한 육체를 지닌 그녀의 몸을 보며 아버지 카일러 굿윌은 편안함을 느낀다. 유달리 키도 작고 마른 몸을 가진 남자가 이상형은 과한 체중의 여자였던 것이다. 그녀와의 결혼 생활은 아버지에게는 대만족, 어머니는 대강 만족하며 사는 정도로 느껴진다. 평소의 식욕이 좋았기에 임신을 전혀 몰랐던 어머니는 그만 자신이 임신 했다는 자체부터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데이지를 낳고 그만 하늘나라로 떠난다. 남겨진 아이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옆집에 살며 머시와 평소 친하게 지내던 클래런틴 부인의 적극적인 표시에 의해 아이를 그녀가 키우게 된다. 이미 그녀에게는 장성한 세 명의 자식이 있지만 머시의 아이 데이지는 그녀에게 또 다른 삶의 의미를 가진 소녀로 클래런틴 부인은 깊은 사랑으로 데이지를 키운다. 다만 사랑이 많은 클래런틴 부인이 남편의 곁을 떠나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첫째 아들 바커 플렛 곁에 머물며 지낸다. 데이지를 키우는데 일정 금액의 돈을 친아버지 카일러 굿윌에게 받고 있지만 큰아들 바커의 도움도 받고 그녀 스스로 식물을 가꾸는데서 돈을 마련해 쓸 정도로 절대 사랑 없이는 이런 수고를 하지 못할 정도로 데이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있다. 헌데 세상일이 어디 마음 먹은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듯이 정말 어이없게도 자전거를 타는 소년으로 인해 그만 클래런틴 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열한 살의 데이지를 보며 당혹함을 가진 바커는 그녀를 친아버지 카일러의 곁에 보내기로 한다.


태어나서 십년 이상을 떨어져 살던 친아버지나 데이지... 두 사람은 새로운 고장, 새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자신에게 성심성의껏 설명하는 아버지와 햇살을 통해 보이는 이미지는 데이지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스토리는 거의 10년 안팎의 텀을 두고 전개된다. 초반부에 예사롭지 않은 출생과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이웃 아주머니의 정성어린 사랑을 받고 자란 데이지가 친아버지와 함께 살며 여자 대학을 졸업하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기 위해 결혼을 결심 한다. 여기까지 보면 그녀의 일생이 어쩌면 평범하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헌데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일이 그녀에게 다시 일어난다. 남편 될 남자는 난폭한 행동과 병적인 우울증을 가진 잘 생긴 남자로 자신의 사랑으로 이 남자의 불안정한 면을 고쳐줄 수 있을 거란 다소 어리석은 확신을 가지지만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어처구니 없는 행동으로 사고로 죽고 만다. 우리나라 같으면 엄마에 남편까지 잡아먹었다며 동네에서 말 꽤나 들을 법한 사연을 가진 여자로 찍혔을 것이다. 물론 데이지에게도 이와 비슷한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다른 누구보다 죽은 신랑의 어머니가 그러하다. 새로운 환경을 원하는 마음에 클래런틴 부인의 첫째 아들 바커가 있는 캐나다로 여행을 떠나고 스무 살이 넘는 나이 차이를 넘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셋이나 낳는데....


데이지 굿윌의 인생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초반부에 이미 느껴진다. 비극적인 출생과 두 번의 결혼, 출산, 사별, 자기를 발견하는 시간, 죽음을 통해 한 여인의 삶이 다큐멘터리를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물론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보여주고 그녀의 인생에 완전히 동화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 자신이 한 남자의 아내이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몇 개의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빼고는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스토리지만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데이지의 인생이 결국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하여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한다.


인생이란 게 남의 눈에 비친 나와 진짜 나의 삶은 많이 다르다. 데이지의 인생이 굴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 나름의 여자, 엄마, 할머니로서의 인생을 살아가며 그 나름의 행복과 슬픔, 아픔, 절망 등을 맛보았을 것이다. 데이지의 다큐멘터리 인생도 흥미롭지만 그녀의 두 아버지들의 인생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년간의 짧은 아내 머시와의 결혼 생활은 카일러 굿윌의 인생의 상당부분을 지배한다. 카일러의 여러 감정들이 흥미롭게 느껴지는데 반해 클래런틴 부인이 곁을 떠난 시아버지 매그너스는 많이 황당하고 아내를 용서하기 힘들었을 거 같다. 클래런틴 부인이 매그너스의 곁을 떠난 이유를 보며 지금이라면 이런 경우를 가진 남편과 함께 살기 싫은 여자들이 많았겠지만 1910년대의 시대는 우리나라처럼 남성들의 의견이 서구사회도 많이 좌지우지 하는 모습을 가졌기에 데이지가 시아버지에게 느끼는 감정이 차분한 것에 이해가 된다. 데이지 굿윌이란 한 여성의 인생을 쫓아가며 20세기 서구사회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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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호의 악몽 1 버티고 시리즈
댄 시먼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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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휴고상 수상작가 댄 시먼스의 장편소설 '테러호의 악몽'... 솔직히 오픈하우스의 버티고 시리즈가 아니면 몰랐을 작가로 2권 합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북극해란 특수한 장소를 배경으로 알 수 없는 북극해 깊은 곳에 사는 거대한 괴물과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들의 처절한 생존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이다.


1845년 5월 영국 해군 본부는 프랭클린 경에게 북서항로 개척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한다. 두 척의 함대를 이끌고 떠나는데 존 프랭클린 경이 지휘하는 이리버스호와 크로지어가 함장이 지휘하는 테러호... 존 프랭클린 경보다는 크로지어란 인물이 스토리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존 프랭클린 경의 조카인 소피아를 알게 되고 그녀의 진한 애정을 받았지만 결국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크로지어는 시간이 날 때마다 소피아의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리며 술과 우울증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스토리는 시간과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북극해와 동료, 심해의 괴물 등에 대해 알려주기에 한 사람의 편협된 시선에서 벗어나 다각도를 북극해 탐험대에 나선 인물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특히나 테러호의 함장 크로지어는 흥미로운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남편인지 아버지인지 모를 인디언 남자의 죽음과 남겨진 어린 인디언 여자... 여자를 보고 느끼는 대원들의 불안정한 심리에도 불구하고 인디언 여자를 보호하고 지켜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왜 저런 노력까지 기울여야 할까 싶은 정도로 추위와 싸우며 인간의 모습을 점차 잃어가는 대원들의 입장에서는 심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다.


한 명의 대원이 사라지고 이를 찾고자 크로지어와 대원 한 명과 나갔다가 그만 부하 대원을 또 잃고 만다. 헌데 사라진 두 명의 대원의 몸이 돌아오는데 괴물의 존재가 얼마나 악마적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지금으로 치면 연쇄살인마나 사이코패스나 할 수 있는 모습으로 두 사람이지만 하나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인디언 여자까지 사라지며 그녀를 지키던 남자는 그녀의 행방을 찾다가 보지 말아야 할 아니 직접 보고서도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한다. 여자와 괴물... 코브라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가진 어머어마한 크기의 괴물은 실제 존재하고 두 함대의 대원들이 괴물에게 가지는 공포는 직접 본 대원의 눈을 통해 나에게까지 전달 될 정도로 섬뜩하다. 다만 인디언 여자는 어떻게 저토록 대범하게 행동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며 실제로 그녀가 괴물을 조정하는 말도 안 되는 연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북극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식량이 부족함을 알게 된다. 절대 실리지 말아야 할 납으로 인해 먹을 수 없는 엄청난 분량의 통조림이 그들의 함대에 실린 것이다. 식량이 부족할수록 함대의 대원들은 난폭해지고 추위와 함께 불안정한 정신 상태로 더욱 빠져들게 된다. 솔직히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함대의 대원들의 모습이 점차 변해가는 면은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인간이면서 어느 순간부터 인간이기를 포기한 모습은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말을 몸으로 보여준다.


 함대를 장악한 극악무도한 인물들에게 죽음을 선사하고 싶은 남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취한다. 물론 이 남자 역시 죽음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여기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테러호의 함장 크로지어는 인디언 여자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그가 선택한 마지막 방법은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호러, 판타지, SF, 환상 장르를 총망라해서 책 안에 담아내고 있어 여러 편의 영화를 본 것과 같은 느낌을 전해줄 정도로 긴장감 넘친다. 저자는  당시 영국 해군의 실상에서 에스키모의 모습까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이 작품을 만들어냈으며 실제 2014년 9월에 캐나다 북부 킹윌리엄 섬 인근 빅토리아 해협 해저에서 이리버스호와 테러호를 이끌고 떠난 존 프랭클린 경의 두 함선 중 한 대가 발견되었다니 더욱 사실감이 느껴진다. 기술이 무척이나 발달한 지금도 북극해를 탐험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헌데 1845년이면 아직은 많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이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고 그 곳에 탐험하기 위해 모험심을 가지고 떠난 남자들의 이야기는 흥미를 떠나 대단하다는 감탄사를 쏟아내게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책임에도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가진 인물들이나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읽었을 정도로 나름 힘들지만 재밌게 읽은 책이다. 아직은 저자 댄 시먼스란 이름만 보아도 이제는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작가란 생각을 할 정도로 책이 가진 무게감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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