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가비 해변
마리 헤르만손 지음, 전은경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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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국가의 작가들을 만나는 것은 늘 즐겁다. '나비 부인'으로 스웨덴 최고 권위의 아우구스트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이름을 알린 마리 헤르만손의 '조가비 해변'을 나왔다. 스웨덴이 아닌 프랑스 스릴러 SNCF독자대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을 정도로 재미와 작품성에서 인정받은 책이다.


스토리는 이끌고 있는 두 명의 화자가 있다. 그중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여성은 민속학자로 이혼하고 아홉 살, 여섯 살 아들 둘을 키우는 싱글맘 울리카는 자신의 친가족보다 더 가족보다 느꼈던 사람들과의 소중한 추억의 장소를 찾는다. 여러가지 면에서 살짝 남다른 행동을 하는 작은 아들이 자신도 모르는 동굴을 찾아낸 것은 물론이고 해골까지 발견한다. 죽은 여자는 이미 오래전 실종 신고가 되어 있던 크리스티나 린뎅이란 여성이다.


울리카는 조가비 해변에서 첫 눈에 자신과 통하는 친구 안네 마리를 만난다. 안네 마리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꿈까지 꿀 정도로 울리카는 안네 마리가 너무나 좋았다. 그녀와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친하지며 안네 마리의 가트만 가족에게 남다른 애정이 생긴다. 안네 마리가 좋았던 면도 있지만 울리카는 외동딸인 자신에게도 안네 마리처럼 언니, 오빠가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에 그들 가족 속으로 더 깊은 애정을 갖는다.

 

 

울리카와 다른 화자 크리스티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불편함을 느낀다. 가면을 쓰고 다니며 집착을 보이는 크리스티나를 위해 가면을 없애지만 오히려 더 혼자만의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가고 만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며 자신을 표현한다.


안네 마리의 가족에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 막내 '마야'가 등장한다. 마야는 자신만의 세계 속에 사는 꼬마로 오로지 안네 마리만을 쳐다본다. 아무래도 나이차가 가장 적었던 이유가 그 중 하나라 여겨지지만...


여름을 가트만의 자녀들과 울리카... 마야도 이번에도 안네 마리를 따라 나선다. 천막에서 잘 놀고 있을 줄 알았던 마야가 사라진다. 아이를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무려 6주나 지나 도저히 혼자서 어린 아이가 있을 수 없는 장소에서 발견되지만 마야가 돌아와도 가족들은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하기 어려워진다.


서로의 아픔까지도 보듬을 수 있는 게 가족이라고 한다. 허나 가족이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거나, 없는 것보다 못한 가족도 있거나 하나의 상처가 서로의 깊은 상처를 다시 들추어내어 오히려 얼굴을 보고 살아가는데 버겁게 만들기도 한다. 가트만 가족도 그러하다. 마야의 실종과 돌아옴은 부모님이 가슴 속 깊이 잠재어 두었던 상처를 들추어낸다. 그 상처가 너무나 깊고 커 도저히 회복이 되지 못한다.


과거는 아름답게 기억되는 면이 크다. 울리카에게 있어 가족보다 가트만 가족과 보내는 여름이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슬픈 모습을 가졌다. '조가비 해변'은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같은 여자로서 가슴을 아프게 파고드는 소설이다. 요즘 관심을 가진 북유럽 신화, 설화 이야기가 등장해 흥미로웠으며 단숨에 읽게 만드는 가독성과 재미 또한 좋으며 이 소설을 프랑스 독자대상 스릴러 소설에 올랐는지 짐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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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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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너무나 안타까운 부고가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주었다. 한 번도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신영복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뵙고 싶었는데 너무나 일찍 우리들 곁을 떠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행히 신영복 교수님의 '담론'이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이번에는 제대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담론의 부제목은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다. 몸이 안 좋으셔서 2014년 겨울 학기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대학 강단에 서지 않았던 신영복 교수님의 강의록인데 고전이 어렵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깊은 깨달음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가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고전을 읽을 때마다 어렵게 느끼던 나에게 있어 고전을 조금은 쉽고 가깝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다.

 

 

머리에서 생각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이루어지며 공부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애정과 공감으로 발은 삶의 현장을 뜻한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며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라고 알려주신다.

 

자신이 가진 굳어버린 인식의 틀을 깨트리는 것이 공부라며 우리의 삶이 곧 공부며 자연, 사회,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과거, 현재와의 소통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고전공부의 목적이라고 알려준다.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압축하는 추상력, 작은 것으로부터 큰 것을 읽어내는 상상력... 추상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 둘을 적절히 배합하여 구살할 수 있는 유연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글을 보며 신영복 선생님이 강조하고 싶었던 말이 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맹자의 '만남'을 화두로 풀어낸 부분이다. 우리의 삶은 다른 사람과 얽힌 인간관계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야기된다. 많은 사람을 안다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님 안 좋은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신영복 교수님이 알고 모르고의 차이를 지하철 의자 쟁탈전?을 두고 20분의 인연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노자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를 수밖에 없다. 가장 많고 넓고 낮게 퍼져 있는 것은 평범한 일반인이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민초의 정치학을 노자의 물을 통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공자의 글은 늘 어렵다. 이 글이 어렴풋이 이해가 되지만 나는 내 방식으로 이 글을 해석했다.

 

 

어려운 사람이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금액적인 면에서는 돈이 많은 사람이 낸 거금이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낸 돈보다 금액 면에서는 훨씬 많을 수 있다. 허나 그 안에 담겨진 진정한 기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흥미로웠던 글이다.

 

 

 

여행을 좋아한다. 시간이 나거나 조건이 맞으면 좋고 마음에 드는 것을 구입하는 것보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 여행은 나와의 온전한 만남을 있게 한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도 좋지만 혼자만의 여행을 늘 가슴에 품고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대로 혼자만의 여행을 그리 많이 하지 못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혼자서 아무런 편견 없이 여행지의 모든 것을 느끼고 싶다.


선생님은 자신의 청춘을 모두 보낸 감옥도 자신의 인생에서 깊고 뜻 깊은 여행이었다고 표현한다.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워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어떻게 여행으로 표현하실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정치범도 있지만 온갖 종류의 범죄자가 모여 있는 감옥... 감옥에 모여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깊은 인간학을 갖게 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우리는 매일 여행을 떠나고 있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그중에서 자기와의 만남이 중요하다. 여행은 떠나고 만나고 결국 돌아오기 위함이다.


선생님은 많은데 진정한 스승은 없다는 말을 한다. 우리 시대에 신영복님 같은 스승이 더 많이 계시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읽으며 수시로 생각해 보게 된다. 담론은 내 마음가짐을 들여다보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삶에 대한 자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저절로 숙연해지고 신영복 교수님의 빈자리가 크게 다가온다.


담론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을 안다는 것... 올바른 사람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욕망과 소유의 거품, 성장에 대한 환상을 청산하고, 우리의 삶을 그 근본에서 지탱하는 정치, 경제, 문화의 뼈대를 튼튼히 하고, 사람을 키우는 일 이것이 석과불식의 교훈이고 희망의 언어라고 강조하신 의미를 곱씹어 본다. 담론은 고전을 통해 인문학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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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원 해외여행 도시편 - 100만 원 예산으로 갈 수 있는 베스트 해외 여행지 100만 원 해외여행 도시편
어스토리 지음 / 조선앤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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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일상에 지쳐 있을 때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에 새로운 활력소를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난 일 년에 한 번 이상 여행을 늘 생각하고 있다. 올해는 친구들과 4월 중순에 2주 정도의 자유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여행지로는 라오스와 베트남 하노이, 싱가포르, 캄보디아 중에서 두 나라 나라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가격적인 면에서 부담감이 적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서로 하고 있어서 저렴한 가격 100만원으로 해외여행이 가능하단 책을 보고 우리가 찾던 책이란 생각이 들었기에 더 관심이 갔다.


100만원으로 여행을 계획할 때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이지만 떠나는 시기와 잘 맞는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데 하노이의 경우는 여름보다는 겨울이 덜 습하고 시원해서 여행하기 좋다고 한다. 우리의 여행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살짝 고민이 되는 면이 있지만 3박 4일에 60만 원 정도 소요되니 일주일 여행을 해도 100만원이면 충분할 정도로 알차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이 들어 끌린다. 추천 명소와 맛집의 음식이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매력적인 도시란 걸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여행한 나라 중 하나가 대만이 아닐까 싶다. 난 아직까지 대만을 여행하지 못했기에 타이베이가 가진 매력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채광 도시 지우펀, 푸른 물색깔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지는 타이루거 협곡, 스다 야시장, 하늘로 높게 뻗은 대나무 위에 꽃잎이 겹겹이 포개진 모습을 가진 타이베이 101 관경대, 너무나 좋아하는 망고 빙수가 맛있어 보이는 대만 3대 망고 빙수집 아이스 몬스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곳으로 다양한 차 종류를 마시며 바다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아메이차주관, 대만 만두 바팡윈지 등 타이베이로 떠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도시란 생각이 들어 친구들과 계획한 여행지는 아니지만 꼭 한 번 여행 가고 싶은 곳이라 여름 빼고 여건이 맞을 때 여행가고 싶다.

 

 

대만, 베트남 등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여행지를 선정해 담고 있어 시간이 없어 여행을 떠나기 힘든 사람이나 부담 없는 가격으로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정보들은 물론이고 기본회화, 비상연락처, 여행 최적기, 여행 팁, 추가로 추천 루트까지 담고 있어 여행지를 결정하고 계획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동남아 여행은 거의 한 적이 없어 책을 보다보면 당장이라도 여행가방을 싸고 싶은 마음이 막 생긴다. 나이를 먹을수록 다른 것보다 여행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기에 기회와 여건이 주어지면 무조건 여행을 떠나고 싶다. 여행지로 생각한 곳도 좋지만 책에 담겨진 다른 곳도 끌리기에 '100만원 해외여행 - 도시편' 책을 친구들과 함께 보여 여행지를 선택하고 떠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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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 가루카야 기담집
오노 후유미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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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를 연상시키는 표지가 인상적인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 이 책의 저자 오노 휴우미는 판타지 소설로 인기가 높은 '십이국기 시리즈'의 작가다. 개인적으로 십이국기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판타지 소설이 아닌 기담집으로 만나는 이야기는 어떨지 무척이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은 총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래된 집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뒷목이 섬뜩해지는 공포를 느끼게 하는 면에 묘하게 쓸쓸한 복잡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흥미로운 단편들이 재밌다.


첫 번째 이야기 뒤뜰에서... 평소에 연락도 나누지 않고 지내던 큰고모가 유언으로 남기신 집으로 이사한 쇼코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생긴다. 안뜰에 귀신이 산다는 어릴 적 기억이 남아 있는데 안뜰 복도의 서랍장 위 미닫이 문이 자꾸만 살짝 열려 있다. 그 곳은 텅 빈 방이다. 모순되고 오싹한 방을 봉새하기로 결정하는데... 기현상을 알아보는 목수 오바나를 통해 방에 살고 있는 정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천장 위에... 무사 집안의 며느리로 시부모, 남편에게 사랑 한 번 받지 못하고 살았지만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켜낸 어머니가 어느 날부터 예전까지 않다. 자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꺼내신다. 이런저런 이유로 집을 고치다가 천장에서 예사롭지 않은 기왓장이 하나 발견하는데...


방울 소리... 비가 내리는 날에만 기모노를 차려 입은 여인이 나타난다. 그녀가 나타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비 오는 날에 들리는 방울 소리가 들린다.

 

이형(異形)의 사람... 소녀 마나카는 아버지의 일 때문에 이사를 한 것이 속상하다. 헌데 불당에 낯선 할아버지가 자꾸 나타난다. 갈수록 알 수 없는 할아버지로 인해 마나카는 무서움은 극에 달한다. 허나 할아버지가 가진 사연은 너무나 안타깝다.


만조의 우물... 마리코는 결혼과 함께 오십 년이나 된 고택에서 살고 있다. 그녀의 남편은 한창 정원 가꾸기에 열중이다. 그는 한 쪽에 방치된 우물을 새 단장을 하려고 우물 옆 사당을 없앤다. 새로 보수한 우물에서 나오는 물은 너무나 깨끗하다. 마리코는 신이 난 남편이 펌프질을 하자 물과 함께 무엇인가 튀어 나온 듯 느껴진다. 이후 식물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

 

 

우리 밖...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 있는 오래된 이 성 아래 마을 낡은 주택에 살게 된 마미는 이혼녀다. 유치원생 딸을 키우는 그녀는 낡은 자동차를 하나 샀다. 차에서 누군가 손을 흔들고 있다는 딸아이와 말에 놀라운데 차고에는 무엇인가 있다. 간담이 써늘해지는 공포심보다 가엾고 안쓰러운 가녀린 목소리에 마음이 아픈 이야기다.


"집에 문제가 있으면 사람에게 해롭습니다. 집은 본래 사람을 지키고 포용해주는 장소니까요."    -p266- 


사람에게 집은 안식처다. 좋아하는 여행을 떠난 사람도 떠나도 집이 최고란 말을 누구나 할 정도로 집은 마음의 안식처로 자신을 편안하게 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공간이다. 책에 나온 여섯 편의 이야기 속 오래된 이 성 아래 마을의 집들은 우리네 시골 풍경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집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처럼 집도 나이를 먹는데 낡고 오래된 집들과 그 속에 함께 살고 있던 알 수 없는 정체들의 기이하고 섬뜩한 이야기는 옮긴이의 말에서 말하듯이 추운 겨울에, 이불 속에서, 뜨뜻한 바닥에 엎드려, 고구마 까먹음 읽으면 딱이란 표현에 공감한다. 나 역시 다시 추워진 날에 전기장판 위에 앉아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과자를 옆에 두고 재밌게 읽었기 때문이다. 기담집이 가진 재미에 빠져 즐거운 시간을 가졌기에 저자의 다음 기담집이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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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8
헨릭 입센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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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은 여러 사람들에게 추천 받은 책이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은 실제 있었던 부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쓰인 작품이다. 당시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가운데 남자와 여자, 아내와 남편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는 분위기로 인해 출간과 동시에 비난이 쏟아졌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안주인 노라 헬메르는 기분이 너무나 좋다. 남편 토르발 헬레발과 아이들을 위해 선물도 준비하고 내년부터는 지금과 달리 은행 총재가 될 남편 덕에 생활에 여유가 올 거란 확신 때문이다. 이런 노라를 보며 낭비벽이 심한 여자라고 생각한다.


노라의 옛 친구가 린데 부인이 찾아온다. 그녀는 그동안 연락을 하지 못하고 지낸 사연을 들려준다. 친정 식구들을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야 했던 그녀는 노라에게 취직자리를 부탁한다. 노라는 친구 린데 부인처럼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꺼내는데... 


오래 전 남편이 갑자기 심하게 아팠을 때 다른 지역으로 요양하러 가야 했던 시기에 급하게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남편과 자신의 생활을 위협한다. 남편 모르게 조금씩 돈을 갚고 있는 상황인데 돈을 빌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준 변호사가 남편으로 인해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자신을 위해 노라가 도와야 한다면 협박을 한다. 절대 남편에게 알려져서는 안 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막고 싶은 노라의 마음이지만 그녀의 친구 린데 부인의 생각은 다르다. 한때 자신과 특별했던 변호사를 찾아가 모든 것이 알려지기를 바란다며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의 병을 고치고 싶었던 노라의 간절한 마음이 충분히 공감이 된다. 그녀가 자신의 행동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과는 달리 남편 토르발의 성격을 알기에 절대 알려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허나 진실은 갑자기 들어나며 이 모든 사실에 남편은 그녀를 이해하기 보다는 질책하기 바쁘다.


헬메르 : 거짓말 덩어리는 가정생활에 먼지와 병균을 가지고 오니까 말이지. 그런 집에서 아이들이 숨을 쉴 때마다 들이마시는 공기는 악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                   -p52-

 

 

 

노라의 남편 토르발 역시 노라를 '종달새'라고 부르며 철없고 아무 생각 없이 펑펑 돈 쓰는 것을 좋아하는 생각 없는 여자라 생각하며 그녀의 이런 면을 인정하고 사랑해 준 것이 아니라 그녀를 아기처럼 자신의 보호 하에 놓고 귀여운 인형처럼 여겼던 것은 아버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이 사랑받고 존중 받는 존재라고 느꼈지만 자신은 그냥 아버지와 남편에게 있어 자리만 옮겨졌을 뿐 하나의 장난감에 지나지 않은 존재였던 것이다.


얼마 전에 TV이를 통해 흥미로운 영상을 보았다. 여자, 남자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영상이었다. 어릴 적에는 남자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여자아이들의 행동이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생각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성의 모습은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재밌기도 하고 어른들이 가진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옳은 일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인형의 집의 노라 역시 아빠, 남편에 의해 만들어진 아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들고 싶어 노력을 하는 여자였다.


시대상이 가진 아내, 어머니의 상을 과감하게 뿌리치고 자신의 자아를 찾아 집을 나서는 노라의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지금이라면 그녀는 틀림없이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막상 집을 나와 린데 부인의 집에 잠시 머무르며 자신을 찾아가는 노라는 행복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것은 여성의 인권이 존중되지 않은 시대라 걱정스런 마음이 생겨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은 너무나 짧은 이야기 속에 많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책이다. 시대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반기를 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모성을 지닌 어머니는 자식의 곁을 떠난다는 것이 더 어렵다. 그만큼 노라의 결단력은 대단하며 자신을 둘러싼 허위, 가식적인 삶에 중독된 자신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노라의 선택에 공감하며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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