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탐정 맥스 캐러도스
어니스트 브래머 지음, 배지은 옮김 / 손안의책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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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탐정이라면 단연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꼽을 것이다. 셜록 홈즈의 대박 성공이후 많은 탐정들이 등장했다. 그 중의 한 명으로 어니스트 브래머의 '맹인탐정 맥스 캐러도스'를 꼽을 수 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맹인이지만 탐정이 갖추어야 할 모든 감각이 살아 있는 맥스 캐러도스의 활약이 돋보이는 책이다.


총 8편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첫 번째 사건 '디오니시우스의 동전'에서 사기극을 벌인 인물들과 다시 또 만나게 되는 일곱 번째 이야기 '어둠 속의 게임'까지 맹인 탐정으로서 맥스 캐러도스의 추리력, 판단력, 직관력을 보며 그가 무척이나 뛰어난 탐정이란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 다른 사람들도 목소리는 듣지. 나는 속지 않아. 눈은 지나치게 자신만만해서 실수를 저지르곤 하지."    -p17-

 

 

디오니시우스의 동전....사설탐정 칼라일은 자신이 도움을 주었던 동전 수집상을 찾는다. 그에게 디오니소스 시대의 고대 그리스 은화의 지품인지 감정을 바라지만 그는 자신은 알 수 없다며 윈 캐러도스를 추천하자 전화번호부를 뒤져 그를 찾아간다. 그와의 첫 대면에 칼라일은 당황한다. 칼라일을 알고 있는 캐러도스... 친구와 말을 타다 생긴 사고로 영원히 앞을 못하지만 충직한 하인을 곁에 두고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사건에 얽힌 이야기만 듣고도 모든 것을 파악하고 해결한다칼라일의 진짜 이름과 맥스 캐러도스와의 인연이 흥미롭다   

   

열차 사고가 일어나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 발생한다. 기관사의 잘못으로 굳어지지만 기관사의 딸이 좋아하는 남자에 대한 의심도 생긴다. 캐러도스가 범인을 밝히지 않았다면... 범인이 재판으로 사형을 당했다면 더 큰 희생이 일어날 수 있었던 나이트크로스 신호동 문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한 여동생을 걱정하는 오빠의 마음을 이해한 캐러도스가 그의 여동생 집을 찾아간다. 너무나 완벽해 보인 사고가 가진 진실을 밝혀내는 브룩벤드 장의 비극, 5천 파운드나 되는 진주 목걸이를 보험 사기를 다루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깊은 마음이 인상적인 영리한 스트레이드웨이트 부인, 철통같은 사설 대여금고 회사에 발생한 사건을 다룬 배우 해리의 마지막 업적,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알게 된다. 너무나 미숙했을 때 주고받은 것이 원인이 된 지역 유지인 아버지를 둘러싼 죽음에 얽힌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은 딸의 의뢰사건 틸링 쇼 미스터리, 조카와의 약속을 기억해 낸 칼라일... 헌데 조카 딸 집에 이상한 물건을 투척하는 옆집 남자나 일자리를 원하는 정원사의 등장이 미심쩍은 사건을 다룬 파운틴 코티지의 소동, 맥스 캐러도스의 뛰어난 능력이 자신들의 활동에 방해가 된다고 느낀 사람들이 벌이는 캐러도스 납치 사건을 다룬 어둠 속의 게임까지 맹인이지만 두 눈을 가진 사람보다 사건이 가진 진실을 더 잘 파악해 내는 맥스 캐러도스의 능력에 빠져 즐겁게 읽게 된다.

 

고전은 시간이 지나도 그 나름이 퇴색되지 않는다. 맹인탐정 맥스 캐러도스가 왜 셜록 홈즈와 비교되며 인기를 얻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매력적인  탐정 캐러도스의 등장이 반가우며 앞으로 그의 활약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내가 시력을 잃어서 아쉬운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입니다하지만 그 다양한 색깔을 듣고 있지요."    -p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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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에디션 D(desire) 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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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의 낯선 자들'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은 보잘 것 없는 청년이 부잣집 아들인 친구를 죽이면서까지 상류사회에 합류하고 싶어 한 욕망을 실감나게 그려낸  '리블리' 밖에 읽지 못했다. 다소 오래된 영화지만 리블리란 인물에 흥미를 느꼈을 정도로 너무나 재밌게 보았기에 원작을 찾아서 읽었는데 얼마 전에 개봉한 '캐롤'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이란 것을 알고 반가워 인상적인 문구의 포스터 원작 '캐롤'은 읽고 싶었다.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축복이라고 한다. 세상에 오직 상대와 자신만이 존재하는 두 사람... 허나 세상의 눈으로 볼 때 두 사람의 사랑은 환영받지 못한다. 지금은 세상의 다양한 사랑방식이 어느 정도 용인되지만 여전히 남녀의 사랑이 아닌 사랑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캐롤은 1950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백화점 장난감 코너의 점원으로 일하는 테레즈는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해서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리처드란 남자친구까지 있는 젊은 여성이다. 생활을 위해 짜증나고 힘들지만 백화점에서 일하면서도 무대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키우며 생활하고 있던 테레즈 앞에 중년의 매력적인 여성 캐롤이 등장한다. 

 


그녀에게 물건을 골라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테레즈에게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행복감을 느낀다. 그녀가 가고 카드 한 장을 구입해 여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들어내는 말보다 형식적인 말을 쓰며 자신의 감정을 감춘다.


세상에는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고 사랑에 빠지게 될 사랑에 빠지고 만다. 카드를 받은 캐롤이 전화가 오고 두 사람은 만나며 서로에게 다가선다. 허나 캐롤은 이혼을 앞두고 어린 자녀 '린디'의 양육권을 놓고 남편과 이혼소송 중이고 테레즈는 이제 무대 디자이너로 한 걸음 내 딛었고 남자친구 리처드는 둘이 떠날 여행을 꿈꾼다.


캐롤 곁에는 친한 동성 친구 애비가 있다는 것에 테레즈의 질투심은 커지고 애비를 통해 듣는 캐롤의 소식에 화가 난다. 테레즈의 이런 감정을 캐롤은 모르지 않지만 담담하게 대응하며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들어내지는 않는다. 캐롤은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빠지며 테레즈와의 여행을 제안하고 두 사람은 함께 여행을 떠나는데...


멜로드라마의 재미가 나름 잘 묻어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테레즈의 감정이 스토리를 이끌고 있지만 캐롤이란 여성이 가진 자존심 강하고 시크하지만 연약한 면이 느껴지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책을 읽는 동안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보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주변 분위기가 자꾸만 연상이 되어 빠져들게 한다.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에 당당해지는 테레즈와 캐롤... 두 사람의 환한 미소처럼 두 사람의 사랑이 핑크빛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에 대해 세상에 당당하게 나서는 모습은 인상 깊게 남는다. 캐롤과 테레즈의 감정선이 책에서 느낀 것처럼 섬세하게 다가올지 조만간 영화를 볼 생각이다.  

 

 

 

"고전이란······." "인간의 보편적 상황을 다루는 거죠."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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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vs. 서울보통시 - 서울은 왜 서울인가 서울 택리지 2
노주석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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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도 서울... 서울에서 낳고 자란 나는 서울의 발전상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서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천만 명 이상이 모여 사는 서울은 콩나물시루 같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국토면적에 비해 인구가 너무 많다. 집값은 하루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고 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전세라도 얻고 싶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집값의 8,90%를 차지하고 있는 전세값 역시 일반 서민들에게는 너무나 비싸다. 도대체 서울로 서울로 사람들은 왜 이렇게 모여드는 것일까? 서울은 대한민국 사람들의 열망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도시다. 이런 서울이 가진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서울의 민낯이 궁금하고 앞으로의 서울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서울특별시 VS. 서울보통시'는 서울이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알려주는 책이다. 지금의 서울은 부가 몰려있는 강남과 구도심 강북으로 나누어져 있다.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강남과 강북은 집값의 차이도 엄청나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박정희 대통령의 작품을 전두환 대통령이 이어받아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지금의 서울의 모습을 갖게 했다. 서울사람들의 욕망의 집합소라는 아파트... 아파트 한 채를 갖기 위한 서울시민들의 눈물겹다.


내가 가끔 찾는 곳 서촌.. 서촌의 명칭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상촌, 웃대로 불러야 하지만 이미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불리는 서촌의 명칭이 달라질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덕수궁 뒤 정동을 중심으로 대사관들이 몰리게 된 사연, 문학 작품 속에 담겨져 있는 서울, 남산을 둘러싼 이야기, 성조 축조 역사, 성곽길, 아무런 뜻도 의미도 없는 지명들, 일본의 잔재를 청산하고 한양이라는 왕조 복고를 거부하는 의미로 미국 군정에 의해 SEOUL이란 알파벳 명칭이 생겨난 것, 최고 권력자의 꼭두각시로 전략해 버린 서울시장 등등 내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서울의 모습을 알게 되어 좋았지만 인구감소, 주택보급율 100%를 넘어서며 아파트 공화국 서울은 어떤 식으로 변할 것인지 등에 대한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서울은 계속해서 세계인, 대한민국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도시로 남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서울은 물질적으로는 유토피아지만 정신적으로는 디스토피아다. 빛과 그림자의 도시인 셈이다.    -p50-

서울이 이보다 더 잘 표현한 말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에는 서울의 구석구석을 별로 다니지 않았다. 나이를 먹고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아지면서 서울을 다니면서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이 알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고궁이나 남산, 산을 찾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보존했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장소들이 점차 사라지는 게 아쉽다. 


세계에서 24시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도시는 그리 많지 않다. 서울은 24시간 환하고 치안도 잘 되어 있는 도시다. 고층 빌딩에 자꾸만 현대적인 건물들이 들어서는 것도 좋지만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들을 더 잘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물러주면 좋겠다. 서울의 보통시민인 나는 서울특별시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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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리사 고이치 지음, 김미란 옮김 / 가나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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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는 보내는 일은 늘 가슴이 아프다. 아프지만 적은 시간이라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한 가족들을 두고 더 이상 생명을 연장하고 싶지 않다고 선언한 엄마와의 짧지만 진한 사랑을 보여주는 리사 고이치의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나 역시 아프고 나이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시기에 공감하며 읽게 된다.


오빠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병원으로 달려간 딸은 더 이상 투석 받는 것을 거절하신다. 일주일의 3일을 치료받아야 하는 생활을 거부하고 죽음을 맞고 싶다고 말한다. 다른 가족들은 아프 어머니라도 곁에 계시기를 바라지만 딸 리사 고이치는 이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다. 기껏해야 2주 밖에 살지 못하고 엄마를 떠나 보내야하지만 엄마의 뜻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크리스마스 날에 세상을 떠나는 엄마와의 14일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매처럼 친하게 지낸 사람이라도 한 번 마음에서 틀어진 관계에 대해서는 절대 거절하는 단호함을 가진 엄마의 모습, 엄마의 상태를 알고 이해하고 엄마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엄마의 모습에 부끄러워하고 어느 순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리사, 신부님과 엄마와의 깊고 진한 우정 등 평범한 일상이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라 깊은 울림을 남긴다.


엄마의 죽음을 앞에 두고 평정심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려는 가족들의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8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에서 하늘색 드레스를 입은 엄마의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엄마가 돌아가셨지만 슬픔에만 빠져 있지 않고 크리스마스를 나름 즐긴 가족의 모습이 인상 깊다. 엄마, 아빠, 가족 모두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이 따뜻하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에 자발적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의견에 대한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태어나는 것은 자신의 뜻이 아니지만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는 가져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언제나 곁에 있을 거 같은 엄마... 엄마가 늘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엄마는 언제나 천하무적이라고 믿고 살고 있다. 엄마와의 시간이 나에게도 평생 이어지지 않기에 앞으로  엄마와의 시간을 더 자주 가지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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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여행중독 - 여행의 유통기한을 늘려주는 사소하면서도 소소한 기록
문상건 글.사진 / 더블: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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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TV이를 즐겨보지 않지만 본방 사수하는 프로그램 하나가 있고 찾아서 보는 프로그램이 두 개 있다. 찾아서 보는 프로그램이 '걸어서 세계속으로'란 여행 전문 프로그램이다. 늘 여행에 대한 갈망을 갖고 있고 언제나 경제적, 시간적 여건이 주어진다면 언제라도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허나 삶이 늘 그렇듯 국내여행도 아니고 해외여행은 쉽게 떠날 수 없다. 해외여행은 크게 마음먹고 최소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하거나 나 같은 경우는 옆지기의 허락을 받아야 떠날 수 있기에 서너 달 전부터 옆지기의 눈치를 보고 기분 좋을 때 허락을 받으면 비행기 표부터 알아본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여행이란 것을 여행을 떠나면서 알게 되었기에 항상 여행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살고 있다. '소소하게, 여행중독'는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행지의 만남에 대해 담담하지만 인상 깊게 다가오는 책이다.

 

 

'소소하게, 여행중독'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뜻 선택하는 여행지가 아니다. 인도, 파키스탄, 미얀마는 나라 이름만 들어도 느껴지는 이미지가 유럽의 여행지와는 다르고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행지로 알고 있지만 자유여행보다는 싼 가격의 패키지여행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책에 담겨진 나라 중 내가 여행한 나라는 '인도' 하나다. 나의 생애 첫 배낭여행이고 아들과의 첫 여행을 떠난 곳이 인도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듯이 여행지의 안 좋은 기억들은 희미해지고 아련하고 좋은 기억만이 남는다는 말을 인도를 떠올릴 때 마다 느낀다. 인도에 대한 안 좋은 뉴스들이 간혹 접하는 사람들은 인도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괜찮으냐는 말을 나 역시 들었다. 허나 막상 떠난 인도는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는 나라란 생각이 들었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와 많은 릭샤가 뒤엉켜 있는 도로지만 사고 한 번 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만큼 그들 나름의 양보와 질서가 숨어 있는데 낯선 이방인의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한 달이란 시간을 인도에서 보낸 나는 거리에 널려 있던 소와 소똥, 이름도 모르는 낯선 곤충들, 더위로 5kg 빠지는 등 여러가지로 고생을 했다. 그럼에도 인도는 다시 떠나고 싶은 나라다. 순박하게 웃으며 시원한 얼음 하나를 더 넣어주던 바라나시의 짜이 총각, 끝이 보이지 않는 판공초의 아름다운 호수에서의 추웠던 하룻밤, 인도인지 작은 유럽인지 모를 정도로 외국인이 넘쳐나던 작은 유럽 마날리, 화장터의 시체 타는 냄새와 온갖 오물이 넘쳐나는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입이 떡 벌어지게 멋있다는 말이 부족했던 타지마할과 붉은 성, 달라이 라마의 연설을 듣고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던 맥간, 수도 델리 등 인도에서의 시간은 나와 내 아들을 성숙하게 했던 여행지다. 나의 이런 좋은 기억과 달리 더럽고 바가지 쓰고, 불친절을 더 기억하는 아들의 기억이 엇갈리지만 그럼에도 다시 또 아들과의 두 번째 인도 여행을 꿈꾸고 있을 정도로 인도는 매력적인 나라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인도의 모습을 한 걸음 더 가까이서 느끼게 해준 소소하게, 여행중독... 책으로 만나는 인도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여행은 늘 예상치 못한 만남과의 연속이다. 오토바이로 인해 감정이 상했지만 오토바이키로 인해 화해를 한 이야기나 자신이 만든 컵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인은 공짜로 주려고하고 여행자는 그 컵에 대한 돈을 지불하려고 한다. 둘 사이에 벌이는 이런 소소한 다툼?은 여행을 즐겁게 한다. 저자가 구입한 물건들은 여행내내 저자와 함께했고 다시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내가 가 본 인도 말고 파키스탄은 저자의 글처럼 왠지 무섭게 느껴지는데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고 우리보다 훨씬 더 순박한 사람들의 미소가 아름다운 나라란 책을 읽을수록 더 느껴진다. 요즘들어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라마단 기간을 피해서 파키스탄을 여행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슬람은 그들이 믿는 종교고 문화고 생활이란 말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여행지에서 아프면 그것만큼 여행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없다. 컨디션이 좋았는데 갑자기 아프고 일주일 후 체력을 필수인 인도로 떠나기에 과감히 숙소를 바꿔 체력을 충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때문에 쉽게 좋은 숙소로 바뀌기 힘들다. 돌아올 때도 다시 또 방콕에서 아팠다니... 방콕은 그에게 여행을 위한 마음을 다잡는 곳이기도 하고 다시 현실과 마주할 시간을 갖게 하는 특별한 나라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6개월 동안 여섯 나라를 여행했다고 하는데 책에는 인도, 파키스탄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얀마가 여행지로서 좋은 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높은 여행비용을 생각했을 때 부담이 되는 나라란 생각이 드는데 힘든 만큼 남다른 여행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처럼 회사에 사표를 낼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여행을 떠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전해지는 책이다.


여행은 늘 예측하지 못한 일들과의 만남이다. 사람이든, 건축물이든, 동식물이든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와의 만남은 여행에서 이루어진다. 저자처럼 나도 여행이 고픈 사람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좀 더 편하고 좋은 여행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더 늦기 전에 힘들지만 순수한 웃음만으로도 행복함을 안겨주는 여행지를 선택해 여행을 떠날 볼 생각이다. 소소하지만 행복한 여행이야기에 빠진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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