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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박정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다. 등산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산을 매료된 사람들 중에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나는 체질적으로 운동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집 뒤의 산을 오르면서 다른 산에도 가보고 싶었고 몇 군데 안되지만 여러 산을 다니면서 산의 매력에 빠졌다. 나와 같이 산을 타던 사람들 중에 어느날부터인가 암벽을 타는 사람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암벽등반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허나 여러가지 필요한 장비는 물론이고 무서움에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있는데 '64'를 읽으며 저자 요코야마 히데오의 글에 매료되었던 나의 눈에 저자의 새로운 책인 '클라이머즈 하이'의 표지가 암벽등반을 하는 모습이라 궁금증을 가졌다.
얼마전에 우리나라의 아시아나 항공기가 샌프란시스코 비행장 착륙 도중에 일어난 사고로 인해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낳았다. 이 안타까운 사고를 보면서도 너무나 마음이 아팠는데 '클라이머즈 하이'에 나온 항공기 사고 역시 실제 일어난 사고를 다루고 있어 관심있게 읽었다.
64를 통해 요코야마 히데오의 책을 처음으로 접했다. 과거의 소녀유괴살인을 중심으로 한 중년 남자인 주인공이 자신의 위치나 속고 속일 수 밖에 없는 직장, 가정생활의 모습을 과장되지 않는 묵직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에 빠졌었다. '클라이머즈 하이'에서도 중년 남성 유키를 통해서 직장내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대립, 아들과의 관계로 인한 심적 고통을 현실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현실 속 우리 아버지, 남편의 모습을 보는 느낌을 받게 할 정도다.
평소와 같은 행동을 했지만 그 결과가 평소와 달랐다면... 지방 신문사에 근무하는 주인공 유키는 후배기자의 취재가 마음에 들지않아 다시 취재할 것을 명하게 된다. 취재를 나갔던 후배는 싸늘한 죽음을 맞았고 이후 유키는 커다란 마음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유키는 판매국에 근무하는 동료이며 등산가인 안자이와 죽음의 산이라고 불리우는 쓰이타테이와에 오르기로 약속한다. 허나 약속 당일날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낳게 되는 전대미문의 항공기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가 총괄테스크를 맡게 된다. 기자라면 생애 한번 올까말까한 취재기에 누구나 탐내지만 유키는 가장 일을 잘 할 것이라고 믿어지는 후배를 항공기 사고 현장에 보낸다. 524명 중 단 4명 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520명의 흔적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사고.... 이 사고의 현실을 제대로 신문에 내보고 싶었지만...
스토리는 유키의 기억의 시간 넘어로 날아가는 17년 전 항공기 사고를 둘러싼 신문사를 중심으로 한 과거 속 이야기, 쓰이타테이와 산에 오르기로 한 안자이가 갑자기 왜 쓰러졌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 여기에 '내려오기 위해 오른다는' 안자이의 말이 주는 묵직함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던 유키가 현재의 시간속에서 안자이의 아들과 함께 오르는 산 이야기가 펼쳐진다.
총괄데스크를 맡았지만 특종과 판매수와의 밀접한 관계, 서로 다른 부서들간의 암투와 대립, 취재기자들간의 불꽃튀는 경쟁, 유키가 죽은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느끼는 감정, 한 순간의 망설임으로 놓쳐버린 특종과 후회, 경영자를 둘러싼 모종의 음모.. 등이 긴장감 넘치게 전개되고 있어 신문사란 특정 공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역활을 한다.
안자이가 어떤 이유로 인해 식물인간이 되었는지를 보면서 신문사는 아니지만 중년 남성들이 직장 안에서 겪는 여러가지 심적 고통에 대해 충분히 짐작케한다. 안자이의 아들을 통해 자신의 아들 준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싶어하는 아버지로서의 마음도 충분히 공감이 가고 아버지의 자리를 비운 아빠를 대신해 주는 유키에게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대하는 안자이의 아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자식에게는 약자다. 너무나 사랑하지만 제대로 된 표현이나 방식을 몰라 자꾸만 어긋나 버리는 관계.... 아들 준과의 관계를 어색해하고 망설이는 유키를 보면서 사춘기 아들과 힘들어 하는 옆지기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했다.
긴장감과 묵직함이 느껴지는 스토리에 빠져 책을 놓지 못하고 읽었을 정도로 좋았다. 흡입력, 재미면에서도 손색이 없는 책으로 이 책이 왜 이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