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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유희 ㅣ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5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법은 평등하다. 우리가 누누이 알고 있고 들었던 말이다. 허나 우리나라 대부분 성인들은 과연 법이 누구나에게 평등하다고 느끼고 있을까? 아니다. 당장 나부터도 법은 불평등하다고 생각한다. 하루를 멀다하고 국민의 혈세를 이용하여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공무원들도 쉽게 볼 수 있고 지금 한창 경제가 어려워 먹고살기 너무나 힘들다는 국민들의 외침은 들리지도 않는지 국회의원들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모습들이다. 여기에 돈 있는 경제계 인사들은 온갖 편법으로 법에 어긋나는 행동들을 서슴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우리의 법은 과연 제대로 된 판결과 집행을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당장 요즘 계속해서 뉴스에 등장하는 전직 대통령만 하더라도 그렇고 많은 근로자들을 생계 위험에 빠트린 경제계 거물들도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대고 병원에서 보내고 결국에는 형을 한 번도 제대로 살고 나온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내가 무척이나 기다리던 혼다 테쓰야의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 외전인 '감염유희'가 나왔다. 감염유희에 등장하는 사건을 통해서 그동안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던 세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로 다른 연도의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눈에 보이는 진실이 아니라 파고들수록 들어나는 사건의 진실은 부패할 대로 부패한 공무원과 그런 공무원을 감독해야 할 기관과 사람들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라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다만 오래간만에 만나는 히메카와 레이코의 활약을 어느 정도 기대한 만큼 보이지 않아 살짝 아쉬움이 드는 정도로 등장한 게 조금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감염유희는 철딱서니 없는 이혼한 전처의 자질구레한 전화에 시달리는 카쓰마타 형사... 그는 어느 날 레이코 형사의 방문을 받는다. 그녀가 보여주는 사진을 통해 15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들려주며 현재의 사건이 무슨 이유로 일어났는지 짐작하고 있음을 내비춘다. 그 옛날 후생성 고위 관료의 아들이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를 당한다. 범인을 탐문조사 하던 중에 스스로 자수를 한 범인은 나이 지긋한 노인네다.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털어 놓으면서도 이유는 말하지 않는다.
두 번째 사건인 연쇄유도는 외무성에 근무하는 중년의 남성과 한 여인이 괴한의 습격으로 여인은 죽고 남자는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맡은 구라타 형사는 아들이 자신의 여자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당하면서 심적 갈등을 겪는 인물이다. 아들에 대한 믿음이 산산이 부서져 내린 구라타는 아들을 용서할 수가 없다. 피해자 남성이 공무원의 봉급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남자의 행적을 쫓아가다보니 사건의 진실이 들어나고 범인이 누구인지 구라타는 알고 있지만 사건에서 손을 떼고 직장을 그만두면서 더 이상의 미련은 갖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다른 선택을 하는데....
침묵원자는 초로의 노인 두 분이 장기를 두다가 주먹다짐을 한 싸움이 발생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거 아닌 사건처럼 보이지만 피해자 노인은 후생성 고위 관리였음이 들어난다. 마지막으로 추정유죄는 첫 번째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가 살해되면서 시작한다. 차례로 죽는 고위관료들... 법이, 사회가 정의란 이름으로 부패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기에 스스로 이 모든 것을 바로 잡고자 하는 인물이 만들어진 공간을 통해 사람들은 모여든다.
지금 우리 현실을 아주 잘 반영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현대사회는 특정 구역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사람들 마음속에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차문제나 아래위층간의 소음, 작고 소소한 마찰로 인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뉴스를 통해서 자주 접하고 있다. 왜 이런 사회 분위기가 조성 되었을까?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문제도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정의구현에 앞장서야 할 인물들이 오히려 더 사회에 악을 행하는 인물들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사회를, 법을 믿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 게 한 원인은 아닐까 싶다. 법보다 주먹이 먼저란 말이 있듯이... 법에 아무리 호소해도 해결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감염유희의 방법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않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그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등장인물 중 유독 한 인물이 가장 안타깝게 다가온다. 구라다 전직 형사다. 레이코가 언질을 주었던 대로 했다면.... 아니 살인자인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라면... 그보다 구라타가 미운 아들이지만 아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어서다.
히메카와 레이코의 등장이 적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존재감은 확실히 들어난다. 특히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 대한 태도를 들어내는 그녀의 모습은 멋있기까지 하다. 감염유희에 이어 6번째 이야기인 '블루 머더'가 하루 빨리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를 기다린 독자라면 감염유희를 통해 어느정도 갈증은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재미도 있고 스토리의 집중도 면에서도 좋다. 다음 이야기 빨리 출간되기만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