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라오스 - 순수의 땅에서 건져 올린 101가지 이야기
한명규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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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꼽는 매력적인 나라 중 하나가 라오스라고 알고 있다. 친구 중에서도 유달리 배낭여행을 즐기는 친구가 있다. 혼자서 떠나거나 가족들과 함께 한 여행이야기를 들으면서 난 왜 진작에 저런 멋진 여행을 즐기지 않았나? 부러움과 후회 섞인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이제는 조금씩 용기를 내어 여행길에 오르지만 많은 시간을 공들여 떠나는 여행이기에 가까운 동남아시아 보다는 자꾸만 유럽 쪽으로 눈길이 더 가고 실제로 그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게 된다. 허나 작년에 본 jtbc의 꽃보다 청춘을 보면서 라오스의 여행을 한 번씩 생각이 난다. 친구 말을 들었을 때보다 영상으로 접하니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라보다 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행지란 생각이 들어 내년쯤 짧은 기간이라도 배낭여행을 생각하고 있다.


느림의 미학이 존재하는 곳은 꽤 있다. 허나 라오스만큼 느림이 미학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으며 저절로 든다. 자동차 경적 소리, 싸우거나 화내는 사람, 장례식에서 우는 사람이 없다는 3무(無)가 없다는 저자의 라오스살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놀랍고 신기하게 느껴진다. 급하고 바쁜 우리나라의 정서를 놓고 볼 때 3무가 존재하지 않는 라오스의 생활이 적응이 될까 싶지만 막상 라오스에서 생활하면 불편함 보다는 그들의 생활에 동화가 되어 나도 모르게 문명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줍은 듯 소리 없이 미소를 짓는 사람들의 모습은 모나리자의 그림 속 인자한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공산국가라는 배경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들어내지 않는 그들의 문화도 친하거나 동년배와 어울리면 수다스러워 질 수 있다는 글에는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구나 싶어 저절로 미소 짓게 된다. 교육 환경이 어렵지나 불어보다 영어 공부에 열중이고, 우리나라처럼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높고, 직장을 아무 말도 없이 그만두어도 화내는 CEO가 없다는 점, 동물이나 사람이나 구분 없이 느긋하고 평화로운 모습, 큰 금액이 아닌 금액이 복권에 당첨되어도 주변에 기꺼이 국수 한 그릇씩을 대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부, 권력의 지위와는 별개로 다 같이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국민 춤 람봉춤이 있다는 것도 부럽고, 국민의 상당수가 불교를 믿기에 승려에 대한 높은 자긍심과 일정기간 절에서 생활하는 소년들의 생활,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는 재산의 상징인 땅,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라오스를 떠난 지식인층과 다섯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기에 중립을 고수하는 라오스의 현실과 다른 나라보다 중국이 라오스에 신경을 쓰는 상황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등 다양한 라오스의 모습을 담고 있는 '비밀의 라오스'는 라오스의 다양한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까지 볼 수 있는 책이라 라오스로의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 본다면 라오스의 모습에 반하게 된다.


책을 읽으니 라오스가 이렇게나 매력적인 나라인 줄 몰랐다. 지친 나를 다시 생활 속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여행.. 내가 꿈꾸는 여행지는 아니었지만 내가 잃어버린 순수함을 발견할 수 있는 과거로의 여행이란 저자의 글에 공감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생활에 쫓겨 인생에 때가 묻어 있는 나도 라오스에서는 충분히 순수하고 조용히 그들의 삶에 순화되어 어린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 다른 어떤 여행보다 라오스로의 여행을 꼭 떠날 생각이며 라오스의 사람들, 문화, 역사 등에 대해 좀 더 찾아보고 공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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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 : 0~2세 편 - 아동발달심리학자가 전하는 융복합 놀이 103 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
장유경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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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비로소 엄마가 되고 성숙한다는 말을 어른들에게 많이 들었다. 실제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너무나 힘들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시간들이 요새 들어 많이 후회하고 다시 아이를 낳는다면 예전의 방식과는 확실하게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키울 텐데 하는 생각도 할 때가 있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름 열심히 아이를 키웠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처럼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로지 책이나 어른들의 말에 의존하여 아이를 키웠던 그때의 내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시간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다.


'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은 0세인 영아부터 2세까지의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이 시기는 여러가지 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지적 발달과 신체적 발달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이므로 조금만 더 세심하게 신경써주면 아이의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아빠, 엄마가 공동으로 육아를 담당하는 부모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아이를 키울 때만 해도 신랑은 사회초년생이라 회사 일에 바빠 아이와 한번 놀아주기도 힘이 들었다. 매번 피곤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오로지 나 혼자 육아를 담당하다보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이 들어 아이와 놀아줄 여력이 부족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 줄 놀이가 함께 한다면 나, 아이 모두 즐겁게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를 통해 확인하며 놀이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에서는 개월 수에 맞는 놀이가 무엇이며 어떻게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알려준다. 총 5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파트에 맞는 개월 수에 따른 놀이 방법을 알려주고 그것이 아이의 발달에 얼마나 유익한지 느낄 수 있다. 개월 수에 따른 발달 체크리스크를 통해 행동발달 사항이나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어려운 고민들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통해 나만 겪는 어려움이 아님을 확인하며 안도하는 면도 있고 몰랐던 것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


1년 미만의 아이를 키울 때는 너무 작아 불안하던 아이가 정상적으로 잘 자라 일 년이 되면 아이의 성장에 놀라게 된다. 키가 70-80cm에 몸무게는 처음 태어났을 때의 3배나 되니 너무 작아 불안하고 조심스럽던 마음에 한시름 놓게 되는 시기다. 돌이 되는 아이는 스스로 하려는 의지도 있고 감각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다른 놀이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나와 다른 사람을 구분하는 거울 놀이, 사진 놀이는 나도 예전에 자주하던 놀이인데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다양한 방송에서 육아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만큼 육아의 중요성과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나 역시도 좋아하는 육아프로그램이 있는데 매번 아이들을 위해 밖으로 나가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에 소개된 놀이도 결국에는 아이들의 감각을 자극해서 뇌, 신체 모두 건강하고 바르게 커가도록 이끌어주고 있다는 면에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내 자식이 책에 소개된 아이보다 크기에 이 책은 이제 막 아이를 낳아 4개월에 들어서는 큰고모 딸에게 선물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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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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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 시리즈 오슬로 3부작의 마지막 작품 '데빌스 스타'... 역시나 믿고 읽게 되는 작가 요 네스뵈의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으며 앞의 두 작품 레드브레스트와 네메시스의 배경이 겨울이라면 데빌스 스타는 여름이라 그 느낌부터 남다르다.


아파트 위층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 남녀의 신고로 젊은 여인의 시체를 발견된다. 강력반 책임자 비아르네 묄레르는 경찰로서의 해리의 뛰어난 능력과 인간성을 알고 있어 그를 이해하고 참아내지만 갈수록 감당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동료를 잃어버린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해리는 술독에 빠져 지나다 급기하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허나 이번 사건에는 해리가 적임자임을 안다. 해리와 함께 수사할 인물로 강력반에서 나름 인지도를 갖고 있는 톰 볼레르다. 볼레르에 대한 의심스런 마음을 해리는 갖고 있지만 물증이 없는 심증 뿐이다. 함께하고 싶지 않은 인물과의 연쇄살인사건을 맡게 된 해리로서는 연쇄살인마의 수수께끼 같은 해답을 찾아내는 일과 볼레르에 대한 물증을 확보하고 싶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젊은 여자들을 연달아 살해하고 손가락을 절단하며 빨간 다이아몬드를 남기는 범인의 의도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입에서 결정적 한마디로 인해 연쇄살인범의 윤곽이 들어난다. 이 인물을 잡는 사람은 강력반의 프린스... 단숨에 스타 경찰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데...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일이 있다. 해리에게 있어서는 동료의 죽음이다.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려는 해리의 노력을 동료 형사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한 가지에 빠지면 다른 것을 보기가 힘든 남자 해리... 이런 그의 성격은 결국 연인 라켈과의 관계에서도 삐거덕거린다.


재미로 따지자면 단연코 최고다.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미세한 부분의 어긋남을 발견해 내는 해리의 남다른 능력은 경찰로서 그가 얼마나 뛰어난 인물인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항상 궁금하고 제발 잘 되었으면 하는 연인 라켈과의 관계도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 더 시원하게 풀어가고 있어 마음에 든다. 라켈과 그녀의 어린 아들이 해리를 어떤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해리 또한 두 사람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숨기지 못하지만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주저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다행스럽게도...


빠른 속도감과 긴장감 넘치는 흡입력, 초반부터 느긋함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 진행으로 지루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단숨에 해리 홀레에게 빠져들게 만든다. 술에 취해 지낼 수밖에 없는 해리의 고통스런 마음과 의문스런 표식들이 남겨진 연쇄살인사건, 호기심을 자극하는 악마적인 의미가 담겨진 수수께끼 등... 전혀 의외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결국 알고 보면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 때문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듯 또 하나의 자신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두 인물을 모습이 다른 듯 닮아 있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데빌스 스타'... 오슬로 3부작이 끝났지만 다음번에 만나게 될 해리 홀레 시리즈는 무슨 내용일지 벌써부터 기대되며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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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김경희 지음, 김세희 각본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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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갖고자 하는 남자들의 욕망을 다룬 이야기 순수의 시대... 안상훈 감독의 영화로 개봉된 작품으로 영화를 미처 못 본 나로서는 책을 통해 만나게 되어 반가운 작품이다. 태조 왕건, 정도전,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 영화, 책은 종종 나왔을 정도로 이 시기는 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남자들의 가장 치열하고 순수한 권력에 대한 욕망을 보여준다. 재작년인가 재밌게 본 '관상'도 이방원과 정도전의 대립구도를 잘 표현한 영화란 생각이 들었는데 '순수의 시대'는 두 인물은 물론이고 김민재란 인물을 중심으로 당시 시대를 보고 있어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태조 왕건이 조선을 건국하는데 있어서 누구보다 큰 공을 세운 아들 이방원은 능력이 된다고 믿었기에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장자도 아닌 아들이지만 누구보다 야망이 크고 뛰어난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왕건이 늦게 본 어린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며 피바람을 예고하게 된다. 세자를 지키기 위해 왕건 곁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는 정도전을 비롯해 그의 사위인 김민재를 세자 곁에 두지만 이방원은 더 높이 날고 싶기에 과감히 이 모든 것을 넘어서는 판을 짤 수밖에 없었다.


순수의 시대는 권력의 욕망을 들어내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이방원과 정도전은 서로의 그릇 크기를 알고 있다.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기에 신중의 신중을 기하는 모습도 흥미롭지만 정도전의 사위이며 이방원과 종종 술자리를 함께하며 원치 않는 권력의 중심에 있는 김민재와 기녀 가희의 슬프고 애잔한 사랑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란 마음 먹은대로 흘러가면 좋겠지만 세상사 그런 일은 흔하지 않다. 지금이야 여성의 지위가 많이 올라서 있지만 조선시대는 남자들에 의해 여자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잊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가진 가희가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가슴 속 응어리를 풀고자 했던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생각지도 못한 사랑에 빠지는 두 남녀의 모습이 당시의 치열한 시대 상황과 맞물러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평소에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지만 역사소설 속에서의 로맨스는 해피엔딩 보다 새디엔딩이 많아 항상 안타까움을 전해주는데 순수의 시대 역시도 같기에 그들의 사랑이 더 애잔하고 안타깝게 다가온다.


순수의 시대를 읽으니 영화가 궁금해진다. 날카롭게 대립하는 인물들의 모습과 로맨스가 어떤 식으로 표현되었을지 궁금증이 생겨 찾아서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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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남자 1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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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화가 루벤스의 그림에 동양인이 그려져 있다.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한복 입은 남자>와 <조선 남자>... 두 편의 책은 루벤스의 그림속 인물을 다루고 있지만 먼저 한복 입은 남자를 읽었기에 조선 남자는 같은 인물일까? 호기심을 가지고 읽었는데 예상외로 전혀 새로운 인물의 이야기라 궁금증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조선에서 왔다는 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주인공은 오랜 시간 전장을 누비며 다닌 무사다. 전쟁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어버린 남자.. 그는 나라를 위해 중대한 임무를 가지고 양귀의 땅으로 향한다. 양귀의 말을 못하는 그의 곁에는 성도 이름도 없는 물사마귀란 남자가 함께 한다.


여러 지역을 거쳐 드디어 양귀의 땅에 발을 디딘 조선 남자... 그가 처음 보게 된 광경은 충격적이다. 한 여인을 마녀로 몰아세우는 군중들의 모습... 허나 마녀로 몰린 여인에게 느껴지는 분위기는 처음에 느낀 섬뜩함보다는 무엇인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더군다나 마녀로 몰린 여자의 여동생과 남동생이 조선 남자에게 다가오며 환쟁이 (루벤스)를 통해 마녀인 여자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마녀의 여동생은 조선 남자가 왜 양귀의 땅에 왔는지 알고 있다. 그녀가 내건 조건은 매력적이다. 여기에 마녀의 모습이 조선 남자를 움직여 루벤스를 통해 구해주려 하지만 생각처럼 일이 풀리지 않는다. 결국 마녀로 몰린 여자는 화형을 당하게 된다. 조선남자는 운명의 장난처럼 도움을 청한 여동생과 자연스럽게 이성적인 관계로 발전하는데...


각자의 입장에서 이익을 취하려는 인물들로 인해 조선 남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다. 그 속에는 신구간 종교의 갈등, 정치적 상황 등이 교묘하게 섞여 있어 시대가 가진 무게감 때문에 극복하기는 어렵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양한 나라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늘 있어 왔던 일이다. 자신, 자신이 속한 단체의 목적을 위해서는 기꺼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생각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책장을 잡고 읽다보니 2권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란 느낌이 살짝 온다. 루벤스의 그림 속 인물과 판박이처럼 닮은 젊은 남자의 모습을 통해 그 역시 다른 나라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젊은 남자가 조선의 땅으로 출발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내심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든다.


나는 조선에서 왔다.   <1권, p15>  첫 문장부터 예사롭게 강렬하다는 생각이 든다.


루벤스가 조선남자의 그림을 그리는 것을 가톨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북부 지방에서 신교를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스런 징후로 생각했었다. 그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연방공화국 내에서 가톨릭이 다시 뿌리를 내리는 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었다.          <1권, p249>     


대주교께서도 아시리라고 보오. 우리는 말이오. 실은.... 신앙 때문에만 싸운 게 아니오. 그보단 정치, 경제적 이유가 더 컸소. 어쩌면 신앙을 이용한 것인지도 모르겠소. 맞소! 당신 말마따나 신앙을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소! 스페인 압제자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려는 힘이 분출하자 우리 칼뱅파들은 그 힘과 합쳐서 싸운 것이오.  <2권, p308>       


뿌리는 같은 곳이지만 서로가 믿는 부분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세력이 확장 될까봐 걱정하는 모습에 몇 사람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 안타깝다.


나마저 배신할 수 없지! 인간이라면 절대로 그럴 순 없는 거야!                  <2권, p212>

자신과 함께 일하던 곳의 주인에 대한 마음을 놓지 않고 의리를 지키려는 남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거장 루벤스의 그림 속 조선인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사극을 보는 것처럼 흥미롭게 느끼며 읽게 된다. 재밌게 읽었기에 다음 편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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