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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과 세바스찬
니콜라 바니에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동물과 사람과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는 종종 볼 수 있다. '벨과 세바스찬'은 단순하게 보자면 소년 세바스찬과 암캐 벨의 우정을 다루고 있지만 그 속에는 세계대전을 치루고 있는 알프스 산맥과 가까이 인접한 프랑스 생마르탱 마을 사람들과 독일 병사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어 쉽게만 읽을 수 없는 책이다.
여덟 살 주인공 소년 세바스찬은 양치는 일을 하는 할아버지 세자르와 빵을 만드는 누나 앙젤리나와 함께 살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독일군이 마을에 들어오고 물자가 부족한 가운데 양떼와 사람을 공격하는 베트(개)의 출몰로 마을 사람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베트를 하루 빨리 잡아야하는데 생각처럼 쉽게 잡히지 않는다.
세바스찬은 혼자 산을 내려가던 중 베트와 마주친다. 베트에게 공포심을 느끼기보다 사람들의 말과는 달리 베트는 위험한 개가 아니란 느낌을 받게 된다. 베트가 사나운 수컷이 아닌 암컷 개라는 것을 알게 된 세바스찬은 벨이란 이름까지 지어주며 아끼게 된다. 벨을 위하는 세바스찬으로 인해 벨이 위험에 빠지고 만다. 벨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 세바스찬의 머리에 한 사람이 떠오른다. 앙젤리나 누나를 좋아하는 두 사람 중 한 명... 그는 분명 산맥을 오르고 있었기에 그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리지만 본능적으로 안다.
교육을 받아도 현실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느낀 세자르 할아버지는 세바스찬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안다. 세바스찬이 머나먼 땅 아메리카로 엄마를 찾아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무시할 수 없기에 숨겨두고 싶었던 비밀을 말하기에 이른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자 독일군은 다른 곳으로 피신하는 사람들을 잡으려고 하고 이들을 도망시키기 위해서 벨과 세바스찬도 함께 한다.
전쟁은 사람들의 삶 자체를 허물어트리는 상황 속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행동을 하는 인물이 있다.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는 인물, 독일군 장교지만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남자, 이 두 사람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앙젤리나를 비롯해 전쟁 중이지만 동물에 학대를 즐기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괜찮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 있다는 것은 씁쓸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 읽은 프란다스의 개, 천방지축 개와 엉뚱한 주인의 우정을 다룬 '말리와 나'도 떠오른다. 동물과 개의 아름다운 우정이 돋보이는 '벨과 세바스찬' 사람보다 더 나은 개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