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랑말과 나
홍그림 글.그림 / 이야기꽃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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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가득 미소 띤 아이와 조랑말의 얼굴이 귀엽습니다. 표지를 넘기면 아이와 조랑말이 함께 놀고, 책을 읽고 한 이불아래 잠드는 모습이 가득합니다. 동글동글 행복해 보이는 아이와 조랑말의 모습이 보는 이들까지 절로 미소 짓게 합니다.

 

아이와 조랑말은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햇살은 빛나고 새와 구름도 아이의 발걸음도 경쾌합니다. 하지만 여행길에 언제나 맑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느닷없이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 조랑말을 향해 빵!하고 총을 쏘아댑니다. 조랑말은 산산이 조각나고 아이는 깜짝 놀랍니다. 하지만 아이는 곧바로 정신을 수습하고 망가진 조랑말을 주섬주섬 주워 모아 꿰메고는 다시금 길을 떠납니다. 다시 방긋 웃는 얼굴로 길을 떠나는 아이와 조랑말 뒤에 서서 뻘줌(?)하게 쳐다보고 있는 이상한 놈의 모습이 재밌습니다. 여행길 곳곳에서 출몰하는 이상한 놈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호시탐탐 내 조랑말을 망가뜨립니다. 밤이라고 고난이 멈추는 법도 없습니다. 그래도 아이와 조랑말은 계속해서 여행을 떠나고 이상한 놈은 우주 끝까지라도 쫓아올 기세입니다. 악어로 분해 바닷 속에 출몰하는 것은 기본이고 우주인이 되어 광선을 쏘아대는가 하면 해골바가지로 변신해 쉬리릭 ~ 내 조랑말을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이상한 놈은 신출기몰 변화무쌍한 방법으로 내 조랑말을 망가뜨립니다. 그 때마아 아이는 어김없이 다시 일어나 조랑말을 꿰메고는 마치 아무일 없던 것처럼 웃으며 길을 떠납니다. 이상한 놈은 멀찌감치 벼켜서서 떠나는 아이와 조랑말을 망연자실 지켜볼 뿐입니다. 아이와 조랑말은 비록 상처투성이지만 두 주먹 불끈 쥐고 보무도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아이가 호기롭게 외칩니다.

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와 내 조랑말은.”

 

무수한 좌절에도 벌떡 일어서는 아이와 조랑말의 고난이 안타깝게 느껴지기 보다는 오히려 위로가 되고 힘이 납니다. 아이와 조랑말이 어떤 고난도 이겨내고 씩씩하게 여행을 끝마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랑말은 아이의 분신일 수도, 친구일 수도 아이가 꿈꾸는 그 무엇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건 조랑말과 함께라면 아이는 여행을 계속해 나갈 것이고 그 여행의 끝에서 햇볕과 바람으로 더 단단해진 아이를 만나게 될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살다보면 우리 삶에도 언제나 좋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느닷없이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 훅을 날리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쳐 까마득히 절망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겨우 마음을 추슬러 보지만 이상한 놈은 삶의 곳곳에서 복병처럼 나타나 우리를 만신창이로 만들곤 합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삶의 굴곡 또한 아이의 여행길만큼이나 변화무쌍하고 끈질깁니다. 이상한 놈이 아무리 괴롭혀도 벌떡 일어나 뚜벅 뚜벅 앞으로 걸어가는 아이와 조랑말의 모습은 읽는 이들에게도 기운을 북돋아 줍니다. 이 작은 아이도 이렇게 씩씩한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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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의 생일 - 치히로 아트북 5,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는 그림책
이와사키 치히로 글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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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하고 소심해질 때 스스로를 자책하게 될 때 조용히 꺼내드는 책
소장하고 있던 책을 선물하게 되어서 다시 구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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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가 간다 마음속 그림책 12
박종채 글.그림 / 상상의힘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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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펼치면 화면 가득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겹겹의 산 그림이 펼쳐 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산과 들의 풍경은 보는 것 만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또 한 장을 넘기면 성큼 가까워진 산 아래로 나무와 들판이 정겹다. 작가가 어린 시절의 우리 동네에 와 본게 아닐까? 싶을 만큼 풍경이 낯익다. 책 장을 넘길 때마다 카메라가 점점 줌업(zoom ­ up)되면서 멀리 보이던 풍경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 온다. 어느 새 화면 가득 풀 숲이 펼쳐진다. 순간 풀잎사귀들의 고요한 긴장감을 헤치고 무엇인가 불쑥 튀어나올 듯한 기대감이 인다.

!

봄비 내리는 아침

두꺼비 한 마리 끔벅끔벅 눈을 뜬다.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북소리의 장단에 맞춰 두꺼비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평면의 그림책이 북소리를 신호로 깨어나 한편의 다큐영화로 변한다. 북의 장단과 어우러진 두꺼비들의 움직임이 절묘하다.

 

두둥

꾸무럭 꾸무럭 일어나

두두둥

엉금엉금 산을 내려가

 

둥둥덩덩 둥둥덩덩

우글우글 무리지어 두꺼비가 간다

 

두둥 두둥 덩덩덩

둥둥둥둥둥 둥둥둥둥둥

가시에 찔려도 앞으로 앞으로

고랑에 떨어져도 다시 일어나

 

두두둥 두두둥 덩덩덩

덩더덩 둥둥둥

철거덕 철거덕 철조망을 넘어

자동차가 달려와도 앞으로 앞으로

 

 

더덩 더덩 두둥 두둥

찻길을 건너 저벅저벅

둑방에 미끄러져도 다시 일어나

 

둥둥둥둥둥 둥둥둥둥둥

풀썩풀썩 갈대숲 헤치고

 

더러러러럭 더러러러럭

물속으로 첨벙첨벙 두꺼비가 뛰어 든다

 

두꺼비는 그렇게 엄마 아빠가 된다.

 

숙명과도 같이 길고 험난한 여정의 끝에서 마주한 잉태의 순간은 마치 광활한 우주공간의 별을 연상시킨다.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온전한 우주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하다.

 

책장을 다 넘기도록 북소리 외에는 말 한마디 없던 작가가 책의 말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림이 품은 이야기를 한 편의 시로 들려 준다. 작가의 나레이션과 함께 서서히 막이 내리는가 싶더니 마지막 장의 에필로그가 의미심장하다.

 

알을 깨고 나온 새끼 두꺼비들이 작은 근육을 불끈 세우고 어딘가를 향해 일제히 나아가는 장면이다.

 

이 책을 세월호 유가족들과 세월호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친다는 작가의 말 때문인지 두꺼비의 행진 위로 아이들의 걸음이 겹쳐 보인다. 그렇게 생명은 이어지고 우주는 자신의 질서대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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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선물 상수리 그림책방 4
김윤정 글.그림 / 상수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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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중한 것은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엄마의 존재도 그렇습니다. 떠난 후에야 비로소 그 부재가 뼈에 사무쳐 옵니다. 책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마주한 작가의 말이 그래서 더 가슴을 울립니다. “긴 시간동안 메아리 없는 대화로 외로웠을 엄마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을 이 책을 빌어 전합니다. ”

 

이 책을 읽어주면 여기 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처음 독자들은 OHP 필름을 활용한 기발한 상상력에 열광합니다. ‘구멍뚫기(die cut hole)’ 방식을 활용한 심스태백의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 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첫 장을 넘기면 남을 비난하려고 뻗은 손가락이 바로 다음 장에서 손의 주인을 향한 손가락질로 되돌아오는 구성 방식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 하면, 언젠가는 너에게 돌아온단다.” 라는 엄마의 당부가 이어 집니다. 엄마 가슴 위에 놓여 있던 두 손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 아이의 머리 위에서 비를 가리는 우산이 되어 줍니다. “ 비 맞을 까 두려워 너의 길을 멈추지 마. 너에게는 커다란 우산이 있잖니.” 어디선가 따뜻한 엄마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어지는 이 구성 방식은 독자들에게 다음 장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기대하게 합니다. 독자들의 반응은 처음 재미있다에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거쳐 서서히 감동으로 변해 갑니다. 책장을 덮을 즈음엔 내 뒤에는 언제나 엄마가 계셨겠구나하는 깨달음이 이어집니다. 항상 나의 곁에서 언제까지나 나를 지켜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혹은 있었다는) 사실이 그렇게 든든하고 따뜻할 수가 없습니다.

 

책을 다 읽어주고 나면 아이들은 앞다투어 책을 가져다 직접 만져보고 읽어보고 싶어 합니다. “이 책 갖고 싶어요 하는 반응에 이어 ! 책값이 너무 비싸요라며 볼멘소리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 얘들아! 이 책은 OHP 필름인쇄와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 진 책이라서 그렇단다 작가나 출판사를 대신해 책 가격을 변호하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도 놀라며 이 책에 대한 애정의 깊이를 실감합니다. 이번에 엄마가 계신 곳을 찾아갈 때는 꼭 이 책을 가지고 가려 합니다. 어디에서든 엄마가 듣고 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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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씹어 먹는 아이 - 제5회 창원아동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61
송미경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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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씹어먹는 아이는 반전과 전복, 일탈이 살아있어 유쾌하고 매력적인 단편동화집입니다. 동화 안에서 유희성과 진정성, 환상성과 현실성이 서로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극적 묘미가 더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시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해대는 혀를 사온다는 설정은 환타지이지만 그 혀를 통해 쏟아내는 아이의 이야기는 실감나게 현실적입니다. 그래서 더 통쾌하게 느껴지는 지도 모릅니다. (혀를 사 왔지)

딸을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이야기는 재미있는 상상이지만 부모의 잔소리에 지친 아이에 게는 몸을 숨기고 현실을 버티게 하는 은밀한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고양이 부부와 함께 집을 나서는 아이의 모습이 날렵하고 부드럽습니다. 아이가 부모로부터의 자아 독립을 유연하게 마치고 연착륙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

헤어진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할머니의 현실세계와 자신만의 우주를 건설한 아빠의 세계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존재입니다. 영은이는 집나간 엄마와 무직의 아버지로 대변되는 상투적인 불쌍한아이가 아니라 수많은 다른 우주를 알아보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아빠는 늘 영은이에게 너무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지 말고 대충대충 적당히 해라. 이 아빠의 뜻을 따라 적당히 살아 줘야 할 유일한 가족이 바로 영은이 너 라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라고 다그치는 아빠를 가진 아이라면 가장 듣고 싶은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은이와 아빠는 오늘도 엄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구는 둥그니까끝까지 가면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고 누군가를 기다리면 반드시 온다는 것이 이 부녀가 엄마를 기다리는 법칙입니다. (지구는 동그랗고)

 

돌먹는 아이는 유쾌함 뒤에 뭉클함과 허를 찌르는 신랄함이 함께 베어 있습니다.

돌을 먹는다는 사실을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던 아이가 용기를 내어 가족들에게 고백하자 가족들도 그동안 숨겨왔던 기상천외한 식성을 고백하기에 이릅니다. 아이의 고백에 각자 한 술 더 뜨는 가족들의 모습이 절로 웃음을 자아냅니다. 가족들은 비밀을 서로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자신들을 괴롭혀 왔던 고민이 사실은 별 거 아니었다는 안도감과 연대감을 만끽합니다. ( 돌 씹어 먹는 아이)

친구가 자꾸만 자신을 욕한다는 환청에 시달리는 아이병우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은 불량식품 먹지 말라고 잔소리 해대고 깔끔 떠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따뜻한 떡볶이 한 그릇 내어주는 길거리 분식집 아줌마일지도 모릅니다. (아무 말도 안했어?)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는 너무 깨끗한 집과 지나치게 친절한 부모가 오히려 낯설기만 합니다. 아무리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 아이는 오히려 낡고 비좁은 좁은 방이 그립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는 헤어져 지냈던 것 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의 집으로)

 

각 편마다 독특한 개성과 울림을 가진 돌 씹어 먹는 아이는 평택시가 선정한 ‘2016년 올해의 한책선정도서 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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