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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ㅣ 에디터스 컬렉션 16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2월
평점 :
글을 쓰는 시점은 1937년 7월 무렵이다. 오웰은 1936년 12월말에 신문 기사를 쓰기 위해 스페인에 갔다가 거의 도착하자마자 POUM(마르크스주의 통일노동자당) 소속의 의용군에 들어갔다. 그가 배치된 전선은 아라곤 지방의 사라고사.
요새같은 자연환경으로 인해 대치만 하는 양측 사이에 전투가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 정작 전투와는 별개로 열악한 무기 상태, 무기 사용 미숙으로 인한 부상, 절반이 열여섯 살 이하의 소년으로 이루어진 병사 구성, 언어와 암호 인지 부족에 의한 상호 소통의 부재, 땔감 부족으로 인한 추위, 물 부족과 불결한 위생 상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지는 보급품 기근, 수면 부족, 숙달된 의료진과 병원 부족. 한 마디로 병사들은 오합지졸이요, 지원도 엉망진창이다.
오웰은 의용군을 두고 훈련과 무기 부족으로 생겨난 문제들을 의례 평등 시스템의 산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었음을 짚으며 현실적으로, 민주적이고 혁명적인 기강은 생각보다 믿을 만하다고 말한다. '혁명적인' 기강은 정치의식에 좌우되며, 정치의식이란 왜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의식임을 설명한다. 의용군이 승리가 아주 드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장에 머물렀다는 사실 자체가 '혁명적인' 기강의 강점을 입증해 준다고 주장하면서 스페인 의용군은 예상하기 힘들 만큼 훌륭한 부대였다고 칭찬한다. 아마도 여기에는 스페인 사람들의 천성에 호의를 품은 오웰의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부분도 일부분이나마 작용한 것으로 느껴진다. 타인을 칭찬하는 데에 인색하지 않고 재주가 많으며 즉흥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느긋한 스페인인들의 천성을 애정하면서도 다른 측면에서 이러한 점들이 전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에 안타까워하는 듯하다.
그는 10장에서 내전 이후에도 스페인의 정치적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다. 이 내전이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이라는 거짓말 이후에 파시즘이 들어설 것이며 그 파시즘은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파시즘보다는 더 인간적이고 덜 효율적이리라 예측한다. 아무튼 어떤 결점을 지닌 정부라도 프랑코 정권이 더 나쁠 것임은 분명하기에 이 싸움에서 프랑코 무리들을 몰아낼 수 있다면 스페인뿐 아니라 세계정세도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오웰의 예측은 결과적으로 스페인 내전이 제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 된 셈이었으니 기가 막히게 적중했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오웰이 아니더라도 당시의 국제 정세와 스페인 내전을 바라본 강대국들의 대처만 봐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수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초반에는 내전 당시 스페인의 분열된 정치적 상황과 사회 분위기, 간간이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선과는 다른 바르셀로나의 온도차 등을 오웰이 체감하는 그대로 적고 있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급속하게 변하는 스페인의 정치적 상황, 공포 정치와 학살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한편으로는 내전에 참여한 한 사람의 일원에서 외부자의 시선으로 전환하는 오웰의 관점, 무엇보다 그의 너무나 솔직한 심경이 나타나는 10장부터 12장은 이 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지점이 아닐까싶다.
이 책에서 오웰 본인이 갖는 경험, 특히 전선에서의 한계는 분명히 느껴진다. 따라서 독자가 읽기에 그가 겪은 경험치를 대부분의 군인들과 같은 연장선에서 놓고 있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자신이 스페인 정부를 위해 더 유능하게 복무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전쟁을 통한 개인의 발전과 전선에 발을 디딘 처음 3~4개월의 무익함, 그리고 한시라도 스페인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기심'을 언급할 때에는 그가 어쩔 수 없이 그안에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읽다보면 오웰 자신도 은연 중에 이를 인정하는 듯하고(무엇보다 돌아갈 곳이 있는 그와 그렇지 못한 이들의 차이가 아닐까싶기도 하고).
어쨌든 오웰은 자신도 사람이다보니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어느 한 편에 기울어지게 마련이고, 자신의 경험이 온전히 진실만 말할 수 없음을 밝히는데, 그러면서도 그가 끝까지 주목하고 분개하는 점은 '무의미'한 죽음이다. 적어도 이에 대해서만큼은 이후에도 오웰의 마음에 남아있는 듯하다.
오웰은 이 책의 '부록Ⅰ'을 통해서 바르셀로나에 처음 도착했을 때 스페인의 복잡한 정치적 측면, 즉 당파 간의 대립에 무지했고 이를 간과했음을 인정한다. 그러면서 프랑코가 이끄는 군사 반란을 비롯해 당시 스페인 혁명과 정치 및 사회의 전반적인 상황들을 설명하고 이것으로써 대중이 오해할 만한 내용들을 짚으며, 여기에 자신의 견해와 주장까지 곁들여 당시를 서술해 나간다.
그리고 '부록Ⅱ'에서는 바르셀로나 전투에 대해 자신의 경험치를 넘어 좀더 넓은 시각에서 서술하고자하는 목적을 밝히면서 전투의 목표와 그 의의 등 전후 정황을 앞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견해와 함께 서술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 문헌이 '르포문학'으로 구분되면서도 오히려 문학보다는 르포에 더 가깝다는 평을 받는 까닭일 것이다. 오웰은 당파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 그냥 넘어가도 좋다고 썼는데, 개인적으로는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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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전투를 하겠다고, 공격을 하게 해달라고 외치지만 실상 순박하기 그지없는 이 사람들을, 당장에라도 서로에게 방아쇠를 당길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대치 상태인데 바리케이드 뒤에서 불을 피워 달걀프라이를 만드는 남자들을, 끔찍한 부상을 당하고 병원에 누워있는 오웰에게 배급받은 일주일치 분량의 담배를 쥐어주고 허둥지둥 병실을 나간 천진한 소년병들을, 어쩌면 좋은가 싶었다. 마치 처절한 전투 장면에서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이 흘러나오는 영화적 장치를 마주한 것 같은 그런 느낌. 거기에 이토록 곤혹스러운 상황에 유머가 묻어나는 오웰의 필력은 또 어쩌란 말인가.
거짓으로 점철된 이 전쟁에서 오웰이 바치는 '찬가'는 누구에게 향한 것이려나.
※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