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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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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중력은 누구에게나 힘을 미친다. 누구나 똑같이 바닥에 닿게 하고, 서든 눕든 제 무게를 되살려준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고, 태양도 지녔지만 티끌도 가졌다. 그래서 중력은 모든 것이 제가끔 움직이고 저마다 살아가게 하는 힘이고 조건이고 운명이다.



이진우는 생물학을 연구하는 샐러리맨이다. 그는 직장에 충실한 만큼, 그 이상으로 우주를 꿈꾸는 사람이다. 그 꿈에는 자신 뿐만 아니라 우주인 되는 것이 소망이 있었지만 병으로 열살에 삶을 끝낸 동생의 꿈도 함께 있다.

그러던 중 진우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선발 공고를 보고 지원한다. 우주공학자, 심리학 전공자, 현 군인 등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우여곡절 끝에 최종선발 4인에 들어 러시아로 향한다.

러시아에서 2인 탑승에서 1인 탑승으로 상황이 바뀌면서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던 네명의 우주인 후보들은 그야말로 '경쟁자'가 된다. 승급과 유일한 탑승자가 되기 위한 현실은 삶의 현장인 직장에서도, 인류의 발전이라는 과학 안에서도, 치열한 줄서기식 세력 다툼과 파벌의 힘 겨루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최초'와 '1등'만을 기억하는 세상에서 누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될까? 이진우는 결과와 상관없이 사람이 살아가는 길을 배웠다. 서로 적당한 거리에서 품어줄 수 있는, 너무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중력같은 힘.

소설은 독자에게 많은 질문들을 던진다.
꿈과 현실의 사이에서 선택, 결과만이 중요한 경쟁시대에 정정당당한 승부의 의미는 무엇일까, 책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선택에 대한 결과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소설은 시작부터 끝까지 진중하다. 이렇게 시종일관 진지함에도 지루하지 않을 수 있다니. 그리고 훅 들어오는 폭풍같은 감동보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멀스멀 적셔지는 잔잔한 따뜻함과 뭉클함은 뭐지....!


사족.
원소주기율표를 보고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무척 신기하다는...




[책 속 문장]




236.
내가 알지 못했을 뿐 내 인생의 발걸음 하나마다 가까운 곳에서는 이런 개미들의 싸움이 있었다. 연구소에서건 여기서건.

245.
세상은 끝없이 의심하고 싸워야 하는 각축장이 아닌가. 선량하게 책임을 다하려고만 하면 급소를 내보이는 곳이다. 회사에서 그토록 배우지 않았던가. 경쟁이 있는 동안에는 살얼음을 딛듯이 조심하고, 말을 겸손하게 아껴야 한다는 것을.

301.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은 무거운 물체의 주변 공간은 중력 때문에 휘어져 있다는 것이다.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의 근처도 그런 것이 아닐까.

318.
용기는 계속할 힘이 아니다. 힘이 없어도 계속하는 하는 것이다. 우레 같은 외침만 용기가 아니다. 쉬었다가 다시 해보자.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도 용기다.

379.
우리가 가만있기를 바라는 이 사람들과, 배워서 우주인다워지겠다는 우리의 기대는 애초부터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389.
진실과 목적. 진실을 밝히는 일과 목적을 이루는 일. 이 두 개가 동시에 한 공간에 있을 수 없다면 저는 무얼 택해야 할까요? 부끄러운 것은 실패가 아니라 노력하지 않는 것인데. 노력하는 것이 그의 아픔 위를 걷는 것이라면 무얼 택해야 할까요. 인간의 물리학에는 왜 한 공간에 두 개의 선택이 있을 수 없을까요?

394.
오만한 나르시시즘에 빠져서 높이 오를수록 아래를 더 무시하고 잔인하게 구는 사람들. 북돋고 끌어주기보다 자르고 떨궈내는 사람들. 그런 모습을 이용해서 더 윗사람들은 그 자리를 지켜주고. 미안함 없이 태연한 모습들. 그렇게 자리를 지켜봤자 고작 몇 달이나 몇 년에 불과해선지도 모른다.

408-410.
나는 여기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가? .......
아니, 내가 모험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만 있었더라면.........
나는 아직 뭘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바쁘기만한 바보로 살았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쳇바퀴를 돌면서 가끔 푸념하고 화를 내기만 하는 채로.
(중략) 뒷사람을 옳지 않게 떨궈버리는 일..... 내가 올라온 사다리를 밀어버리는 일...... 이것은 우주와 통하는 마음이 아니야, 별이 빛나는 칠흑이 아니야...... 이걸 쓰면 나는 결국 무너지리라. (중략) 진정한 것, 나는 그것을 갖고 싶었다.

419.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감옥은 자기가 만들어요. 이제는 거기서 나와도 돼요. 달을 거닌 사람들은 대단한 모험을 한 것이지만 의외로 달은 가까운 곳에 있답니다. 우리가 다다라야 할 가장 먼 곳은 우리 마음 속에 있어요.

439-440.
태양의 그 모든 불꽃들을 뭉쳐서 둥근 공으로 빛나게 하는 힘이 중력이다. 태양처럼 행성들을 데리고 홀로 사는 별도 있지만 별 두 개나 세 개가 중력으로 묶여서 쌍둥이나 남매들처럼 사는 경우도 있다. 서로 늘 힘을 미치면서. 이 모두에게는 중력이 삶의 조건이고 운명이다. 별들이 생겨나고 자라나고 무너지는 생로병사를 중력이 다 맡아서 다루는 것이다.
사람도 너와 나, 우리는 무게 없이는 살 수 없고 무게가 있는 곳에는 중력이 있다. 중력은 바람과 강, 밀물을 당길 때는 공평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갈 때는 오로지 개별적일 뿐이다. 버릴 과거는 없다. 아무도 모르니까. 피할 미래도 없다. 씨앗이 움트고 있으니까. 운명을 사랑해라. 그리고 가능성을 시험해봐라. 나아간 만큼 너의 인생이 된다. 다시 일어난 만큼 너는 강해진다. 그러니 반드시 생각해라.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너는 더 멀리 날아가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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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 가장 나답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 개정신판
파커 J. 파머 지음, 홍윤주 옮김 / 한문화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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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아와 소명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의 부제처럼 '가장 나답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사실 나는 장담할 수 없다. 그간 살아 온 길들이 과연 진정한 '나'를 정의해 줄 수 있는지, 그 모습이 타고난 본성이였는지, 아니면 만들어진 모습이였는지.

물론 그 안에는 나 자신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던 타고난 면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학교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정 내 분위기로 인해 틀 안에 나를 맞춰 넣은 모습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스스로도 파악이 안되는 '나답게' 혹은 '자아'를 어떻게 찾아야 한다는 걸까? 요즘 트렌드처럼 너도나도 여행자, 순례자가 될 수는 없다. 세상 모든 사람의 본성이 길 위에 있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저자는 인간의 자아가 지닌 본성은 능력과 한계를 함께 지니고 있으므로 자신이 가진 재료와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상이나 주변의 기대가 아닌 나의 타고난 본성과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라고 한다.

내 한계를 나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자신의 가치를 외부의 잣대가 아닌 스스로 존재하는 자임을 인지해야한다.

18.

아무리 숭고한 비전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내부에서 길러진 것이 아니라 밖에서부터 부여된 강제의 것이라면 그것은 심각한 폭력이다.

25.

우리의 인생의 의미를 헤아리도록 도와 주는 것은 언제나 침묵이다. 또한 말로는 결코 건드릴 수조차 없는 깊은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것도 역시 침묵이다.

35.

사람은 누구나 천부의 재능을 타고 이 땅에 태어난다. 그래놓고는 인생의 절반을 그 재능을 내다버리거나 다른 사람들의 말에 미혹되어 잊어버리고 산다. 젊은 시절, 우리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는 별 상관없는 기대들에 둘러싸인다. 우리의 자아를 알아주기보다는 어떤 틀 안에 끼워 맞추려는 사람들의 기대 말이다.

42.

소명의 시작은 세상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 인간 자아의 본성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살다보면 길이 닫힐 때도 있고, 탈진될 때도 있다. 작가는 탈진이란 내가 갖지 않은 것을 주려다 생기는 결과라고 얘기한다. 유기적인 실체 속, 즉 내 본성에서 생성되는 것을 사용한다면 다 써버린다해도 스스로 다시 생겨나 새롭게 하므로 고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등 뒤에서 길이 닫히는 것에는 우리 앞에서 길이 열리는 것만큼이나 많은 교훈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107.

열림은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고 닫힘은 우리의 한계를 보여준다.

스스로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얘기하고 있다. 이는 자신이 실패자임을 인정하고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재능과 본성을 점검해 보고 이미 존재하는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지 말며 스스로의 재능을 믿으라는 의미이다.

작가는 '리더십'은 공동체 사회에서 모든 사람의 소명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보통 '리더'라고 하면 특별한 자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나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함께 살아가야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때론 누군가의 손을 끌어주는 입장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로부터 인도를 받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규모의 차이일 뿐 개개인 모두가 리더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고 이해했다).

몇 개 모임의 리더로서 작가가 언급한 '리더가 갖기 쉬운 다섯 가지 그늘' 중 네가지가 머릿속에 남는다.

첫째, 자기 정체성과 존재 가치에 대한 불안이다.

자신의 정체성이 불안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정체성을 빼앗는 환경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일례로 불안한 교사일수록 학생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수동적으로 주입하려고 한다.

'정체성은 우리가 수행하는 역할이나 그 역할에 주어지는 타인에 대한 지배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님을 아는 것(p163)'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세상은 전쟁터이며 사람에게 적대적이라는 믿음이다.

'세상은 경쟁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대개는 우리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p164).' 현실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라 조화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셋째, 일에 대한 마지막 책임이 우리 인간의 몫이라는 믿음이다.

작가는 '인간'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개인'이라고 바꿔 말하고 싶다. 모든 일에 책임을 리더, 개인이 떠안는다면 누구도 리더를 하기는 어렵다. 리더는 구성원 개별의 능력을 인정하고 믿어야하며 몫을 나눌 수 있어야한다.

넷째, 두려움, 특히 인생의 혼돈에 대한 두려움이다.

'여기서 말하는 혼란이란 의견의 차이, 혁신, 도전과 변화를 의미한다(p168).' 익숙함의 틀을 깨고, 낯섦에 두려움을 갖지 말자. 그것이 성장의 힘이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 관계 안에서 개인은 '혼자'가 될 수 있는 권리를, 고독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 보호 받아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존중과 보호는 좋은 관계 안에서 더 잘 이루어진다.

이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본성과 존재 가치를 스스로, 그리고 스스로가 인정할 때에만 가능하다. 경쟁이 아닌 조화 안에서 개인이 존중되어지는 사회관계를 희망한다.

10년만에 다시 읽은 이 에세이로 요즘 복잡한 주변과 나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종교적인 부분이 있으나 색채가 그리 강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효도 차원에서 주일마다 두 손을 모으는 내가 읽기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책 속 문장]

81.

내 인생에 일어나지 않은 일과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많은 것을 알려 주는 길잡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95.

그렇지 않은 척 가장하는 것, 지킬 수 없는 약속의 노트를 내미는 것은 나 자신의 원형을,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의 원형을 훼손하는 것이다. 모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125.

누군가 나를 지켜봐 주누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그것은 자신이 소멸되고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고 느끼는 이에게는 생명을 주는 일이다.

128-130.

"당신은 우울증을 당신을 망가뜨리려는 적의 손아귀로 보는 것 같군요. 그러지 말고 당신을 안전한 땅으로 내려서게 하려는 친구의 손길로 생각할 수 있겠어요?" (...) 우울증은 나를 안전한 땅, 한계와 재능, 약점과 강점, 어둠과 빛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나의 진실, 나의 본성의 땅 위로 내려서게 하는 친구의 손이었다.

138.

약점과 치부, 어둠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그런 것 때문에 내가 흔들리는 일이 줄어든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원하는 것은 내 자아의 일부로 알아달라는 것 뿐이니까 말이다.

관계를 맺되 그 안에서 서로 혼자일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는 역설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함꺼 살되, 그 방식은 영혼의 고독을 존중해야 한다. (p172)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아주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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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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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한 마을이 무너지는 걸 본적이 있는가. 우리 마을이 그랬다. 그것 말고는 다른 할 일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서로를 증오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게 때로는 얼마나 간단한지 모른다.

본문 중에서


지난 봄, 성폭행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때만 하더라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한 가족은 붕괴되기 시작했고, 아이스하키 팀은 해체 직전이고, 마을의 균열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하키를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지역구 의원 리샤르드 테오, 하키는 그저 하키일 뿐 빙상 위에서는 그 어떤 간섭도 있을 수 없다는 신임 코치 사켈, 늘 그래왔듯 하키 그 이상의 하키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기를 바라는 전임 코치 수네, 하키가 인생의 전부이고 하키팀을 살리기 위해 마뜩치 않은 정치인과 손을 잡아야하는 단장 페테르, 남편과 아이를 위해 항상 자신이 원하는 바를 내려놓았지만 점점 힘에 부치는 미라, 가족과 형제를 위해 언제라도 달려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티무와 그 일당.


성폭행 사건을 고발하고 진실을 밝혔지만 증거가 없어 케빈을 법적으로 처벌하지 못했다. 그래서 마야는 '걸레'로, '공주님'으로 불린다. 마야 곁에는 아나가 버티고 있다. 자매와 다름없는 둘 사이에도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나. 왜 그랬을까. 순간의 실수였다. 그로인해 자매이자 친구를 잃었다. 자책감과 상실감에 죽고 싶을 때 충동조절장애가 있는 비다르와 만났다. 그로부터 위로 받고, 그로 인해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비다르. 형제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충돌을 조절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그럴 수 없었다.


벤이. 책장을 넘길 때 마다 그의 죽음을 확인하게 될까봐 조마조마했다. 세 누나의 사랑이, 용기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마야의 모습이, 어수룩하지만 그를 믿는 동료들이 그를 살게 했을까.


비다르의 죽음이 나를 울게 했다면, 마야의 배웅과 쪽지를 받은 벤야민의 모습에 안도감이 든다.


"나는 피해자가 아니예요. 생존자예요."

(...) 그들의 걸음은 느리고 어쩌면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들은 살금살금 그 복도로 들어서지 않는다. 폭풍처럼 진격한다.

p523



아이스하키가 전부인 동네에서 하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사람들은 그런 사람이 있기나 한지 알고 있을까? 하지만 그들도 이제는 조금씩 알아간다. 하키를 하지 않는 인생도 존재한다는 것을. 하키를 잘하지 못해도, 하키가 아니여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마야와 아나' 대 세상 전부

'베어타운' 대 나머지 전부

'우리' 대 당신들


하지만 언제라도 그들은 '우리와 당신들'이 될 것이다.


베어타운 하늘에 눈부신 태양은 변함없이 떠오를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하키 경기장에서는 미친듯이 소리를 지를테고, 자신의 이익에 맞춰 서로 으르렁댈 것이다. 그러다가 누군가 아프고 위험에 처하면 팔을 걷어 부치고 달려갈 것이며, 함께 지붕을 고치고 같이 먹을 샐러드를 만들 것이다. 그게 베어타운이다.


나는 다시 궁금해진다.

마야와 아나, 벤야민의 미래가.


일부 독자들은 '베어타운'이 작가의 이전 작품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읽기에는 '베어타운'도, 이번 작품도 다르지 않다. 무심한 듯, 별거 아니라는 듯 쑥스럽게 내미는 손의 온기같은 따스함은 결을 같이 한다.

작가는 극한 상황에서도 손을 놓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책 속 문장]



31.

레오는 사람들은 항상 복잡한 진실보다 단순한 거짓을 선택하게 되어있다는 사일을 깨달았다. 거짓에는 비교를 불허하는 장점이 있다. 진실은 벗어날 수 없는 반면 거짓은 쉽게 믿을 수만 있으면 된다.



50.

그 바보들은 베어스타운 아이스하키단이 없어진 이유가 케빈 때문이 아니라 '그 추문'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케빈이 누군가를 성폭행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마야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그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해 여름에 폭력 사태가 베어타운을 강타했다고 얘기하겠지만 그건 거짓이 될 것이다. 폭력의 조짐은 그전부터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좌우되는 삶을 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서로 용서가 되지 않는다.


125.

산다는 건 우라지고 우라지고 또 우라지게 힘든 거라 가끔은 거의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아무리 원래 그런 거라지만 말이다.


184.

경기는 간단할지 몰라도 사람들은 절대 간단하지가 않다.


207.

그날 밤 침대에 누운 여자는 세 명이다. 세 명뿐이다.

(좋의 엄마, 좋은 아내, 좋은 직원 뿐, 미라 자신은 없다.)


256.

꼭 존경을 받지 않아도 돼. 그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야.


310.

남자들은 평생 어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 그건 그들의 인생에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남자들이 어둠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귀신과 괴물 때문이지만 여자들이 어둠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남자들 때문이다.


373.

불안. 그것은 우리를 소유하지만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414.

다들 이건 한 사람에게 벌어진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일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럴 리 없다. 속으로는 우리도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잘못이라는 것을. 우리의 잘못이라는 것을.


521.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둘러싼 문제가 복잡해지는 이유도 우리가 대부분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565.

"나를 위한답시고 싸울 필요 없어! 나를 위한답시고 뭘 하려고 들 필요도 없어! 그냥 나를 믿어주기만 하면 돼. 나를 어디 데려다놓으려고 하지 말고 나 혼자 갈 수 있게 뒤에서 도와줘!"




(...)

우리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면

나를 위해 무기를 내려놓고

나를 위해 지옥의 구멍을 닫고

내 친구가 되어 줘,

나를 위해 좋은 남자가 되어줘.


(...)

언제쯤 나를 위한답시고 일을 망치는 걸 그만둘래?

네가 날 위해서 뭘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일단 내 말을 듣기부터 해.

Hear Me (마야의 자작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아주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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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와 책만 있다면 - 인생의 중반, 나는 다시 책장을 펼쳤다
임성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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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문제와 고통에 직면하는 것이다"

스캇 펙

제목에 넘어갔다. 그럴 수 밖에. 진심 이 겨울, 담요와 책만 있다면 더 무엇을 바랄까... 물론 그 옆에 따뜻한 차 한잔 놓이면 금상첨화겠지만.

책을 소개하는 따뜻한 에세이라고만 여기며 첫 장을 넘겼는데, 나의 예상은 한참 빗나갔다. 이 책은 다양한 책에 나와 있는 내용들을 소개하며 심리와 정신분석, 사회제도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접근한 에세이다.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책.

총5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내 마음 속 그림자 이해하기>, <흔들리지 않는 중년 되기>, <타인과 나 사이에 필요한 '틈' 이해하기>, <외롭지 않은 연대하는 중년되기>, <이제까지와 다른 새로운 삶 준비하기> 이다.

<내 마음 속 그림자 이해하기>

21.

자신의 욕망을 통해 눈앞의 현실을 마주하고 진실해지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젊음의 독서가 성공을 위한 읽기였다면 중년의 독서는 내면의 욕망을 읽어내기 위한 독서,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독서입니다.

이 문장을 읽고 곰곰 돌이켜보니 나도 자기계발서나 처세, 성공에 관련한 책을 가까이 하지 않은지 꽤 오래 됐다. 의도한 것은 아니나 무의식적으로, 물리적인 성공이 전부가 아님을 세월이 흘러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깨우친 건 아닐까한다.

36.

중년은 철학의 시기요, 사유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중간쯤 되는 이 시기에 우리는 자꾸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이 고통이 내게 말하는 건 무엇일까?' '나더러 어떻게 살라는 것이지?'라고 말입니다.

40.

꼭 필요한 것들만 갖고 살아도 되고, 필요한 것들은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실상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은 그리 많지 않음을 말입니다.

49.

어른이라는 자리는 권력을 누리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후손을 잘 양성해 보람을 얻는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갖고 싶은 것도 많았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던 20대. 때론 갖을 수 없고,이룰 수 없어 포기한 건 아니냐는 우스갯 말을 지인들과 나누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포기라면 포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욕심을 냈던 것들이 삶에서기쁨을 누리는데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터득했기 때문이다.

49쪽의 문장을 읽고 있으니, 엎드려 등을 내려 놓아야 하는 것이 바로 어른이 해야할 일이라는 루쉰의 말이 생각난다.

<흔들리지 않는 중년 되기>

77.

결국 인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것이니까요. 행복은 열심히 일한 후 그 대가로 얻어지는게 아니고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입니다.

81.

어느 책에서 보니 천국에 가기 위한 두 가지 질문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인생에서 기쁨을 발견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너의 인생이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었는가?"이지요.

87.

그동안은 사회적으로, 주어진 역할로 세상이 정한 기준에 따라서만 살아왔지만 이젠 '나'를 생각하라고 말하는게 아닐까요. '나'를 느끼지 않은 채 계속 역할에만 묻혀 살면 삶은 메마르고 건조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지치고 의미 없는 날이 계속 됩니다. 무엇보다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여기서 생산적이란 의미와 가치를 생산할 줄 아는 것을 말합니다. 매일 구두를 만들며 사는 일의 기쁨, 타인을 즐겁게 하는 즐거움 같은 가치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109.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는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바라보는가에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삶의 질을 끌어올리려면 먼저 우리가 매일 하는 것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어떤 활동, 어떤 공간, 어떤 시간, 어떤 사람 옆에서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를 포착해야 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 중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너의 인생이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부끄럼없이 대답할 수 있을까? 가까운 가족이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 나는 무언가를 해 본 적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가족이라고 해도 가끔은 진심보다는 형식에 더 가까운 적이 있었다는걸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렇다면 나의 형식적인 호의에 대해 상대방은 기쁨을 느꼈을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타인과 나 사이에 필요한 '틈' 이해하기>

139.

대중매체에서 보여주는 환상적인 사랑에 익숙한 나머지 우리는 직접적인 사랑에는 미숙하고 실패합니다. 그리하여 직접적인 사랑은 포기하고 사랑이라는 상품을 구매하는 쪽을 선택하지요. 그런가 하면 이제 사람들은 사랑도 저울에 달아서 그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합니다.(...) 자신이 표준화된 매력 점수에 미치지 못하면 못난 사람이고 능력 없는 사람이라고 우리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0.

스피노자는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일단 우리는 우리의 몸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우리 삶은어떤 상태에 있는지 능력을 키우려면, 좋은 삶을 살려면 누구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160.

스피노자가 보기에 자기를 버리고 오로지 타인을 위해서만 하는 행동은 숭고해 보일지 몰라도 윤리적인행동은 아닙니다. 윤리적인 것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자, 자기를 보존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스피노자가 항상 강조하던 '역량'이란, 자신이 원하는욕망을 이루어낼 수 있는 능력 입니다.

183.

당신 가족은 당신에겐 짐인가요? 든든한 힘인가요? (...)

가족 안에서 우리는 독특하고 특별한 개인으로 인정 받고 있을까요? 세상이 붙여준 꼬리표인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오빠, 동생의 역할에 충실하게 산다면 우리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리게 되는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고 저자('우리는 가족일까'의 저자)는 말합니다. 역할만을 강조하는 가족 안에서는 본질적인 자기실현이 이루어지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진정한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가족과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 더 큰 사람을 위해서는 단절 혹은 출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요.

196.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당신 자신과 똑같은 관심을 갖고있다고 상상하지 마라. 또 타인들은 늘 당신에게 해코지 할 생각에 골몰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러셀은 충고합니다

경쟁은 입시를 앞둔 학생이나 승진을 다투는 직장인에게만 있는것이 아닐 것이다. 꽤 오래 전 나보다 연배가 앞선 지인에게 들었던 말이 기억난다.

"나도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내 나이쯤 되면 친구도 형편 따라서 유지가 되더라. 대학교 때는 학벌 때문에 친구가 나뉘고, 직장 다니고 결혼하면서 경제력이 떨어지면 슬슬 모임에서 안 보이는 친구들이 생겨. 형제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집안 싸움이 나지."

도대체 왜 이래야 할까. '그게 현실이야'라고 치부해 버리면 그만인가. 있거나 없거나 나는 그냥 나고, 살면서 누구나 한두가지 이상은 걱정거리를 안고 살게 마련인데, 굳이 남과 비교하면서 왜 나 사는 것만 팍팍하다고 여기는 건지 모르겠다. 요즘에는 초등 이전부터 서열화가 생긴다고 하니 결국 어른이 어른으로 잘 살아겠다는 생각 뿐이다.

"쇠가 녹슬어 없이지듯이 질투심은 서서히 내 자신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든다."

안티스테네스

<외롭지 않은 중년 연대하기>

210.

그는(피에르 신부)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 혐오증을 볼 때, 굶주린 아이들을 볼 때, 잠잘 곳 없는 가족들을 볼 때,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희망을 잃을 때, 우리 모두는 분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소리칩니다. 강자들이 약자들을 짓밟는 걸 그냥 두고 보거나 고통받는 약자들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은 공범자가 되는것이라고 주장합니다.

232.

스위스에서 대형마트는 도시에서 30킬로미터 밖에 짓도록 한다고 합니다. 골목 시장의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지요.

이 대목, 어쩜 이렇게 "동의!"를 외치게 하는지.

우리 동네에서도 정말 맛있는 빵집이 몇 군데 있었다. 어느 집은 식빵이, 어느 집은 치아바타가, 어느 집은 브로오슈가 예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군데도 살아 남은 빵집이 없다. 그 빵집들 사이사이로 대형 빵집이 들어서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빵집 뿐이랴. 요즘에는 분식까지 체인화 되어서 손맛 좋은 분식집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자본주의 경제 사회가 다 그렇다는 무책임한 말은 그만하고, 체인점 점주도 영세업자들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러한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이 누리는 권력에는 이들을 잘 살게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면서.

그리고 나에게, "당신은 어떤 시민이 되고 싶으십니까?"라는 질문에 어떠한 답을 해야할지 깊게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까지 다른 새로운 삶 준비하기>

249.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노동이 살아 숨 쉬는 생명의 공간이 되려면 그 노동에 희망이라는 가치가 들어 있어야 합니다.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하나 영혼 없는 노동을 하면 삶은 질식되어 죽어간다고 알베르 까뮈가 말했단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그리스의 섬을 취재했다. 그 섬의 무병장수의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섬 주민들의 생활 패턴은 이렇다. 지역적 특성상 오침을 길게 즐기고 오후 다섯시 무렵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식사는 섬에서 키워진 식재료를 사용하고, 직접 담근 포도주와 과실주를 마신다. 내 손에 쥐어진 것에 만족하고 욕심이 없이 이웃과 나누니 시기와 질투가 없다. 무엇보다 그들은 운동이 아닌 노동을 한다. 연령에 관계 없이 약초를 캐기 위해 하루종일 산을 걷는 사람, 생계형으로 고기잡이를 하는 중년의 남성도 바다에서 주는대로 받아오면 그걸로 만족. 별도의 직업이 없는 여성들도 대부분 밭을 관리한다. 100세 시대에 결국 노동이라는 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

책에서는 많은 책들이 언급되는데, 개인적으로 <성장 (러셀 베이커)>, <바늘땀 (데이비드 스몰)>,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콜드버그)>를 찜! 읽어야 할 도서목록에 올린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건진 보석같은 말씀.

"우리는 모두같은 목표, 즉 행복을 추구한다. 진짜 문제는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이다. 모든 인간은 그간 어떤 시대, 어떤 조건, 어떤 문화 속에서 생활하건 두 가지 길 가운데 선택하기 마련이다. 타인들 없이 행복할 것인가 아니면 타인들과 더불어 행복할 것인가. 혼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타인과 공감할 것인가. 매일 아침 새롭게다짐해야 할 이 선택은 그 무엇보다 근본적인 것이다. 그 섬택이 우리 삶의 실체를 결정 짓고 우리를 만든다."

피에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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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진실 - 우리는 어떻게 팩트를 편집하고 소비하는가
헥터 맥도널드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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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의 사전적 의미 : 실제로 발행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

진실의 사전적 의미 : 거짓이 없이 바르고 참됨.

진실은 고사하고 사실도 편집되어 전달되는 현실.

편집되고 삭제되어버린 사실이 진실인 양 오도되어 번지고, 하나의

사실을 놓고 화자마다 해석이 달라 대중은 혼란스럽다.

소위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

저자는 진실은 아흔 아홉개의 얼굴을 가졌으니 눈에 보이는 편집된

진실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앞,뒤,좌,우의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옹호자 : 건설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합하는 진실 중에서 어느

정도 정확한 현실 인식을 만들어내는 진실을 선택하는 사람.

오보자 : 악의는 없지만 경합하는 진실 중에서 의도치 않게 현실을

왜곡하는 진실을 퍼뜨리는 사람.

오도자 : 잘못된 현실 인식을 만들어낼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내용의 경합하는 진실을 적시하는 사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종종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오보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을 의식

해야하는 몇몇의 계층들은 서슴없이 오도자의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도자의 의도대로 편집된 뉴스에 휘둘리지

말아야 할텐데, 이 사실의 진실여부를 어떻게 구분해 낼 수

있을까.

저자가 제시한 주의해야 할 사람들 유형이다.

내용이 꽤 많지만 정치나 언론 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충분히 우려할 만한 부분들이 있어서 옮겨 본다.

- 충격적 뉴스라면 맥락을 몰라도 일단 공유하고 보는 오보자

- 남의 말을 인용하면서 중요한 맥락을 일부러 누락시키는 오도자

- 숫자를 실제보다 더 크게 혹은 더 작게 보이게 만들거나, 추세를

실제보다 더 의미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오도자

- 연관성을 보이는 두 잘는 당연히 인과관계가 있다고 가정하는 오도자

- 통계를 내 마음대로 골라 쓰거나, 내가 쓰는 평균이 '어떤' 평균인지

밝히지 않는 오도자

- 실화를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없는 인과관계를 바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오도자

- 개별 일화를 더 일반적인 주장의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오보자

-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물건이나 사람을 악마로 만들려는 오도자

- 한 가지 도덕적 진실을 다른 것보다 우선시하여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집단

- 어느 집단 전체를 미워하게 하려는 선동가 또는 오도자

- 비교용 가격 같은 심리 수법을 이용해 나의 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치

려는 오도자

- 내 시간과 노동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환경이나 플랫폼,

비지니스 모델

- 중요한 단어의 정의에 맞추려고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는 오도자

- 흔히 쓰는 단어에 미심쩍은 자기만의 정의를 사용하는 오도자

- 무언가 연상되는 이름을 써서 부적절한 행동이나 투표, 구매 등을

설득하는 사람

- 나나 내 프로젝트에 손상을 끼치는 별명을 붙이는 사람

- 논쟁에 사용된 용어를 바꾸어서 결과를 바꾸려는 오도자

- 중요하지만 불쾌한 예측은 쏙 빼놓고 무언가를 하라고 설득하는 오도자

- 자신의 주장을 지지하는 예측만 공유하고 홍보하는 사람들

-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경합하는 진실을 듣지 못하게 통제하는 세뇌자

- 순응을 압박해서 신념을 형성하려는 집단

- 경전을 위험하거나 극단적인 방식으로 해석하라고 설득하는 오도자

책을 읽어보면 위에 대한 사례들나 예시들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읽으면서 새삼 들었던 생각은, 결국 보고 듣는 사람들이 자신이 바라는

대로 (무의식 중에라도) 보고 듣는 건 아니였을까...였다.

저자가 말한대로 우리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지 않고 그것에 대해 확인

하지 않는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대로, 심지어 개인의 생각을 일반화

시켜 올리는 인터넷 매체에도 현혹되고 만다.자신이 생각한 바와 일치

하는 뉴스와 의견을 선별해서 취하고 ,자극적인 소재에 끌려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다. 그 전에 오도자의 의도대로 관심은 다른

방향으로 아니면 겉핥기에 그치고 만다.

앞뒤 맥락을 무시한 2014년 글러벌 여성 서밋의 주제에 관한 내용,

인공지능 시스템의 견해 차이, 승자의 기록으로 남는 역사 편집,

유리한 기준으로 설명되어져 정부에서 발표하는 국가의 경제 지표,

만들어진 악마의 도덕적 양면성, 선택된 예측, 출처가 정확하지 않은

불분명한 사실 여부 등 다양한 시각과 진실을 알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는 오도된 사실에 농락 당하고 어느 한쪽에서는 피해자가

나올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러 부분에서 바라보고 그 진실의

여부를 스스로 내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왜곡된

진실을 수용하게 됨을 넘어서 그 부당한 결과를 우리 스스로가

떠안아야 할지도 모른다.

개개인의 변별력이 필요한 시대다.

p390

오도자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의신하지 않는 태도' 때문

이다. 우리가 더 파고들기만 하면 저들이 진실성을 유지하면서

우리를 계속 오도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니 의심할 수 있을 때는

의심하라. 명확한 설명과 확언을 요구하라. 여지를 주지 마라. 뭔가

빠져있다 싶으면 물어보라. 숫자가 오해를 일으키도록 제시되어

있다면 다른 해석을 시도하라.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나 이름이

동원된면 관련성이 있는지 의심하라. 저 주장의 기초가 된 도덕적

가정이나 신념이 뭔지 질문하라. 공식적으로 용어를 정의해달라고

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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