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허허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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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더운데 갈 곳은 마땅치 않고 선풍기 바람을 맞으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늘 읽은 책은 허허당 스님이 쓴 에세이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라는 것이다. 이 책은 허허당 스님이 산중에서 명상을 하면서 틈틈이 그린 그림과 함께 모은 것이다. 내용은 짧지만 강력한 위로가 담겨있다. 그는 2만 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 트위터리안이란다.

 

허허당 스님은 사찰도 없고 시주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림을 그려 팔리더라도 화구 구입비만 받고 남은 돈은 다른 이들에게 모두 나눠준단다. 비워야 진리가 찾아온다는 깨달음을 얻은 스님은 30년 전 향훈이라는 법명을 허허당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시들은 모두 하나 같이 내용이 간결하고, 그림은 단순하다. 짧은 글이 페이지마다 실린 그림과 조화를 이룬다.

 

<세월이 가는가>에 보면 “사람들은 세월이 가고 시간이 간다 말한다/하지만 세월과 시간은 단 한 번도 간 적도 없고 온 적도 없다/다만, 사람이 그것을 지나갈 뿐이다.”

 

<참된 것은>에는 “부처는 부처의 증을 가진 바 없고/진리는 진리의 증을 가진 바 없다/참된 것은 증이 없다/그대는 지금 무슨 증을 가졌는가?”

 

<그 아픈 상처에>는 “사랑하고 사랑할 일이다/지금 그대가 처한 어떤 상황에도/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그 마음만은 잃지 마라/그 마음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는다”

 

<마음이 평온한 자>에서는 “마음이 평온한 자는 좀처럼/세상일에 시비하지 않는다/그러나 자신의 삶에는/시퍼런 면도날 같은 날카로운 시선을/멈추지 않는다”

 

“오늘 내게 일어날 일을 설렘과 신비로움으로 맞이하자/내 안에 설렘이 없다면 세상 무엇이 나를 설레게 할 것인가?/삶을 신비로 가득 채우는 연금술사가 되어보자”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찾지 마라, 잃기 쉽다’ ‘지금 그대는 무얼하고 노는가’ ‘마음 감옥에서 나오니 눈이 떠지네’ ‘마음이 헛헛할 때 허허하기’ 등으로 이루어진 글과 그림에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아픔이 사라지고, 그들의 괴로움과 집착이 사라져 즐겁고, 자유롭고, 충만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행간마다 담겨 있다.

 

종교를 초월하여 누구나 읽어볼만하다. 편하게 어느 곳을 펴서 읽어도 괜찮다. 모든 글이 세상 모든 이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슬픈 눈물을 닦아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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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으로 다시 배낭을 꾸려라 - 파나마에서 알래스카까지 세상 밖으로 배낭을 꾸려라 2
칸델라리아 & 허먼 잽 지음, 강필운 옮김 / 작은씨앗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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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겉 표지에 “여행의 진정한 행복은 도착 이후에 만나는 것들이 아니라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갖는 설렘과 기대, 그리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정 그 자체에 있는지 모른다. 우리의 꿈 역시 그것을 이루었을 때의 만족보다는 꿈을 이루어 가면서 만나게 되는 소소한 기쁨과 행복, 그리고 삶의 모든 순간들을 수집하며 살아가게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글이 적혀 있다. 정말 그렇다. 여행을 떠나려고 준비하노라면 너무 좋아서 며칠 잠을 설치곤 한다.

 

이 책의 저자 칸델라리아와 허먼 부부는 시골에서 사촌들과 조랑말들하고 같이 놀면서 자라났다. 어렸을 때 만나서 서로 사랑을 느꼈고, 그녀가 14살이 되었을 때 사랑을 이루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 이들 부부는 결혼 후 아르헨티나에서 알래스카를 여행하기 위해 16년동안 계획을 세우고 준비했다. 그러나 여행을 한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수많은 경비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간다는 두려움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하다가 어느 날 문득, 꿈을 이루는 비밀을 시작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 속에 여행을 시작한다.

 

부부는 중앙아메리카에 도착하여 파나마 시티로 갔다. 외국 기업들의 화려한 빌딩들이 있는 신시가지는 가난한 동네들이 있는 구시가지와 확연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 도시는 세 단계를 거치면서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해적의 침입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두 번째 이루어진 것이 오늘날 파나마 비에하로서 아름다움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고, 세 번째는 신시가지다.

 

이들 부부는 가는 곳 마다 돈을 벌어야 했다. 머물고 있는 나라의 수예품을 사서 다른 나라에서 팔기도 하고, 그림과 영업이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재주를 동원하여 그림을 그려서 판매하고, 여행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출간해 판매하면서 떨어질 듯 떨어질 듯 필요한 경비를 충당한다.

 

그러다 보니 가는 곳마다 사람들과 사귀면서 배우고 적응하면서 원주민들보다 더 원주민이 되어갔다. 곤궁함 때문에 부부는 자신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또한 여러 외국어와 다른 종교들을 알게 됐고, 더욱더 사회적이고 인간적이 되었고 신앙심도 더 깊어졌다고 했다.

 

또한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수예품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며, 그들의 꿈에 감동하고 거기에 작은 도움이 되고 싶어 그림을 사주기도 하고, 자신들도 꿈을 시작할 용기를 얻기 위해 그들의 책을 사주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허먼 부부는 기업 차원의 후원을 모두 거절하고 오롯이 그들의 꿈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 여행을 계속한다.

 

이 책은 아르헨티나에서 알래스카까지 3년 7개월 보름 동안 7만 341km를 횡단한 어느 여행가의 파란만장한 여행 이야기가 아니라 고난과 역경 중에도 삶을 살아가기를 택한, 용기 있는 ‘또 다른 우리’가 3년 7개월 보름 동안 힘겹지만 행복한 삶의 순간순간을 수집하며 살아온 삶의 기록이다. 이 책은 여행을 꿈꾸는 자들이 읽으면 좋을 책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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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온도 - 조진국 산문집
조진국 지음 / 해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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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재미있다. <외로움의 온도>,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아마도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들 각자의 마음속에 외로움이 있는 것을 느끼고 살아간다. 청춘은 원래 아픈 것이라는 격려에도 힘은 나지 않고, 주위 사람들의 ‘열심히’라는 말만 지친 등을 떠밀고 있다.

이 책의 작가 조진국은 그 고독에 조금이나마 귀 기울이면서, 위로의 음악을 들려주고자 에세이를 내놓았다. 저자 조진국은 <고마워요, 소울메이트>,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키스키스 뱅뱅>을 통해 30만 독자들에게 사랑의 언어를 속삭여온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청춘과 사랑의 소중함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함께 나눈다. 저자는 작가 신정구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그를 떠올리면서 “젊은 날 우린 젊음을 몰랐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다. 시들어 가는 젊음의 끝자락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함께 바둥거렸던 그와 나, 뒤돌아보면 우리는 그때 서로에게 참 많은 걸 주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1장은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사랑이다. 2장은 세상에 똑같은 냄새를 가진 사람은 없다. 3장은 왠지 건널 수 없는 저편의 그가 말해 주는 것, 4장은 더 행복해지지 위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5장은 내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건, 문득 움켜쥐게 된 담담한 추억 한 움큼이다.

 

작가는 <냄새는 지문처럼 가슴에 새겨진다>에서는 아끼는 동생을 상갓집에서 하얀 상복을 입고 있는 그를 만나 냄새와 향기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녀는 남편이 간절하게 보고 싶을 때는 무엇보다 그 사람의 냄새가 생각난다고 했다. 평소에 이렇게 밥을 먹고 친구를 만나고 영화를 보고 똑같이 생활하다가도 그 사람이 문득, 보고 싶다고 했다. 갑자기, 툭 그립다고 했다. 그 사람의 냄새가 너무 그리워서 누군가 푹 하고 가슴을 찌르듯이 아프다고 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남편이 떠난 후 그녀는 매일 밤 미처 빨지 않고 두었던 남편의 옷을 끌어안고 자는데 그 옷에서 남편의 냄새가 나면 마음이 안정되면서 겨우 잠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냄새가 매일 조금씩 옅어진단다. 이제 나 정말 떠나요. 여보, 라고 손을 흔들고 뒷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남편의 냄새가 서서히 사라진다며 옅게 웃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이야기에 맞는 노래를 골라 기록해 두었다. 열심히 직장생활을 해도 외로움은 찾아온다. 외로울 때 친구를 만난다거나, 혼자 숲속을 찾는 이도 있다. 작가는 외로움이 찾아오면 기꺼이 외로움과 친구가 되어 속삭이듯 정겹게 이야기를 나눈다.

 

나의 ‘외로움의 온도’는 차가운지, 뜨거운지 제어보아야 하겠다. 이 책은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도록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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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게 이별하라 - 이별 후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당신을 위한 힐링 카운슬링 똑똑하게 시리즈
레이첼 A. 서스만 지음, 나선숙 옮김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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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반 때 속리산으로 수학 여행을 갔다. 사랑하던 여인과 첫 키스를 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추억은 달콤했다. 그리고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몇 칠 후 그 여인은 캠퍼스에서 슬금슬금 나의 시선을 피해 다니더니 어느 날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쪽지를 건네 주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있을까.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있을 때 잘하자!”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 않던가! 1년을 만났건 30년을 같이 살았건, 이별이 처음이건 처음이 아니 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고통스럽다.

 

이 책은 심리치료사 겸 작가 겸 강연자로 활동 중인 저자 레이첼 A. 서스만이 이별의 상처를 안은 여성들이 상처로부터 치유될 수 있도록 3단계 회복과정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여자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수집할 때, 대다수의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여성들은 이별의 아픔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으며, 그것을 위해 도움이 될 조언과 도구와 격려를 필요로 했다. 또한 이별 후 정서적 혼란을 겪는 여자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과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겪은 후 털고 일어난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 했다.

 

그래서 저자는 이별의 상처를 안은 여성들이 치유될 수 있기 위해서는 마음의 통증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치유하기-이해하기-변화하기’로 이어지는 3단계 회복과정을 다양한 예시를 통해 설명한다. 현재 이별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이나, 헤어져도 헤어지지 못한 채 끌려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자신이 겪고 있는 지금의 시간들을 ‘똑똑하게’ 이겨내 앞으로 마주하게 될 사랑,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더 자신감 있게 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치유하기’에서는 치유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자신에게 인내심을 갖고, 몸과 마음을 보살피고, 응원군을 갖추고, 감정들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2부 ‘이해하기’에서는 남녀관계에 있어서 행하는 선택, 패턴, 이별의 심리적인 부분들을 탐구한다. ‘사랑지도’ 만들기를 포함한 여러 새로운 개념들을 소개한다. 3부 ‘변화하기’에서는 이별과 회복과정을 보다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거쳐나갈 수 있도록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누군가를 파트너로 선택할 때,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하면서 “사랑의 감정이나 끌림이나 페로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우리 선택을 좌우하는 다른 요소들이 많다. 당신을 지금의 당신으로 만들고 그 남자를 파트너로 고르는 데 영향을 미쳤을 인생의 사건들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완전한 회복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마라톤 하듯 천천히 꾸준히 달리면 결승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잘 만나는 것만큼이나 잘 헤어지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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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m - 열입곱 살 미치루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다
가타카와 요코 지음, 홍성민 옮김 / 작은씨앗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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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m’라는 제목은 특정 숫자와 일정한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로 이루어진 너무나 단순한 제목처럼 보이지만, 사실 많은 것을 내포하는 함축적인 제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거리’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1. 두 개의 물건이나 장소 따위가 공간적으로 떨어진 길이. 2. 일정한 시간 동안에 이동할 만한 공간적 간격. 3.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간격. 보통 서로 마음을 트고 지낼 수 없다고 느끼는 감정을 이른다.‘ 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100’이라는 수는 한자의 의미 ‘일백’을 뜻하기도 하지만, ‘힘쓰다. 노력하다’는 뜻도 있다. 또한 ‘Kilometer’는 수학적으로 1 meter의 1,000배이다. ‘천배’(千倍)는 천 곱절이라는 뜻도 있지만,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많은 수량이나 정도를 이르는 말이다.

 

결국, ‘100km’라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주 긴 거리를 힘쓰고 노력하여야만 도달할 수 있는 거리’가 되는 셈이다.

 

이 책은 끝을 알 수 없는 우리들의 장거리 인생... 즉, 그 끝은 어디인지, 언제 도착할지 늘 물음표를 던지면서도 어딘가를 향해 발을 내딛는 우리들의 모습에 대한 자화상을 그리는 듯하다.

 

고등학생 미치루는 삼촌의 계략에 의해 ‘100km 걷기대회’에 참여하게 되고, 걷는 도중에 기권하지 않는 이상 낮과 밤을 넘어선 30시간을 걸어야만 한다. 대회 시작 전 얼마든지 포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병상에 누운 엄마에게 긍정적 자극을 주기 위해? 동생 사토시에게 뭔가 제대로 한 번 보여주고 싶다는 오기? 아니면 다른 이유들? 미치루 자신도 잘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무작정 걷기 위한 걸음을 내딛는다.

 

처음엔 이제까지 보지 못한, 낯설고 황홀한 경치를 보게 되고, 보나마나 내가 제일 먼저 탈락할거라는 부정적 생각에 사로잡힌다. 다른 참가자들의 화려한 차림새에 주눅이 들며 비교의식을 갖기도 한다. 또한, 삶의 모든 영역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엄마가 교통사고로 병상에 누운 후로 모든 일에 소극적인 사람이 된 것에 대해 의문과 이질감을 던져본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 중에 무나카타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지혜어린 조언을 던져주는 것과 더불어 ‘홀로’에서 잠시 벗어나 ‘함께’를 배우게 된다. 체크포인트에서 만난 마사지 봉사자 아저씨, 그리고 한 소년의 격려와 도움을 받아 미치루는 82km까지 도달한다. 그곳까지 도달하는 동안 빈약하기 그지없는 체력은 바닥나고 근육은 욱신거리며 발엔 물집이 터지고 온 몸은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예고도 없이 비는 내리고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물들은 뺨에 흐른다. ‘대체, 내가 어떻게 해 주기를 바라는 거야. 제발 더 이상은 나를 힘들게 하지 말아줘, 제발! 이미 충분히 힘들다고.’ 미치루는 숨이 넘어갈 듯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가 않는다.

 

기권자들을 태우는 버스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마사지를 받고 난 후 더욱 전력투구 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하지만 또 다시 무섭고 깜깜한 밤, 고독을 확인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걸어 온 길이가 짧은 것에 대해 의심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덧 82km 체크포인트를 찍고 이제 막바지 과정에 다다른 미치루는 어느새 완보에 대한 믿음을 스스로에게 불어넣어 줄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다. ‘나는 나를 믿어’라는 말을 처음으로 입 밖으로 내어 본 것이다. 지도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지금 걷고 있느냐 걷고 있지 않느냐가 문제이다. 미치루는 걷는 쪽을 택했다!

 

100km 거리를 걷는 30시간 동안 드라마틱하게 벌어지는 미치루의 삶의 완보를 볼 수 있다. 주어진 시간에 대한 통찰, 삶의 실망스러운 것들을 견디는 법, 성숙하고 단련되어 지는 과정, 고난과 노력을 다한 뒤에 얻게 되는 자기자신의 존엄성, 그것을 통한 감동과 감격을 캐치할 수 있는 소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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