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 스물아홉, 임신 7개월, 혈액암 판정
이미아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난의 밤이 깊으면 깊을수록 희망의 새벽은 밝아 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가장 겨울밤에 추울 때가 동트기 직전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순간만 지나고 나면 환하게 아침 새벽이 밝아오듯이 아무리 고난이 힘들고 어렵고 깊은 밤 속에 있는 상황인 것 같을 지라도 곧 희망의 새벽이 밝아올 것이다.

 

이 책은 29세의 젊은 나이로 임신 7개월에 혈액암 진단을 받고 배불뚝이 암환자가 된 후 10번의 항암치료와 자가조혈모세포(골수이식)를 거쳐 다시 직장으로 돌아오기까지 2년 반 동안 저자 이미아가 겪었던 일상의 깨달음과 삶에 대한 통찰을 담담한 어조로 담고 있다.

 

20109월초, 여느 날처럼 회사에서 일하던 이 기자는 유독 극심한 어지럼증에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에 골수검사, 조직검사까지 받았다. 입원 3주째인 928, 입원한 지 3주째 되는 날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혈액암 중 하나인 악성 림프종. 림프구가 이상을 일으켜 암세포로 돌변하면서 몸의 면역 시스템을 고장 나게 만드는 병이다.

 

생존율이 60~70%로 높은 편이었지만 암이 골수까지 퍼져 자가 조혈모세포(골수) 이식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임신 후반기라 항암치료와 출산이 가능하다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항암제 성분이 자궁과 태반에서 걸러져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8번의 항암치료 중 3번이 임신 중에 이뤄졌다. 이 기자는 배를 끌어안고 태명이 복둥이인 뱃속의 아이에게 너를 꼭 살리겠다고 속삭였다. 치료를 위해 아이는 9개월만에 제왕절개로 3.2kg의 건강한 사내아이로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의 첫 부분에 수록된 현진, 현준에게 보내는 편지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엄마가 우리 두 보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세상에 완벽한 행복이란 건 없다는 거야. 엄마 마음 같아선 너희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어. 그렇지만 엄마는 환상 대신 현실을 보여주기로 했단다.”라고 하면서 엄마는 너희에게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라는 이야기보다는 나는 이렇게 실패하고 다시 일어났다는 말을 더 많이 해주고 싶어. ‘내가 이렇게 해냈으니 너도 이렇게 할 수 있어라는 말보다는 나도 이렇게 실패했다. 실패의 지점은 누구나 비슷하니까 섣불리 낙담하고 스스로를 옥죄지 마라고 말해주고 싶어.”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함부로 절망하지 마라는 것이다. 누구든지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절망하지 말아야 한다. 희망이 있는 한 모든 것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한 기적도 얼마든지 일어난다. ‘절망하지 마라절망은 스스로를 포기하는 일이고, 절망은 스스로를 방치하는 일이다. 그리고 절망, 그 다음은 없다. 끝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중어중문학과 출신인 저자가 대학 시절 푹 빠져 지내던 한시 9편을 테마로 2년 반 동안의 암 투병 생활,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 자식으로서의 깨달음, 삶에 대한 통찰이 중국 고사(故事)와 어우러져 큰 울림을 준다. 또한 부록으로 암 치료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들힘들 때 힘이 된 한시’ ‘행로난’, ‘세아희작’, ‘유자음’, ‘목란사’, ‘채두봉’, ‘당완의 화답 시’, ‘공낭’, ‘만가’, ‘수조가두’, ‘역수가등을 수록하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군의 후예 1 - 비운의 패장
박찬두 지음 / 작가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어릴적 부모님으로부터 빨치산이란 말을 많이 듣고 자란 것 같다. 막연히 빨치산은 정부의 전복을 위한 비정규적인 게릴라식의 반정부주의자들의 폭도들로 무조건 불순한 인물, 빨갱이라고 들어 왔다.

 

1945년 해방 이후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격화되던 시기에 남한에서는 공산주의적 이념에 동조하던 세력들이 친일파와 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식이 더해지면서 자생적인 하나의 세력인 빨치산으로 규합되게 된다.

 

빨치산의 유래는 일제강점기 야산대에서 비롯된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무장을 갖추고 투쟁에 나선 것은 여수·순천 10·19사건(이하 여순사건) 이후부터다. 빨치산은 정규군이 아닌 민간인으로 조직된 유격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적의 배후에서 그들의 통신 교통수단을 파괴하거나 무기와 물자를 탈취 또는 파괴하고 인원을 살상한다. 6·25 전쟁당시 지리산기슭에서 빨치산의 활동으로 수많은 양민들이 학살되고, 낮과 밤으로 주인이 바뀌기도 했다.

 

이 책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서울 동도중 교사 박찬두 씨가 이미 고인이 된 한국상고사학회 이중재 선생으로부터 빨치산 중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인 마지막 빨치산 사단장 황의지를 우연히 소개받고, 황의지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통해 500여 동안 겪은 한 가문의 영광과 비극의 역사,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취재하여 이념 갈등의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황의지는 조선시대 최고의 명재상인 황희 정승, 임진왜란 최고의 명장이었던 황진 장군, 한말 절명시를 쓰고 자결한 매천 황현을 가문의 조상이자 종교의 교조처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가문에서 태어났다.

 

1950년 북한이 남침을 하고 전라도까지 점령하자 황의지는 게릴라전술을 펼치는 유격부대 즉 빨치산으로 인민군을 도우며 광범위한 투쟁을 전개하다가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인민군이 철수하자 지리산, 회문산, 운장산, 백운산, 장안산, 덕유산 등으로 숨어들면서 전형적인 빨치산 활동을 벌이며 전쟁 중인 후방을 교란하고 혼란에 빠뜨린다. 수많은 전투에서 네다섯 번의 총상을 입으면서도 살아남는 등 강인한 생명력을 보이면서 맹활약을 펼치고 그 공로로 빨치산 사단장에 올랐다.

 

그러나 인민군의 후퇴로 빨치산들은 회문산에서 지리산으로 후퇴할 때 총지휘하는 책임을 황의지가 맡았으나 토끼몰이식 토벌작전에 결국 36개월만에 생포되고, 생포된 후 남원경찰서 이규형 서장의 권유로 전향하게 되고, 지리산을 중심으로 남아 있는 빨치산을 생포, 귀순시키는 일에 앞장섰다.

 

이 책에서 저자는 빨치산 최고의 활약상을 보인 황의지를 통해 빨치산도 우리 민족의 한 사람이며, 그가 품었던 이념은 우리 민족이 당시에 품었던 보편적인 이념이었으며, 그가 빨치산으로 활약했다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숱한 고통이 정당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이 책을 새 정치를 꿈꾸는 정부 관료들,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할 청소년들, 그리고 우리 민족의 통일을 염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읽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퍼펙트 원룸 투자 - 1억으로 시작하는 월세부자 첫 걸음
박승국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사람들은 이제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갔다고 말한다. 외환위기 이후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가격 하락현상을 지켜보면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올바른 부동산투자를 하지 못했다. 차분히 과거를 뒤돌아보면 우리는 부동산을 투자가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오로지 단기 매매차익만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부동산 컨설턴트들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한 달에 꼬박꼬박 300만 원씩만 들어오게 해주세요!”라는 말이라고 한다. 주식은 위험부담이 높고 금융상품의 이자수익률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매달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관한 모든 것을 종합적, 입체적으로 다룬 책 <퍼펙트 원룸 투자-1억으로 시작하는 월세부자 첫 걸음> 이 출간되어 화제다.

 

이 책은 10년 이상 업계에 종사해온 원룸 임대관리 전문가인 박승국 라이프테크 사장이 1억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원룸 임대사업 전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원룸 매매, 건축, 세금, 세입자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최근 수익형 부동산 인기의 중심에 있는 원룸 임대사업을 꿈꾸거나 임대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다. 다양한 원룸투자 사례를 풍부하게 실어 본인의 투자와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또 매수를 원하는 투자자에게는 투자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매도자에게는 높은 금액으로 매도를 하기 위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을 정리하였다.

 

, 좋은 원룸은 어떻게 고르는지, 매매 및 건축 시에는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그리고 다른 책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는 세금관련 문제 등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쉽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많은 투자자들이 골치아픈 세입자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젊은 고객을 끌 수 있는 최신의 원룸 베스트 스타일 등도 소개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충분한 월세를 받는 사람을 월세부자라고 한다. 월세부자는 부동산을 소유의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전문가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단순히 소유만으로 가격이 오르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임대를 통해 임대수익을 높이는데 부동산 투자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충분한 임대수익은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수익률이 높은 부동산을 소유하면 매월 임대수익을 가져가고 부동산의 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p.17)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일반인이 손쉽게 투자에 나설 수 있을 정도로 수익형 부동산에 관한 정보가 축적되거나 연구된 적이 거의 없다. 아파트와 시세차익 중심의 부동산 투자가 쇠퇴하고, 임대수익 중심의 투자로 옮겨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도 대부분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보를 소개한 이 책을 임대사업을 꿈꾸고 있는 사람, 투자를 망설이거나 도전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이력서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기억하기로는 지난 1990년대 전후반, 연세대 마광수 교수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즐거운 사라> 등의 책이 출간 되면서 외설이라는 이유로 검찰에 의해 전격 구속되었고, 한국사회는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교수가 점잖치 못하게 무슨 성 담론을 이토록 야한 글로 발표하느냐는 비판이 한국 문단을 뒤흔들며, 그에 대한 인격 모독적 발언이 서슴치 않게 마구 쏟아져 나왔으며, 책은 판매금지 되었고, 마광수 교수는 1995년 연세대학교에서 해직되었다. 그 당시 나는 그의 책 내용을 알고 나서 교수이자 작가였던 그를 상당히 부도덕한 사람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늘 <나의 이력서>를 읽으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마교수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지우기로 했다. 물론 정제되지 않은 그의 성 담론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갑론을박 논쟁을 유발하기에 충분하지만 자세히 다시 새겨 보면, 마교수는 한 마디로, 너무 솔직해 탈이 난 사람이다.

 

이 책은 소위 세상으로부터 찍힌작가 마광수의 어린 시절과 청춘, 그리고 사랑, 문학세계 등이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처럼 스케치한 책으로, 그의 천진난만하고 권위의식이 없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으로 19921029일 아침 검찰청에 잡혀가는 순간부터 독방에 수감되기까지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을 통해 솔직한 지식인 마광수의 인생을 엿보며 그의 생각과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나는 오직 솔직한 순간의 연소만을 위해서 살아가려고 한다. 될 수 있는 한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이기보다는 좋은 친구이고 싶고, 문학은 물론 다양한 예술 장르를 통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런저런 가지각색의 똥을 누는 푸근한 배설꾼이고 싶다.”(p15~p16)고 말했다.

 

나는 마광수 교수의 작품을 직접 읽기 전에는 비난했었다. 그런데 그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시대의 제물로서 바쳐진 작가 마광수 교수를 이해하게 되었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겉으로는 윤리주의자, 도덕군자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위장하고 위선을 떨지만, 마교수는 위선을 떨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고스란히 치러냈고, 그 사건이 그의 전 인생을 바꿔놓았던 것이다. 정말 이 시대가 필요한 것은 어떤 어려움이 온다고 해도 자신의 소신을 그대로 밝히는 진실한 사람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서 이 시대에 권위가식을 내던져버린 지식인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낸다. 권위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솔직해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것도 지식인이 총대를 맨다는 것은 더 큰 용기 혹은 천진함이 필요하다.

 

마광수 교수에 대해 성을 상품화하고 있다’, ‘종속적인 여성상을 심어 준다’, ‘성 일변도의 가치관에만 몰입되어 있다는 비판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의 책을 읽어본다면 오히려 거짓과 위선으로 가장하는 사람들에 비해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 노비들, 천하지만 특별한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해 전 방송된 KBS 특별기획드라마 추노는 조선이 청나라에 굴욕적인 항복을 했던 병자호란 이후, 백성들이 헐벗고 굶주리며 가슴 아프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팩션형 드라마다. 훈련원 판관으로 소현세자의 측근이던 태하(오지호 분)는 세자의 죽음과 함께 노비로 추락했다가 기회를 틈타 도주한다. 이야기는 추노꾼인 대길(장혁 분)이 거액의 약속을 받고 그를 잡으러 떠나고, 얼마 안가 이 둘이 친구가 되면서 시작된다. 대길이 태하를 애증 섞인 말투로 어이! 노비라고 부를 때, 태하는 이렇게 답한다. “세상에 매어 있는 것들은 다 노비야.”

 

이 책은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사업단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역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 김종성 박사가 잡일이나 하는 하인정도로 인식된 노비 열여덟 명의 삶을 소개하고, 각각의 노비와 관련된 개별 쟁점, 즉 노비의 개념, 기원, 결혼, 직업, 사회적 지위, 유형, 의무, 법률관계, 재산, 자녀, 면천, 저항 등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또한 양반과 평민으로 나뉘어 엄격한 신분제도에 복종하며 살아야 했던 당시에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 숱한 노비들의 삶과 애환을 들려주며, 모진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도망가는 노비들을 전문적으로 잡아들이는 추노꾼의 무자비한 활약도 함께 보여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노비는 마당을 쓸거나, 주인에게 굽실대거나, 혹은 툭하면 얻어 맞는 양반의 소유물이다. 조선은 아예 법으로 노비는 벼슬길에 나갈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농업공업상업병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못박았을 정도로 신분제에 있어선 엄격했다. 하지만 조선 사회에서 노비는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 지금으로 말하면 자영업자나 고용 노동자처럼 서민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선시대에는 전체 인구에서 최소 30퍼센트 이상이 노비 신분이었으며 노비가 그 시대의 일반인이었다”(p.7)라고 말한다. 스스로 생계를 해결한 양인이 오늘날의 관점에서 자영업자에 가깝다면, 노비는 고용 노동자에 가깝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고로 노비를 알아야, 조선시대를 제대로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조선시대 노비는 크게 세가지 경로를 통해 공급되었는데, 전쟁에서 붙잡힌 포로, 중범죄를 지은 죄인,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가 그 대상이었다. 조선에서는 중국과 달리 한번 노비가 되면 신분은 대를 이어가며 지속됐다. 대개 주인집에 공물을 바치거나 부역을 했는데, 주인과 함께 살며 이 의무를 수행한 노비를 솔거노비, 따로 살며 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노비를 외거노비라 불렀다. 관청에 속한 관노비, 개인이 주인인 사노비로 나뉜다.

 

노비들 중에는 학문이 깊어 선비들로부터 존경을 받은 노비 문인 박인수, 노비라는 굴레를 벗고 중앙정부 관료로 활약하는 반석평과 김의동, 양반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던 노비 시인 백대붕과 유희경 등 구체적 인물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다. 또한 재산으로 한성 최고의 기생 성산월을 차지한 이름 모를 공노비 같은 사례도 있다. 이를 통해 공물을 주인에게 바치거나 부역하면, 노비도 공부할 수 있고, 사유재산을 가질 수도 있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일부 노비들 중에는 재산을 축적하여 부자의 반열에 올라선 이들이 있었다. 조선 태종 대에 의흥삼군부의 좌군에 속한 공노비였던 불정은 실록에 기록될 정도로 부자 노비였다. 저자는 단종의 누나 경혜공주도 노비가 되었다고 하며, 1천 명의 부하를 거느린 대기업 이사급노비, 남편을 과거에 합격시킨 여종 등 다양한 삶을 살았던 노비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