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100일 정진,  48일차

<心若不異/심약불이/마음이 다르지 않으면

萬法一如/만법일여/만법이 한결 같느니라>

 

장님으로 3년, 귀머거리로 3년, 벙어리로 3년을 살아야만 험난한 시집살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시절이 있었다.

지금 세대에게는 이해가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여성이 겪어야 했던 시집살이의 비애였다.

사찰을 거닐다 우연히 이런 의미의 조각들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원숭이 3마리(삼원:三猿) 각각 눈을 막고, 귀를 막고, 입을 막는 형상의 조각품 말이다.

사찰의 지붕 처마 끝에 매달려 있거나, 아예 조각물로 크게 전시하는 경우도 있다.

불교에서의 3마리 원숭이의 의미는 수행자의 본분을 의미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듣고 싶은 것만 듣지 말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지 말라는 의미다.

논어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비례물시,비례물청,비례물언, 비례물동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논어 안연편.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며, 행하지도 말라.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

같은 표현을 두고 민간에선 시집살이에 대한 처신을, 절에서는 수행자의 본분을, 유교에서는 예에 대한 규범으로 달리 쓰였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를 상징하는 의미는 전혀 다르지 않다.

가지 상징은 우리에게 어떠한 태도나 마음자세를 알려주고 있다.

 처신이다.

 

심약불이(心若不異) 마음이 다르지 않으면

만법일여(萬法一如) 만법이 한결 같느니라

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장님처럼, 귀머거리처럼, 벙어리처럼 살아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감각을 잃는 것이 아니라 감각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의 곤란하고 어려운 시절을 맞이했을 취해야 처신에 가깝다.

보되 취하지 않고, 듣되 얽히지 않으며, 말하되 남기지 않아야 한다.

마음공부 또한 그러하다.

마음은 한결 같지 않다.

다스려지지 않은 마음은 마치 원숭이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뛴다.

그래서 수행을 해야 하는 것이라 하지만 다스려지지 않은 마음이 바로 수행의 시작이다.

 안의 세마리 원숭이는 오늘도 뛰어 놀고 있다.

 

: 心若: 마음 , 만약 약: 마음이 만약

不異:  아닐 , 다를 이: 다르지 않다면

萬法: 일만 , 법 법 : 만법이

一如:  , 같을 여 : 하나와 같다. 즉 한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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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2-15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며느리들이 득도의 경지에 이르는 이유가 있었군요. ㅎㅎ

마힐 2026-02-15 20:37   좋아요 1 | URL
붓다는 희말라야 설산에서 6년 고행을 했다고 하죠.
그리고 달마대사는 소림사 동굴에서 9년 면벽을 했다고 해요.
우리 며느리님들도 그분들 못지 않게 9년 수행을 하신거니 그분들하고 별반 차이 없다고 봐야죠... ^^
잉크냄새님 구정 연휴 잘 보내시고요~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

cyrus 2026-02-15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향한 관심과 집착을 줄이는 장님이 되고 싶은데, 이놈의 눈과 두뇌는 자꾸 책을 보고 싶다고 난리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

마힐 2026-02-15 20:45   좋아요 0 | URL
cyrus님의 눈과 두뇌가 남다른 겁니다. ㅎㅎ
cyrus님의 깊이 있는 리뷰 글이 눈과 두뇌를 통해 나오는 것이니 보고 싶다면 보여 주셔야죠. ^^
방문 감사드리고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_()_
 

날짜:20260213      (출생18617일 중국생활 9535일)

오늘의정진:  파자소암(婆子燒庵 : 노파가 암자에 불을 지르다)


- 다시, 100일 정진,  47일차

<眼若不睡/안약불수/눈에 만약 졸음이 없다면

諸夢自除/제몽자제/모든 저절로 없어지고>

 

옛날, 불심(佛心)이  두터운 부인이 한 명 있었다.

부인은 암자 하나를 짓고 수행승 명을 모셨다.

부인은 수행승이 수행을 전념할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부인에게는 어린 딸이 하나 있었는데, 딸은 어릴 때부터 부인의 심부름으로 종종 끼니를 수행승에게 날라다 주곤 했다.

수행승은 그렇게 부인의 뒷바라지에 입어 열심히 수행을 했다.

그렇게 20년의 시간이 지났다.

어느 부인도 나이를 먹어 노파가 되었고, 부인의 어린 딸은 장성하여 아주 이쁜 처자가 되었다.

노파는 동안 수행승의 공부가 얼마나 되었는지 시험해 보고자 했다.

자신의 예쁜 딸을 불러 수행승에게 안기어 교태를 부리도록 시켰다.

딸은 노파의 지시대로 수행승을 안고 유혹을 했다.

저를 이렇게 안고 계신데 마음이 어떠세요?

허허, 고목 나무가 찬 바위에 기댄 것 같이 추운 겨울처럼 따뜻한 기운이 내 게는 없다.

어머나, 이렇게 유혹을 해도 넘어오지 않으시다니... 도통 하셨군요.

딸은 암자를 내려와 노파에게 사실을 알렸다.

노파는 딸의 말을 듣자 마자 버럭 화를 내었다.

아니, 이럴 수가. 내가 그동안 마귀 새끼를 기르고 있었구나.

노파는 곧바로 암자로 올라가 자신이 모셨던 수행승을 내쫓아 버렸다.

그리고는 암자에 불을 질렀다.

파자소암(婆子燒庵 : 노파가 암자에 불을 지르다)

노파가 암자에 불을 지른 이유는?


득실시비(得失是非)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일시방각(一時放却) 일시에 놓아 버려라

안약불수(眼若不睡) 눈에 만약 졸음이 없다면

제몽자제(諸夢自除) 모든 저절로 없어지고

 

노파는 수행승을 위해 암자를 짓고 20년 동안 공양을 했다.

노파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자신 대신 수행승이 수행을 완성하여 도를 얻으면 자신도 깨우치게 되리라 는 꿈을 꾸었던 가.

수행승이 마귀 새끼였다면 동안 노파는 무슨 짓을 것인가.

뜨면 잠이 없고, 잠이 없으면 꿈이 없다고 했는데, 왜 노파는 눈 뜬 채로 꿈을 꾸고 있었던 가.

지혜와 자비의 종교가 불교인데, 노파의 지혜와 자비는 어디에 있는가.

수행승이 고목 나무처럼 시들어 버린 자비라면 노파의 타오르는 불은 살아있는 자비였는가.

마른 고목을 쏘시개로 삼아 암자는 훨훨 타오른다.  

노파요, 꿈에서 깼어 났으면 말씀 한번 해 보이소.

 

: 眼若: , 만약 약: 눈에 만약

不睡: 아닐 , 잘 수: 잠이 없다면

諸夢: 모두 , 꿈 몽 : 모든 꿈

自除: 스스로 , 덜 제 : 스스로 덜어낸다. 즉 저절로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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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100일 정진,  46일차

<得失是非/득실시비/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一時放却/일시방각/일시에 놓아 버려라>


구한 , 나라는 이미 기울어 졌으나, 산사의 수행자는 오히려 생사를 걸어 자신을 세우려 했다.

죽음이란 두려움 앞에서는 경전의 어떤 말도 소용이 없었다.

17세에 출가하여 총명한 머리로 경전을 깨치고 23세에 이미 강백이 되어 수행자들에게 경을 가르쳤던 수행자.

똑똑한 수행자도 돌림병이란 역병의 귀신 앞에서 얼어 붙어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죽음의 공포를 마주한 수행자는 암자로 돌아와 문을 걸어 잠그고 철저한 자기 반성을 한다.

죽음이란, 거대한 공포 앞에서 부처님 말씀을 앵무새처럼 외운들 지극한 도는 오지 않았다.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수행을 했던 것일까.

죽음 앞에서 어떤 말도 소용이 없다.

죽음을 넘어서려면.

수행자는 검객이 칼을 빼내 적을 겨누듯 자신을 향해 화두를 들어 자신을 겨눈다.

 

려사미거 마사도래(驢事未去, 馬事到來), 당나귀 일도 아직 끝났는데, 말의 일까지 와버렸구.

려사미거, 마사도래.

당나귀의 일과 말의 일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나귀의 일은 아직 가지도 않았지만, 왜 말의 일은 또 닥친단 말인가.

수행자는 밤낮으로 화두에 매달린다.

몸과 마음으로 화두를 잡아 자신을 겨눈다.

먹는 것도 잊고, 자는 것도 잊으며, 오직 남은 것은 화두 하나 뿐.

낮이 가고 밤은 왔으나, 화두에 밤과 낮은 없다.

그는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

 

몽환공화(夢幻空華) 꿈속의 허깨비와 헛꽃을

하로파착(何勞把捉) 어찌 애써 잡으려 하는가

득실시비(得失是非)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일시방각(一時放却) 일시에 놓아 버려라

 

밖에 들리는 어느 소리.

중노릇 잘못하면 소가 된다네.

그럼 어찌하면 소가 되지 않을까요.

소가 되더라도 고삐 뚫을 콧구멍 없는 소가 되면 되지.

고삐 뚫을 콧구멍 없는 소가 되라는 밖의 한마디.

안의 수행자는 순간 자신이 들었던 화두가 놓아지고 나귀의 일과 말의 일을 마치게 되었다.

대오각성(大悟覺醒) 의 순간이다.

 

문득 콧구멍이 없다는 말을 듣고
우주가 자신임을 깨달았네,
유월 연암산 아랫 길에
없는 들사람이
태평가를 부르네.

1879년 11월 15일, 경허선사(鏡虛禪師, 1846~1912)  순간, 태평가를 불렀다.

이제 죽음의 신도 그를 끌고 없는 고삐 뚫을 콧구멍 없는 소가 것이다.

 

 

: 得失:얻을 득, 잃을 실: 얻음과 잃음

是非: 바를 , 아닐 비: 바름과 그름, 즉 옳다 틀렸다.

一時:  , 때 시 : 일시에 즉, 한번에

放却: 놓을 , 물리칠 각 : 물리쳐 놓아라. 즉 확 놓아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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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2-1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긍한게...항상 첨부하시는 사진은 AI로 만드신 건가요?? 어떤 걸 쓰시는지 궁금하고..
혹시 직접 그리신 거라면 재료가 뭔지 궁금합니다..ㅎㅎ

마힐 2026-02-13 10:58   좋아요 0 | URL
yamoo님, 제가 직접 그리긴요. 어림도 없지요. ㅎㅎ
첨부하는 사진은 제가 쓴 글을 챗지핏에게 읽게 한 후 내용에 맞는 이미지를 수묵동양화풍으로 생성해 달라고 했어요.
내용에 따라서는 만화체로 만들어 달라기도 했어요.
너무 구체적인 요구는 얘도 걸리는 게 있는 것 같았어요.
어떤 이미지는 저작권에 걸려서 만들지 못한다는 것도 알았어요.
AI가 만능은 아니지만 천능은 되는 것 같아요. ㅎㅎ
이제 구정 연휴가 다가오는데 yamoo님 가정이 편안하고 새해 많은 복 받으시길 기원드립니다. ^^
 

날짜:20260211      (출생189614일 중국생활 9533일)

오늘의정진: 려사미거 마사도래(驢事未去, 馬事到來), 당나귀 일도 아직 갔는, 말의 일까지 와버렸구나!


- 다시, 100일 정진,  45일차

<夢幻空華/몽환공화/꿈속의 허깨비와 헛꽃을

何勞把捉/하로파착/어찌 애써 잡으려 하는가>


당나라 시절, 장경(長慶)이란 스님이 당대 큰스님인 영운지근靈雲志勤(?~866)선사 찾아가 물었다.

스님, 무엇이 불법의 대의(大意) 인가요?

려사미거 마사도래(驢事未去, 馬事到來), 당나귀 일도 아직 끝났는데, 말의 일까지 와버렸구나!


려사는 당나귀의 일이고, 마사는 말의 일이다.

무엇이 당나귀 일이고, 무엇이 말의 일일까.

나귀와 말은 짐을 끌거나 혹은 사람을 태운다.

나귀의 일이나 말의 일이 서로 다른가.

나귀의 일도 끝이 안 났는데 영운 화상은 왜 말의 일까지 왔다고 했을까.

그것이 불법의 대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일체이변(一切二邊) 모든 상대적인 견해는

양유짐작(良由斟酌) 자못 짐작하기 때문이다

몽환공화(夢幻空華) 꿈속의 허깨비와 헛꽃을

하로파착(何勞把捉) 어찌 애써 잡으려 하는가

 

따지는 마음을 멈추고, 분석하는 일을 잠시 그만 두어야 한다.

자못 짐작하는 일은 여기까지 이다.

이제부터 뭔 가를 말한다면 전부 땅에 떨어진다.

속의 허깨비 같고 아름다운 꽃을 내가 붙잡으려 한들 잡아지겠는가.

려사미거 마사도래(驢事未去, 馬事到來)!

나귀의 일이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아니 벌써 말의 일까지 오고야 말았구나!

 

아불관려사마사(我不管驴事马事)

나귀의 일이든, 말의 일이든 나는 모르겠고,

아적사마상작완(我的事马上做完)

나의 일이나 바로 끝내자.


: 夢幻:꿈 몽, 허깨비 환: 꿈 속의 허깨비

空華: 헛될 , 꽃 화: 헛된 꽃

何勞: 어찌 , 수고로울 로 : 어찌 수고로운가

把捉: 잡을 , 얻을 득 : 잡아 얻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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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100일 정진,  44일차

<一切二邊/일체이변/모든 상대적인 견해는

良由斟酌/양유짐작/자못 짐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익숙한 것과 이별을 해야 한다.

산다는 것은 이별의 연속이기도 하다.

시간이란 바로 이별로 가는 기차와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고, 익숙한 집을 떠나고, 아끼던 물건들을 버려야 하는 일들의 연속이다.

이별을 해야 새로운 만남을 있다.

정든 것들과의 이별은 다른 정을 들여야 대상과의 만남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이별과 만남은 둘이 아니다.

이별에 아쉬워 하는 , 만남에 설레이는 것.

어느 하나 고정되지 않았다.

이별에 아쉬워 것도, 만남에 설레이는 감정도 사실 모두 다른 것이 아니다.

 

미생적란(迷生寂亂) 미혹하면 고요함과 어지로움이 생기고

오무호오(悟無好惡) 깨치면 좋음과 미움이 없거니

일체이변(一切二邊) 모든 상대적인 견해는

양유짐작(良由斟酌) 자못 짐작하기 때문이다

 

깨우침은 모든 이별과 만남으로 부터의 벗어남이다.

좋음과 미움을 벗어나는 것이다.

이분법 적인 사고를 벗어나는 것이다.

좋음과 미움도 둘이 아니고, 이별과 만남도 둘이 아니다.

그러니 깨달음도 깨닫지 않음도 둘이 아니다.

미혹에서 깨달음이 잉태 된다.

술잔에 술을 따르니 술은 술잔에서 다시 차오른다.

술병이 떠나 보낸 술은 술잔으로 옮겨져 어느 마른 입술을 적시고 뜨거운 기운으로 흘러 내려간다.

술과 나는 둘인가.

짐작하며 술을 마신다.

따랐다.

: 一切:한 일, 모두 체: 일체, 즉 모두 하나가 되어

二邊: , 가 변: 양쪽 변

良由: 참으로 , 말미암을 유 : 참으로 말미암아

斟酌: 따를 , 술따를 작 : 짐작하여, 즉 짐작의 어원은 술 따를 때 어림짐작으로 따르는 것이라 한다.술잔에 많이 따를 수도, 적게 따를 수도 있다. 술잔을 기울여 따르는 술이 어떻게 한 방울도 틀리지 않게 따를 수 있으랴, 술을 따르듯 넘치지 않게, 또 적지도 않게 끔 사량으로 헤아리는 것이 바로 짐작이다.



  By Dharma & Mah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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