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수학의 힘 - 수학은 어떻게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가
류쉐펑 지음, 이서연 옮김,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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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네가 피타고라스, 삼각함수, 미적분 같은 공식 외워도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아무 쓸모없다고 생각 하제? 시장에서 물건 살때 계산만 알면 되지. 이런 수학 공식 같은건 쓸모 없다고 생각 할꺼야. 근데 아니라고 봐요. 반드시 사회 생활 할때에 어떤식으로든 도움이 될꺼라고 봐요. 대학 갈려고 하는것보다 중요한게 있다고. 수학문제 한문제 풀려고 할때 니네의 대뇌에서 모든 화학작용이 일어 나거든, 수학이 그런 훈련을 한다고 .그러니 수학 포기 하지 말고 열심히 풀어봐요."

 

고딩 시절 어느날 오후,금방 점심 밥먹고 대다수 반아이들이 비몽사몽 할때 담임선생님이 수업중에 하신 말씀이다.

당시 담임선생님은 윤리 과목을 맡으셨는데 전후 맥락은 기억에 없지만 이날 하신 말씀과 뉘앙스는 가끔 기억의 수면위로 떠오른다.

30년도 지난 시간이지만 , 기억의 파편은 시간을 뚫는다.

그런데 말씀이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칠만큼 대단한 말씀이였는가?

그건 아닌것 같다...

문과 출신이고 수학은 문과 애들한테는 공공의 적이나 다름 없었다.

<수학의 정석> 겉표지는 흰색 칼라의 종이였는데, 그걸 벗겨내 본적이 없다.

그래서 책의 겉표지를 떼내면 책의 껍데기가 무슨 색인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빨강색 같기도 한데...

대부분의 문과 학생도 수학의 정석을 들고 다니지만 단원만 손때가 있고 뒤로 갈수록 깨끗하다. 우린 문과였으니...

 

단순히 계산만 할줄 아는 산수는 도움이 되지만 공식을 적용해야 하는 수학은 실생활에 분명 도움이 안된다고 살아왔다. 우린 문과 였으니...

 

결국 나는 수학과 상관없는 대학 전공을 택하고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고딩때 담임선생님 말씀대로 '수학공식이 실생활에 필요한 도움을 줬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이제는 어쩌면 맞는것 같기도 한것 같다.이제는 점점 그때의 일이 선명해진다.

 

수포자라고 해도 '학교 공부의 수학' 포기 했을지라도 '생활속의 수학' 자기도 모르게 이미 적용하고 있었던것은 아니였을까?

이제와서 보면 수학은 어쩌면 다른 언어이기도 한것 같다.

세상을 해석하는 다른 언어.

우리 대다수는 언어를 배우다 포기했지만 어쩌면 아이들이 문법은 몰라도 말은 할줄 아는것 처럼 이미 나도 모르게 사용하고 있는 다른 언어가 아니였을까?

 

그러한 의미에서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수학의 > 수학의 언어를 배우는데 도움을 준다.

 

책의 저자는 중국인 류쉬에펑(刘雪峰: LIU XUE FENG),북경 항공우주대학 교수이다.

사실 이책의 저자를 보고 책을 고른것이 아니다. 같은 하늘아래에 있지만 내가 어찌 그런분을 알수 있을텐가?

이책의 감수자는 김지혜, 북경한국국제 학교 수학교사 이시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선생님이 <감수>인것을 보고 전혀 일면식이 없지만, 나름 학연(?) 때문에 읽게 되었다.

또한 수학에 대한 고딩때 부터 저장되어 있는 기억의 파편이 이책을 읽는 동기도 작용했지만..

 

읽고 난후, 뜻밖의 횡재를 한듯한 기분.

곧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게 책이 되버렸다. (물론 아직도 아이들은 읽지 않고 있지만..)

 

이책을 보고 세상을 보는 창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문과 출신으로서 수학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이 아닌 수학에 대한 편협했던 시야을 한층 넓혀준것 같다.

때늦게 독서바람이 분들이나(혹은 수포자 였을지라도) 고등학교 수준의 독서 능력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만한 책이다.

 

'세상은 노력하면 성공할수 있다' 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과 '세상일은 운명에 의해 결정된다' 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것이 맞는가?

해석보다 중요한 예측,소확행과 대확행중 어느것이 행복한가?

복잡해 보이는 현상에 숨겨진 단순성, 사건뒤에 숨겨진 배후를 찾는것, 도박하지 말아야 하는 수학적 이유.

수학과 공자의 중용과의 관계.

신기술과 자석을 이용한 전기 밭솥의 원리.

비행기는 날개를 새처럼 퍼덕이지 않는지에 대한 공기역학 적용.

학위를 위한 공부와 취업을 위한 공부 어느것을 선택해야 하는가?

드라마를 어떻게 시청해야 하는가? 등등

우리 생활에서 접하는 소소하지만 다양한 문제꺼리들을 제시한다.

 

작자는 이러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인문학자들은 생각할수도 없는 방식을 제시한다.

공학 교수님 답게 확률을 사용하고, 과학적 방법론, 연립 방정식, 합성곱,휴리스틱 알고리즘,조건부 독립,칼만 필터,양성 피드백, 멀티 태스크 학습법 등등 다양한 수학적 이론과 방법을 연결 시켜 제시 한다. 어려운 내용을 아주 쉽게. 그렇다고 공식이 쉬운것은 아니다.

 

중간 중간 수학공식과 풀이 과정은 그냥 건너 뛰면 된다. 작가 역시 이렇게 말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가 그동안 많은 지면을 할애혜 다양한 공식을 사용해 추론한 최적화가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두번째 단계인 상위 최적화는 첫번째 단계인 선택 보다 중요하지 않다.> p.147

 

예를 들어 작가의 딸아이가 볶음요리를 먹는데 젓가락질을 못해 콩을 못집어 먹었단다.

그래서 콩을 집어 먹기 위해 젓가락질 훈련을 시켰는데 결론은 시간 낭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게 대단한 거냐 하지만 사실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에서 완벽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정말 힘들게 노력하고 고생했지만 결국에는 되지도 않고 포기하고 경우도 많지 않는가?

어쩌면 최초의 선택을 잘못하여 소위 삽질만 한적이 한두번이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적으로 공식을 이용한 최적화 보다 아예 선택만 옳은 결정을 하면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책에는 삶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각에 대한 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문제 해결을 위해 혼자 단독 조사 하는팀 하나. 비교적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로 팀을 꾸린것 .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진 구성원들로 이뤄진 . 모두 셋팀을 문제 해결한것으로 비교해보니 다양한 관점을 가진 팀이 훨씬 문제 해결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회가 오히려 발전 할수있는 가능성을 추론 할수있겠다.

물론 그러한것이 맞다는 것이 아니다.

완벽을 추구하다 잘못 되면 오히려 편향된 사고를 가지게 될수 있다는것이다. 그래서 가능성이 다양한 확률적으로 세상을 읽어 보자는 얘기일것이다.

 

처럼 이책은 수학적 사고 방식이라고 해서 딱딱한 수학 공식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의 경험과 수학이론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관점의 필요성과 한번에 완벽해 지려고 하지 말고 불완전 하지만 여러번의 시도와 피드백을 통해 점차 완성해 가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외에도 곳곳에 삶을 대하는 수학적 태도를 참고하고 적용할 만한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두고 두고 볼만한 책이라 할것 같다.

일반 웬만한 자기 계발서 보다 훨씬 낫다고 본다.

이러한 책들을 많이 발견했으면 좋겠다.

 

나같이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난이도가 높으면 어쩔수 없이 휴독기(休讀期) 들어간다.

쉽게 읽힌다고 쉬운책은 아니지만 이처럼 세상을 보는 지혜를 넓혀줄수 있는 책을 만난것은 독서를 하면서 기분 좋아지는 일인것은 분명하다.

 

고딩때의 담임선생님은 지금은 퇴직 하셨겠지?

보이는 모습은 건달 같으셨는데 실제는 철학적인 사고를 하셨었는데...

그래서 지금도 서양 철학책을 접하면 담임선생님이 자주 떠오른다.

지금와서 문득 떠오르는게 그때 말씀 하신것은 수학과 철학이 사실은 태생이 같아서가 아니였을까?

신은 만물을 수로써,즉 무게와 크기로써 만들었다.
진실은 복잡함이나 혼란 속에 있지 않고,
언제나 단순함 속에서 찾을수 있다.
아이작 뉴턴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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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 - 있으면 행복하고 없으면 자유로운 삶
향봉 지음 / 불광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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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유투브에서 한겨례 조현기자와 향봉 스님의 대담 영상을 보게되었다.

그런데 하시는 말씀중에 하나가 꽃였다.

'어디가 동쪽이고 어디가 서쪽이냐?' 는 질문에 스님의 대답은 '내가 있는 곳이 중심이고 나를 기준으로 동서 남북이 있다는 것' 이다.

일반적으로 태양이 뜨는곳이 동쪽이고, 태양이 지는곳이 서쪽이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의 방향은 정해진것이 아니란것이다. 나는 항상 동서남북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임제 선사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入處皆眞: 내가 가는곳 마다 주인이 되고, 서있는곳 마다 진리가 된다.) 의 뜻이 된다는 것이라.

이 스님 뭐지?

스님의 외모는 중국에 있는 포대화상을 연상시키는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 같은 푸근한 인상을 주셨다.

말투도 시골 스님의 푸근한 말투인데 말속에 선기(禪氣) 살아 있다.

보통 큰스님이라 하실만한 스님들의 법문을 들으면 그냥 평범한것 같은데 갑자기 뭔가 한방을 먹여주는것이 있다.

특히나 선을 수행하신 스님들의 말 한마디는 그냥 벼락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유투브를 통해 알게 된 책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 이다.

스님의 말에 의하면 아주 늦게 철이 들어 중국과 티벳, 네팔,인도로 떠나 해외에서 15년을 구도행을 하셨다고 한다.

스님의 표현으로 '늦게 철이 들었다' 고 하셨는데 이건 '진짜 수행자의 본분' 을 자각하신것이 아닐까 싶다. 스님들 마다  출가의 사연은 다 다를것이다.

하지만 출가의 이유가 어쨓든 목적은 하나라고 짐작된다.

깨달아 부처를 이루겠다는것.

출가하여 스님이 되겠다는것은 '금생에 기필코 부처를 이루겠다' 는것의 다른 표현이라 생각된다.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걸 깨닫기 전에는 여전히 다르다.

스님의 늦게 철들었다는 표현대로 겉으로 보이는 스님 노릇을 벗어난 진짜 '속공부' 를 하려고 15년간의 만행(萬行)을 하신것이다.

책의 초반에는 전전생(前前生)이라고 표현 한것처럼 까마득하게 여겨질 어린 속가 시절일화로 가볍게 시작된다.

초딩시절 길자년과 개구장이들과의 추억, 해인사시절 아련했던 러브스토리, 혈기 넘칠때 방장스님께 똥물을 뿌린사건과 현재 익산 미륵산 사자암의 소소한 일상이 담겨있다.

책의 중반부에는 중국과 티벳, 인도에서 만행중 체험하고 겪은 내용들로 구성 되어있다.

그중 인도 만행중에 우연히 만났던 영국인 부부 이야기는 긴 여운을 준다.

스님과 영국인 부부가 만났을 당시 부인은 말기암 환자였고 얼마남지 않은 생을 남편과 함께 인도를 여행하는 중이였다고 한다. 그렇게 잠깐의 인연으로 저녁식사를 함께 한후 스님과 이들 부부는 헤어졌었다고 한다. 이후 부인은 인도 다람살라에 가서 달라이라마를 만나 불교에 귀의한뒤 얼마안가 죽었다고 한다. 그뒤에 남편은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티벳의 승려가 되어 스님과 다시 한번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티벳에선 사람이 죽으면 자루에 넣어 천장()이라고 하여 독수리 밥으로 작두질하여 뿌린다고 한다. 그런 작두질 하던 수행승이 바로 영국인 부부의 남편이었다고 한다.

점점 인연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장이었다.

책의 후반부의 내용은 스님의 완전히 철들고 난후의 소식이다.

중도, 윤회, 무아와 연기, 선에 대한 스님의 견처를 내보이고 있다.

짧지만 곱씹어 볼 내용들이다.

<깨닫기 이전에도 사람이요 깨달은 이후에도 사람이다. 깨닫기 이전엔 '눈,귀,코,입,몸,뜻'으로 경계에 따라 윤회를 거듭하는 사람이지만,깨달은 이후엔 오온과 육정에서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의 주인공이 되는것이다.> p.216

이 구절에서 보면 결국 스님이 표현하신 철이 든다는 것은 사람이 되는것이 아닐까 싶다.

참사람. 자유로운 주인공처럼 사는 사람을 말한것이다.

오늘 이 순간에 주인공이 되는 삶을 살자.

사자암의 화려한 점심 , 언제간 한번 맛 볼수 있지 않을까?

집착은 키울수록 병이 되고
욕심은 버릴수록 아름답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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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다는 착각 - 어른들을 위한 문해력 수업
조병영 외 지음 / EBS BOOKS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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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EBS 에서 나온 책을 읽게 될줄은 몰랐다.

30년도 더 된 옛날, 고등학교때 EBS 방송교재를 사서 TV방송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생각났다.

그땐 대학 입시에 도움 된다고 방송을 들었었는데, 나에게는 별로 도움이 된것 같지는 않은것 같다. 집중도 안했고, 몇번 듣다가 말았던 기억만 있다. (지금으로 치면 인강인데... 난 왜 그때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EBS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 국민의 교육을 위해 항상 열심히 일 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어른이 되면서 먹고 살기 바쁘느라 EBS를 찾을일이 없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어쩌다 알라딘에서 이책의 제목만 보고선 반드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나는 분명 읽은것 같은 책인데... 책의 내용을 떠올릴려고 해도 도무지 생각이 안날때가 있다. 책 제목 조차도 모르겠다. 그런데 읽기는 분명 읽은것 같은데...

나이탓인가? 기억력의 문제인가?

이책은 나같은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어른들의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지어진 책.

문해력(: , : 이해할 : ), 글뜻 그대로 글을 이해 할수있는 힘을 기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영어로는 '리터러시(Literacy: 문자화된 기록물에서 지식과 정보를 얻고 이해할수 있는 능력)' 라고 한다. 요즈음은 앞에다 인터넷이나 핸드폰같은 정보의 디지털화로 인해 디지털을 넣는다. '디지털 리터리시'  

이책의 서두에 밝히길 문해력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학생들이나 청소년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교과서라도 읽지만 어른들은 일년에 책 한권도 읽지 않는 통계를 언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현실에서 각종 언론 매체나 업무상의 메일, 각종 도표나 수치, 재테크를 위한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계약서, 법률 문서등을 마주 해야 한다.

그런데 어른들이 만일 문해력이 낮다면? 이러한 상태라면 각종 문서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에 대해서 심히 우려가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실의 각종 정보의 홍수속에서 어떻게 하면 정보의 편향이나 함정속에서 지켜낼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접할때 항상 질문하고, 관찰하고,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왜, 어떠한 목적으로 썼는지(올렸는지) 에 대한 무조건 비판적인 의심보다는 합리적인 의심으로 전체 맥락의 의미를 살펴보라고 제시하고 있다.

이책에서는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독서만을 해야된다고 제시하지 않는다.

물론 독서량이 많다는 것은 문해력을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될것 이다.

하지만 책에서의 요지는 글의 의미만 해석하는 것을 넘어선 '세상을 읽을줄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것으로 이해하고 기억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된다고 한다.

결국 문해력이란 '세상을 읽고 쓰는 능력과도 통할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7명으로 구성된 전현직 국어 교육과 교수님과 연구원들이다.

출판사는 EBS.

이책엔 독서를 넘어선 이메일 관련 작성 요령이나 인터넷의 가짜 뉴스 판별법, 수치에 관련된 의미 해석, 계약서 작성및 법률 문서까지 실생활에서 접할수 있는 모든 기록물에 대한 읽기가 언급되어졌다.

학교선생님 같은 교과서적인 어투로 하나하나 잘 설명되어 있다. 그것도 친절하게.

마지막 부록엔 책을 본 이후에 이에 대한 테스트 개념인 문해력 검사지가 있었다.

이거 부록이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그래 맞다. 공부를 했다면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역시  EBS 답다.

주말에 혼자 책상에 앉아 아이들처럼 시험을 친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의 문해력 테스트 검사를 해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받아 들이기 힘들게도 종합 점수가 70점도 안됐다.  

내 딴에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했는데도 이게 현실이었다. 더구나 난 문과 였는데...

애들 보고 공부 못한다고 잔소리 할 수가 없다. 그게 다 내 유전자탓이다.

이책은 또 한가지 가르침을 줬다.

그동안에 읽고나서 내용이 가물가물한 독서였었다면 결국 수박 겉핡기 식의 독서를 한 셈인것이다.

그렇다면 독서후 내용에 대한 독후감을 써보는것이다.

읽기 와 쓰기. 독서와 독후감.

실과 바늘의 관계가 되는구나.

잘 꿰메야 할텐데... 어느 순간 끊기지는 말아야 할텐데...

 

많은 경우 주장의 차이는 그 주장 자체보다는 그 뒤에 숨겨진 ‘전제(warrant)‘의 차이에서 연유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P268

우리는 늘 자신이 편향되고 기울어질 수 있음에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혹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믿음이나 가정이 글 내용의 이해와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즉,자신의 전제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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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발의 시대 - 경제혁명, 종교개혁, 르네상스, 그리고 세계를 뒤흔든 40년의 역사
패트릭 와이먼 지음, 장영재 옮김 / 커넥팅(Connecting)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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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년 7월 천둥과 폭풍우를 헤치며 말을 달리던 22살의 젊은 마르틴은 두려움에 떨며 광부의 수호 성인을 부르며 찾았다.

'성안나여! 이 폭풍우 속에서 살아남는다면 곧 바로 수도원으로 들어가 수사되겠습니다' 라고 맹세를 한다.

기적과 같이 천둥번개가 멈추자 이 젊은 마르틴은 경건함과 금욕으로 유명한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로 들어간다. > 책의 내용 일부 요약.

이 사람이 바로 1517년, '비텐베르크 성당' 대문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 으로 시작하는 95개조 선언문을 못으로 박아 종교개혁의 첫 도화선을 이끈 '마르틴 루터'  이다.

이책에서는 이와 같은 형식으로 여러 대표적인 인물들을 만날수 있다.

이책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았지만 자세히 보면 사실 그 시대를 만드는 일에 서로 연결되어 이어져 있음을 알수있다.

'상상을 현실화한 '콜롬버스', 운명을 개척한 '이사벨라 여왕', 역전의 용사 '베를리힘엔', 최고의 투자자 '아코프 푸거', 출판업자 '마누티우스', 양모상인 '존 해리티지', 오스만투르크 '쉴레이만 대제', 유럽 최고의 금수저이자 주걱턱 대제 '카를 5세' 등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책속에서 우리가 잘아는 역사적 인물들로 유명한 사람도 있지만 처음들어 보는 생소한 사람들도 만날수 있다. 마치 <사마천 사기 열전>의 서양 중세판이라고도 볼수 있겠다.

이책엔 현대에 이르러 <서양이 어떻게 동양보다 더 잘살게 되었나?> 라는 수많은 동서양의 학자들이 갖는 의문에 대한 작가의 통찰이 담겨져있다.

작가의 이에 대한 대답, <낙후됐었던 서양이 세계의 중심이 될수 있었던 이유는 1490년에서 1530년 까지 40년의 기간동안에 경제, 정치, 기술, 문화, 사회, 종교가  동시다발적인 발전과 변화가 충돌하고 연결하면서 창발을 일으켰기 때문에 현대 세계의 토대가 되었음>을 제시한다.

즉 작가의 요지는 1490년에서 1530년, 이 40년의 시기가 창발이 일어난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작가의 통찰에 공감할수 있는점은 혁명적인 기술이나 참신한 사건들은 대개 단순히 한가지 원인만으로는 발생할수 없다는 것이다. 여러개의 원인이 동시에 합쳐지고 반응하여 발생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서양이 급속도로 앞서나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창발의 시대라 일컫는 시기부터 빌드업을 했다고 통찰한것이다.

이시기에 유럽전체가 르네상스 시기의 인간중심의 사상이 싹을 텄고, 신대륙 발견으로 항해술과 무역업이 발전했으며, 또한 더불어 인쇄술로 인한 지식보급의 확산, 크고 작은 전쟁으로 인한 화포의 발달, 게다가 그 모든것의 뒷받침이 될수 있는 금융업이 발달하고 마지막으로 종교개혁까지 이어진것이다.

책의 작가 '패트릭 와이먼' 은 현재는 역사 팟케스트 진행자이다. 

한때는 대학원에서 유전학, 법의학적 분석,동위원소 분석, 전염병 연구를 통해 과학적 분석론으로 역사를 연구하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이러한 작가의 경력이 창발의 시대라는 통찰을 지닌 책으로 나올수 있게 된것이다.

그렇다면 서양에서의 창발의 시기에 우리 동양은 어떠했을까?

작가의 책에는 당시 동양의 상황이 없는것이 유감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별도로 동양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먼저 내가 생각하는 동양은 동남아시아를 무시하는것은 아니지만 동양이라 하면 어쩔수 없이 한,중,일 세나라가 중심으로 본다. (물론 인도로 포함할수 있지만 오늘은 일단은 제외하기로 하고...)

그래서 한중일 위주로 살펴보았다.

이 시기때(1490~1530) 우리나라 조선은 9대 성종, 10대 연산군, 11대 중종으로 3대가 이어지는 시기였다.

옆의 명나라도 9대 홍치제, 10대 정덕제, 11대 가정제로 역시 신기하게도

똑같이 3대로 이어지는 시기였다.

이때 일본은 조선과 명처럼 중앙집권체제가 아닌 각 지방의 사무라이들의 세력 싸움으로 얽혀있었다. 히데요시가 통일(1585)하기 전까지 혼란의 전국시대였었다.

즉 일본과 달리 조선과 명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라를 세웠기 때문에 조선 임금과 명 황제의 집정시기와 두나라 왕실과 황실의 성향도 서로 이상하리 만치 비슷하게 겹쳐보인다. (둘이 운명 공동체냐? )

이때만 해도 명나라는 단연 세계 최고의 국력이였다.

'창발의 시기'보다 70~80년이나 앞선 시기에 명나라의 환관 '정화' 는 군단(2만 7천명 규모) 을 이끌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원정을 다녔다. (그것도 7차례나.)

명은 콜럼버스가 유럽왕실의 재정을 지원받아 겨우 마련한 몇척의  항해와는 비교도 안되는 규모로 압도적인 국력을 자랑했다.

조선과 명의 국가초기는 왕권이 안정됐었고 이때 유럽의 어느나라와 비교해도 국력은 앞선것으로 봐도 될것 같다.

문제는 그 이후인데 자세히 조선부터 살펴보면 먼저 9대 성종재위시기 (1469~1495)는 세종대왕 이후의 성군으로 칭송 받을만큼 나라를 안정시키고 잘 다스렸다.

그러나 10대 연산군 재위시기(1495~1506)는 임금이 조선역사상 유래 없는 막장과 폭군짓을 해버린다.

참다못한 신하들에 의해 결국 중종 반정(1506)이 일어난다.

11대 중종 재위시기(1506~1544) 때 왕은 신하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면서 조선은 서서히 당파싸움으로 내부의 힘이 결속이 안되고 그러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어야 했다.

즉 이시기 부터 조선은 서서히 왕권이 약화되기 시작한것이라 봐도 될것같다.

명도 살펴보면 9대 홍치제 때(1487~1505)는 명의 역대 황제중 성군으로 칭송을 받는다.

이때는 조선의 9대 성종이나 명의 9대 홍치제도 똑같이 성군이란 칭호로 평가한다.

하지만 명도 조선과 비슷하게 그의 아들 10대 정덕제 시기 (1505~1521) 부터 황제가 국정보다 '어떻하면 재미있게 놀까?' 에만 심취한다.

예를 들어 황제가 스스로 1인 2역 놀이에 빠져버린다.

자기가 자기한테 벼슬을 내려 스스로를 장군으로 임명하여 전쟁에 나가 오랑캐에 직접 토벌하고 공을 세우기까지 한다. 그리고 또 자신에게 상을 내린다. 역대 중국 황제중 가장 독특한 인물중에 하나임에 틀림없다.

또 막무가내로 황궁을 벗어나 기행을 하고 말리는 신하들을 벌하기도 한다. 그렇게 황제놀이도 질렸는지 뱃놀이를 하다 어찌 물에 빠져 결국 창창한 나이 30에 후손도 없이 황당하게 죽어버렸다.

자손이 없으니 직계도 아닌 방계인 사촌 '가정제(1521~1567)' 가 11대 황제로 등극하게된다.  가정제는 재위기간 내내 도교술에 빠져버린다.

명나라 역사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암군(暗君) 의 시기로 점차 국력이 쇠퇴하는 시기로 향해간다.

결국 서양이 창발의 시대를 겪는동안 일본은 혼란중이고 조선과 중국은 안정기에서 혼란스러운 시기로 접어들게 된다.

그 이후 역사를 보면 일본은 노부나가가 통일의 기틀을 마련했으나 '혼노지의 변' 으로 죽게 된다. 바로 그때 혼란한 틈을 탄 그의 부하 히데요시가 일본을 순식간에 장악해 해버린다.

하지만 히데요시의 과한 망상으로 인해 임진왜란을 일으키는 패악질로 한중일 삼국이 혼란에 휩싸인다. 결국 7년 전쟁후 일본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다시 통일된다.

그후 막부시대를 거쳐 메이지유신시기 혼란, 일본 제국주의, 일본패망, 다시 현대 일본순으로 거쳤다.

한편 명은 임진왜란을 겪고난 후 얼마 안가서 완전히 멸망해 버린다.

오랑캐 이민족 청이 들어서고 100년간 전성기를 유지하는듯 하다가 외세에 의해 혼란, 결국 청이 망하고, 또 혼란, 그러다 중국이 내전으로 혼란, 최후엔 공산당이 대륙을 차지하여 지금까지로 이어진다.

조선은 임진왜란 시기에 망하지는 않았으나 곧 병자호란을 겪고 이후 쇠망의 길에 들어선다.

그러다가 근대엔 결국 일본에게 치욕적인 식민지 지배, 후에 해방됐으나 다시 6.25사변등을 혼란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이게지금까지 이어진 역사이다.

좀 멀리 나가긴 했지만 이렇게 전체를 보면 세상의 이치가 조금 보이는것 같다.

세상의 이치는 혼란과 안정, 다시 혼란, 다시 또 안정으로 반복되는것 아닌가 싶다.

서양적인 사고에서는 시간과 역사는 앞으로 전진한다.

그러나 동양적인 사고에서는 시간과 역사는 순환한다. '발전과 쇠퇴', '혼란과 안정' 이란 식으로 길게 보면 세상은 순환하는것이다.

혼란이 있으면 질서가 생긴다. 질서라고 해서 늘 고정된것은 아니다.

물리학의 엔트로피 법칙처럼 다시 또 시간이 흐르면 무질서로 되어 버린다.

혼란은 나쁘고 질서는 좋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게 아니다. 모든것은 변한다.

항상 고정된게 아니다. 혼란속에서 질서를 찾고 , 그 질서를 계속 유지하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간다. 동양적인 시각으로 보면 그게 세상이치라고도 볼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현대 시점으로 봤을때 동양이 서양보다 뒤쳐졌다는 의문은 애초에 잘못된 질문이 아닐까 싶다. 긴 안목으로 본다면 결국 다 똑같지 않을까?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기근, 전염병을 극복한 현대시기가 과거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시대였다면 이제 곧 혼란의 시기를 맞이하는 준비를 해야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이시기(2023)를 우리 후손들이 미래에서 돌아본다면 제 2의 창발의 시기로 부를수도 있지 않을까?

4차 산업혁명과  GPT와 인공지능의 부상, 지구 온난화와 기후문제, 탈원전문제, 탄소중립문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등등 이미 겪고 있는 문제와 다가올 문제들로 혼란을 겪게 되었다. 또한 경제의 성장 둔화, 가짜 뉴스의 범람, 정치와 사회의 양극화, 물질 만능주의의 심화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넘치고 또 넘친다.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 절망이 더 앞서 보인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시기인것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헤쳐나온것 처럼 역사속에서 답을 찾아보는것도 좋은 방법일것 같다.

안정은 지속되지 않고 곧 무질서가 찾아왔고 혼란스러울 수록 오히려 변화를 통한 발전이 있었다. 혼란스럽고 어지러워 보이는 지금이 곧 변화와 발전의 시기일수도, 그러니 절망은 하지 말자.

세상에 대한 공부와 자신을 성찰하는 길에 답이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독서를 해야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Deus enim et proficuum
(신과 이익을 위하여)
중세 상인의 장부에 흔히 기록된 문구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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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나들이 2023-10-04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공이 느껴지며 상당히 알찬 글이네요. 적극 공감합니다.

마힐 2023-10-09 11:10   좋아요 0 | URL
글쓰기가 서툴러 너무 길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끝까지 읽어 주시고 공감까지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죽음의 역사 - 죽음은 어떻게 우리의 세상을 변화시켰는가?
앤드루 도이그 지음, 석혜미 옮김 / 브론스테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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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읽고 있으면 초딩시절 좋아했던 잡학상식이 떠오른다.

'백신(VACCINE)' 은 우두를 치료하기 위해서 만든 라틴어 '소(VACCA)' 에서 유래했다. (나는 이제까지 '백신' 이란 단어가 영어인줄 몰랐다. 한자가 아닐까 하는 추측만 했었다.)

19세기 중반까지 '전염병은 더러운 공기를 통해 병이 생긴다'는 '포말전염설' 이 '미세물에 의해 병을 옮긴다' 는 설보다 우세했다. (과학계에서는 정확한 사실보다 힘있는 집단의 지지로 가설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19세기 말이 되서야 질병의 '세균유래설' 이 인정됐다고 한다.)  

출산하다가 사망한 산모 대부분은 불청결한 위생상태의 의사들로 인해 산욕열로 사망했다. (19세기까지 의사들은 사용했던 수술복 교체나 깨끗히 손씻기 조차 안했다고 한다. 즉 위생개념 자체가 없었다. )

 

17세기까지 유럽의 지배자들은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와 도시의 인구가 얼마인지도 몰랐다. (인구조사는 사탄의 유혹이라는 성경 말씀에 근거하여 조사하길 꺼려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키 177이고 몸무게 78키로라 한다면 하루 필요한 열량은 2280칼로리이다.  250년 전엔 이정도 체격이였다면 굶어 죽었을 것이다.

(인류가 수렵채집에서 농경사회로 변화되자 오히려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게된다. 기근과 전염병, 전쟁으로 인해 제대로 된 영양공급을 받을수 없었기 때문이다.)

'왕의 딸들'이라 불리는 프랑스 미혼 여성 800명은 17세기, 루이14세때 캐나다로 이주하여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 지금 캐나다의 프랑스계인은 500만명에 이른다. 안젤리나 졸리, 힐러리 클린턴, 마돈나가 그들의 후손이다.

러시아의 보드카는 황제가 세금을 걷기위한 수입원으로 대대적인 홍보로 국민음료로 자리를 잡았다. 등등

알아두면 재미있는 잡학상식으로 가득차 있다. (다만 전부 머리속에 남을지는 의문이지만... 확실히 재미는 있다.)

이책은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통계할수 있는 죽음에 관한 과학 역사서 이다.

작가는 죽음을 주제로 하여 중세 유럽의 흑사병으로 인한 죽음, 기근으로 인한 죽음, 콜레라, 장티프스나, 말라리아, 괴혈병등의 전염병에 의한 죽음 , 유전병, 자살, 술 담배 중독,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 등등 인류가 과거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죽음의 종류와 역사를 광범위 하지만 정말 지루하지 않게 전한다.

17세기 영국에선 지금의 일기예보 와 같이 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와 사망유형을 주간 통계표를 발간 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통계표를 보고 다음날 외출을 할때 참고 하였다고 한다. 마치 우리가 코로나시기때 몇명이 감염됐고 어디서 감염 됐는지에 결과 보고를 매일 했듯이. 그 시기에 이미 대중적으로 공유 됐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콜레라로 죽어 가는 사람들에 대한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셜록 홈즈 버금가는 추리와 탐문으로 홀로 고분분투하는 영국인 '존 스노우' (존 스노우 이름하면 '왕좌의 게임' 이 먼저 생각 나버린다.) 라는 의사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먼저 존 스노우는 콜레라가 위생적이지 않은 물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이후 스노우는 집단 사망자가 발생한 마을 우물을 중심으로 그 지역과 이웃 마을, 맥주공장등 여러곳의 탐문 수색과 역학 조사를 펼친다.

우물과 상관없는 지역에서 발생한 죽음에서 다시 의문점을 제기 한후 모든 실마리를 풀어낸다. 최후에는 진짜 범인을 잡아낸다.

범인은 역시 '우물물!' 이라고 지목하는 지점에서는 셜록 홈즈를 안 떠올릴수가 없다. (소설속의 셜록 홈즈 또한 영국인 이다.)

이책엔 이러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네이더'라는 변호사 홀로 거대 기업 GM(제너럴 모터스: 자동차회사) 간의 법정싸움, 인간이 완전히 박별한 천연두 이야기등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각각의 흥미있는 소설을 써도 무방할것 같은 내용들이 넘쳐난다.

이책의 작가 앤드루 도이그는 영국인으로 맨체스터대학의 생화학 교수이다.

요즘 읽는 책중에 정말 개인적으로 잘 썼다는 책의 저자들을 보면 영국인들이 쓴 책들이 많다. 어쩌면 세익스피어의 나라의 후손이라 그런가? 아니나 다를까? 이책 역시 책의 첫머리 구절도 햄리의 한구절을 인용해 놓았다.

<우리가 이 속세의 번뇌를 벗어버린 다음, 죽음의 잠속에 어떤꿈이 올지 생각하면 잠시 머무를 수밖에>

또한 이책 영문제목 <THIS MORTAL COIL> 햄릿에 나오는 시어로 '죽음'을 뜻한다. 이쯤이면 영국인 작가들은 대부분 세익스피어의 피가 흐르는게 맞는것 같다.

이책의 특징으로 뒤편에 부록으로 생명표가 있다. 자신의 생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궁금하다면 재미삼아 볼만하다. 영국의 2014~2016년 평균으로 작성한 통계표인데 지금의 시점에서 오차가 있을수 있겠지만 참고할만하다. 난 아직 32년 정도 더 살수가 있단다. 우린 모두 시한부 삶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이책을 집필하게된 작가의 말을 보면, 사망원인에 대한 변천사를 쓰겠다가 결심했을땐 주로 의학적인 논의를 할줄 알았다 한다. 그런데 막상 자료를 찾을수록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게 의료가 아니었고 법률, 정책, 공학, 통계, 경제학 과 같은 훨씬 많은 영역을 이해 해야 했다고 한다. 한권에 책에 이모든 분야를 통섭했다면 작가의 역량이 대단한거다.

또한 줄기세포의DNA 염기서열 기술을 이용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작가의 긍정적인 해석도 공감이 된다.

이책은 작가가 40년간의 교육현장에서 쌓아온 내공이 깃들어 있다.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통섭의 시각으로 보게 했줬고 많은 지식을 알게해줘서 작가에게 감사하다. 무조건 읽어 볼만한 책이다.

다만 이 좋은 내용들을 머리속에 집어 넣기에 나의 뇌 용량이 너무 작은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오늘도 독서다.

 

 

 

수많은 자가 죽었다. 모두 세상의 종말이 왔다고 믿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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