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래의 나를 만난 후 오늘이 달라졌다 - 5년 뒤 나를 바꾸는 퓨처 셀프의 비밀
할 허시필드 지음, 정윤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책 제목: 미래의 나를 만난 후 오늘이 달라졌다
지은이: 할 허시필드/ 정윤미 옮김
제 목: 지금 이 순간, 나를 찾는 시간여행
대상 포진에 걸렸다.
2주전, 아침에 일어나면서 왼쪽 팔뚝신경에서 미세한 꿈틀거림이 자꾸 거슬렸다.
급기야 토요일에 이르러서는 손가락, 손바닥, 팔꿉치로 수포가 올라왔다.
전에 부터 다녔던 병원 피부과 의사는 대상 포진이라고 푹 쉬라고 한다.
어릴 때 수두를 겪었다면 수두균이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몸의 면역력이 약해 지면 다시 올라 오는 것이라고 했다.
면역력 약화라... 결국 노화 현상이란 뜻 이겠지.
치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푹 쉬는 것 밖에 없단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란다. 그래서 회사에 병가를 신청했다.
올 여름 휴가는 대상 포진과 함께 보내란 뜻인가 보다.
그래 뭐 좋다. 일주일 동안 쉬면서 나와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자구.
때마침 읽고 있는 <미래의 나를 만난 후 오늘이 달라졌다> 라는 미래 자아(future self) 에 관한 책이 참고가 되었다.
책의 저자 '할 허시필드' 가 18세기 철학자이자 신부였던 '조지프 버틀러(1692~1752)' 의 "만약 오늘의 자아가 내일의 자아와 동일하지 않다면, 오늘 당신은 내일 자신에게 닥칠 일을 타인에게 닥칠 일처럼 무관심하게 생각할 것" 이라고 쓴 문장에서 영감을 받아 미래 자아 연구를 시작 하게 되었다고 한다.
'내일의 자아' 란 곧 '미래의 나' 를 뜻한다.
이 책의 주제는 '현재의 나'가 '미래의 나' 에 대해 유대감을 갖고 동일시 하는가에 따라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 에게 영향을 미치게 됨을 말하고 있다.
먼저 ‘현재의 나’, ‘미래의 나’, 그리고 ‘과거의 나’ , 과연 ‘모두 동일한 나 일까?’ 라는 물음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설전을 벌였던 일화를 들어 묻는다.
아테네를 세운 영웅 테세우스는 자신의 배를 타고 신화속에서 수 많은 모험을 겪는다.
그 험난한 여정 속에서 배는 파손되어 조금씩 수리를 하거나 부품을 교체하며 항해를 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배의 모든 부분은 원래 테세우스가 타고 다니던 배와는 전혀 다른 부품으로 교체가 되어져 버렸다.
이때 고쳐진 ‘테세우스의 배’는 원래의 배와 다르므로 ‘테세우스의 배’라고 불릴 수 있을까?
질문을 바꿔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나’ 나 ‘미래의 나’와 분명히 다른데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어제의 나'가 '오늘의 나'와 같다면 '미래의 나' 도 같아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이러한 흥미로운 질문에 대해 저자는 '미래의 나' 를 알기 위해 '현재의 나'가 떠나는 ‘시간 여행’을 추천한다.
‘시간여행’ 하면 나에게는 두 편의 시간여행 소재의 영화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먼저 <백 투더 퓨처> 다. 어렸을 때 본 이 영화는 당시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이클 J폭스가 열연했던 주인공 '마티'가 부모님 시대의 과거로 가서 벌이는 소동들 중, 학교 축제 무대에서 'Johnny B. Goode' 를 부르며 전자 기타를 멋들어 지게 치는 장면은 지금 다시 봐도 최고의 명장면이다. (당시엔 폭스가 오두방정 떠는 걸로 생각했었지만...)
영화 속에서 마티는 현재를 바꾸기 위해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를 분주하게 오고 가며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며 마침내 자신을 비롯한 자신 가문의 운명까지 바꾸고야 만다.
그 당시 내가 생각 했던 시간여행은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과거를 바로 잡고 현재를 수정하여 미래에는 행복해지는 희망을 꿈꾸게 해주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에 본 유진위 감독, 주성치 주연의 <서유기 선리기연(仙履奇緣)> 은 시간여행의 소재를 활용하여 <백 투더 퓨처> 를 능가하는 깨달음에 가까운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다.
원래 어릴 때 부터 홍콩 무협영화는 좋아했지만 주성치식 코미디 영화는 내 취향이 아니라 일부러 보질 않았었다. 그런데 40이 훨씬 넘어 우연치 않게 본 그의 서유기를 보고 나는 눈물을 흘렀다. (너무 웃겨서 흘리게 되는 그런 눈물이 아닌 감동의 눈물이라니... )
중년의 나이에 이런 B급영화를 보면서 우는 나 자신에 대해 나도 황당했다.
영화속에서 손오공의 전생이었던 ‘지존보’는 자신이 진짜 손오공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마치 우리가 자신을 믿지 않듯이...)
지존보는 자신이 사랑했던 백정정을 살리고자 '월광보합' 이라는 불교식 타임머신을 사용하여 과거로 가서 자하선인을 만나게 된다.
지존보는 자하선인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 오욕칠정을 버린 후, 비로소 손오공으로 각성을 하게 된다.
배우들의 유치한 장난 같은 장면을 생각없이 보다가 어느 순간 사랑이란 감정과 후회에 대한 고찰을 난데없이 깨달음으로 승화 시켜버린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OST ‘일생소애(一生所爱: 일생의 사랑)’의 여운은 끝이 없다.
분명 B급 감성으로 시작했는데 A급 연기자들의 S 급 철학으로 마무리 된다.
그래서 나에겐 시간 여행은 재미있는 소재를 넘어선 그 이상의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만일 진짜로 시간여행 하게 된다면 반드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나 미래로 가야 한다.
<백 투더 퓨처 >에서는 시속 88마일(140킬로미터) 속력으로 달리는 ‘드로리안’ 으로 시간 여행이 가능했고, 서유기에선 ‘월광보합’을 열어 ‘반야바라밀(지혜로 피안으로 도달한다)’ 을 외쳐야 시간을 초월하여 이동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 < 미래의 나를 만난 후 오늘이 달라졌다> 저자가 제안하는 시간여행은 타임머신을 타고 다니는 시간여행이 아닌 정신적인 시간여행 (mental time travel) 이다.
즉, 현재 나의 마음속 상상으로 미래의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말한다.
타임머신을 타지 않고도 나의 미래를 찾아가는 시간여행, 흥미롭다.
책의 핵심은 미래의 나를 만나는 시간여행을 통해 다른 사람으로 바뀐 자신을 보려는 것이 아닌 지금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나 다운 나’ 가 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현재의 나가 아직은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는 미래의 나를 만나러 가는 시간여행 안내서라 보면 될 듯 하다.
한편, 대상포진은 점점 팔 위로 번져갔다. 밤에는 통증 때문에 자다가 자주 깨어났다.
이때 드는 생각, 지금의 나는 이렇게 아픈데 20년 뒤의 나의 미래는 어떨까?
그때쯤 이면 노화때문에 온 몸이 아프지 않은 데가 없을 텐데 건강하게 잘 살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해 보니 '20년 뒤의 나'와 '지금의 나' 모두에게 측은해 진다.
왜 하필이면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를 만나러 가야 되는 거지? 차라리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찾아오면 안되는 건가? 과연 미래의 나를 지금의 내가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 온 밤을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 마자 드는 한 생각, 지금의 나는 행복한가? 글쎄...
나는 불행한가? 나는 지금 생활이 불만족 스러운가?
아니, 그렇진 않은 것 같다. 몸은 비록 아프지만 견딜 만 하다.
우선 내 가족이 건강하게 잘 있고, 부모님과 비록 많이 떨어져 살지만 다 건강하시다.
또 나는 내 주위의 사람들과도 괜찮게 지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스스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 이 시간이야 말로 정말 행복한 시간이 아닌가?
굳이 20년 뒤의 나를 만나러 가지 않아도 지금 내가 행복하다면 미래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지금 행복을 지켜가면서 이대로 쭉 이어만 진다면…
지금의 행복함을 이어가는 것, 그렇게 되면 미래의 나는 자연히 행복해 지는 건데...
금강경에서는 과거심 불가득, 미래심 불가득, 현재심 불가득 이라고 했다.
과거 미래 현재의 마음도 모두 현재의 마음으로 공하게 가득차 있다고 큰스님께서는 뜻으로 풀이 하셨다.
결국 과거 미래 현재 모두 공하다는 것이다.
공하다는 것은 시간과 마음은 고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금 현재 내가 행복한 마음이라면 과거도, 미래도 행복한 것이다.
사실 모든 시간여행은 현실 불만족과 강한 후회의 마음을 가지고 출발한다.
이러한 시간여행의 문제점은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다는데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로 잡아야 할 과거가 생기고 바꿔야 할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 된다.
그게 사실 공하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기점으로 1초 전은 과거요, 1초 후는 미래다.
먼 과거나 먼 미래도 지금 이 순간,1초 전,후에 있다.
공함을 안다면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내 마음을 먼저 세워야 한다.
진정한 나를 찾는 여행, 시간 여행의 출발은 지금 이 순간, 그렇게 이루어 진다.
<예전에 진정한 사랑이 눈 앞에 나타났을 때 난 이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소..
그걸 잃고 나서야 난 크게 후회를 했소. 인간사 가장 큰 고통은 후회였소.
만일 하늘이 내게 다시 기회를 준다면 당신께 사랑한다고 말하겠소 .
만일 다시 기한을 정한다면 일 만년으로 하겠소> 서유기 선리기연 대사 중…
미래의 자아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낄수록 큰 보상을 얻기 위해 기꺼이 기다리는 태도를 보였다... 중략... 미래 자아에 대한 유대감이 강할수록 저축을 많이 했고 전반적인 재정 상태가 양호했다. - P84
우리는 종종 현재 자아에 지나치게 집중하려 든다. 지금 이 순간의 배의 닻처럼 우리를 단단히 붙잡는다. 그리고 미래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 P105
현재의 자아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미래의 자아도 하기 싫을 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저는 미래의 자아에 공감하려고 노력해요. 미래의 자아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미루지 않고 지금 바로 해버리는 거죠. - P134
미래의 나를 시각화하면 저축, 윤리적 행동, 건강 관리 등 여러 가지 행동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 P200
현재와 미래의 자아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를 좁히려면 ‘미래를 더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미래의 자아를 시각화하는 것이다. 나이 변환 이미지를 사용하거나 미래의 자아와 편지를 주고받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 P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