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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ㅣ 비룡소 클래식 16
루이스 캐롤 지음, 존 테니엘 그림,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5년 5월
평점 :
얼마전까지 <시크릿가든> 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아니 지금도 케이블 방송을 통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또한 그 주인공 배역의 '현빈'의 해병대에 관련한 소식으로 시끌버끌하다. 책 서평과는 좀 먼 이야기지만 군 입대를 지원하는 연예인들로 인해 군대에 대한 긍정적 바람이 계속 불었으면 한다.
1855년에 루이스 캐럴은 크라이스트 처치의 학장인 헨리 조지 리델의 네 살짜리 딸인 앨리스를 만났고, 그의 환상적인 이야기를 열성적으로 들은 앨리스 리덜에게서 영감을 얻어 1865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했던 그는 꼬마 친구 앨리스를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또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시대를 풍자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의 시대상을 등장하는 인물들과 대화 내용을 통해 애둘러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라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읽었던 책과 아이들에게 함축된 내용의 동화책으로 읽어줄 때와는 또다른 느낌을 받았다. 오늘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말장난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번역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책 뒤의 옮긴이의 말을 읽다보니 무척이나 신경써서 옮기려고 했던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얼만큼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원작을 읽었던 것이 너무나 오래되어서 일까? 아니면 동화책이나 함축된 내용의 서적이나 동영상을 보아와서 일까? 그동안 읽었던 내용보다 더 많은 내용 그리고 말장난(?) 속에서 그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해야할 것 같다.
토끼가 혼잣말을 하는데도 그것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은 앨리스는 이미 이상한 나라에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너무나 많아서 앨리스에게는 신기하거나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다. 동화책이든 함축하여 들려주는 책이든 공통적으로 나오는 부분 중에서 토끼가 혼잣말을 하는 부분과 '날 마셔요'라고 적혀있는 병에 대한 부분은 똑같은 것 같다. 이미 이상한 나라이지만, 바로 '날 마셔요'라고 하는 병을 통해 진정 이상한 나라에 합류(?)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앨리스는 생각보다(?) 똑똑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충고를 잘한다. 그렇지만 그 충고를 따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네 가정의 유아들을 보는듯하다. 혼잣말도 잘하고 떠들고 인형 혹은 로봇들과 대화도 한다. 앨리스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개구리 하인과 물고기 하인 그리고 돼지로 변하는 애기. 이상한 나라에서는 이상할 것이 없다. 아니 이미 이상하기에 그것이 정상일 것이다. 이상한 형체들과 이상한 대화들 그런데도 대화가 가능한 것이 더 이상하다. 모자 장수와 고양이 그리고 3월의 토끼는 모두 미쳤다. 어쩌면 앨리스도 함께 미쳤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미쳐야 미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자 장수, 3월의 토끼 그리고 모자 장수와 3월의 토끼 사이에 있는 겨울잠쥐와 함께 이상한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앨리스는 두번다시 이런 엉터리 다과회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난다. 어쩌면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아이들의 끝없는 말장난의 세계를 표현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말도 안되는 정치판을 풍자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앨리스는 또다른 곳을 향해 자리를 떠난다.
여기 장미 이야기가 나온다. 하얀 장미를 모두 빨간색으로 칠하는 카드 정원사 셋. 여왕의 '목을 쳐라' 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런데 여왕뿐만 아니라 왕도 나온다. 그랬던가? 그렇다면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모두 동화책이거나 함축적인 내용만을 담은 여왕만 나왔던 책이였던 것 같다. 아니면 정말 기억을 못하는 나의 두뇌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원작 혹은 원작에 충실한 책을 읽어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된다. 그렇지않고 내용의 전달을 쉽게만 하려고 함축적으로 만든 책만을 보면 원작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많은 부분들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펀을 통해 여왕이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는 캐릭터임을 알게 된다. 시대적으로 보면 여왕의 권력, 힘을 비유한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앨리스를 제외한 모든 등장 인물들은 명령을 한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어른들이 하는 말들이 모두 명령일 수도 있을 것이고, 지배계층을 비유하고자 했던 저자의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펀이 일어나 앉아 눈을 비볐다. 그러다니 여왕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다가 낄낄거렸다. 그리고 혼잣말인지 앨리스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게 "우스워 죽겠네!"라고 말했다.
앨리스가 물었다.
"뭐가 그렇게 우스워요?"
"그야 여왕이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것뿐이야. 사실은 아무도 처형당하지 않지. 이리 와."
앨리스는 그리펀을 천천히 따라가며 생각했다.
'여기서는 모두가 '이리 와'라고 하네. 내 평생 이렇게 명령을 많이 받아 본 적은 없어. 절대로!' - p.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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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눈을 감고 앨리스가 다녀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려 보자. 앨리스는 자신의 꿈을 언니에게 모두 이야기 한다. 그리고 앨리스의 언니 역시 이상한 나라를 만난다. 눈을 뜨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나는 눈을 감으면 이상한 나라에 다가갈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다가가지 못해도 우리의 아이들은 그럴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를 통해 다시 읽어보게 된 이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렸을 때의 몽상이나 망상을 떠오르게 한다. 수많은 생각들.... 그렇지만 그 중에서 지금 떠오르는 것은 거의 없다. 아니 그 때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이상한 나라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상한 나라를 보여달라고 해야겠다. 아이들에게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