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스탈린 - 강철 인간의 태동, 운명의 서막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 김병화 옮김 / 시공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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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스탈린은 황제의 행차를 어떻게 기억했을까?
- [젊은 스탈린 - 강철인간의 태동, 운명의 서막],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저, 김병화 역, <시공사>, 2015.

"1848년부터 통치해온, 콧수염을 기른 합스부르크의 늙은 황제(프란츠-요제프)는 백마 여덟 필이 끄는 금박마차를 타고 돌아다녔다... 1913년 정월에 (오스트리아) 빈에 있던 20세기 거물들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곳에 있던) 스탈린의 좀더 거창한 주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인 브리게테나우 구역의 멜데만슈트라세에 있는 남자용 값싼 하숙에는 실패한 화가인 젊은 오스트리아인이 살았다. 스물세살의 아돌프 히틀러였다. 
소소(스탈린)와 아돌프(히틀러)가 공통적으로 본 빈의 광경 하나가 있다. 히틀러의 가까운 친구인 쿠비제크는 이렇게 기억한다. '우리는 늙은 황제가 쇤부른에서 나와 호프부르크로 가기 위해 마차에 오르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하지만 미래의 두 독재자(스탈린과 히틀러) 모두 그에게 감동받지 않았고, 경멸감까지 느꼈다. 스탈린은 이 기억을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아돌프는 황제에게 흥미가 없었으므로 그 광경을 대단찮게 여겼다. 그저 황제가 대표하는 국가에만 관심이 있었다.'"

- [젊은 스탈린 - 강철인간의 태동, 운명의 서막] 중.

사마천의 [사기] <항우본기>에서 항우는 진시황이 초나라 회계땅을 유람하는 장면을 숙부 항량과 지켜보다가 "내 저 놈의 자리를 빼앗아 차지하고 말리라!"고 일갈한 반면,
<고조본기>의 유방(한고조)은 진나라 수도 함양에서 부역을 살다가 역시 진시황의 행차를 보고 "아, 대장부란 마땅히 저래야 하는데!"라고 부러워 했단다.
주지하다시피, 중국 진말한초의 '초한전쟁'에서 최후 승자는 한나라를 세운 고조 유방이다.

1914년 '사라예보의 총격'은 1차 세계대전의 빌미가 되었는데, 그때 피살된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의 삼촌인 프란츠-요제프 황제가 거창하게 행차하던 1913년의 오스트리아 빈에는 스탈린, 히틀러, 티토 같은 '20세기 정치적 거인'들이 동시에 살고 있었고, 히틀러는 황제의 행차를 통해 '국가주의'를 보았다.

[젊은 스탈린]은 이후 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의 '국가주의(나치즘)'을 패퇴시킨 소련의 '국가주의(일국 사회주의)' 독재자 스탈린이 2천만 명 이상 대숙청을 실행한 "무자비한 독재자" 이전에 "가난한 우등생, 이상주의적 신학생, 낭만주의 시인에서 은행강도, 해적, 음모가, 살인자"로서 성장한 '운명의 서막'을 서술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수퍼맨과 배트맨, 스파이더맨 같은 '영웅'들의 '서막'을 파헤치는 '헐리우드 히어로물(수퍼맨 리턴즈, 배트맨 비긴즈, 어매이징 스파이더맨)'의 요즘 세태를 닮았으되, 왜 주인공(스탈린)이 그렇게 괴물이 되어갔는지에 관한 역사적 시각이 부족한 듯 하여 '헐리우드 히어로물'보다도 못한 점이 아쉽기도 하다.

다만,
"두뇌, 확신, 지적 집중, 정치적 재능, 폭력에 대한 믿음과 경험, 까다로움, 보복심, 매력, 감수성, 무자비함, 감정이입 능력의 결여 등... 전적으로 괴이한 특이성이 이미 갖추어져 있었지만 활약할 무대가 없었던" 스탈린이 1917년 10월 러시아 소비에트혁명에서 "그 무대를 발견"했다고 스탈린 '운명의 서막'을 파헤치면서 저자는 "스탈린주의는 레닌주의의 왜곡이 아니라 그것의 발전 형태였다"고 결론짓는다.

20세기 거대한 세계사적 흐름과 혁명은 이렇게 인물들 개개인, 즉 '레닌의 편집증'과 '스탈린의 괴이한 특이성'으로 인해 '운명'적으로 희화되어 가고, 이러한 역사해석의 '우연성' 속에서 문득 궁금해진다.

스탈린은 1913년 황제의 행차를 과연 어떻게 기억했을까?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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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상상 - 데모당 당수 이은탁의 좌파보고서
이은탁 지음 / 디스커버리미디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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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상상] '불온'한 것이 역사를 바꾼다!
- '데모당' 이은탁 당수의 저작, [불온한 상상],2015,<디스커버리미디어>

"만약 그대가 우리를 처형함으로써 노동운동을 쓸어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목을 가져가라. 가난과 불행과 힘겨운 노동으로 짓밟히고 있는 수백만 노동자의 운동을 없애겠단 말인가. 그렇다. 당신은 하나의 불꽃을 짓밟아 버릴 수 있다. 그러나 당신 앞에서, 뒤에서, 사면팔방에서 끊일 줄 모르는 불꽃은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그렇다. 그것은 들불이다. 당신이라도 이 들불을 끌 수 없으리라."

세계노동절인 5월 1일 '메이데이' 시발점이 된 1886년 5월 25만명의 시카고 총파업을 지휘한 노동자 어거스트 스파이스(August Spies)의 사형선고전 최후 법정진술이다(책 70pg 재인용).

교문이 없어진 모교를 들러 80년대 '교투' 할때는 없었으면 했던 그 "교문이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교문을 뚫고 데모하러 거리로 나올 "교문박치기를 할 학생들이 없다"고 책에서 아쉬움을 살짝 표하는 '데모당' 이은탁 당수를 광화문에서 우연히 만나 그의 저작 즉석사인회를 열고 '직구' 및 2권 '공구'하여 나의 앞자리 김동지에게 전달했다.

자본과 정권이,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라는 명목으로 밀어붙여도,
'좌파척결', '종북몰이'를 하면서까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해도,
결코 굴하지 않고 대항해 싸워야 함을,
저자는 삶의 기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함께 모이고 싸우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더 많이 갖기를 바란다.

역사도, 철학도, 상상력도 없는 소수 자본과 정권만 빼고 다수 민중들은 다 알고 있다.

'불온한' 것이 역사를 바꿔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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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평전 - 사람을 얻어 난세를 평정한 용인술의 대가 중국 역대 제왕 전기 시리즈
장쭤야오 지음, 남종진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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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회] '난세의 영웅이자 간웅'으로서의 조조와 유비
- [조조 평전]과 [유비 평전], 장쭤야오 저, 남종진 역, <민음사>

"항간에서는 아이들이 몰려가는 바람에 집집마다 골머리를 앓았다. 그들은 걸핏하면 엽전을 내고 모여 앉아 옛날 이야기를 들었다. 삼국 시대 이야기를 들을 때면 유비가 패배하는 대목에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물을 흘렸고, 조조가 패하는 대목에서는 기뻐하며 쾌재를 불렀다." 
- 북송시대 시인 소식, [동파지림] 기록 중

조조와 유비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중국 북송시대 어린이 청중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이문열의 [삼국지] '평역' 뿐만 아니라 2천년대 초중반 황석영의 [삼국지] '정역'이나 장정일 류의 [삼국지] '주변부 해석' 등으로 인해 '촉한정통론'을 벗어나 유비 외 인물들에 대한 '대중적 재조명'이 확산되었다.

조조나 유비나 어렸을 적에는 책도 안 읽고, 특히 조조는 역사기록에도 원소랑 같이 '하루종일 놀았다'고 한다. 
유비는 한나라 황족이라는 것을 죽을 때까지 울궈먹으며 '유가(유학)'를 내세웠으나 죽을 때까지 공부는 안하면서 평생 대업을 위해 승률도 상당히 낮은 전장을 돌아다녔고, 
조조는 장성한 후 아들 조비의 증언에 의하면 전장을 떠돌면서도 낮에는 병법서를, 밤에는 유교경전과 역사서를 손에서 놓지 않는 노력으로 결국 중원을 차지했다.

정사 [삼국지]를 쓴 진수는,
유비를 '백절불요', 즉 "숱한 좌절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한번도 대업을 이루려는 자신의 의지를 꺾고 굴복하거나 안주하지 않았다"고 평가하였고,
조조를 "신불해와 상앙의 치국술을 선택하고, 한신과 백기의 기이한 책략을 받아들였으며, 서로 다른 재능을 지닌 자의 각각이 지닌 능력을 이용, 마침내 대업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가 책략 면에서 남들보다 가장 뛰어났기 때문"이라며 조조는 "시대를 초월한 영웅"이라 평한다.

후한 말기 군웅이 할거하던 시기는 그로부터 수백년 이전의 전국시대와 다르지 않았으므로 '제자백가' 사상이 난무했을 것이다. 
유비나 조조 모두 전장에서는 '병법', 치국으로서 '법가'를 우선으로 대업을 기획했을 것으로 보이나 결국은 '덕치'를 중심으로 하는 '유가'를 근본으로 했을 터, 이들의 '유학'은 우리나라에 '유교'로 익숙한 중국 남송시대 주희의 교조적 '주자학'과 거리는 멀다. 엄격한 '촉한정통론' 입장에서 "유비는 영웅, 조조는 간적"의 정식화가 이루어진 것이 여진의 금나라로부터 핍박받던 남송시대부터였으며, 그 이데올로기가 바로 '주자학'인 것이다.

조조는 "다스리는 자는 부족함을 근심하지 않고 공평하지 못함을 근심한다(불환과이환불균)"는 [논어]의 정신으로 군사력을 이용한 둔전제를 통해 균등한 생산력 발전을 기획했고,
유비는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정사 [삼국지]의 기록에서 보듯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켜주는 것은 '민심'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기에 전투에도 치국에도 능력이 크게 미치지 못했으나 변방 촉나라 황제가 되어 삼국의 '정족지세' 구도를 구축한 결과 이후 천하통일의 정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삼국지연의]의 3걸인 조조(위), 유비(촉),손권(오) 그 누구도 천하를 통일하지 못하였고, 이들이 정리한 '천하삼분지세'를 토대로 위나라 재상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이 천하를 '진'나라로 통일한다.

중국문학사에도 기록되는 '다재다능'한 조조(위무제)가 자식교육도 잘해서 이후 조비(위문제), 조예(위명제)까지 최소 3대를 이었고(그의 고차원적 '선양' 방식은 5호16국 시대를 거쳐 이후 중국 역사에서 '선양'의 전형이 되었다),
출신은 비천하나 '의지의 화신' 유비(촉선주)가 자식교육에 실패하여 제갈량의 충절에도 불구하고 유선(촉후주)의 우둔함으로 국가를 멸망하게 한 사실(유비는 한나라 황족으로 추정되나 여러대가 끊겨 후한말 유력 군벌이던 원소, 원술 형제의 원씨가문이나 손책, 손권 형제의 손씨가문, 조조의 환관가문 등과 달리 출신이 비천했다) 등은,
어찌보면 부차적인 문제다. 

부끄럽게도 한반도의 '21세기 남북조'는 '국가의 역사'가 박씨와 김씨 각각의 '가정사'가 되고 있지만, 
어찌되었든 권력을 세습하는 세상에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난세의 영웅이자 간웅'으로서 조조와 유비의 중심에는,
'덕치'와 '민심'이라는 근본이 있었을 것이라는 나름의 평가만 가져갈 일이다.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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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전환 -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 코기토 총서 : 세계 사상의 고전 18
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 / 길(도서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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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에서 과학으로’,‘과학에서 공상으로재전환의 변증법

- [거대한 전환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1944), 칼 폴라니 著, 홍기빈 譯, <>,2009.

 

“19세기 문명은 무너졌다. 이 책은 이 사건의 정치적, 경제적 여러 기원들, 그리고 그것이 불러들인 거대한 전환을 다룬다.19세기 체제가 나오게 된 원천이자 모태였던 것은 자기조정 시장(Self-regulating Market)’이었다. (19세기 문명을 떠받치던 4가지 제도 중) ‘금본위제란 이 국내의 시장경제 체제를 국제적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노력에 불과한 것이다. 세력균형 체제란 이 금본위제에 기초하여 세워진 상부구조였고 그 작동 또한 부분적으로나마 금본위제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자유주의 국가라는 것도 그 자체가 자기조정 시장의 피조물이었다. 결국 19세기 문명의 제도 체제를 이해하는 열쇠는 시장경제를 통제하는 여러 법칙에 있었던 셈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주장하려는 명제는 다음과 같다. 이 자기조정 시장이라는 아이디어는 한마디로 완전히 유토피아이다. 그런 제도는 아주 잠시도 존재할 수 없으며, 만에 하나 실현될 경우 사회를 이루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내용물을 아예 씨를 말려버리게 되어 있다. 인간은 그야말로 신체적으로 파괴당할 것이며, 삶의 환경은 황무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사회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거대한 전환], 1 <백년 평화>

 

19세기 유럽의 신성동맹(Holy Alliance)’ 체제는 세습왕조와 카톨릭 교회의 영적이고 물질적인 봉건권력의 담합체로서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출현한 테르미도르 반동과 영국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강대국들의 모종의 공동 이해를 달성해 왔는데,오스트리아 출신 경제사상가인 칼 폴라니(Karl Polanyi)에 의하면 그 공동의 이해가 바로 백년 평화체제였다고 한다. 그러나 신성동맹의 뒤를 이어 폭력 사용의 빈도나 폭압성이 그에 비해 비교도 되지 못할 정도로 허깨비 같은 존재였던 유럽 협조체제는 익명의 요인으로서 강력한 사회적 도구를 등에 업고 있었으니, 초국적 대형 금융자본을 이르는 오트 피낭스(Haute Finance)’가 그것이다. 유럽의 로스차일드(N.Rothschild) 집안이나 그 뒤를 이은 미국의 모건(J.P.Morgan)와 같은 오트 피낭스는 오늘날 초국적 금융자본의 고전적 형태로서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의 전쟁대부와 전방위적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의 모든 전쟁은 이런 금융가들이 조직한 것이 맞기는 하나, 평화 또한 이윤추구를 방해하는 전면전을 두려워한 바로 이 대형금융가들이 조직한 것도 사실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혼란의 와중에 섣부르게 유럽 각국의 통화 안정화에만 골몰한 결과 세계적 채권자인 영국과 미국이 패전국들의 채무불이행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금본위제를 포기하자 평화의 이해를 대변하는 두 조직, 즉 국제연맹과 그것의 주요 집행도구였던 로스차일드 집안과 모건 집안이 정치에서 자취를 감추고 전 세계를 묶어놓은 황금줄이 끊어지는”1930년대는 모종의 세계혁명이 시작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이 시기 파시즘사회주의’, ‘뉴딜은 이 책의 중요한 부분인데, 칼 폴라니는 그 기원을 쫓는 이야기의 본론을 시장경제자유무역’, ‘금본위제발명자이자 산업혁명의 고향인 영국에서부터 시작한다.

인간들을 통째로 갈아서 무차별의 떼거리로 만들어 버린(영국이라는) 사탄의 맷돌(Satanic Mill)’은 무엇이었는가?... 19세기 문명의 역사는 대부분 그러한 (산업혁명의) 메커니즘이 가져올 황폐화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변화는 바로 시장경제의 확립이며 (이러한) 모든 변화들은 그저 이것에 부수적으로 생겨난 것들에 불과하다.”

- [거대한 전환], 3 <삶의 터전이냐, 경제 개발이냐>

 

칼 폴라니는 자유로운 자기조정 시장(Self-regulating Market)’은 환상적 유토피아에 불과하며, ‘노동토지’, ‘화폐를 상품화하는 경제적 자유주의인간자연’, ‘생산조직을 사회-문화적으로 지켜내려는 사회적 보호주의를 필연적으로 불러온다고 주장한다. 역사적, 인류학적 연구의 발견을 보면 인간은 아담 스미스 이후 고전경제학이 주장하듯 물질적 재화의 소유라는 개인적 이해를 지켜내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며, 그가 행동하여 지키려는 것은 그의 사회적 지위, 사회적 권리, 사회적 자산이었다는 것이다. 칼 폴라니는 인간의 경제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사회관계 속에 깊숙이 잠겨있다고 말한다. 그의경제학정치경제학의 계보에 있다.

 

정치경제학은 인간과학이어야만 하며, 인간에게서 자연적인 것을 다루는 것이지 자연에게서 자연적인 것을 다루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전파 정치경제학자들의 자연주의에도 불구하고 로버트 오언은) 국가와 사회가 다른 것이라는 것을 깊이 의식하고 있었다.… 공동체에 끼치는 해악을 피하는 데에 도움이 될만한 개입이라면 얼마든지 국가에 기대했지만, 사회를 조직하는 일 자체를 국가에 기대하는 법은 결코 없었다.… (그가 꿰뚫어본) 핵심적인 현상이란 바로사회라는 것이었다.

- [거대한 전환], 10 <정치경제학과 사회의 발견>

 

칼 폴라니는 협동조합적 체제에 기반한 로버트 오언(Robert Owen)공상적 사회주의실험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19세기에 과학적 사회주의로서의 마르크스주의가 공상에서 과학으로전환한 정치경제학의 시도를 20세기에 사회의 재발견의 강조를 통해 과학에서 공상으로 다시 전환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칼 폴라니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조정 시장주의신앙적유토피아에 맞서 노동자계급은 노동조합정당으로, 봉건지주계급은스피넘랜드법과 같은 가부장적 온정주의구빈법 체제로, ‘사회보호주의를 가동하는 경제적 자유주의사회적 보호주의이중적 운동(Double Movement)’을 통해 인류 역사가 끊임없이 진행 또는 발전된다는 것이다.

자연과학과 같은 독립된 과학으로서의 경제학에서 벗어나, ‘사회과학사회를 끊임없이 발견하고 인식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19세기로부터 거대한 전환(The Great Transformation)’을 거친 20세기 이후의 정치경제학이며,대공황과 뉴딜, 두 차례 세계대전이나 파시즘사회주의 혁명등 온갖 주요한 사회 현상의 기원을 규명하는 사회과학방법론이다.

 

노동시장이 노동자들의 삶을 지독하게 쪼아댈수록 노동자들은 점점 더 끈질기에 투표권을 달라고 목청을 높여갔다. 이러한 인민정부의 요구가 훗날 문명의 붕괴를 가져온 긴장의 정치적인 원천이었다.

개입주의와 통화라는 시장사회의 근본문제들은 내적인 필연성에 의해 계속 다시 나타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문제들이1920년대에는 정치의 중심이 되었던 것이다.… 사회주의는 그 본질에서 자기조정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그것을 민주적 사회의 명령 아래에 의식적으로 복종시키고자 하는 것으로서, 이는 산업 문명에 본질적으로 내재하는 경향이었다. 이는 (다수인) 산업노동자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해결책이었다.

… 1920년대에 실제로 벌어졌던 일노동세력은 그 수를 무기로 삼아 의회에 참호를 파고 단단히 자리를 잡았으며,자본가들은 산업을 자신의 철옹성으로 건설하여 그 위에 올라 앉아 온 나라를 호령했다.… 이러한 (계급전쟁의) 상태가 계속되자 마침내 경제 체제와 정치 체계 양쪽 모두가 완전히 마비될 위협이 현실화되는 순간이 오게 되었다. 공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고, 사람들은 나중에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따져보지도 못한 채 그저 그러한 상태에서 벗어날 쉬운 길만 제공해준다면 어떤 이들에라도 기꺼이 지도권을 떠안겨주기에 이르렀다. 파시즘이라는 해결책이 나타날 때가 무르익은 것이다.”

- [거대한 전환], 19 <인민정부와 시장경제>

 

거대한 전환이든 공상과학전환재전환이든, ‘사회의 역사를 관통하는 철학적 사유방식은 대립물의 투쟁과 통일로서의 변증법적 유물론이다. 물론, 칼 폴라니는 “22세 이후로는 마르크스주의에 흥미를 완전히 잃었다고 선언했다지만 그가 분석한 세계 경제사의 방법적 뿌리는 부정할 수 없이 변증법적이고 역사적인 사회과학으로서의 정치경제학이고 그러므로 그의 결론 또한 이에 기반한 민주적 사회주의인 것이다.

고립된 인간자유주의 시장체제가 아니라, ‘사회의 재발견을 통해 복합 사회(Complex Society)에서 자유의 의미를 이해하고 확립하는 것이 칼 폴라니가 주장하는 인류 과제의 실현이다.

 

시장경제의 사멸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자유시대의 개막일 수 있다.… 규제와 통제를 통하여 단지 소수가 아닌 모두를 위한 자유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산업사회라면 분명히 자유로운 수 있는 여력 뿐만 아니라 정의로울 수 있는 여력 또한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사회의 발견은 자유의 종말일 수도 있고 그것의 재탄생일 수도 있다인류는 더욱 성숙해질 것이며, ‘복합 사회안에서도 여전히 인간의 형상을 갖춘 채 존재할 수 있다.”

- [거대한 전환], 21 <복합 사회에서의 자유>

 

(2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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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선언], 칼 마르크스 /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남상일 옮김, <백산서당>, 1993.

: 1848년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함께 발표한 과학적 사회주의로서의 공산주의의 고전. “하나의 유령이 지금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공산주의라는 유령이. 교황과 짜르, 메테르니히와 기조, 프랑스 급진파와 독일의 첩보경찰 등 구유럽의 모든 열강은 이 유령을 몰아내기 위해 신성동맹을 맺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로 이어지는 제1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계급 구분, “공산주의자는 전체 프롤레타리아트의 공동이해를 제기하고 전면에 내세우며그 운동 전체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하면서 프롤레타리아트와 공산주의자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제2프롤레타리아와 공산주의자’. ‘반동적 사회주의보수적 사회주의 또는 부르주아 사회주의’, ‘비판적-공상적 사회주의, 공산주의과학적 사회주의로서의 공산주의와 구별되는 이전 사회주의 사상을 비판하는 제3사회주의, 공산주의 문헌을 거쳐, 4기존 여러 반대파에 대한 공산주의자의 입장이라는 결론에서는 공산주의자는 당면 목표의 달성을 위해, 노동계급의 당면한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싸운는 동시에, 현재의 운동 속에서 이 운동의 미래를 보여주고 이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말로 시작하여 과학적 사회주의로서 공산주의자의 임무를 선언한다. , 첫째, “공산주의자는 부르주아지가 절대군주, 봉건지주, 쁘띠부르주아지에 반대하여 혁명적으로 행동할 경우 이들과 함께 싸운다.”, 둘째, “공산주의자는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 간의 적대관계에 대한 가장 명확한 인식을 노동계급에 주입시키려 끊임없이 노력한다.”,셋째, “공산주의자는 모든 곳에서 기존의 사회, 정치적 질서를 반대하는 모든 혁명을 지지하며, 그 모든 혁명에서 각국의 발전 정도와 관계없이 소유문제를 핵심적인 문제로서 전면에 내세운다.”, 마지막으로, “공산주의자는 어디서나 모든 나라 민주적 정당들의 통일과 합의를 위해 노력한다.”고 하면서, “프롤레타리아는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 밖에 없으며 얻을 것은 온 세상이다.전세계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끝맺는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로버트 오언의 협동조합적 사회주의 실험을 공상적 사회주의로 분류하고 개인적이고 자비적인 실천의 한계로 인해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적이고 집단적인 정치적 실천을 배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레닌은 1914년 집필한 [칼 마르크스] 백과사전 항목에서 [공산당 선언]을 아래와 같이 평하고 있다.

이 저작은 새로운 세계관, 사회생활의 영역까지 포함한 일관된 유물론, 가장 포괄적이고 심오한 발전의 학설인 변증법, 계급투쟁의 이론, 새로운 공산주의사회의 창조자인 프롤레타리아트의 세계사적, 혁명적 역할의 이론을 천제적인 명료함과 탁월함으로 그려내고 있다.”

[공산당 선언]은 사회과학 서적이지만 인문학적인 탁월한 문장력 또한 적지 않은 영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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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책, 최장집 한국어판 서문 최장집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 2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최장집 한국어판 서문, 박상훈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소개) "지킬 것인가, 바꿀 것인가?"
- [군주론] [맹자] '고독'한 대화

 

 

 

"군주는 짐승의 방법을 잘 알아야 하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여우와 사자를 선택적으로 따라야 한다. 사자는 함정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어렵고 여우는 늑대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명한 통치자라면, 신의를 지키는 일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자신이 약속한 이유가 소멸할 경우,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며 지켜서도 안 된다."
- [군주론] 18

 

"()은 사람이 지녀야 할 마음이고, ()는 사람이 가야 할 길이다."
- [맹자] <고자 상> 11

"군주들이... 인간적 자질 모두를 실제로 가질 필요는 없지만 실제 그것들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일 필요는 있다... 즉 자비롭고 신의가 있으며, 인간적이고 정직하며 또한 신앙심이 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유용하다는 것... 그러나 그렇지 않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 당신은 그 반대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 [군주론] 18

"()이란 것은 곧 사람이다. 이것을 합해서 말하면, 곧 도()가 된다."
- [맹자] <진심 하> 16

마키아벨리는 군주정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공화정이 힘을 잃고 절대왕정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알고 '현실정치'에서 국가를 지킬 수 있는 군주는 어떤 군주여야 하는지를 논한다.
반면 맹자는 '인의'를 갖춰야 사람임을 전제로 '백성을 위한(위민;爲民) 정치(군주)'보다는 '백성과 함께하는(여민;與民) 정치(군주)'를 주장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의 첫 문장을 "모든 국가는 공화국 아니면 군주국"이라고 할 정도로 공화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지만, 본인이 정치를 하려면 군주정을 선택해야 하는 '현실'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고, 맹자는 당시 시대상 군주정 밖에 몰랐겠지만 '인의(仁義)'를 본질로 하는 사람 또는 그 집단으로서의 '백성과 함께' 하는 것이 '()'임을 역설한다.

"군주는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고 정직하게 다스려서는 귀족을 만족시킬 수 없는 반면, 민중의 경우는 그런 방법으로 다스려서 만족시킬 수 있다. 민중의 목적은 귀족들의 목적보다 더 정직한데, 귀족들의 목적은 억압하는데 있고 민중의 목적은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데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군주는 적대적인 민중을 상대로는 안전을 확보할 수 없는데, 민중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족들을 상대로는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데, 그들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 [군주론] 9

"어진() 사람을 해치는 자를 '()'이라고 하고, 의로운() 사람을 해치는 자를 '()'이라고 하며, '잔적(殘賊)'을 일삼는 자는 (군주가 아닌) 한갓 '사내'라 부릅니다. 그러기에 (주나라) 무왕이 한갓 사내에 불과한 (은나라) 주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지만, 임금을 죽였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 [맹자] <양혜왕 하> 8

마키아벨리는 '귀족과 민중 가운데 누구에 의지해서 통치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다수 민중'으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직하게' 또는 '정직한 척' 다스릴 줄 알아야 하며, 나아가 타국의 원군 없이 자국의 시민들로 조직된 군대가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한다.
맹자는 은나라 폭군 주왕을 죽이고 주나라를 연 무왕의 사례를 들며 '신하가 임금을 죽여도 되는가'를 묻는 양혜왕에게 '인의'를 저버린 '잔적' 주왕은 임금이 아니므로 주나라 무왕의 '혁명'이 정당함을 역설한다.

'정치'를 도덕, 윤리 덕목과 분리시켜 근대 정치학의 기틀을 닦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현실' 군주에게 선택받기 위해 '헌사'를 바치면서까지 국가를 지키는 방법을 제출했고 후세에 '권모술수 정치가'와 같은 평가를 받았지만 공화정이나 군주정 어느 것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사회과학으로서 '정치학' 자체를 지지하였으므로 프랑스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에 의하면 칼 마르크스와도 같이 '침묵 속에서' 그 누구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한채 '고독하다'.
맹자는 기원전 중국 전국시대 정치가임에도 다수 민중의 '인의'를 기준으로 이에 부합되지 못하면 국가권력도 몰락할 수 있음을 역사를 통해 설파하면서 당시 어떤 군주로부터도 선택받지 못했으므로 역시 '고독하다'.

'현실'적이든 '이상'적이든 누구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한 '마키아벨리의 고독' '맹자의 고독'은 침묵 속에서 여전히 우리에게 묻고 있다.

"지킬 것인가, 바꿀 것인가?"

(201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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