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1
스티븐 프라이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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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관념론'적 '철학(哲學)'으로서의 '신화(神話)'에 대한 '유물론'적 서술
- [그리스 신화], 스티븐 프라이, 이영아 옮김, <현암사>, 2019.



"이제 인류가 창조될 차례였다. 두 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티탄들과의 전쟁에서 제우스의 편에서 싸운 프로메테우스와 그의 형제 에피메테우스에게 신들이 위임하여 창조했다는 설이다.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라는 이름은 '선견지명(forethought)'이라는 뜻으로 심지어 이 티탄족은 신들보다도 현명했으며, '에피메테우스(Epimetheus)'는 '사후판단(afterthought)'의 뜻으로서 항상 덜렁대며 일단 충동적으로 저지른 후에 판단하고 후회하곤 했다. 인류를 창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류를 만들기 전에 에피메테우스는 동물들에게 힘과 속도, 용기와 기민함, 털과 깃털, 날개와 껍질 등 모든 것을 주어 이제 창조될 인류에게 줄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항상 그랬듯 그의 형 프로메테우스에게 도움을 청했고, 프로메테우스는 인류가 동물들에 대항할 수 있도록 고심한 끝에 인류를 신과 같은 모습으로 직립할 수 있도록 만들고는 태양으로부터 '불'을 훔쳐 인류에게 주었다. '불'은 인류로 하여금 동물의 힘과 속도, 털과 깃털은 비할 수 없이 우수한 존재로 만들 것이었다."
- Edith Hamilton, [Mythology](1940), <How the world and mankind were created>에서 필자 번역.


인류가 나타나기 전 온 우주는 '혼돈(Chaos)'이었다. 그리스어로 '사실들의 총체'로서 '우주'가 '코스모스(cosmos)'인데 이 '카오스' 자체인 '코스모스'로부터 '어둠'의 '에레보스', '밤'의 '닉스'가 나와 결합하여 '낮'의 '헤메라'와 '빛'의 '아이테르'가 나왔다. 카오스는 동시에 '대지'의 '가이아'와 '땅속'의 '타르타로스'를 낳았는데,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혼자 '바다'의 신 '폰토스'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낳았다.
이로써 하늘, 바다, 대지, 지옥 등이 창조되었다.

여기까지는 기독교 신화인 [성경]의 '창조론'과 비슷하지만, 그리스 신화는 한층 더 '유물론'을 가미한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결합하여 '2세대 거신' 티탄들을 낳는데 그리스 신화에서는 '성적, 육체적 결합'이 필수 요소이며 더 나아가 근친상간과 모친겁탈의 '오이디푸스' 천지였다. 무인도 같은 곳에 모자가 갇혀 가족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번식을 해대는 식의 '패륜'이 무한반복된다. 오이디푸스가 절망한 건 아마도 '부친살해'나 '근친상간'의 사실보다는 '운명'을 결국 피하지 못한 '인간의 절망'이었을 것인데, 가장 문명화된 아테네인들이 중시했던 '논리', '숫자', '질서' 등의 가치를 중시한 오이디푸스는 '영웅' 중에서 가장 '인간에 가까운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근대초까지도 유럽 귀족들에게 '근친상간'은 '순수혈통'의 이름으로 일상화된 바, [진화론]의 찰스 다윈도 사촌과 결혼했다.


가이아는 독재자 우라노스를 그들의 아들 크로노스를 이용해 거세하고 크로노스는 누이 레아와 결합하여 세계를 지배하는데, 자식에 의해 다시 거세당한다는 아버지 우라노스의 저주를 믿고는 레아가 낳는 자식들을 모두 먹어치운다. 레아는 막내아들을 크레타섬에서 몰래 낳고 훗날 크로노스를 물리쳐 나머지 자식들을 다 토하게 하는데, 이 막내아들이 바로 '제우스'다. 크로노스는 헤라, 포세이돈, 하데스, 헤스티아 등을 뱉어냈는데, 먼저 먹힌 포세이돈이 원래는 제우스의 형인지라 끊임없이 천상의 대신 제우스의 권좌에 도전했던 이유도 그것이었다고 한다.
티탄족과 전쟁, '티타노마키아'라 불리는 대반란으로 권력을 잡은 후 제우스는 하늘, 포세이돈은 바다, 하데스는 사후세계를 각각 관장하며 그들은 '티탄족'이 아닌 '그냥 신'들이 되었고, 제우스는 누이 헤라와 결혼하여 헤파이스토스, 아레스 같은 직계 아들들을 낳는다.
그리스 신화적 <본기(本紀)>의 시작이다.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에 의해 창조된 후 '불'을 가진 인류는 사마천이 인류의 근원으로 묘사한 중국의 '삼황오제' 시대와 같은 '황금시대'를 구가하면서 신들에게 도전하기 시작했고, 인류에게 '불'을 훔쳐다 준 '인류의 아버지' 프로메테우스는 인류를 조금씩 두려워하게 된 제우스에 의해 코카서스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계속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당하게 되는데 훗날 헤라클레스가 그를 이 영겁의 고문에서 구해준다.
어쨌든, 영국의 동물학자 리처드 랭엄의 [요리 본능](2011)에 의하면, 7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 이후의 인류는 '직립보행'을 하고 '불'을 사용한 덕분에 음식을 익혀먹으며 생식으로 인한 긴 소화시간을 줄이고 그 대신 노동시간을 늘리면서 침팬지의 조상과는 다른 진화의 길, '호모 사피엔스'의 '철학'적 발전경로를 걸어오기도 했다.

한편, 제우스는 행복하게만 살던 '황금시대'의 인간 세상에 '판도라(Pandora)'라는 여인을 '상자(또는 '항아리')'와 함께 보내 '사후판단' 에피메테우스의 아내로 삼게 했고, '모든 선물을 받은 자'라는 뜻의 그리스어 이름인 '판도라'는 절대 열지 말라는 신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상자'를 열어 인간세상에 온갖 고뇌와 공포, 살인과 죽음 등을 풀어버리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바로 '판도라의 상자(항아리)'다.
이제부터 인류는 행복만 가득한 '황금시대'에서 슬픔과 고뇌도 함께하는 '은시대'로 전환되는데, 전쟁으로 운명을 가르기 시작한 중국의 '하-은-주나라 시대'와 같은 단계일 수 있겠다.


최근 [그리스 신화] 두 권을 현대적으로 쓴 영국의 코미디언, 배우, 작가 스티븐 프라이(Stephen Fry)는 케임브릿지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영문학의 기초는 [그리스 신화]와 [성경]이다. 여러 방면에서 활동한 '영문학도'가 '그리스 신화'로 돌아온 것은 일종의 '회귀본능'일텐데,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와 베르길리우스의 작품들과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디세이아] 등을 따라 독일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에 의해 발굴된 크레타, 미케네 문명 등으로 산재한 신화적 기록들을 1855년에 미국의 신화학자 토머스 불핀치(Thomas Bulfinch)가 대중적으로 정리한 이래 끊임없는 시도 중 하나다. 
19세기 불핀치에 이어 미국 신화학자 에디스 해밀턴(Edith Hamilton)은 20세기인 1940년대에 '신화학(Mythology)'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21세기의 우리에게는 작가이자 번역가로 작고하신 이윤기 선생이 있다.
불핀치-해밀턴-이윤기-프라이의 공통점은 [그리스 신화]를 '문학적'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것이다.


"헤르메스(Hermes)'는 세상에서 가장 당돌하고 조숙한 아기였다. 태어나서 15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동굴의 한쪽에서 반대편까지 기어가면서, 화들짝 놀란 어머니에게 이런저런 의견을 말했다. 5분 후 아기는 동굴 벽을 잘 살펴봐야겠다며 불을 달라고 했다. 불을 얻지 못하자 헤르메스는 꼬아놓은 지푸라기 위로 돌 두 개를 맞부딪쳐서 불을 지폈다. 전에 이런 식으로 불을 피운 이는 아무도 없었다. 태어난 지 반 시간도 안되어 똑바로 일어선 이 놀라운 아기는 산책을 가겠노라고 선언했다. '이 좁아터진 동굴은 너무 답답해서 심각한 폐소공포증에 걸릴 것 같아요.' 이렇게 그는 '공포증'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좀 이따 봬요. 물레질이든 뜨개질이든 하고 계세요, 착한 어머니.' 세상에 둘도 없을 이 놀라운 신동은 킬레네산의 비탈을 느긋하게 내려가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 스티븐 프라이, [그리스 신화 - 올림포스 신 이야기], <3세대> 중 '신동', 2019.


'영문학도' 스티븐 프라이는 남성인데 왜 이름이 'Steven'이 아니고 'Stephen'인지 궁금했으나 그가 '남편'을 '영웅'이라 칭하는 동성결혼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이해가 되었다. 동성관계에서 '여성' 역할일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아무튼, 작가의 성적 지향은 존중하면서 [그리스 신화]를 문학적으로 서술하는 그의 개그 위엄은 단연 헤르메스의 탄생장면이 압권인데, 물론 이영아 번역자의 출중한 능력 덕분이리라.

결혼과 가정을 지키는 여신 헤라의 눈을 피해 온갖 바람과 사생아를 낳아 '신'과 '영웅'을 번식시키던 제우스가 산의 요정(님프) 마이아를 건드려 동굴에서 낳은 아이가 '헤르메스'다. 코미디언인 스티븐 프라이가 이 '신동'의 탄생을 더욱 개그로 일관한 건 아마도 헤르메스가 '악당', '도둑', '거짓말쟁이', '사기꾼', 익살꾼', '도박꾼', '강매꾼', '이야기꾼', '운동선수'의 신이자 그 능력으로 올림푸스 신들의 '전령사(messenger)'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노을이 지는 시간'을 대표하는 헤르메스(수성;Mercury)는 나도 가장 좋아하는 신인데, '새벽별(금성;Venus)이 뜨는 시간'을 대표하는 아프로디테(Aprodite/Venus)와 성관계를 갖고 낳은 존재의 특이함도 한 몫 한다. 그들의 자식은 부모의 이름을 다 따서 '헤르마프로디테(Hermaprodite)'로 한몸에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지닌 '자웅동체(雌雄同體)'인 바, 성적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현상에 모순적 본질과 그 진화를 품고 있는 '변증(辨證)법'의 신화적 체현이기 때문이다.
에디스 해밀턴의 '고증적 엄숙함'을 넘어서는 스티븐 프라이의 '신화의 개그화'. 이 '헤르메스적 시도'를 응원한다.


"어쨌거나 헤라클레스(Heracles/Hercules)는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었다. 어떤 인간도, 대부분의 불멸의 존재들도 육체적으로 그를 제압하지 못했다. 그는 파란만장한 인생에 산더미처럼 밀려든 시련과 재앙을 묵묵히 인내했다. 그의 강한 힘과 경솔함, 여기에 파멸적인 분노 발작이 더해지면 그의 앞길을 막는 자는 누구든 죽거나 다쳤다... 그는 남들이 계획을 세울 때 몽둥이를 휘두르고 황소처럼 포효하며 일단 부딪치고 봤다. 대개 이런 결점은 사람들에게 반감보다는 호감을 샀다... 헤라클레스로 사는 것 자체가 최고의 노역이었다. 고통스러운 삶을 묵묵히 인내하며 연민의 정으로 옳은 일을 하고자 했던 그는 미국의 고전학자이자 신화 기록자인 에디스 해밀턴의 말대로 '영혼의 위대함'을 보여주었다('He showed greatness of soul')."
- 스티븐 프라이, [그리스 신화 - 영웅 이야기], <헤라클레스>, 2019.


"헤라클레스(Hercules)는 지구상에서 가장 힘센 자였고 실제 완력으로는 세계 최강이라는 자신감에 넘쳤다. 그는 스스로를 신과 같은 경지로 생각했으며 실제로도 신들은 그의 힘을 이용하기도 했다... 전 생애에 걸쳐 헤라클레스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심감으로 맞섰고 실제 그의 과업들은 이를 증명했다... 그러나 '지력(Intelligence)'이 종종 결여되었다... 이러한 그의 강한 힘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진정한 위대함(true greatness)'이 있었는데, 이는 그의 용기와 엄청난 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과오에 대한 깊은 후회와 이를 보상하기 위한 노역들을 묵묵히 이행한 점에 있었다. 그는 '영혼의 위대함'을 보여주었다(He showed 'greatness of soul)."
- Edith Hamilton, [Mythology](1940), <Hercules>에서 필자 번역.


제우스의 수많은 사생아 중 인간이 아닌 '하급신' 요정들이 낳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헤르메스 등은 올림푸스 '신'의 반열에 올라 세계를 지배했고, 주로 왕족인 인간 여인들이 낳은 미노스,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등은 '신'이 아닌 '반신반인'의 '영웅(Hero)'으로 인간들을 지배했다.
유럽의 어원 '에우로파'의 아들 '미노스'는 '크레타' 문명을, 아르고스의 공주 '다나에'가 낳은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목을 친 후 '카시오페아'의 딸이자 에티오피아의 공주 '안드로메다'와 함께 '미케네' 문명을 건설했으며, 포세이돈의 아들 '테세우스'는 아테네가 가장 추앙하는 '민주주의' 지도자로 추앙된다. 
모든 '문명'의 시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 '신의 자식'이다.


반면, '헤라클레스'는 '지력(intelligence)'은 부족한 상태로 '완력(strength)'만 가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는 후회에 찬 노역을 무한반복하며 사느라 '왕조'를 창건하지는 못했으나, 뒤끝작렬의 성정으로 각국의 왕들을 갈아치우며 다른 '문명'들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그가 갈아치운 스파르타의 왕과 왕비는 트로이전쟁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스티븐 프라이에 의하면 헤라클레스는 하나의 왕국과 문명이 아닌 '그리스 전체의 문명'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리스 문명의 '영웅(Hero)' 헤라클레스'의 이름도 원래의 '알키데스'에서 신들에 의해 개명된 것인데, 제우스가 바람피워 낳은 자식들을 정부인 헤라가 워낙 미워했고 그 중 최고가 힘이 너무 세서 도저히 제거할 수 없는 알키데스였으니 역설적으로 '헤라(Hera)'의 '자부심(cles)'이라는 의미로 신들이 지어줬다는 것이다. 
'헤라-클레스(Hera-cles)'는 '헤라(Hera)'의 '자부심(cles)'였고 결국 '거인족의 반란' '기간토마키아'에서 헤라를 구하기도 한다.
아마도 '반신반인'인 '영웅'의 영어표현인 'Hero'의 어원도 그들의 '법률상 어머니'인 '헤라(Hera)'가 아닐까 하는데, 이 '영웅'들의 이야기는 <본기>에 대비되는 <열전(列傳)>인 것이며 하급신들의 이야기를 <세가>로 본다면, [그리스 신화]의 서술방식은 사마천의 [사기]로 비롯된 '기전체(紀傳體)'와 닮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리스 신화]의 시간배열이라는 게 워낙 뒤죽박죽이라 시간순서대로 서술하는 '편년체' 서술이 원체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원전 1~2세기 동양 역사학자 사마천의 '기전체'는 모순된 역사를 교차로 읽고 해석할 수 있게 하는 힘을 지닌 채 [그리스 신화]에서도 볼 수 있는 탁월한 역사서술 방식이 된다.


일본의 신화 및 종교학자 나카자와 신이치는 '신화(神話)'는 인류 '최고(最古)'의 '철학(哲學)'이라고 했다. 즉, 수학, 논리학 등 인류 최초의 '과학'이 정립되기 전 인류 조상의 '이데올로기' 정립 과정에서 신석기 농업 공동체 유지를 위한 이념의 시초가 '신화' 또는 '종교'이며 이것이 바로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인 '철학'이라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규정한 '인지 혁명'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신화'는 가장 오래된 '철학'이다.

이 '철학'은 이후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신화'적 '허위의식(ideology)'으로부터 벗어나는데, 이 '철학'이 바로 진정한 '유물론'이며, 아직 '신화'와 '종교'에 머무는 '이데올로기' 일체는 '관념론'이다.
'관념론'은 '과학'과 그로 인한 인류의 진보 속에서 '유물론'으로 대체되는데, 이 흐름이 바로 '철학의 역사'인 것이다.


아마도 '원조 개그맨' '헤르메스' 신을 추앙할 것으로 추측되는 '영문학도'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는 활기차고 살아있는 유머로 '철학'의 아버지인 '신화'를 '유물론'적이고 현대적으로 살려내고 있어 다소 간략하고 딱딱한 신화학자 에디스 해밀턴의 [Mythology]에 비해 단숨에 잘 읽힌다. 
시종일관 개그로 일관하나, 한편으로 '신화'를 대하는 스티븐 프라이의 태도는 사뭇 진지하게 맺는다.


"학자들과 신화기록가들은 '이중 결정론'에 관심을 갖고 있다. 시인이나 극작가 같은 작가들이 어떤 행위와 인과관계를 내면과 외적 영향(이를테면, 신이나 신탁) 모두의 결과로 보려 하는 성향을 말한다... '아테나가 당신의 귓가에 속삭인다'라고 한다면,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는 시적 표현일까, 아니면 실제로 신이 말한 걸까? 누군가가 사랑에 빠진다면, 무조건 아프로디테나 에로스의 소행일까? 우리가 술에 취하거나 광란에 빠지는 건 디오니소스 때문일까? ... 신화의 해석과 마찬가지로 '이중 결정론' 역시 기호의 문제일 뿐이다. 신들이 나타나 간섭하고 명령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인간들이 신의 간섭 없이 의지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뮤즈들이 내 귓가에 이제 그만 쓰라고 속삭인다."
- 스티븐 프라이, [그리스 신화], <후기>, 2019.


'뮤즈'가 말린 것은 '신화'를 대하는 '철학'의 관점에서 '관념론'과 '유물론'의 '거대한 전쟁'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

1. [그리스 신화], 스티븐 프라이, 이영아 옮김, <현암사>, 2019.
2. [Mythology](1940), Edith Hamilton, <New American Library>, 1969. 
- Illustrated by Steele Savage
3. [신화, 인류 최고(最古)의 철학], 나카자와 신이치, 김옥희 옮김, <동아시아>, 2008.
4. [요리 본능], 리처드 랭엄, 조현욱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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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 Z 신장판 1
나가이 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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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善)'과 '악(惡)'의 변증법
- [마징가(魔神-Ga)], 나가이 고, 1972.



"신(神)도, 악마(惡魔)도 될 수 있다."
- 카부토 주조 박사, [마징가-Z], 1972.


카부토 코지의 할아버지 카부토 쥬조 박사는 예전의 동료 헬 박사의 음모를 알고 있었다. 그리스 고대유물 발굴지에서 탈출한 그는 자취를 감추고는 '초합금-Z'를 개발하여 '신(神)의 힘'인 '광자력 에너지'로 가동되는 '흑철(黑鐵)의 성(城)'을 비밀리에 제작한다.
헬 박사는 고대 그리스 미케네 문명 발굴 과정에서 '청동거인'들을 부활시켜 세계를 지배하려 하는데, 이를 막으려는 카부토 쥬조 박사를 찾아 그의 집을 폭격한다.

카부토 쥬조 박사는 손자에게 "신(神)도, 악마(惡魔)도 될 수 있다"는 유언을 남긴 채 죽는데, 그가 만든 '흑철(黑鐵)의 성(城)'의 이름이 바로 '마신(魔神)'이고, 일본 발음으로 '마징'인 것 같다. 
손자 카부토 코지가 이 '흑철(黑鐵)의 성(城)'을 조종하며 외치는 "Go~"를 붙여 로봇의 이름은 '마징가(魔神-Ga)'가 되었다.


[마징가-Z]는 1972년 일본 만화가 '나가이 고'가 발표한 만화 연재물(comics)인데, 1980년대 초, 우리나라 TV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만화영화는 그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일본 방송국에서 제작한 어린이용 'TV 시리즈'였다.
그런 걸 알 수 없었던 초등학교 입학 전, 할머니 집에서 TV를 보던 나의 당시 꿈은 조종사 '쇠돌이(카부토 코지)'도 아니고 '마징가-Z' 자체였다. 
나는 어른이 되면 그 강한 로봇이 되고 싶었다.


나가이 고의 원작만화는 '어린이용'이 아니었다. '신좌파 세계혁명'이 일단의 '실패'로 보이던 1970년대 초의 '염세적'이고 '회의적' 세계관을 담은 '실존철학'적 작품인데, 아마도 '아나키즘'적 관점을 가진 듯 한 작가 나가이 고는 이 '거대로봇물'에 '세기말적'이고 '퇴폐적'인 내용을 담는다. 
이 만화는 '선악 이분법'에 기초한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의 '동화'가 아니었다.


'우주소년 아톰'은 일본 전후세대 데즈카 오사무의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관점, '원자력'으로 사람과 같은 로봇을 만드는 '발전적 미래'를 담고자 했고, 우편향적 만화가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일본 '군국주의' 비밀병기 '철인28호'는 리모컨으로 조종되는 '퇴행적 미래'를 보여준다.
그러나, '마징가-Z'는 자동차나 비행기처럼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현재'의 표현이며, 자본주의 체제의 비약적 경제성장이라는 '발전적 미래' 속에 '파괴의 미래'가 동시에 존재함을 보여주려는 듯 하다.

강력한 힘은 그래서, 
"신(神)도, 악마(惡魔)도 될 수 있다".



중국 원나라 말기 '마니교'와 '조로아스터교' 등의 교리가 결합하여 '명(明)교'가 창시되는데, '명태조' 주원장은 이 반란농민군에서 '한(漢)족 독립투쟁'을 통해 명(明)나라를 건국한다. 
[주원장전(朱元璋傳)](1949)을 쓴 중국 작가 오함이 밝힌 '명교'의 교리는 ‘이종삼제(二宗三際)’이며, 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상에는 '명(明)'과 '암(暗)' 두 종류의 다른 세력이 있는데, 명은 광명이니 선(善)이고 이(理)이며, 암은 암흑이니 악(惡)이고 욕(欲)이라는 것이다. 이 두 세력은 대립 항쟁을 하는데, 초제(初際), 중제(中際), 후제(後際)의 세 단계를 거치게 된다. 초제 단계에는 천지가 없고 명암만 있을 뿐, 명의 성질인 지혜와 암의 성질인 ‘치우(痴愚)’가 대립 상태를 이룬다. 중제 단계에는 암의 세력이 발전하고 확대되어 명의 세력을 압박하고 멋대로 내쫓아 대환(大患)이 만들어진다. 이때에 바로 명왕이 세상에 나와서 투쟁을 거쳐 암흑을 내쫓는다. 후제 단계에는 명과의 암의 이종(二宗)이 각각 제자리로 돌아가 명은 대명(大明)으로 돌아가고 암은 적암(積暗)으로 돌아가게 된다. 초제는 명암 대립으로서 과거이고, 중제는 명암 투쟁으로서 현재이며, 후제는 명암 복위로서 미래인 것이다."
- [주원장전(朱元璋傳)](1949), 오함, 박원호 옮김, <지식산업사>, 2003.


강력한 힘, 또는 '권력(權力)'에는 '선(善)'과 '악(惡)' 두 모순이 동시에 존재하며, 이 '대립물'은 끊임없이 내부 투쟁을 한다는 '변증법'이다.
쉽게 말해 '착하게 쓰면(善用)'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고, '못되게 쓰면(惡用)'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의미다.


'신(神)' 자체는 가치 판단의 여지가 없으나, 나가이 고에게 '신'은 '선'이었을지 모른다. 내가 보기에 '신좌파 세대'임이 분명한 그가 '신'을 믿었을 것 같지 않으나, 만약 '신'이란 게 있다면 '선'해야 한다고 믿은 듯 하다. 그의 '마징가'가 마주한 현실은 '악'이었을 테니.


'마징가-Z'는 1976년생 우리나라 김청기 감독의 '태권-V'처럼 종국에 악당들을 물리치지는 못한다. '어린이용' 만화영화로 만들어진 우리의 '태권-V'는 악당의 고뇌는 잠시 보여주나 결국 '권선징악'의 교훈을 남한의 어린이들에게 남겼으나, '마징가-Z'는 헬 박사의 '기계수'에서 더욱 진화한 미케네 문명의 '전투수'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면서 일본 어린이들의 동심도 파괴한다.
이렇게 파괴되던 마징가를 구하면서 나타난 것이 '그레이트 마징가'인데, 만화 원작에서는 공백이던 카부토 코지의 아버지이자 카부토 쥬조 박사의 사라진 아들 카부토 켄조 박사가 '초합금-newZ'로 한단계 진화시킨 전투기계다.


나는 동갑내기 1974년생 그레이트 마징가를 더 좋아했는데, 이 친구는 나가이 고의 실존적 '철학'이 만든 것이 아니라 'TV 시리즈'와 극장판을 제작하던 '도에이'사의 작품이다.
'신좌파'의 후예 '마징가-Z'와 달리 '그레이트 마징가'는 '자본주의 과학'의 후예였고, 원작자 나가이 고는 끝내 이 '자본주의'적 전투기계에게 애정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2009년에는 일본 'TV-도쿄'에서 나와 같은 세대를 겨냥하여, [마징가-Z]를 재해석한 [진(眞)-마징가]라는 'TV 시리즈'를 제작, 방영하였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릴 적에 지금 내 나이에 이미 '마징가'가 되어 있을 줄 알았던 나는 2009년에 밤을 새며 몇 번을 보았는지 모른다.

2009년에 나가이 고 원작의 '철학'을 되살려 낸 '진짜 마징가', [진(眞)-마징가]는 적어도 내게는, 흥행했다.

***

1. [마징가(魔神-Ga)-Z], 나가이 고, 1972.
2. [그레이트 마징가], 도에이사, 1974.
3. [태권-V], 김청기, 1976.
4. [주원장전(朱元璋傳)](1949), 오함, 박원호 옮김, <지식산업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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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 Z + 그레이트 마징가 합본 박스세트 (18disc)
투모루필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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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善)'과 '악(惡)'의 변증법
- [마징가(魔神-Ga)], 나가이 고, 1972.



"신(神)도, 악마(惡魔)도 될 수 있다."
- 카부토 주조 박사, [마징가-Z], 1972.


카부토 코지의 할아버지 카부토 쥬조 박사는 예전의 동료 헬 박사의 음모를 알고 있었다. 그리스 고대유물 발굴지에서 탈출한 그는 자취를 감추고는 '초합금-Z'를 개발하여 '신(神)의 힘'인 '광자력 에너지'로 가동되는 '흑철(黑鐵)의 성(城)'을 비밀리에 제작한다.
헬 박사는 고대 그리스 미케네 문명 발굴 과정에서 '청동거인'들을 부활시켜 세계를 지배하려 하는데, 이를 막으려는 카부토 쥬조 박사를 찾아 그의 집을 폭격한다.

카부토 쥬조 박사는 손자에게 "신(神)도, 악마(惡魔)도 될 수 있다"는 유언을 남긴 채 죽는데, 그가 만든 '흑철(黑鐵)의 성(城)'의 이름이 바로 '마신(魔神)'이고, 일본 발음으로 '마징'인 것 같다. 
손자 카부토 코지가 이 '흑철(黑鐵)의 성(城)'을 조종하며 외치는 "Go~"를 붙여 로봇의 이름은 '마징가(魔神-Ga)'가 되었다.


[마징가-Z]는 1972년 일본 만화가 '나가이 고'가 발표한 만화 연재물(comics)인데, 1980년대 초, 우리나라 TV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만화영화는 그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일본 방송국에서 제작한 어린이용 'TV 시리즈'였다.
그런 걸 알 수 없었던 초등학교 입학 전, 할머니 집에서 TV를 보던 나의 당시 꿈은 조종사 '쇠돌이(카부토 코지)'도 아니고 '마징가-Z' 자체였다. 
나는 어른이 되면 그 강한 로봇이 되고 싶었다.


나가이 고의 원작만화는 '어린이용'이 아니었다. '신좌파 세계혁명'이 일단의 '실패'로 보이던 1970년대 초의 '염세적'이고 '회의적' 세계관을 담은 '실존철학'적 작품인데, 아마도 '아나키즘'적 관점을 가진 듯 한 작가 나가이 고는 이 '거대로봇물'에 '세기말적'이고 '퇴폐적'인 내용을 담는다. 
이 만화는 '선악 이분법'에 기초한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의 '동화'가 아니었다.


'우주소년 아톰'은 일본 전후세대 데즈카 오사무의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관점, '원자력'으로 사람과 같은 로봇을 만드는 '발전적 미래'를 담고자 했고, 우편향적 만화가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일본 '군국주의' 비밀병기 '철인28호'는 리모컨으로 조종되는 '퇴행적 미래'를 보여준다.
그러나, '마징가-Z'는 자동차나 비행기처럼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현재'의 표현이며, 자본주의 체제의 비약적 경제성장이라는 '발전적 미래' 속에 '파괴의 미래'가 동시에 존재함을 보여주려는 듯 하다.

강력한 힘은 그래서, 
"신(神)도, 악마(惡魔)도 될 수 있다".


중국 원나라 말기 '마니교'와 '조로아스터교' 등의 교리가 결합하여 '명(明)교'가 창시되는데, '명태조' 주원장은 이 반란농민군에서 '한(漢)족 독립투쟁'을 통해 명(明)나라를 건국한다. 
[주원장전(朱元璋傳)](1949)을 쓴 중국 작가 오함이 밝힌 '명교'의 교리는 ‘이종삼제(二宗三際)’이며, 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상에는 '명(明)'과 '암(暗)' 두 종류의 다른 세력이 있는데, 명은 광명이니 선(善)이고 이(理)이며, 암은 암흑이니 악(惡)이고 욕(欲)이라는 것이다. 이 두 세력은 대립 항쟁을 하는데, 초제(初際), 중제(中際), 후제(後際)의 세 단계를 거치게 된다. 초제 단계에는 천지가 없고 명암만 있을 뿐, 명의 성질인 지혜와 암의 성질인 ‘치우(痴愚)’가 대립 상태를 이룬다. 중제 단계에는 암의 세력이 발전하고 확대되어 명의 세력을 압박하고 멋대로 내쫓아 대환(大患)이 만들어진다. 이때에 바로 명왕이 세상에 나와서 투쟁을 거쳐 암흑을 내쫓는다. 후제 단계에는 명과의 암의 이종(二宗)이 각각 제자리로 돌아가 명은 대명(大明)으로 돌아가고 암은 적암(積暗)으로 돌아가게 된다. 초제는 명암 대립으로서 과거이고, 중제는 명암 투쟁으로서 현재이며, 후제는 명암 복위로서 미래인 것이다."
- [주원장전(朱元璋傳)](1949), 오함, 박원호 옮김, <지식산업사>, 2003.


강력한 힘, 또는 '권력(權力)'에는 '선(善)'과 '악(惡)' 두 모순이 동시에 존재하며, 이 '대립물'은 끊임없이 내부 투쟁을 한다는 '변증법'이다.
쉽게 말해 '착하게 쓰면(善用)'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고, '못되게 쓰면(惡用)'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의미다.


'신(神)' 자체는 가치 판단의 여지가 없으나, 나가이 고에게 '신'은 '선'이었을지 모른다. 내가 보기에 '신좌파 세대'임이 분명한 그가 '신'을 믿었을 것 같지 않으나, 만약 '신'이란 게 있다면 '선'해야 한다고 믿은 듯 하다. 그의 '마징가'가 마주한 현실은 '악'이었을 테니.


'마징가-Z'는 1976년생 우리나라 김청기 감독의 '태권-V'처럼 종국에 악당들을 물리치지는 못한다. '어린이용' 만화영화로 만들어진 우리의 '태권-V'는 악당의 고뇌는 잠시 보여주나 결국 '권선징악'의 교훈을 남한의 어린이들에게 남겼으나, '마징가-Z'는 헬 박사의 '기계수'에서 더욱 진화한 미케네 문명의 '전투수'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면서 일본 어린이들의 동심도 파괴한다.
이렇게 파괴되던 마징가를 구하면서 나타난 것이 '그레이트 마징가'인데, 만화 원작에서는 공백이던 카부토 코지의 아버지이자 카부토 쥬조 박사의 사라진 아들 카부토 켄조 박사가 '초합금-newZ'로 한단계 진화시킨 전투기계다.


나는 동갑내기 1974년생 그레이트 마징가를 더 좋아했는데, 이 친구는 나가이 고의 실존적 '철학'이 만든 것이 아니라 'TV 시리즈'와 극장판을 제작하던 '도에이'사의 작품이다.
'신좌파'의 후예 '마징가-Z'와 달리 '그레이트 마징가'는 '자본주의 과학'의 후예였고, 원작자 나가이 고는 끝내 이 '자본주의'적 전투기계에게 애정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2009년에는 일본 'TV-도쿄'에서 나와 같은 세대를 겨냥하여, [마징가-Z]를 재해석한 [진(眞)-마징가]라는 'TV 시리즈'를 제작, 방영하였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릴 적에 지금 내 나이에 이미 '마징가'가 되어 있을 줄 알았던 나는 2009년에 밤을 새며 몇 번을 보았는지 모른다.

2009년에 나가이 고 원작의 '철학'을 되살려 낸 '진짜 마징가', [진(眞)-마징가]는 적어도 내게는, 흥행했다.

***

1. [마징가(魔神-Ga)-Z], 나가이 고, 1972.
2. [그레이트 마징가], 도에이사, 1974.
3. [태권-V], 김청기, 1976.
4. [주원장전(朱元璋傳)](1949), 오함, 박원호 옮김, <지식산업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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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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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나의 힘!
-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황금가지>, 2002. / <해문>, 1985.



"열 꼬마 병정이 밥을 먹으러 나갔네.
하나가 사레들었네. 그리고 아홉이 남았네.
아홉 꼬마 병정이 밤이 늦도록 안 잤네.
하나가 늦잠을 잤네. 그리고 여덟이 남았네.
...
일곱 꼬마 병정이 도끼로 장작 팼네.
하나가 두 동강 났네. 그리고 여섯이 남았네.
다섯 꼬마 병정이 법률 공부 했다네.
하나가 법원에 갔네. 그리고 네 명이 남았네.
네 꼬마 병정이 바다를 향해 나갔네.
훈제 청어가 잡아먹었네. 그리고 세 명이 남았네.
...
두 꼬마 병정이 볕을 쬐고 있었네.
하나가 홀랑 탔네. 그리고 하나가 남았네.
한 꼬마 병정이 외롭게 남았다네.
그가 가서 목을 맸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네.'"

- Agatha Christie,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김남주 옮김, <황금가지>, 2002.


열 명이 찾아간 '병정섬'에 다섯 명이 남았을 때, 전직 '교수형 판사' 로렌스 워그레이브가 권총에 맞아 죽고 "네 명이 남았다." 
닥터 암스트롱이 실종되었다가 "훈제 청어"한테 잡아 먹힌 채 발견된 후 베라 클레이슨 양이 필립 롬바드 장군을 권총으로 쏘아 "홀랑 태우고", 
종국에 혼자 남은 섬에서 '뭘 좀 먹을까' 생각하다가 피곤해져서 "목을 맸을 때", '병정섬'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사실은 '인형 하나'가 남아 있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처음 읽은 건, 중학교 2학년 때인가 나보다 한 살 많은 동네 형과 그 동생의 집 어두운 방에서였다.
오락실에서 '더블 드래곤'을 구경하다가 할 일 없어 찾아간 그 형제의 방에서 <해문 출판사>판 그 책을 발견하고는 제목에 홀려 꺼냈고 빌려왔다. 
그리고 처음으로 '장편소설'을 읽었다.
하나씩 사라지는 그 인형이 '한 꼬마 두 꼬마 인디언'이었든, '병정 인형'이었든 중요하지 않다. 애거서 크리스티 원작의 제목은 [Ten Little Niggers]였다는데, 불길한 이야기에 '흑인 인형'을 끌어들인 것이 그녀의 '인종차별성'이었을지, 아니면 그냥 '원주민'의 표현이었을지는 알 길이 없다. 단지, 영국의 '자장가'를 모티브로 한 최초의 '밀실살인' 추리소설이라는 내용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때, 한 친구의 집에는 40권인가 50권 하는 검은색 표지의 얇은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 단편선' 한 질이 있었다. 나는 가난한 엄마아빠한테 사달라고 할 생각은 못하고 그 친구한테 한 권, 두 권 빌렸다. 대부분 반납했지만, 그 중 인상깊었던 한 권, 아마도 로버트 스티븐슨의 [보물섬] 초반부 '빌리 본즈' 선장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늙은 해적 살인사건' 이야기는 잃어버린 척 하고 돌려주지 않았다. 첫 '도둑질'이었는데 이상하게 친구에게 미안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 친구와는 멀어졌다.
약 10년 후 고등학교 친구 중호로부터 당시에는 귀했던 '북두의권'과 '소년공작왕' 일본 해적판 전집을 빌려서 보관하다가 못 돌려줬을 때는 정말 너무도 미안했다. 내가 안 돌려준 게 아니라 군대 갔을 때 어머니가 치워버렸으니. 이제는 더 말 안하지만,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친구 중호한테 계속 미안하다.
아무튼, '셜록 홈즈' 시리즈는 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처음으로 '동화책' 아닌 '소설'을 단편이지만 시리즈로 읽은 경험이었고 지금도 '셜록 홈즈' 하면, 그 단편의 짧은 흑백 삽화들이 아른거린다.

그것도 잠시, 중학교 올라가서까지 빈주머니로 오락실을 전전하던 내게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일종의 '신의 계시'였다. 이제 오락실 갈 돈 모아 "책 좀 읽으라"는.
중학교 시절에는 용돈 모아 <해문 출판사> 추리소설 시리즈를 사서 모으는 게 취미였고, 그 장편들을 읽는데 익숙해져 갔다. 물론 지금도 그 짧은 삽화들이 가끔 떠오른다.
당시 다양한 해외 추리소설가들을 짧게나마 섭렵하기도 했지만, 지금 남는 건 역시 코넌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다.

'셜록 홈즈'는 내게 '단편'을 읽는 힘을, 탐정 포와로와 미스 마플, "그리고 아무도 없는" 밀실살인자는 '장편'의 바다에서 헤쳐나오는 힘을 주고 떠났다.

우리 '추리소설협회' 작가들도 뛰어났을 테지만,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더 이상 '추리소설'에 흥미가 없어졌고, <해문 출판사> '컬렉션'은 내 관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더 나이가 들어, 우연히 오래된 흑백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을 보고는 감회에 젖어 어릴적 읽었던 작품들만 골라 <황금가지> 판으로 한 권, 한 권 사서 다시 읽어 보았다.
1916년 크리스티의 첫 작품,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만큼은 오래된 <해문> 판으로 사고 싶었고, 여전히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대륙횡단 기차의 흔들림을 같이 느꼈으며, [나일강의 죽음(메소포타미아 살인)]에서는 내 잊혀진 꿈, '고고학자'가 되어 고대유물과 사건을 쫓고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코, 미야베 미우키 부류의 일본 추리소설들이 성인들에게 그나마 책을 읽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어린 나를 '책'과 '이야기'의 세상으로 초대해 준 '코넌 도일 경'과 '애거서 크리스티 경'에게 다시금 깊은 경의를 보낸다.

***

-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황금가지>, 2002. / <해문>,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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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계급의식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사상선집
죄르지 루카치 지음, 조만영 외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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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성', '물화'와 '소외', 그리고 '자아비판'
- [역사와 계급의식](1921), 게오르그 루카치, 박정호/조만영 옮김, <거름>, 1993.



"마르크스주의 문제에 있어서의 '정통성'이란 오로지 '방법'에만 관련된다. '정통성'은 변증법적 마르크스주의 속에서 올바른 연구방법이 발견되었으며 이 방법은 오직 그 창시자들(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정신에 따라서만 확장되고 확대되고 심화될 수 있다는 과학적 확신이다. 또한 그것은 그 방법을 극복하거나 '개선'하려는 모든 시도는 결국 천박화, 진부함, 절충주의로 귀착되어 왔고 또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과학적 확신이다."
- G.루카치, [역사와 계급의식], <정통 마르크스주의란 무엇인가?>, 1921.

헝가리 마르크스주의자 게오르그 루카치는 "문학은 현실의 특수한 반영"이라는 유명한 테제와 함께 '리얼리즘' 문제에 천착한 미학자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1918년 헝가리 공산당원으로 헝가리 혁명에도 참여한 철학자였다.
1921년에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여러 논문들을 묶어 [역사와 계급의식]을 출간하는데, 하나의 저작으로서 연결되는 논리구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본주의 정치경제체제를 분석하는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적 사유의 '방법론'을 다루면서, '총체성', '사물화' 또는 '물화', '소외' 개념을 정립했고, 1967년에는 이 개념들에 대한 '자아비판'이 이 저작의 특징이다.


1. '총체성(Totality)'

"직접적 존재를 이처럼 이중적(현상과 본질)으로 규정하는 것, 즉 그것을 인정하는 동시에 지양하는 것이 바로 '변증법'적 관계이다... 사회생활의 개개의 사실들을 역사적 발전의 계기로서 '총체성(Totality)' 속으로 통합시키는 이러한 연관 속에서야 비로소 사실들의 인식은 현실의 인식이 될 수 있다... 사회발전의 여러 단계들이 지니는 현실적 차이점은 이 개별적이고 고립된 부분적 계기들이 겪는 변화 속에서 표현되기보다는, '전체 역사과정'에서의 그 계기들의 기능 또는 사회 전체와 그것들의 관계 등이 입는 변화 속에서 훨씬 분명하고 명쾌하게 표현된다."
- 루카치, [역사와 계급의식], <정통 마르크스주의란 무엇인가?>

루카치에게 마르크스의 업적은 관념론자 헤겔의 '변증법'적 사유방식 및 그 체계를 유물론적으로 '전복'시킨 것인데, 헤겔의 철학은 개별 학문과 과학으로 고립되어 사유한 것이 아니라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통합적 유기체로 파악한 것이다. 루카치는 이 개념을 '총체성'으로 표현한다. 
계급의식 또한 한 노동자 개인이 즉자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 자본주의 정치경제 체제의 '총체성' 속에서 도출되어야 하며,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이 '총체성'을 담지한 계급인데 그 자체로 '완성'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존의 '전자본주의적' 계급의식이 한 계급으로 다른 계급을 대체하는 것, 예를 들어 부르주아(시민) 계급이 봉건지주 계급을 대체하여 지배계급으로서 자본가가 되는 역사적 형태를 넘어 프롤레타리아는 그 자신의 계급적 본질을 변증법적으로 지양하면서 계급 자체를 철폐함으로써 '총체성' 속에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루카치는 헤겔을 깊이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마르크스주의 철학을 '방법적'으로 '헤겔화'시키는데, 이를 통틀어 표현한 것이 루카치의 '총체성'이라는 개념이다.


2. '물화' 또는 '사물화', '대상성'

"이와 같은 구조적인 근원적 사실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분명히 확인되어야 할 점은 '사물화(물화)'로 인하여 인간 특유의 활동, 인간 특유의 '노동'이 객체적인 어떤 것, 인간으로부터 독립되어 (오히려) 인간에 낯선 자기법칙성을 통해서 인간을 지배하는 어떤 것으로서 인간에 대립되어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경제적으로 부단히 더 높은 단계를 향하여 자신을 생산-재생산하는 것과 비례해서, '사물화' 구조는 자본주의 발전과정 속에서 갈수록 심각하게, 숙명적으로, 구조적으로 인간 의식 속에 파고든다."
- 루카치, [역사와 계급의식], <사물화와 프롤레타리아의 의식>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정치경제학 비판' 작업의 결정판인 그의 [자본론]에서 '노동'의 '사용가치'가 아닌 '상품'으로서의 '교환가치'만이 측정되고 거래되면서 인간 본연의 활동으로서의 '노동'과 그를 매개로 한 '인간적 관계'가 '상품' 거래의 '물질적 관계'로 나타나는 현상을 자본주의적 '물신성'으로 표현했다.
마르크스의 '물신성' 또는 '물신숭배'는 [자본론]에서 '은유적 표현' 정도였으나, 루카치는 이 현상을 '물화' 또는 '사물화', '대상화' 또는 '객체화' 등으로 개념화한다. 
우리말로 가장 유행한 표현은 '물화'다. 이 개념은 1921년의 [역사와 계급의식]에서는 '소외'와 동일선상에서 연결되는 개념으로서, 인간의 활동과 그 관계가 물질적 관계로 왜곡되고 그로 인해 본질로부터 그 특성이 벗어남으로서 현상과 본질의 괴리로 나타나는 '소외'가 그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노동의 소외'다. '소외'된 노동은 당연히 '해방'되어 본질적 형태로 돌아와야 하는 바, 자본주의 '총체성'을 담지한 계급에 의해 수행되는 '노동 해방'이 그 논리적 귀결이다.
그러나 이처럼 '소외'로 연결되는 초기의 '물화' 개념은 나중에 루카치 자신에 의해 '자아비판'되고 재정립된다.


3. '계급의식'과 '자아비판'

"프롤레타리아의 계급의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결과를 낳고 가장 눈에 띄는 분열은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분리에서 나타난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분리가 허용될 수 없음을 되풀이하여 지적했고 모든 '경제투쟁'은 그 본질상 '정치투쟁'으로 전화한다(또 거꾸로 '정치투쟁'도 '경제투쟁'으로 전화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프롤레타리아트는 '사회의 의식적 변혁'이라는 과제를 '역사'에 의해 부여받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계급의식' 속에는 직접적인 이해관계와 궁극목표와의 '변증법'적 모순, 개별적인 계기와 전체와의 '변증법'적 모순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발전과정의 개별적 계기는, 즉 구체적 요구를 동반하는 구체적 상황은 그 본질상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에 내재해 있고 자본주의 사회의 법칙에 지배받고 있으며 이 사회의 경제구조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 루카치, [역사와 계급의식], <계급의식>

전술한 바와 같이, '자본주의'라는 '역사'적 단계에서 정치경제체제를 다 포괄하는 '총체성'을 담지하는 다수 노동계급, 프롤레타리아는 '계급'으로서의 스스로를 '변증법'적으로 '지양'하면서 '계급' 자체를 폐지할 '역사'적 사명을 부여받고 있으므로, 이 계급의 '의식', 즉 노동자 '계급의식'은 즉자적이지 않고 대자성을 넘어 '총체성'을 담아야 한다. 순환논리이자 동어반복 같지만, 이것이 루카치식 '총체성'의 전부다.


결론적으로, [역사와 계급의식]이란 자본주의 사회구성체의 '역사' 속에서 그 '물화'된 관계 아래 '소외'된 노동을 하는 다수 프롤레타리아의 '계급의식'을 정립하는 개념화 및 추상화 과정이며, 이는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적 방법론에 의해 정립된다.

루카치의 '추상성'은 러시아 볼셰비키나 독일 사민당으로부터도 비난을 받았고, 그는 모스크바 망명 시절 '철학'을 잠시 떠나 '미학'에 몰두한다. 1967년에는 결국 '자아비판'을 통해 [역사와 계급의식] 주요 개념들을 수정하고 재정립하는데, 스스로의 '총체성' 및 '추상성'의 원인을 1920년대 당시의 세계 혁명 '낙관성'에서 찾는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사멸할 것이기에 프롤레타리아의 '역사적 소명'이라는 '총체'적 담지자 역할은 1960년대에는 다르다는 것이 하나의 '자아비판'이다.

또 다른 '자아비판'은, '물화'와 '소외' 개념의 차이인데, 1967년 <서문>의 구절로 대신한다.

"두 근본개념('물화'와 '소외')의 잘못된 동일시... '대상화(물화)'란 사실상 인류의 사회적 삶에서 폐기될 수 없는 표현양식... 실천 속에서 이루어지는 '객관화' 모두가, 특히 노동 자체가 '대상화'라는 사실, 또 언어를 포함한 인간적 표현양식 모두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대상화'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것들이 인간들 상호간 교류의 형식임이 분명해진다. '대상화(물화)' 그 자체는 몰가치적이다. 잘못된 것이든 올바른 것이든, 아니면 노예화이든 해방이든, '대상화'임에 틀림없다. '대상화'된 형태가 사회적 장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인간의 존재와 대립하게 만들고, 인간적 존재를 사회적 존재를 매개로 해서 굴종시키고 왜곡, 기형화시키는 기능을 획득할 때 비로소 객관적인 사회적 '소외' 관계가 성립되며 그 필연적 귀결로서 내적 '소외'의 모든 주관적 특징들이 성립되는 것이다."
- 루카치, [역사와 계급의식], <1967년판 서문>

즉, '소외'는 극복해야 할 개념 그대로이나, '물화(대상화)'는 현대 자본주의 '역사'에서 이미 만연된 '표현양식'이며 '현실'이 된 것이다.


[역사와 계급의식]의 부제는 '마르크스주의 변증법 연구'다. 루카치는 마르크스주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헤겔로 돌아가는 것과 같이 다른 선학들을 찾지 않는다.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은 끊임없는 '부정의 부정'을 통해 혁신되는 고정되지 않는 사유방식과 그 '방법론'이다.
그로 인해 루카치는 마르크스주의 '정통성'은 마르크스주의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는 '추상적' 순환논리에 또 다시 빠지고 만다.


어려운 책이다.
1993년 스무살 생일선물로 사준 대학친구 진욱이한테 읽은지 27년 지난 이제야 '리포트'를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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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계급의식], 게오르그 루카치, 박정호/조만영 옮김, <거름>,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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