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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지 않는 법 - 수학적 사고의 힘
조던 앨런버그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4월
평점 :
"수학은 다른 수단을 동원한 상식의 연장"
- [틀리지 않는 법 - 수학적 사고의 힘](2014), 조던 엘렌버그,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 2016.
"수학은 우리가 '틀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과학이고, 그 기법들과 관습들은 수백년에 걸친 노력과 논쟁을 통해서 밝혀진 거야. 네가 수학의 도구들을 손에 쥐고 있으면, 세상을 더 깊게, 더 올바르게, 더 의미있게 이해할 수 있어."
- [틀리지 않는 법], <프롤로그>, 조던 엘렌버그, 2014.
1.
하나마나 한 소리로 들렸을 거다.
수학을 일찌감치 포기한 이른바 '수포자'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들.
'수학'은 고대 인류가 "세계는 무엇이며, 어떤 원리로 운동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제기한 시대부터 그 방법론으로 시작했고, 엄밀함과 정밀함을 지향하는 인류의 가장 최초의 '과학'이었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증명과 정리와 논리를 대대로 전승해온 '역사'라는 말은,
내가 아들에게는 볼 때마다 대놓고 수백만 번,
나 자신에게 역시 속으로 수천만 번 했던 말이었다.
잔소리를 무차별 난사해댔지만,
아들이 수학 못하는 걸 내심 탓할 수만은 없다.
대학 입시를 위해 억지춘향이로 외워댔지,
사실 청소년기의 나 또한 '이딴 수학은 배워서 뭐하나'라는 자문을 하루에도 백 번은 했더랬다.
그랬던 나의 아들이 수학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선천적인 요인은 분명히 있다.
내가 답도 없는 '문사철' 책들을 읽고 더더욱 노답인 글을 쓰는 걸 좋아하듯,
내 주변 누군가는 답이 딱 떨어지는 수학문제를 풀 때의 쾌감을 즐긴단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거다.
그러던 중에 고등학교 시절 매번 마음을 다잡고는 첫 장인 <집합>만 수십번 읽어서 <집합>편만 마르고 닳은 [수학의 기본정석]의 마지막 장이 <확률>과 <통계>였던 이유를 최근에 새삼 나는 상기하고 있었다.
2.
"클라우제비츠의 명언을 비틀어 말하자면, '수학은 다른 수단을 동원한 상식의 연장'이다.
수학이 제공하는 엄밀한 구조가 없다면, 우리는 상식 때문에 오히려 길을 잃을 수 있다. 전투기에서 이미 충분히 튼튼한 부분에 갑옷을 더하려고 했던 장성들이 그런 경우였다. 한편 상식이 없는 형식수학은, 즉 추상적 추론과 양, 시간, 공간, 운동, 행동, 불확실성에 관한 직관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저 규칙을 따르고 계산만 해내는 메마른 활동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미적분을 배우며 짜증내는 학생이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활동이 되고 말 것이다."
- [틀리지 않는 법], <프롤로그>, 조던 엘렌버그, 2014.
미국의 수학천재 조던 엘렌버그(Jordan Ellenberg : 1971~)는 대중들에게 수학을 쉽게 설명하는 글을 쓰고 소설도 쓰는 위스콘신 주립대학 수학교수다.
2014년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라는 두꺼운 베스트셀러 책을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샀지만 그 중 2.4%만이 그 책을 다 읽었다는 '호킹 지수'(스티븐 호킹의 책은 6.6%) 이론으로 유명해졌다는 조던 엘렌버그는 같은 해 [틀리지 않는 법]이라는 책을 통해 일상에서 '수학적 사고의 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학을 싫어하는 내가 감히 요약하자면,
수학은 해서 뭐하냐고 짜증내며 묻지 말고,
세상을 더욱 올바르고 덜 틀리게 이해하기 위해 각종 '수학적 도구'를 연마하면,
결국 수학은 '다른 수단을 동원한 상식의 연장'임을 깨닫게 될 것이니,
지금 풀고 있는 방적식과 미적분은 축구를 잘하기 위해 지그재그 뛰기나 왔다라갔다리 달리기를 무한반복하는 기초체력 훈련이라 생각하라는 거다.
결론은,
[수학의 기본정석]과도 같이 일상에 만연한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는 '확률'의 문제로 수렴된다.
즉, 정밀한 '확실함'과 '올바름'은 무한대와 같이 이 세상에 명확히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불확실함'과 '틀림'을 최대한 줄여나갈 수 있도록 '수학적 사고의 힘'을 단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확신하지 않는 것은 나약한 인간의 태도가 아니라 강인한 인간의 태도... 심미적인 이상의 수준에 오른, 일종의 형세관망... 그리고 수학은 그 일부이다. 사람들은 보통 수학을 확실성과 절대적 진리의 영역으로 여긴다.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수학은 또한 불확실한 것에 대해서 추론하게끔 해주는 수단, 불확실성을 완전히 길들이진 못할지언정 어느 정도 다스리게끔 해주는 수단이다."
- [틀리지 않는 법], <에필로그>, 조던 엘렌버그, 2014.
수학자는 순수한 모형화와 공식화를 갈고 닦으며 연구해야 하지만, 감히 그런 경지에 다다를 수 없는 일반인은 그런 '형식수학'보다는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상식의 연장(확장)'으로서 '수학적 사고의 힘'을 기르면, 살면서 조금 덜 틀릴 수 있고 조금 더 올바르게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 만큼, 엘렌버그의 [틀리지 않는 법]에는 '기대값'을 계산하는 식이 많이 등장하고, 실제 복권 구매와 선거 결과 예측에 관한 사례 및 계산식과 그래프가 무수히 등장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완전 100% 수학 무능력자가 된 나는 숫자와 계산식으로 전개한 그의 추론들을 거의 전부 이해하지 못했고, 급기야 대부분의 '기대값' 계산식은 건너뛰기도 하면서 문장 위주로 읽고 말았다.
다만, '틀리지 않고 싶은 수학적 사고의 힘'은 조금이라도 얻어걸리지 않을까 싶어 열심히 읽어댔음에도 몇 가지 사례 말고는 정리해볼 요량이 없게 되었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1) 프롤로그 : 아브라함 발드의 '전투기'
2차대전 당시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의 천재수학자 아브라함 발드는 전장에서 무사귀환한 전투기의 엔진통에 기관총 구멍이 많은 걸 보고 엔진통에 철갑을 강화하자는 미공군 장성들의 말에 반대하고,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전투기들은 이미 전신에 구멍이 뚫려 불탔으며 그나마 엔진통이 강했기에 구멍 몇 개 뚫린채 귀환할 수 있었다는 이유를 증명하고는 전투기의 엔진통이 아닌 다른 부분을 강화했다고 한다.
바로, 단순히 눈에 보이는 '상식'이 아니라, 수학이라는 '다른 방식'으로 연장시킨 '상식' 의 사례로서 이 책의 <프롤로그>는 시작된다.
2) 2장 : 기본 슬로건 - "국소적으로 직선, 대역적으로 곡선"
동양의 [노자 도덕경]은 '대직약굴(大直若屈)', 즉 '작게 보면 굽어보이지만 크게 보면 곧은 길'이라는 대인배의 사상을 품고 있다. 그러나 서양의 '수학'에서는 과학자답게 도학자적인 동양과 반대로 모든 걸 '직선'으로 이해하는 방식을 탈피해서 크게 보아 '대역곡선'으로 이해하는 방식으로 '상식'을 확장한다. 직선 그래프의 2차 방정식을 넘어 곡선의 3차 이상의 방정식으로 복잡한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은 타당하다.
고대 그리스 수학이 원의 지름을 측정한 방식이 그랬고(아르키메데스의 '실진법'), 근대 미적분과 경제학의 '한계효용' 등의 기본 원리가 그러하다.
3) 4장 : '큰 수의 법칙'
동전을 던져서 앞면 또는 뒷면이 나올 확률이 50%라는 확률적 예측은 실제로 몇 번 던져서 나온 실험결과가 아니다. 동전을 거의 무한할 정도로 던져댄다면 그 확률은 틀림없이 50%로 수렴한다.
이것이 보험통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인 '대수(큰 수)의 법칙'이다.
즉, 내가 80세까지 살지는 못하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누적시켜서 보면 인간은 대략 80년을 산다는 그런 이야기, 내 자동차보험계약 하나만 본다면 그렇지 않지만 수백만대의 사고율을 누적시켜 보면 보험금 대비 보험료의 적정손해율은 약 76%가 나온다는 그런저런 이야기의 배경이 바로 '대수(큰 수)의 법칙'이다.
4) 7장 : 귀무가설(歸無假說 : null hypothesis)
이른바 '거짓'임이 증명되어 기각되는 것을 목적으로 상정한 가설이다. 원래 '참'으로 증명하고 싶은 명제와 다른 조건의 가설로서 엘렌버그에 의하면 "당신이 연구하는 개입조치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가설"(같은책, <7장>)이다. 원래의 모습인 '0'(無/null)으로 돌아가야 할 귀무가설은 '올바름'을 위한 반증대상이다.
다만, 밤에는 '귀무가설'을, 낮에는 그 반대인 '대립가설'을 진심으로 진지하게 연구해야 인간은 기존 신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을지라도 '올바름'에 대한 증명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같은책, <에필로그>)고 한다.
5) 10장 : 베이즈 추론
'확률'에서 '사전 확률'과 '사후 확률'에 관한 이론이다. 즉, 어떤 "증거를 본 뒤에 무언가를 얼마나 믿게 되었느냐 하는 것은 증거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달린 게 아니라... '애초에' 그 무언가를 얼마나 믿었느냐에도 달려있다"(같은책, <10장>)는 이야기다.
신의 존재에 대한 증명을 통해 신을 믿을 확률(사후 확률)은 '애초에' 신을 믿을 마음(사전 확률)에 의해서도 어느정도 결정되어 있다는 논리로 나는 이해한다.
이른바, '확증 편향' 같이 '답은 정해져 있다'.
그렇게 나의 '수학여행'은 조던 엘렌버그의 안내에 따라,
오래전 고등학생 시절 그랬듯,
중간 과정은 이해하든 못하든,
'기본 체력훈련'은 건성건성 하는 척 하다가,
결국 '확률'의 '정석'으로 수렴된다.
3.
역시 수학은 어렵다.
어려서부터 '수학적 사고'를 힘써 훈련하지 못했으니, 조금만 신경쓰면 이해될 수도 있을 숫자와 계산식은 그냥 눈으로 훑고 넘어간다.
이 나이에 별 재미도 없는 이론적 수식 계산으로 머리쓰기 귀찮기도 하고 실은 숫자만 봐도 내심 진절머리를 치는 내 천성은 예나 지금이나 한 치도 변함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라리,
조던 앨렌버그의 이 책 [틀리지 않는 법]보다는,
대략의 큰 수(big number)에 대한 기준선들을 소개해 주는 영국 보험수리학자 앤드류 엘리엇(Andrew Elliot)의 책 [숫자로 읽는 세상의 모든 것(Is That a Big Number?)](2018)을 추천한다.
수학을 좀더 애정한다면, 수학의 '정밀함'보다 '직관'적이고 '근사치'적인 사고방식을 알려주는 일본 수학자 하타무라 요타로의 [직관 수학](2004)을 권하고 싶다.
'수학적 사고의 힘'으로 '상식을 연장'시키고 싶지만,
수학이 여전히 어렵고 숫자가 너무도 싫은 나의 천성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한편으로는 숫자로 일하는 금융회사에서 믿을 수 없게도 거의 사반세기를 버티고 있는 나 자신이 새삼 대견하거나 안쓰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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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틀리지 않는 법(How Not to Be Wrong) - 수학적 사고의 힘(The Power of Mathematical Thinking)](2014), Jordan Ellenberg,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 2016.
2. [숫자로 읽는 세상의 모든 것(Is That a Big Number?)](2018), 앤드류 엘리엇, 허성심 옮김, <미래의창>, 2021.
3. [직관 수학](2004), 하타무라 요타로, 조윤동 옮김, <서울문화사>,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