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라이즈 - [초특가판]
F.W. 무르나우 감독, 자넷 게이너 출연 / 씨네코리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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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보다 무르나우는 대단한 감독이다. 작가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감독에게 존재했다면 그는 이미 그 영화의 매력을 꽤뚫어 보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요즘도 난무하는 불륜살인극. 사랑을 깨달아가는 러브스토리. 두 이야기 사이의 줄다리기가 이 영화의 서스펜스를 극대화한다. 요즘 시나리오를 모니터링하면서 느끼는 것은 뒷부분을 예측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관객을 끌어 당기느냐 당기지 못하느냐의 차이가 그 지점에서 생성되기 때문이다.(예측가능하다면 관객의 머릿속에서는 벌써 다른 생각들이 서서히 들어온다. 영화에 눈을 뗀다면 그 영화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 싶다.) 플롯이란 그래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몇몇 특정장르는 제외하자. 특히, 액션은.)

 

처음에는 아내를 살인하려는 남편의 계획 살인으로 스토리가 흘러간다. 그러나 바다위에서 차마 빠뜨리지 못하면서 아내에게 미안해 하고 그 미안함 속에서 사랑의 감정을 발견한다. 앞부분은 제법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죽일 수 있을까 없을까. 하지만 이야기가 전복되면서 둘의 러브스토리로 흘러간다. 감독은 관객에게 경고한다. 그 이야기 속에서 아직 눈을 떼지 말라고. 남편의 광기가 제시되는 장면들은 보는 이에게 그런 느낌을 전달한다. 이야기의 긴장감은 그럼으로 지속된다. 결국 다시 바다위로 나가는 주인공들. 이때 태풍이 몰아쳐 배가 전복된다. 그리고 남편이 계획했던 대로 여자는 바다 위에서 실종된다. 여기서 한 가지 의심이 든다. 남편은 슬퍼하지만 그는 그 여자를 계획적으로 죽인 것은 아닐까 싶은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과연 어디로 흘러 갈 것인지 궁금해진다.

 

영화는 확실히 단순한 이야기를 선택할 수록 돋보이는 것 같다. 스토리를 제외한 부분들에서 영화적인 긴장감이 생긴다. 인물의 표정, 동작, 제스처 뿐만 아니라 단순한 사물, 이동샷, 미장센, 편집, 조명...쓰다보니 끝이 없다. 모든 영화적 도구들을 이용해 구체적인 정서적 느낌을 전달한다. 말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강한 느낌이 단 한가지의 영화적 도구로도 전달될 수 있다. 무르나우는 그 점에서 여러가지 장면들을 조합해 낸다. 새로운 장면들을 제시하는 것 역시 흥미롭다.(특히, 합성의 정교함에 감탄한다.) 최근 본 무성영화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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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서재지기님의 "[모집] 제 16기 Product Tag 파워 유저 클럽을 모집합니다."

1지망<인문/사회/과학/역사/예술/대중문화> 2지망<경제경영/자기계발/실용서> 요즘 알라딘서재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저번에는 한번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꼭 선정되어서 활동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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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라투 - [초특가판]
F.W. 무르나우 감독, 막스 슈렉크 외 출연 / 씨네코리아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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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라투를 처음 보았을 때는 거의 <영구와 땡칠이>에서 보았던 어설픈 귀신같았다. 내 손톱길지라고 말하는 듯 하는 손동작하며 온몸을 다드러낸 흡혈귀의 모습이 장난처럼 느껴졌다. 영화를 보며 느끼는 공포의 감정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단순한 깜짝 놀람같기도 하고 예측할 수 없는 순간 툭툭 튀어 나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분위기와 음향만으로도 그런 감정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면 주인공이 느끼는 여러가지 상황들에 이입했을 때 느껴지는 동질감일까.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며 노스페라투를 보았다. 

 

확실히 노스페라투는 배경에 신경을 쓴 것 같았다. 음산한 배경과 기괴한 인물, 현실과 연결하기 위해 삽입한 설정. 연극처럼 5막으로 구성한 이 영화는 치밀한 전개과정에 맞추어(무성영화다 보니 스토리를 전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래서 긴박감이 떨어진다.)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리고 공포만이 아니라 주인공의 희생으로 끝맺는 드라마틱한 결말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의 장르가 지금의 장르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딱히 공포영화라고 보기만은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복합장르) 노스페라투의 등장부터는 긴장감이 떨어졌는데 그것은 편집과 샷의 변화가 아직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영화문법상 구현할 수 있는(그래도 노스페라투는 편집의 맛을 알았던 작품같다. 노스페라투가 사용하는 축지법은 그 시대 관객들에게 굉장한 공포감을 심어주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직도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최대한을 소화한 것 같았다. 점점 다가오는 듯 한 느낌을 강조하기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공포영화에서 중요한 점은 보이지 않는 것을 관객이 상상하거나 느끼게 만들었을 때 극대화 되는 것 같다. 노스페라투가 등장했을 때보다 다가오고 있을 때나 화면상에 보이지 않을 때 어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더 무서웠다. 또한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 중에 중요한 것은 음향효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았던 버전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가끔 아주 가끔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 차라리 그 비명이 더 큰 공포를 안겨주었다. 요즘은 현실감이라는 부분도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인위적이라기 보다 밤거리에서 만날것만 같은 공포의 존재를 형상화한다면 그 효과가 더 크다. 노스페라투도 전승되는 이야기와 과학적으로 보이기 위한 설정을 이야기의 배경에 심어둔다. 그것을 통해 단지 공포는 지금 이 영화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 안에 만날 수 있는 이야기로 확장되는 식이다. 관객은 머리로 공포감을 그린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공포 영화로 오기까지 부단히 노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은 지금도 어떻게 하면 대중을 무섭게 할까를 연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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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택시 드라이버
마틴 스콜세지 감독, 조디 포스터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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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누가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가 물어보았다. 그때 딱히 뭔가 떠오르지 않아서 생각했던 영화들을 쭉 적어보았다. (한 70여편이 있었다.) 그 중에 이 영화가 들어있었다. 택시 드라이버. 예전에 자막이 없어서 그냥 보았던 영화였다. 그래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 영화가 전하는 느낌을 잊어 버릴 수 없었다. 오프닝에서 네온싸인의 색감들-화려한 붓터치의 명화를 보고 있는 듯한 미장센, 멜로인듯하지만 스릴러인 것 같은 음악, 그리고 드니로형님의 연기-연기라기 보다는 살아있는 인간 실존 자체였다-이 나에게 영화는 무엇인가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전에 보았던 영화들과 또 다른 기점을 만들어 낸 영화다.) 그 후 마틴 스콜세지를 존경하는 의미에서 마감독님이라고 불렀다. 분노의 주먹, 예수 최후의 유혹, 갱스 오브 뉴욕, 디파티드 등등. 인간적이고 남성적인 내면에 근거한 그의 영화의 감성들. 특히, 이 영화는 마감독님의 진수를 맛볼수 있는 수작중의 수작이라 생각되었다.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나의 내적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주인공의 내면. 그는 이 밤거리를 쏘다닌다. 붉은 색감이 주를 이루는 밤거리는 마치 핏빛처럼 느껴진다. 소통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심적인 상태와 상상, 미국 사회의 단면에 대한 불만이 내레이션으로 읊어진다. 거리의 이미지들이 공격적으로 들어온다. 그는 정신이상같다.(사회가 그를 격리했거나 그가 스스로 격리된 것이지만 무엇이 맞다할 수는 없다.) 그가 여자를 사랑하는 방식은 외로움의 발현일 뿐이고 집착하는 것은 그가 의지할 데가 없어서이다. 삶의 회의감이 찾아올 무렵 그는 그의 사명을 발견한다. 누군가를 죽이는 것. 그것으로 자신의 삶은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바뀌고 싶어서라기 보다 의미를 찾기 위해서다. 꼭 누군가를 구원하고 싶어 안달하는 것 같다. 그럼으로 스스로가 구원을 얻고자 한다. You are talking to me. 손에 권총을 들고 반복하는 드니로 형님의 대사. 정화해야할 쓰레기들이 넘치는 세상. 정의란 무엇인가(요즘 마이클 센델의 강의를 시청하고 있다)와는 기묘하게 다른 그의 정의.('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꼴리니코프의 고뇌와 비슷하다.) 바로잡아야할 정치인들이나 길거리의 한량과 매춘부들이 무엇이 다른 것인가. 그 속에 그 역시 루저 중 하나일뿐. 그는 이 세계에서 꿈틀댄다. 다만 그가 죽인 인간이나 그나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피해자의 얼굴을 한 체로. 억압과 구조의 모순, 인간 개체 자체의 아이러니.  마치 영웅적으로 그려지는 그의 후반부는 관객에게 이상하게 받아들여진다. 그의 삶은 변한 것이 없다. 초반과 마찬가지로 밤거리를 방황하는 드니로. 변하지 않는 내면의 고독감. 묘하게 얽혀 있는 영화 속 현실과 실제, 주인공의 내면과 일반 대중. 딱히 무엇이 주제의식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톱니바퀴의 맞물림처럼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지금 내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보고 싶어진다. 시비걸면 죽여버리고 싶어하는 본성이 어느 편에서는 정의로 추앙받는 것이 우습지 않은가.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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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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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소설이 이렇게 그로테스크하다니... 괴소소설의 첫 단편을 읽었을 때 공감이 가면서도 불유쾌했다. 나도 삶에 지칠 때 버스에 오르거나 전철을 타면 낯선사람들과의 만남이 거의 이런 느낌이다. 그러다 살짝이라도 부딪치면 불쾌감이 폭발한다. 어찌보면 이 괴소소설에 담겨있는 단편들이 모두 이런 현대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현대에서 느끼는 단상에 대한 우화.


특히 기발하고 재치있게 느껴졌던 것은 <초 너구리 이론>이었다. UFO에 대한 것을 초 너구리 이론 안에 껴맞추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각의 모순, 그리고 그것을 진지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가, 그리고 쿨하게 그것은 날다람쥐였다는 사실을 밝히는 엔딩을 통해 과학적 사고의 아이러니를 적나라하게 들춰내고 있다. 특히, 나는 과학이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는 창구, 이성이 현대 물질 문명을 완성한 빼어난 도구라는 사실을 부정하는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하고 놓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느낌이었다. 현대는 지금 자신의 틀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맹신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현대인의 잔인한 면모를 블랙유머를 섞어가며 표현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들을 읽으며 그의 추리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재기발랄한 느낌을 받았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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