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쓴 악마의 시 - 사랑을 너무 믿거나 믿지 않을 이들을 위하여
고니 지음, 은알 그림 / 노마드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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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인지 에세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스타일리쉬한 그림과 함께 적혀 있는 글귀들이 내 과거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들어서인지

오랫만에 감상에 젖어들 수 있었다.

저자의 통찰은 인간의 공통적으고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짚어준다.

천사와 악마의 존재가 내 내면에서 끊임없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살아가고

느끼는 과정을 절묘하게 표현해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특정한 이야기-사랑에 포커스가 맞춰져 만남과 이별,

그리고 누구나 경험하는 사랑의 과정을 감각적인 단어들로 순간을 잡아낸다.

그래서 읽다보면 내 과거의 모습들, 환희와 기쁨, 절망과 아픔을 다시 꺼내어 느낄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옛사랑에 잠겨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인 것처럼.

그러나 사계절을 배경으로 나눈 챕터들이 조금 아쉽다.

그에 맞는 사랑의 과정과 디테일은 적절하게 잡아내지만

챕터 이상의 역할들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계절에 맞는 정서들을 끄집어 내었다면

(-새싹, 여름-더위, 가을-단풍, 겨울-)

좀 더 구조적인 재미가 있었을 텐데 필요에 의한 도구적인 설정에 그쳐서 아쉬웠다.

하지만 사랑얘기는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질 수 있는 정서기 때문인지 그에 대한 묘사들이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제 점점 가을의 문턱에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데 그런 선선한 가을에 읽기에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단지 독특한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 역시 있다.

특히 예쁘지도 않으면서 애수에 찬 듯한 여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편의 유행가 가사, 에세이이거나 시인, 산문과 운문의 중간으로 이루어진

'천사가 쓴 악마의 시'는 그림과 글의 적절한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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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미지와의 조우 (2disc) - 일반 킵케이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프랑소와 트뤼포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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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꿈꾸는가. 영화를 보고 있으면 감독이 가진 취향과 상상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감독은 매력적인 직업같다. 한때 유행처럼 외계인처럼 알 수 없는 생명체를 다룬 영화들이 대거 등장했다.(에일리언, 어비스가 먼저 떠오른다.) 그 영화속에서 그려지는 미개생명체의 모습은 감독마다 다르다. 미지와의 조우에서는 외계생명체가 유대감, 평화로움, 신비함을 가진 존재로 그려진다. 스필버그가 그리는 외계인은 언제나 친근할지도 모른다.(이티는 그렇지만 우주전쟁은 아니기에 딱히 그렇게 주장할 수 는 없지만 우주전쟁은 원작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 치자.) 그리고 영화밖 현실과의 연계를 통해 극한의 영화적 리얼리티를 구현해 내려고 노력한다. UFO와 버뮤다삼각지대에서의 실종, 그 외의 실종자들과 연결되는 외계인의 존재. 그들의 실종과 납치를 우정처럼 미화하는 것 역시 그의 취향이리라. 스필버그에게 우주란 신비로운 새로운 이야기거리 중 하나이며 자신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장난감, 또는 캔버스 같다.

 

플롯 자체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었다. 히치콕감독이 예전에 이런 말을 했다. 영화가 극적이기 위해서는 악이 강력해야한다. 이 영화는 스케일이 큼에도 불구하고 딱히 악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없다. 진실을 은폐하기위해 연막을 치는 정부정도인데 그 정도가 가히 소심하다.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욕구조차 제지하지 못한다. 우주인을 만난 사람들의 기이한 행동과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연결되는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 밖에는 딱히 이야기할 줄거리가 없다. 하지만 이 지루할 수 있는 영화를 재미있게 만든 것은 77년도에 이만한 디테일로 우주인을 그려냈다는 점이다. 관객들의 시선을 충분히 끌어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음악을 암호로, 소통의 창구로, 색과 불빛으로 시각화한 것도 새롭다. 30년이 지났지만 스필버그의 상상력은 여전히 신선한 맛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상상력의 구현은 영화감독의 최종목표가 아닐까. 더 화려해지는 요즘의 기술을 보면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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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링컨 : 초회 한정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토미 리 존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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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영화라서 그런지 끝부분에 의도적으로 최후의 모습과 연설을 섞는 부분이 과하게 느껴졌지만 굉장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필버그의 연출력은 나날히 좋아진다. 워 호스에서 느꼈던 것처럼 지루할 수 있으나 묵직한 진행 방식들. 초반부의 전쟁장면은 스릴이나 치열함보다는 잔혹한 인간사의 오페라 같은 웅장함이 느껴진다. 그것도 실질적인 현실감은 없지만(조금만 바라봐도 그렇게 싸웠을리 만무하다.) 그 현실감을 영화안에 고스란히 담아내며 묵직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그 외에도 어떤 특정한 사건으로 링컨의 내면을 파고드는 방법은 이야기적으로 훌륭하고 어떤 특정한 위인의 모습이라기보다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투사의 모습처럼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그리고 순수한 목표를 위해 여러가지 방법-더럽다고 보기는 어렵지만-과 사람들을 선택하고 기용하고 하나가 되어서 나가려 하는 위대한 면모 또한 볼 수 있다.

 그저 드라마에서나 보이는 유치찬란한 교훈극이 아닌(예전의 스필버그라면 그런식의 접근을 했을 것 같다.) 한 사람의 모습, 우리도 그 길을 밟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을 바라보며 인간의 삶과 신념도 포기하는 비전을 바라볼 수 있었다. 쉰들러리스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듯한 스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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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 : 입문 편 - 통계학이 최강의 학문이다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 시리즈
니시우치 히로무 지음, 신현호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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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화두는 빅데이터다.

나도 요즘 데이터양이 엄청 증가한다는 것은 알고 있고 그것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빅데이터가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알기 위해 <빅데이터가 만드는 세상>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두꺼웠지만 초심자가 빅데이터가 무엇인지 파악하기에 적절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흡족했다.

책의 본문을 인용하자면...

 

"빅 데이터란 큰 규모를 활용해 더 작은 규모에서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통찰이나 새로운 형태의 가치를 추출해내는 일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시장, 기업 및 시민과 정부의 관계 등 많은 분야에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빅 데이터 시대는 우리가 사는 방식,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 도전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사회가 인과성cauality에 대한 그동안의 집착을 일부 포기하고 단순한 상관성correlation에 만족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이유'는 모른 채 '결론'만 알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수백 년간 이어져온 관행을 뒤집는 일이며, 우리는 의사 결정 방식이나 현실에 대한 이해 방식을 아주 기초적인 부분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19

 

책의 내용은 위에 인용한 부분에 집약되어 있었다. 그것을 풀어주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하지만 그 많은 사례들을 다루면서 이해를 높여줌에도

어떻게 빅데이터를 가공하여 그런 결과를 도출해내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과정이 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된거야?

누구에게라도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궁금한 걸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그러다 만나게 된 책이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이었다.

그러나 데이터를 가공하려면 통계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어야하지...

읽기 전부터 걱정되기 시작했다.

숫자가 많이 나오면 머리에 쥐가 나고 전공자들처럼 알아듣지 못해 어렵지는 않을까 싶어서...

예상대로 어느정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다. (어려운 용어들에 대한 설명은 여러번 읽어둔다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정도)

그리고 이 책의 유익한 점은 사례별로 어떤 방식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가공하는 것이 유리한지 초보자들도 노력만한다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차례대로 읽기만 해도 기초적인 통계학지식과 우리의 화두인 빅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맛 볼수있다는 점이다. 간단한 예로 월마트에서 빅데이터를 통해 얻어낸 결과인 <기저귀와 맥주>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마저 상세히 나와 있었다. (그전에는 기저귀와 맥주의 관계가 그저 신기하긴 했지만 어떤 수치를 통해 그런 결과를 도출해냈는지 알지 못했었다.) 

 

지금까지의 빅데이터에 대한 개론서들은 흐름과 현상에 대해서만 알려주었지만

이 책은 빅데이터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용되는지 상세히 알려준 책이라 달랐다. 

 

마치 소경이 눈을 떠서 빅데이터의 실체를 본 것만 같았다.

그리고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빅데이터를 실제 삶에서 응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빅데이터를 가공하는 법을 더 깊게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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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 박스세트 (4disc) - 레이더스(1981)+죽음의 사원(1984)+최후의 성전(1989)
파라마운트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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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의 예전 영화들을 보며 느낀 점은 생각보다 컷이 단순하다는 것이다. 박진감은 차라리 장면연출보다는 플롯에 있다.(연출의 중요도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인디아나 존스시리즈를 보며 플롯의 진행이 긴박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기 때문이다.) 첫 장면부터 보는 이를 아슬아슬한 모험속으로 끌어 당긴다. 목숨이 위태로운 함정들이 펼쳐져있고 주인공은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죽지는 않겠지만 혹시 혹시 하는 조마조마한 감정이 고조된다. 보물을 탈취하는 주인공의 쾌감에 동참하는 동시에 다시 빼앗기게 되는 보물. 관객은 처음부터 목숨을 건 모험의 매력에, 그리고 적대자에게 빼앗긴 상실감을 안고 만회하기위한 주인공의 분투에 빠져버린다. 이 내용 하나만으로도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가.(그리고 다른 영화들은 단지 그 스케일 작은 보물을 빼앗기 위해 떠난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인디아나 존스의 오프닝일뿐이다.

 

예전에 장래희망하면 모두가 고고학자라고 말했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에 가서 사학에 대해 공부하고 나서 아, 이게 이렇게 따분한 직업이구나. 절대 보물을 찾아 떠날 것 같은 직업은 아니란 생각이 들자 속은 기분이 들었다. 그 시절 인디아나 존스의 파급효과는 그 정도로 굉장했다. 계속적으로 따라오는 목숨의 위험과 사명. 어느 순간 모험을 즐기고 있는 해리슨 포드와 나. 그리고 결국에는 악당들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구조. 언젠가 다시 나올 속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엔딩. 이렇게 오락어드벤쳐영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모두 구현한 그의 천재성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그 이후 이런 류가 쏟아져 나왔다. 스필버그는 역시 대단하다. 돈을 많이 벌만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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