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 1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난 최초의 인간이야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마지막 인간이야

 

 

 

세상은 멸망했어.

아무도 노래 부르지 않고

아무도 그림그리지 않고

아무도 글을 쓰지 않아서

 

 

 

어린 시절

어른들이 그랬지.

그거가지고 살 수 있겠니?

사는 건 전부 다야.

나한텐 이게 전부였지.

 

 

 

어느 날

만화에서 보듯이

외계인들이 우릴 모두 죽였어.

왜 죽였을까.

 

그건 몰랐지만

난 기타 리프를 튕기다가

부활했어.

 

 

좀비라고 해도 좋아

난 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음악을

다시 쳐보고 싶었어.

 

그래서 좀비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난 지구에서 기타를 튕굴 줄 아는

처음이자 마지막 인간이지.

 

 

 

CD 가게에 들어가서 아무도 사지 않는

마이클 잭슨과 커트 코베인과 제 8극장의 음반을 사.

그리고 머리를 흔들면서 기타를 튕기지.

가끔은 DVD를 틀어놓고 밥 아저씨의 말을 따라 유화를 그리기도 해.

나한테는 시간이 많으니까 할 일도 많지.

 

 

마지막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로

이만한 일이 어디 있겠어?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찾아보라는 누군가의 말에

난 대답했지.

죽으면 될거야. 아마. 죽으면.

그래서 난 좀비가 되었어.

 

-----------------------------------------------------------------------------------

제목은 역시 붕가붕가 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의 패러디입니다.

마이클 잭슨이나 커트 코베인은 제 학창시절 가장 유명한 가수들이었죠.

밥 아저씨도 마찬가지고...

보통은 제가 시를 쓸 때는 흥에 겨워서 쓸 때가 많은데, 이 시는 중간까지 템포가 느리다가

중간부분부터 조금 흥이 나서 써봤습니다.

흥에 겨워서 쓴다고 다 잘 써지는 건 아닌데...어쨌거나 저로서는 처음 시도해 본 내용이네요.

아마 웜 바디인지 뭔지 하는 그 영화 영향도 있을...지도?(한 10분 보다 껐으니...)

브로콜리 너마저...의 음악을 듣고 썼습니다.(그러고보니 이쪽도 붕가붕가 레코드와 연관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분명히 경찰 송정의는 일생에 살면서 큰 실수는 안 해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형사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그의 유약한 성품은 교통계에서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갑자기 병률의 호출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어서 오게.”

 

화려하진 않지만 그 나름대로의 중후함이 있는 식당에서 전 경찰이자 현의원의 환대를 받을 줄이야...

 

“...느...늦어서 죄송합니다.”

 

“늦기는, 4분이나 빨리 왔는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병률이 대꾸했다.

 

“내가 좀 빨리 와서 그렇지. 서 있지 말고 앉아.”

 

병률은 한때 정의의 아버지 밑의 부하였다. 하지만 둘 사이가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는데.

경찰까지 그만뒀던 그가 왜 정의를 부른 것일까?

그것이 정의의 의문이었다.

 

“많이 힘들지?”

 

정의의 잔에 소믈리에가 포도주를 따라주었다.

 

“저기...곧 돌아가봐야...포도주는 좀...”

 

소심한 정의의 말에 병률이 다시 한번 그 미소를 지었다. 애매모호한. 정답지를 보고 오히려 의심하는 선생의 얼굴로.

 

“오늘은 내가 특별히 부탁해놨어. 걱정 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걱정하지마.”

 

병률이 그 앞으로 쪽지 하나를 건넸다.

 

“우선, 식사부터 좀 하고 시작할까?”

 

식사는 침묵과 함께 시작되었다. 병률이 몇마디 가벼운 농담을 던졌지만 정의는 그 쪽지의 내용이 신경쓰여 제대로 밥을 못 먹었다.

그리고 그는 대충 메인 요리를 넘기자마자 건네받은 쪽지를 급하게 펼쳤다.

 

“......”

 

정의는 쪽지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며칠 전 어떤 숲에서 등이 부러진 남자가 방치되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남자는 어떤 저택에 있었던 일을 남김없이 이야기하고 곧 사망했다고 했다. 그리고...그 남자가 말한 위치에 있는 저택은 예전부터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었다고 밝혀졌다. 불법의 냄새가 심하게 나지만 현재 신고한 사람이나 신고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미제의 사건으로 남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또한 거기에는 또 다른 사건이 기재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흥신소 몇군데의 사장들과 직원들이 행방불명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흥신소의 성격상 은밀한 일들이나 불쾌한 일들을 도맡아서 하는 것인지라, 그 이야기가 바로 경찰로 전달되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걸 왜 제게...”

 

“자네 관할 구역이거든. 거기가. 교통계에서 자네가 근무하는 곳이잖아.”

 

“하지만 전 형사가 아닌데요...”

 

“형사건 아니건 중요하지 않지. 난 자네가 이름에 걸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형사들은 오히려 이

런 일을 잘 모르지. 하지만 자넨 자네 아버지의 아들이야. 충분히 가능해. 그리고 자넨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놀라운 관찰력과 끈기, 정의감이 있어. 꼭 부탁하는거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네니까 말이지.”

 

“하지만...”

 

“시간은 충분히 주지.”

 

병률이 마지막 잔을 비우면서 말했다.

 

“나한테는 자네가 꼭 필요해.”

 

정의가 돌아가고 난 후 다른 테이블에서 어떤 여자가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여자는 병률의 테이블로 와 조용히 포도주잔을 들어 보였다.

 

“이젠 공권력의 힘까지 빌리는군요. 놀라워요. 그 실력.”

 

“...실수한 걸 비꼬지 마. 여전히 그 놈 편이 될거야?”

 

은미는 눈동자를 병률에게 똑바로 맞췄다.

 

“당신이 실수만 안 했으면.”

 

그랬으면 당신 편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그녀는 그 말을 입안에 담고 그의 잔에 잔을 부딪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병률은 심부름 회사에 그 위치를 알려주고 누가 거기 있는지 사진을 찍어오라고 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거기는 이틀에 30만원 주기로 하고 빌린 점포였다.

한 사람당 삼천원 주기로 했다는 거기에 간 사람은 한명밖에 없었다는 보고까지 듣고 나서야 병률은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 한명이 어떻게 생겼냐는 심부름 센터 직원의 말에 잠시 빌려주고 감시했다는 건물주는 뚱하게 대꾸했다.

 

“어떻게 생겼는지 내가 어떻게 감시하고 있느냐고.”

 

“우리도 일이니까 좀 협조 좀 해주소.”

 

안면이 없는 것도 아닌 상대인지라, 주인은 한참 생각해보더니 자세한 대답은 전혀 아닌 단 한마디를 내뱉었다.

 

“대머리.”

 

“대머리? 그리고?”

 

“대머리는 여자 하나를 여기서 데려갔는데...취했는지 어쨌는지 여자가 정신을 잃었더라고. 늙은 여잔데...”

 

“늙은 여자?”

 

“대머리가 데리고 가는데, 그 대머리를 바래다주던 남자보고 그 대머리가 그러더라고 신부님. 이라고.”

 

“...신부가 이런 사기극에?”

 

“사긴지 아닌지 난 모르지. 뭐야. 뭔 신고라도 하려면 나하고 이야기는 하지도 말어. 재수없으니.”

 

“여기 빌리겠단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털이 텁수룩한 남자였어. 온 전신이 털같은 남자야. 그러고보니 전직 기자라던가. 요즘은 술집 한다던데. 술을 몇 개 좋은 거 갖다줘서 내가 장사 안되는 김에 빌려준거지. 뭐...”

 

심부름 사원은 그대로 그 자료를 병률에게 넘겨주었다.

병률은 약속한 돈을 넘긴 후 그 자료를 파일에 넣었다.

형제라도 용서할 수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 1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