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 스페셜 에디션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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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륜적 전쟁이 크게 두 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국가 간의 극한의 경제적 이익 추구로 인한 반목이 어느 때보다 노골적인 시대에 이 이야기만 한 판타지가 있을지.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해 기꺼이 자신이 이익을 뒤로 하는 집단이라니.

일단 워낙의 베스트셀러인데다 영화까지 성공한 소설인데, 사두고 이제야 읽었다.

기술적인 묘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함에도 지루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이점이랄까.
공들여 읽지 않아도 대략 흐름만 인지하고 넘어가면 되는 부담감 없는 과학적 사실들.

홀로 생존 난이도가 극악인 곳에 떨궈진 낙관적이고 건강한 식물학자 겸 기계공학자인 주인공은.
비관 없이 하루하루를 충분히 살아가는데, 그 점이 독자인 나를 매우 고무적으로 만드는 부분이다. ㅋㅋ

- "어떤 기분일까?"
그는 잠시 생각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저 먼 곳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자기가 온전히 혼자이고 우리 모두가 자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하겠지. 그런 것들이 한 사람의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는 벤카트를 돌아보며 다시 말했다.
"지금 마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군."
<일지 기록 : 61화성일째>
아쿠아맨은 어떻게 고래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까? 고래도 포유류가 아닌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 98

- 집에 돌아온 후 한동안 의기소침해 있었다. 그토록 멋진 나의 모든 계획이 열역학 때문에 좌절되다니. 빌어먹을 엔트로피! - 109

- 덕트 테이프는 거의 진공에 가까운 대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덕트 테이프는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하다. 덕트 테이프는 마법이며 숭배해야 마땅하다. - 331

- 나를 살리기 위해 들어간 비용은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괴상한 식물학자 한 명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을 쏟아 붓다니. 대체 왜 그랬을까?
그렇다.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어느 정도는 내가 진보와 과학 그리고 우리가 수 세기 동안 꿈꾼 행성 간 교류의 미래를 표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 있어서다. 가끔은 그렇지 않은 듯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다.
등산객이 산에서 길을 잃으면 사람들이 협력하여 수색 작업을 펼친다. 열차 사고가 나면 사람들은 줄을 서서 헌혈을 한다. 한 도시가 지진으로 무너지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구호품을 보낸다. 이것은 어떤 문화권에서든 예외 없이 찾아볼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이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 나쁜 놈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덕분에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내 편이 되어주었다.
멋지지 않은가? - 549

2024. nov.

#마션 #앤디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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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길을 잃다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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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을 꽤 흥미롭게 읽은 기억에 바로 구매했는데...

아무래도 국난 앞에서는 이런 한가한 이야기가 안 먹히는 건지, 뭐든 어렵사리 행하는 레스의 여정을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볼 수 없었다. 십여 년을 전 연인의 집에서 집세 걱정 없이 살아온 나이브함을.... 뭐라고 생각해야 할지.

늘 여행길에 올라 있는 레스라는 인물은 사실 그 여행을 정말로 즐기고 있는지도 아리송하다.

몹시 더디고 정체되었다는 느낌의 아이러니한 여행.

삶의 경이로움을 이야기하지만 이번에는 와닿지 않았다.

- "미국 작가들의 문제가 뭔지 알아?"
"쉼표요." - 65

- 집세니 유언 검인이니 세월의 흐름 같은 것에 대한 레스의 순진무구함은 당연하게도 아서 레스의 매력에 포함된다. 그는 모든 하루가 그다음 하루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틀린 생각이다. 그는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 다시 그 생각을 한다. 그것도 틀린 생각이다. 그는 우리가 자유롭게 진정한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우리는 선택하는 대로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도 미합중국인 같은 정신 상태라, 케첩을 곁들여 내놓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친구들, 케첩만 먹고 살 수는 없다. - 74

- 세상의 문제는 우리가 서로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거야. 우리를 움직이는 건 친절함과 인간적인 영혼이거든. 우리에겐 서로가 있어. 우리에게 있는 건 그게 전부야. 그걸 기념해야 해. 기억하게. 자네가 누굴 사랑하든 상관하지 않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매일 사랑해야 해. 매일 그들을 선택해야 해. - 177

2025. jan.

#레스길을잃다 #앤드루숀그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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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5 - 4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5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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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찌할 것인가 싶기만 한 망국의 백성들.

초반 인물들 다수는 이미 저 세상 사람들이고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으나
미래는 여전히 암울하기만 하다.

강점기의 기간을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의 생의 반 가까이이니...

상상하기 쉽지 않고 애써 상상해도 슬픔과 분노로 가슴이 답답하다.

- 오나가나 조선의 얘기, 일본에 관한 얘기, 사상의 동향, 세계정세, 이제 신물이 났고 심각해지는 애정문제는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모두 쓸쓸했다. 외톨이 같았고 외딴섬에 유배당한 느낌이었지만 한편 신물 나는 얘기, 그 신물 나는 얘기에 열중하는 각계 각층의 군상, 그 군상 속에서 떠밀려 나와 쓸쓸해하고 있는 자신들이기 때문에 더욱 외톨이 같고 유배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는지 모른다. - 10

2024. oct.

#토지 #4부3권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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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의 자서전 - 시로 쓴 소설
앤 카슨 지음, 민승남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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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좋다는데...라며 다시 선택해 읽어본다.
여전히,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감흥이 없다.
다만, 나를 통과해가는 문장들이 자주 툭 튀어나온다.
그것이 책 읽는 속도를 늦춰주는 점.

다시 읽고 난 후, 음미하게 되는 지점들이 이 책의 앤 카슨의 매력인가?

- 말들이 약동한다. 우리가 허용하면, 말들은 스스로 하고 싶어 하고 해야 하는 걸 한다. - 7

- 다른 인간과 대립함으로써 자신의 행위들이 명확해진다. - 62

- 사람들에게 삶은 하나의 경이로운 모험이다. - 135

- 게리온은 불안이나 슬픔 같은 감정 상태에는
단계가 있지만 권태에는
단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대단한 존재는 될 수 없을 거야. - 206

2024. oct.

#빨강의자서전 #앤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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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삼사라 서 세트 - 전2권
J.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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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름들과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언어들.
때문에 이야기로 진입하기까지 걸음은 더디지만 어렵게 읽을 이야기는 아니다.

어두운 욕망들에 대항하는 사람, 퇴마사의 이야기다.

현대적이며 역사적인 시간의 연속성 위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이 흥미롭다.
다만, 서사를 강조하기보다는 씬의 묘사, 전투 장면들이 들어가다 보면 집중력이 흩어진다.
웹 소설로 쓰였기 때문인지??
물론 판타지 특성상 전투 장면을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긴 좀 그랬겠지?

서사를 더 재밌게 느끼는 독자는 잠시 덜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애니메이션으로 본다면 훨씬 재밌을 듯도 싶다.

그러고 보면 심소에서의 전투라는 점은 클램프의 결계 안 전투와 비견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김보영의 인터뷰에 보면 아주 상관없는 생각은 아닌 것도 같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전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늘 통쾌하고 속풀이 되는 이야기니까.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좀 텀을 두고 2권을 읽었는데 계엄 상황이 진행되는 와중에 불의가 바로잡아지지 않는 답답한 시점에 읽게 되었는데.... 첫 장면이 4.3의 장면들이라서.... 무척 우울했던 기억도 생기고... 그랬다.

- 네 유전자는 태고의 바다에서부터 온 거야. 너는 모든 진화를 거치고 모든 생명을 다 거쳤어. 지구의 역사와 함께 해왔어. 태고의 영혼이 모두 네 몸에 남아 있어. 그때부터 살아온 전체가 다 너야. 자신을 함부로 하찮게 여기지 마. - 483

- 왜냐하면 네가 정의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타인을 불의라 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정의가 된다.- 719

- 왜....? 왜.....?
그토록 갈망하던 해방이 오지 않았는가. 모멸과 학대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는가.
...... 학대에서 벗어나기를 바란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을 학대한 자들과 똑같은 자리에 서기만을 바랐는가? 당한 그대로 군림하기만을 바랐는가? 지배하고 학살할 힘을 손에 쥐기만을 바랐는가?
마음이 부서졌다.
(...)
인.간.따.위.이.제.지.쳤.다.
선혜의 마음 안에서 음산한 소리가 들려왔다.
지.긋.지.긋.하.다.인.간.이.란.동.정.할.가.치.조.차.없.다.
뭘.위.해.지.금.까.지.싸.웠.는.가.다.소.용.없.는.짓.이.었.다.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 12

- '그런데 집 지키는 카마가 왜 호랑이 모습이지?'
수호는 살랑살랑 흔들리는 추이의 꼬리를 보며 생각했다.
그 속내를 읽었는지 추이가 가볍게 웃으며 덧붙였다.
"전통적으로 고양이는 사람보다 집을 사랑하는 법." - 44

- "이 나라의 마구니들이 써온 흔한 전략 중 하나다. 그래서 그들은 토건족과 결탁하여 산을 깎고 집을 허물고 오래된 것들을 부순다."
마호라가가 말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이 부서지면 사람들의 마음도 같이 부서진다. 이 거리의 오래된 건물은 이미 다 사라졌고 남은 건물은 이 집뿐이야. 이제 여기마저 무너지면 이 거리의 심소 경계가 무너진다."- 59

- "우리의 눈은 세상을 다 보지만 오직 자기 자신만은 볼 수 없다. 그것이 모든 사람의 맹점이다."
"......"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은 보이지 않아."
"......"
"수호, 그러니 만약 네가 네 마음에서 어둠을 보았다면."
마호라가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 어둠은 네가 아니다." - 253

- "바루나,"
지귀가 애원했다.
"살아가자."
"......"
"우리가 무엇에서 비롯되었고 어디서 생명을 얻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우리가 어떤 존재든, 우리는 살아 있으니 살 권리가 있어." - 686

- "여기 사는 사람들 모두 네 가족이고 친구야, 수호."
"......"
"이 거리에 네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수호는 눈을 크게 떴다. "너는 혼자였던 적이 없어. 지금도. 지난 어느 생애서도. 앞으로의 어느 생애서도 그럴 거야." -863

2024. dec.

#사바삼사라서 #J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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