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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리미티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평점 :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마음을 굳게 잠근 남자.
그의 마음을 열려는 의도는 가지고 있으나 보이지 않는 벽같은 한계를 느끼는 남자.
볼륨을 얇지만 그리 만만하리 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코맥 매카시의 최근작.
선문답같기도 하고, 심리치료 상담 같기도 하고, 고해성사를 하는 것 같기도 한 철학적인 대화들.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인생이 목표인 사람에게 어떤 말이나 행동이 필요할까.
깊이 뿌리 내린 허무와 절망이 책한권 분량의 대화로 회복 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작가가 이 한권의 책으로 그런 시도를 하려고 했다고는 생각지도 않지만, 그냥 드는 생각.
해답이나 결론은 없다.
인생이나 책 한권에 대한 판단도 독자 스스로 내려야 한다. 인생이란...
나에게 있어 이 이야기 가장 큰 매력은 아이러니하게도,
백과 흑의 논리 대립에서
흑이 개진하는 의견 혹은 구원보다는 백이 갈망하는 죽음에 있다는 것이다.
얇지만 두툼한 생각이 가득해서 묵직하게 읽었다.
번역과정에서 연극배우의 연기를 들으며 느낌을 살리려 했다는 옮긴이의 말에 어쩐지 하는 큰 공감을 하기도 했다. 그 만큼 긴장감있는 두 사람의 대립이 잘 묘사된다.
다만 커버 뒷면에 ˝두 사람은 인류의 운명을 건 논쟁을 시작한다˝라는 카피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건 막을 도리가 없었다.
2015. Feb.
그래 교수 선생, 내가 선생을 어떻게 해야하는거요?
왜 댁이 뭔가를 해야하는 겁니까? - p. 7
선생은 행복을 원하지 않는 것 같구만.
행복이라고요?
그래. 행복한 게 뭐가 문제요?
맙소사.
왜, 지금 우리가 벌레가 든 통조림을 열기라도 한거요?행복한 걸 왜 문제삼는 거지?
인간의 조건과 정반대니까요.
아, 선생의 조건과는 반대지. 그건 동의할 수밖에 없군.
행복이라.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그런건 없다는 거네.
없지요.
누구한테도 없다.
없습니다. - p. 53
마저 들으세요. 나는 내 정신상태가 어떤 염세적 세계관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게 세계 자체라고 생각해요. 진화의 결과, 지능을 가진 생명은 어쩔 수 없이 궁극적으로 다른 무엇보다도 이것 한 가지를 깨닫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무용성입니다. -p.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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