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페미니즘 레시피 -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 15인의 “현장” 이야기
장필화 외 지음, 이화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학센터 기획 / 서해문집 / 2015년 6월
평점 :
페미니즘을 어떻게 현실에 접목시켰는지,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여성 전문가들의 경험담을 골고루 다뤘다.
책의 출간은 2015년 6월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나, 경험한 정책들 다수가 2003년 정도에 시작되어 현정부 들어서서는 부처 통폐합등으로 유명무실해진 경우가 적지 않았으며, 현재 어떻게 정책이 이어져 오는지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마침 여혐 이슈에 맞물려 있던 차였고, 하필 이 책을 집어든 시점에 보게된 기사가 생리대 최대 20퍼센트 가격 인상에 대한 것.
우연히도 젠더와 버짓 파트를 펼쳐든 참이었는데, 생리대에 대한 부가세감면대상지정에 대한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도 마찬가지로 2003년 감면대상 지정이 되었다는데, 왜 내가 체감하기로는 생리대의 가격이 떨어진 적은 없는가... 하는 현실적인 함정이 있다는 것.
그래서 지금 현재 어떻게 되고 있다는 말은 없다.
책의 맨 앞을 차지한 정책적 챕터에서 일단 재미가 없다는게 가장 큰 단점.
정부부처나 여성지원센터, 학교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는 취지는 좋다.
이전에 읽은 페미니즘이 그야말로 개론, 이미 양성평등을 향해 많은 진전을 이룬 (이 나라에 비해서 말이다) 성평등 선진국가의 번역서였다면,
이 책은 여성문제, 페미니즘이 뿌리내리기엔 척박하기 그지없는 대한민국 땅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줄수 있는 지침서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지침서가 될 정도의 전개는 없다. 아무래도 페미니즘은 단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한 것으로 체감되니까.
여성주의, 페미니즘 운동이 사회의 어느 곳에서 어떻게 이루어 지고 있는지 참고 할 만한 책이다.
이 책 속의 전문가들의 증언에 따르면 양성평등에 관한 의제를 던질 때마다 같이 정책을 고민할 대다수의 남성 동료들은 남성 역차별이라는 근거로 반대를 하거나, 진보적인 남성 동료들 조차도 침묵이나 무관심으로 대했다고 한다.
어? 어디서 많이 보던 풍경. 이 소름끼치는 데쟈뷰... ㅡ.,ㅡ
변화와 개선, 진일보를 자신의 권리 침해로 받아들이는 다수는 언제나 존재한다.
그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나, 어차피 진화를 거부하는 개체가 있다면 퇴화되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요즘이다.
특종의 힘은 앞선 보도라는 점 외에도 보도의 프레임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에서 설파했듯이, `프레임`이라는 생각의 틀에 갇히면 사람들은 그 프레임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기 어렵다. - 139
이 시대의 10대, 20대들은 이제 `꺅 하고 놀라주는` 전형적인 여성 역할을 집어치우고, 모욕감을 준 주범을 쫓아가 그를 응징하려 한다. 내가 이들의 활약을 특이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연령대도 아니고 성적 수치심에 대한 민감성이 가장 높은 젊은 여성들이 성적인 현장을 `정면으로`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성적인 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자신의 수치심으로 동일시하던 심리와는 상당히 다른 방식의 심리가 작용한다. 성 자체가 수치스러운 것은 아니며 나아가 나 자신이 수치스러워지는 것도 아니라는, `성-수치심-여성 자아` 사이에 거리감이 생긴 것이다. 성적 모욕과 추행, 여성 알몸 등의 성적 표현무, 성적 거래 등이 단지 성적이기 때문에 비도덕적이어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문화적 상황에서 여성에게 모욕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도록 코드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 161
2016. 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