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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6년 1월
평점 :
아주 쉽게 왜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지 설명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누군가가 이렇게 쉽게 설명해주지 않으면 당췌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왜 해야하는지 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매일 매일 내 안의 페미니즘력이 갱신되는 요즘이라서.
오히려 당연하고 쉬운 이 글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좋은게 좋은거고, 세상은 아름답고, 인간은 선하다고 믿는 젠더 권력의 위쪽에서 오래 자리잡고 살아온 이들이 이 책을 많이 읽는다면,
좋은건 좋은거고, 세상은 아름답고, 인간은 선해지지 않을까 한다.
젠더 이슈를 젠더 이슈라고 말하지 못하는 현실이 개떡같아서
자꾸 젠더 이슈에 대해 생각하게 되나보다.
오늘날 지도자가 되기에 알맞은 사람은 육체적으로 더 강한 사람이 아닙니다. 더 지적이고, 더 많이 알고, 더 창의적이고, 더 혁신적인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런 자질들을 좌우하는 호르몬은 없습니다. 남자 못지않게 여자도 지적일 수 있고, 혁신적일 수 있고, 창의적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진화했습니다. 그러나 젠더에 대한 우리의 생각들은 아직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습니다. - 21
얼마 전에 나는 라고스에서 젊은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관한 글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는 사람 하나가 그 글을 읽고서 성난 글이었다며, 그렇게 성난 투로 이야기해서는 안 되었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나는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로 성이 나니까요. 오늘날 젠더가 기능하는 방식은 대단히 불공평합니다. 나는 화가 납니다. 우리는 모두 화내야 합니다. 분노는 예로부터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분노에 더해 내게는 희망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더 나은 자신으로 변하는 능력이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 23
오늘날 젠더의 문제는 우리가 각자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도록 돕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이어야만 하는지를 규정한다는 점입니다. - 37
나는 내 여성성을 유감스럽게 여기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나는 여성스러움을 간직한 나 자신으로서 존중받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럴 만하니까요. 나는 정치와 역사를 좋아하고, 사상에 관해서 훌륭한 논쟁을 벌일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리고 나는 여성스럽습니다. 여성스러워서 행복합니다. 나는 하이힐을 좋아하고, 립스틱을 바릅니다. 남자에게 받는 칭찬도 여자에게 받는 칭찬도 다 좋지만(솔직히 털어놓자면 스타일 좋은 여자들의 칭찬이 더 기쁘긴 합니다), 가끔은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옷을 입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그 옷을 좋아하고, 그 옷을 입으면 내 기분이 좋으니까요. ˝남성의 시선˝이 내 삶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바는 대체로 부수적입니다. - 42
어떤 사람들은 묻습니다. ˝왜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쓰죠? 그냥 인권옹호자 같은 말로 표현하면 안되나요?˝ 왜 안 되느냐 하면, 그것은 솔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페미니즘은 전체적인 인권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인권이라는 막연한 표현을 쓰는 것은 젠더에 얽힌 구체적이고 특수한 문제를 부정하는 꼴입니다. 지난 수백년 동안 여성들이 배제되어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하는 꼴입니다. 젠더 문제의 표적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꼴입니다. 세상은 지난 수백년 동안 인간을 두 집단으로 나눈 뒤 그중 한 집단을 배제하고 억압해왔습니다. 그 문제에 관한 해법을 이야기하려면, 당연히 그 사실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 44
또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이봐요, 가난한 남자들도 어렵게 살아간다고요.˝ 그건 실제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는 이 대화의 주제가 아닙니다. 젠더와 계급은 다른 문제입니다. 가난한 남자들은 부자의 특권은 누리지 못할지라도 남자의 특권은 여전히 누립니다. - 47
2016.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