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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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흐르는 이야기라 조금은 지루했다가, 한 편으론 매혹적이었다가를 반복했다.

여름별장 사무소의 조용하고 평온한 일상이, 그 안에 가만히 자리잡은 열정이

왠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고나 할까.

분량도 꽤 되고, 이야기도 정적이어서 덕분에 가루이자와의 여름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역자도 언급했듯, 사실관계에 기반한 이야기라서인가, 더더욱.

한 시대의 성쇠가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조금은 마음이 늙은 기분도 든다.

먹고 자고 사는 곳이라고 한 것은 참 적절한 표현이야. 이들은 뗄 수 없는 한 단어로 생각해야 돼. 먹고 자는 곳에 관심 없이 사는 곳만 만들겠다는 것은 그릇만 만들겠다는 얘기잖아? 그러니까 나는 부엌일을 안 하는 건축가 따위 신용하지 않아. 부엌일, 빨래, 청소를 하지 않는 건축가에게 적어도 내가 살 집을 설계해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어. - 106


2016.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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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온 책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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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6-10-06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파운데이션이다~~~~^^

hellas 2016-10-09 18:05   좋아요 0 | URL
앗:):):)
 
[eBook]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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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마음을 함부로 오해하면 될 일도 안된다.

함부로 부모의 꿈을 아이에게 투영하는 일, 함부로 타인을 판단하는 일... 같은 것들.

6,70년대의 아시안 이민자로서의 삶이 제임스의 인생을 어떻게 방해? 했는지는 어렴풋이 이해하겠지만, 그럼에도 그럴듯한 성공에 가까운 인생이었고, 메릴린이 엄마의 염원으로 인해 심정적 학대를 받았다고 생각해도, 결국 스스로 선택한 사람과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룬 것은 그 누구의 강제도 아니었다.

남들과 달라 받았던 상처와, 남들과 다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받은 상처가 결국 이들의 아이들에게 대물림 된 것이 아닌가.

고구마 삼킨 듯한 캐릭터들의 내면으로의 하나하나 안쓰러운 이야기다.

제임스도 메릴린도 네스도 리디아도 한나도 잭도...

스스로를 너무 이방인으로 내모는 사람들.

구지 꼽아보자면 메릴린과 리디아가 가장 와닿는 인물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다.

메릴린은 초조하게 자기 삶을 생각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저녁밥을 만들고, 점심 도시락을 깔끔하게 싸야 하는 자기 인생을. 어째서 빵에 피넛버터를 바르는 일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걸까? 어째서 계란을 요리하는 일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거지? 제임스는 계란을 한쪽만 익혀야만 해. 네스는 완숙으로 삶아줘야 하고, 리디아는 스크램블에그를 해줘야 해. 좋은 아내라면 기본적으로 여섯 가지 계란 요리법을 알아야 한다. 그게 좋은 여자의 의무다. 그래서 슬프다고? 그래, 정말 슬펐다. 계란 때문에. 그리고 모든 것 때문에. - 124

귀여운 금발 여자가 검은색 실로 상처를 깔끔하게 봉합하는 동안 메릴린은 손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메릴린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통증은 손목을 타고 어깨까지 올라온 뒤에 등을 타고 내려갔다. 살을 꿰매기 때문에 아픈게 아니었다. 실망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메릴린은 자신도 의사는 당연히 남자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속 그렇게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 201

메릴린은 리디아의 머리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맹세했다. 리디아에게는 절대로 바르게 앉아라, 남편을 찾아라, 집을 지켜라, 같은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할 수 없는 직업이 있다는 말은, 네가 살 수 없는 인생이 있다는 말은, 네가 들어갈 수 없는 세상이 있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의사`라는 말을 듣고 남자만 떠오르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은 평생, 엄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리디아를 격려해줄 것이다. - 207

오래전 어느 날, 바로 이곳에 앉았을 때, 리디아는 이미 깨닫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의 꿈을 물려받는다는 곳이 얼마나 지독한 일인지, 사랑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숨 막히는 일인지를. 네스의 손이 어깨에 닿는 것을 느꼈을 때, 그리고 앞으로 팔을 뻗어 리비아가 호수에 빠지게 해주었을 때, 리비아가 느낀 곳은 거의 고마움이었다. - 383

2016.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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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호르몬 밸런스
네고로 히데유키 지음, 이연희 옮김 / 스토리3.0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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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컨디션 난조는 성장 호르몬 때문이다.

라고 하니 왠지 모든 컨디션이 설명되었다.

그렇다 그저 노화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밟아가고 있을 뿐. 딱히 어디가 엄청 아프거나 이상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라는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정보를 전달하는 책의 대부분이 그렇듯

다 아는 얘기, 누가 몰라 못하나.. 하는 얘기들.

하나마나한 말일수도, 환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 나름이다 라고 생각한다.

결론을 구지 말하자면

알면서 읽고 확인한 후 괜히 읽었다로 귀결되는 뭔가 어리석음의 순환.

2016.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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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0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방 프로그램 다음으로 제일 많은 방송 소재가 ‘건강’일 겁니다. 매주 건강 프로그램을 꼬박 챙겨보면 책 속 정보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

hellas 2016-10-04 18:15   좋아요 0 | URL
방송은 책보다 더 믿음이 가질 않아서 잘 안보게 되네요.
 

최악의 저자임은 뭐....ㅋ

잘 알겠다.

동시대성이 존재하는 ˝혐오발언˝이 많은 사유를 제공해 줄 것이라 확신한다면, 글을 이렇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도 생각해볼만하다.

혐오를 야기하는 발언들에 대한 제재가 필요치 않다. 이른바 상처주기에서 시작되는 의미파악과, 그로 인한 사유와 수행이 단절되는 규제는 오히려 부정적이라 보기 때문인데.

혐오 발언의 발화자가 차별의 언어로 수신자에게 공격을 가했다는 생각 자체가 수신자의 열등성이나 취약함을 부각하는 것으로, 그 차별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주고, 약자로 상정된 이들의 발언을 위축시킨다는 전제를 한 것.

그리고 결정적인 부분이 아마도 혐오 발언의 발화자들에게 주어진 국가적 권위의 후원이라는 것이다.

공공연하게 혐오 발언을 할수 있는 분위기와 혐오발언 발화자들의 수적, 권력적 우세에 관한 문제인 것 같은데.

글쎄다.... 라고 생각하게 될 수 밖에 없다.

혐오 발언에 반론은 규제에 해당되지 않는지에 대한 짧은 생각도 들게 되고,

권위의 후원이라는 부분도 전반적으로 인정하기가 싫어지고(현실과 별개로 인정 자체가 싫어진다는)

저자가 아우르려는 범위가 나의 범위를 넘어서서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고.

여튼.

괴로운 독서다. 주디스 버틀러 좋아할 순 없는 저자.

초반에 번역의 문제일 것이라 의심했던 것을 사과하고 싶어질 정도.

결국은 활자를 눈으로 읽고 뇌로는 미쳐 보내지 못한 듯한 기분이 되었다.

오독의 향연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씁쓸함이 휘몰아친다.

2016.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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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10-0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정희진님 강연 들었는데, 정희진 님이 이 분 좋다고 하셔서 저도 읽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아, 그런데 진짜 너무나 어려울까요.. ㅠㅠ

hellas 2016-10-04 11:24   좋아요 0 | URL
윤곽은 이해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세부적인 예시와 그녀의 말은 읽으면서 이게 부정문인가 긍정문인가 싶은 읽기 괴로운 문장들의 연속이었어요. 저처럼 속독하는 스타일의 독자에겐 고장난 브레이크 악셀레이터같은 문장. 고난.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