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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9월
평점 :
서로의 마음을 함부로 오해하면 될 일도 안된다.
함부로 부모의 꿈을 아이에게 투영하는 일, 함부로 타인을 판단하는 일... 같은 것들.
6,70년대의 아시안 이민자로서의 삶이 제임스의 인생을 어떻게 방해? 했는지는 어렴풋이 이해하겠지만, 그럼에도 그럴듯한 성공에 가까운 인생이었고, 메릴린이 엄마의 염원으로 인해 심정적 학대를 받았다고 생각해도, 결국 스스로 선택한 사람과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룬 것은 그 누구의 강제도 아니었다.
남들과 달라 받았던 상처와, 남들과 다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받은 상처가 결국 이들의 아이들에게 대물림 된 것이 아닌가.
고구마 삼킨 듯한 캐릭터들의 내면으로의 하나하나 안쓰러운 이야기다.
제임스도 메릴린도 네스도 리디아도 한나도 잭도...
스스로를 너무 이방인으로 내모는 사람들.
구지 꼽아보자면 메릴린과 리디아가 가장 와닿는 인물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다.
메릴린은 초조하게 자기 삶을 생각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저녁밥을 만들고, 점심 도시락을 깔끔하게 싸야 하는 자기 인생을. 어째서 빵에 피넛버터를 바르는 일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걸까? 어째서 계란을 요리하는 일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거지? 제임스는 계란을 한쪽만 익혀야만 해. 네스는 완숙으로 삶아줘야 하고, 리디아는 스크램블에그를 해줘야 해. 좋은 아내라면 기본적으로 여섯 가지 계란 요리법을 알아야 한다. 그게 좋은 여자의 의무다. 그래서 슬프다고? 그래, 정말 슬펐다. 계란 때문에. 그리고 모든 것 때문에. - 124
귀여운 금발 여자가 검은색 실로 상처를 깔끔하게 봉합하는 동안 메릴린은 손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메릴린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통증은 손목을 타고 어깨까지 올라온 뒤에 등을 타고 내려갔다. 살을 꿰매기 때문에 아픈게 아니었다. 실망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메릴린은 자신도 의사는 당연히 남자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속 그렇게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 201
메릴린은 리디아의 머리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맹세했다. 리디아에게는 절대로 바르게 앉아라, 남편을 찾아라, 집을 지켜라, 같은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할 수 없는 직업이 있다는 말은, 네가 살 수 없는 인생이 있다는 말은, 네가 들어갈 수 없는 세상이 있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의사`라는 말을 듣고 남자만 떠오르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은 평생, 엄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리디아를 격려해줄 것이다. - 207
오래전 어느 날, 바로 이곳에 앉았을 때, 리디아는 이미 깨닫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의 꿈을 물려받는다는 곳이 얼마나 지독한 일인지, 사랑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숨 막히는 일인지를. 네스의 손이 어깨에 닿는 것을 느꼈을 때, 그리고 앞으로 팔을 뻗어 리비아가 호수에 빠지게 해주었을 때, 리비아가 느낀 곳은 거의 고마움이었다. - 383
2016. O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