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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마초를 말하다 - 우리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이야기
클레망틴 오탱 지음, 류은소라 옮김 / 미래의창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주변에 널리 알리고 싶다.
근래들어 읽은 페미니즘 책 중 가장 압축적이고 쉽게 설명되어 있다.
물론 이 장르의 어떤 책도 페미니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새롭지 않을 것이다.
다 아는 이야기, 그럼에도 반복되어야만 하는 이야기들이라는 것
여성주의 운동이 단순한(내용이 단순하다는 말이 아니다) 몇가지의 토픽으로 지난하게 반복 되고 있다는 점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얼마 전 가족 모임이 몇번 있었는데, 여지없이 트리거가 되는 대화들이 이어졌다.
나의 예민함, 뾰족함, 그리고 다소 과격함에 대한 어른들의 우려랄까.
결국 `너 무서워서 어디 말이라도 꺼내겠니...` 정도의 대사로 마무리 되는 대화들.
어째서 적극적인 의사표명이 과격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할까에 대해 생각하다 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주변에서 일어난 작은 에피소드들과 그것들에 어김없이 반응하는 나를 유체이탈이라도 한듯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되는 나를 생각하고,
(이 지점이 또 다른 자기검열을 아닐까 하는 자책도 들고... 내가 이럴려고.....ㅡㅡ)
최소한 주변에 나와 이런 주제의 대화를 진지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다만 몇이라도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그럼에도 실망감을 주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과격할까?
내가 물리적인 힘을 행사할 만큼 육체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다만 입이라는 것이 붙어 있고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기에
불합리하고, 어쩐지 굴욕감이 느껴지는 상황에 대해 나를 그렇게 대하지 말라는 최소한의 자기 보호가
왜 과격이라는 이름표가 될까.
저널리스트 레베카 웨스트가 이렇게 말한 것처럼 말이야. ˝나는 한 번도 페미니즘에 대해 제대로 된 정의를 내려본 적이 없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나는 사람들이 나를 흙이나 터는 발판 취급하는 것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을 뿐인데, 그런 행동을 두고 나를 페미니스트로 대한다는 것이다.˝ - 100
길고 긴 글을 쓰게 될 것 같았는데, 쓰다보니 내면화하는 작업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계속 더 진지하고 깊은 고민을 해야겠다. 그런다고 무슨 상황이 나아질것이라는 희망은 없지만. 언제나 처럼.
그il 또는 그녀elle로 규정되는 한, 어떤 개인도 한쪽 성이 다른 성을 억압해온 2000년 인류 역사의 무게에서 벗어나긴 힘들어. -10
여성들이 남성 지배를 인정하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질문이, 사실 많은 여성들이 본인 스스로는 아니라고 하면서 제기하는 질문이야. 네가 `인정한다`라고 했지만, 난 여성들이 `인정`하기보다는 `참고 있다`고 생각해. 억압적인 구조가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 가치 있다고 평가하며 살아가는 방책이라고나 할까. 불평등 구조를 부정함으로써, 피해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의식을 피하는 거지. - 17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들은 특히 출산율 증가에 관심을 집중시키며 여성들에게 출산 장려 정책을 적극 펼쳤어. 자녀 숫자에 따라 가족 수당이 늘어났거든. 당시의 정책 목표는 여성들이 가정의 삶과 직업적 삶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에 있지 않았어.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가족 정책이 세워지면서, 이는 미묘하게 여성의 직업적 삶을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되지. 즉, 가족의 수입이 높을수록 재정 지원을 낮추기 시작한 거야. 이는 부부가 둘 다 직업을 갖는 것을 막는 꼴이니 결국 여성이 사회 진출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는 거지. - 72
페미니스트가 원하는 것은 여성과 남성의 지배 관계를 역전하는 것이 아니야. 여성들의 운명이 미리 결정되어버리지 않는 것, 남성과 여성이 대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 가능성의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기를 바라는 거야. 양성 평등을 바라는 것을 독재라고 할 수는 없지. 오히려 해방으로 나아가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거잖아. - 103
2016. Nov.
저널리스트 레베카 웨스트가 이렇게 말한 것처럼 말이야. "나는 한 번도 페미니즘에 대해 제대로 된 정의를 내려본 적이 없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나는 사람들이 나를 흙이나 터는 발판 취급하는 것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을 뿐인데, 그런 행동을 두고 나를 페미니스트로 대한다는 것이다." - 100
페미니스트가 원하는 것은 여성과 남성의 지배 관계를 역전하는 것이 아니야. 여성들의 운명이 미리 결정되어버리지 않는 것, 남성과 여성이 대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 가능성의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기를 바라는 거야. 양성 평등을 바라는 것을 독재라고 할 수는 없지. 오히려 해방으로 나아가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거잖아. -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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